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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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인기다.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진을 향해 물결처럼 일렁이는 애신의 마음이 담긴 시를 읽을 수 있는 허난설헌 시선집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는 아름다운 시도 시려니와 그와 함께 그려진 아름다운 동양화 한폭 한폭이 시와 함께 마음속으로 돌진해온다.

 

 조선 중기 사대부집 여인으로 태어난 허난설헌은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는 글재주의 명문을 타고 났다. 여성에게 제대로된 교육이 전무했던 시기였기에 배워서 익힌 시적 능력이라기 보다는 가문의 역량과 전통이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추측이 든다.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허난설헌의 주옥같은 시들이 나태주 시인의 설명으로 풀이되니 시어 하나 하나가 가슴에 꼿이고 밑줄을 긋는다. 평탄하지 못했던 결혼생활과 어렵게 출산한  두 아이를 잃는 고통이 그녀를 더욱 더 시에 매달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님을 향한 그리움을 애틋하게 표현한 시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녀가 되고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 여러 삶 속 시를 만들어 낸다. 허난설헌의 시를 풀어준 나태주 시인 덕에 쉽고 더 가깝게 그녀의 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동생 허균의 명석한 기억력 덕택에 세상에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던 허난설헌의 시를 읽으며 계절을 맞이할 수 있어 행복하다. '어여쁜 모습 비록 시들었지만 여전히 코끝에 맴도는 난초의 향기. 마치도 시든 난초가 나인 듯 싶어 흐르는 눈물 옷소매로 닦아요' 시에서 그녀가 보인다. 그녀의 슬픔이 느껴진다.

 

 시 '아들의 죽음에 울다'에서는 두 자녀를 잃은 어미의 황망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안다,안다. 어미가 너희들 넋이나마 밤마다 만나 정답게 논다는 것' 이 문장에서 그녀의 극한 슬픔이 승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연밥 따기 노래'에서는 정서적 감동이 진하게 느껴진다. 매스컴을 탄 시라서 더 다가오는 걸까?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그녀의 감정에 공감이 가 나도 부끄러웠다. 오래된 시였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어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녀의 시와 친구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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