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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견문록 - 외교관 임홍재, 베트남의 천 가지 멋을 발견하다
임홍재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평점 :
돈가잉. 대나무로 만든 어깨지게인데, 이게 <돈가잉>인지 뭔지는 몰랐다. 한국과 베트남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게 올해로 18년이나 된 것도 몰랐고, 꽝닌 성의 하롱베이가 세계 7대 자연 기적 중 하나인 것도 몰랐다. 하다 못해 한국과 베트남은 한자 발음이 비슷해서 잘만 들으면 한자 어휘는 상당 부분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한때 스와힐리어와 베트남어를 취미 삼아 공부해 보겠다고 결심한 뒤, 스와힐리어는 변변한 교재가 없어 포기했고 베트남어는 게을러서 하지 못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머릿속의 베트남은 꽤나 매력적인 나라라는 것. 하롱베이, 하이퐁이란 지명만 들어도 저 위 사진의 바나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니면 영화 《시클로cyclo》에서 들을 수 있었던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크립creep」이 떠오르거나. 그러나 이 『베트남 견문록』은 <베트남 여행기>가 아니라 저자가 주 베트남 대사 시절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집필된 책이므로, <베트남 여행 가이드>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ㅡ 내 경우가 그러했으므로.
『베트남 견문록』에는 베트남의 문화, 역사, 이념, 전쟁, 우리와의 외교 등 굉장히 포괄적인 내용이 들어있지만, 역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문화와 전통이란 측면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베트남어로 뗏tet은 우리의 절節을 뜻하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음력설 뗏은 베트남 최대의 명절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은 음력설에 온 가족이 모여 한 지붕 밑에서 먹고 보내기 때문에 우리처럼 설을 <쇤다>라고 하지 않고 뗏을 <먹는다>고 한다는 것, 베트남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열 개가 넘는 이름을 가진다는 것 등이 그것들이다.
책 내용을 가지런히 설명하는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거다. 이미 말한 것처럼 나에게는 베트남이 꽤 매력적인 나라라는 막연한 느낌만 있었는데, 이제 다시 말하자면 베트남은 참 멋지고, 흥미로우며, 동시에 다양한 멋스러움을 지닌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ㅡ <잘 못 사는 나라>라는 식의 말은 집어치우고.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글을 읽고 그것을 접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뛰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이것이 그런 나라의 <사람들>과 <문화>라는 주제로 묶어진다면 더욱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의 적응력과 유연성을 전하는 <조롱박에서 살 때는 둥글게 되고 튜브 속에서 살 때는 길게 되라>는 그곳 속담은, 과연 그들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민족이며 우리와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