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팔도를 간다 : 경기편 - 방방곡곡을 누비며 신토불이 산해진미를 찾아 그린 대한민국 맛 지도! 식객 팔도를 간다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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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난 전라도 태생인데, 라고 해도 어디에 살든지 전국의 유명한 음식은 뭐가 있는지 다 아는 것 아닌가. 다만 자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적을 뿐. 『식객, 팔도를 간다 : 경기 편』은 그 흔한 부대찌개부터 꿩 만둣국(!), 빙어, 오미자 화채, 짜장면(자장면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감이 있다)까지 등장해 주신다. 그리고 물론, 당연히도, 『비트』, 『미스터 Q』,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등의 허영만 작가의 작품인 것도 이 책의 성격과 특색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ㅡ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도 『식객』 시리즈가 출간되기도.

사실 음식은 전라도라 하지만 경기도 음식은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 통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음식이다 ㅡ 그런데 조랭이 떡국이 개성의 음식이라니. 특히 100년이 넘는 역사의 짜장면. 짜장면은 맛도 맛이지만 원래 향으로 먹는 음식이란다. 19세기 후반 개항으로 인천에 청나라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산둥반도의 작장면(짜찌앙몐 : 炸醬面)이 한국인 입맛에 맞게 바뀐 짜장면. 이 짜장면이란 단어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따라 자장면으로 해야 하는 게 맞지만 나는 짜장면이 좋다. 특히 수필가 정진권의 「짜장면」이란 수필을 읽으면 짜장면의 정취와 맛, 향이 책에서 그대로 올라온다. 

짜장면은 좀 침침한 작은 중국집에서 먹어야 맛이 난다.
그 방은 퍽 좁아야 하고, 될 수 있는 대로 깨끗지 못해야 하고,
칸막이에는 콩알만한 구멍들이 몇 개 뚫려 있어야 어울린다.

ㅡ 정진권 「짜장면」 中

그렇지만 이 책의 제일 가는 특색은, 지역 고유의 맛들을 담아낸 점이다 ㅡ 물론, 허영만의 만화와 각종 정보로. 이천의 영양밥, 포천의 이동 갈비, 안성과 화성의 바지락 칼국수, 그리고 내가 예찬하는 짜장면까지 말이다. 단순히 정보를 주는 음식 여행기라면 이 『식객』 시리즈는 실패했을 거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작가의 그림과 글 ㅡ 네임밸류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힘과 정서 ㅡ 로 인해 『식객』은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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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왕 -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마리노 네리 글 그림, 이현경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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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講義 王>이 아니라 <江의 王.>
② 대담한 구체화 위에 시선과 시각적 특징을 얹은 멋진 동화.
③-ⓐ 브루노가 정원에서 발견한 해골이 누구의 것인지 나는 모른다.
③-ⓑ 안구를 적출당하고 손톱 밑에 아홉 개의 바늘을 끼운 채로 고문 당하다 죽은 군인일지도.
④ 「쉬이잇! 여기서 기다려. 오늘 밤 다시 와서 꺼내 줄게….」란 브루노의 말에 해골은 착하게도 침묵한다.
⑤ 아주 어릴 때부터 매일 헤엄을 치는 연습을 해서, 아가미를 자라게 해 인간 물고기가 되고 싶었던 소년.
⑥ 소년 브루노는 해골이 곧 강의 왕이 아니라, 강에 사는 강의 왕의 해골 컬렉션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⑦-ⓐ 할머니를 데려 간 비옷 입은 남자들을 보고 영화 《빌리지the village》가 생각난 건 우연일까?
⑦-ⓑ 그럼 강에 떠내려간 권총은 남성의 성기, 가부장적 권위라 생각하는 것도 내 머리가 이상해서이고?
⑧ 그럼에도(물론) 이 작품은 만질 수 있는 질료를 능동적으로 지각할 수 있도록 한다.
⑨ 진리를 존재론화하는 건 불가능한 것인가.
⑩-ⓐ 시대마다 진리가 P₁, P₂, P₃,……Pn처럼 다양하다 해도 언제나 통용되는 불변의 P는 항상 있다.
⑩-ⓑ 『강의 왕』은 그 <P>에 대한 이야기다.
⑩-ⓒ 여기서 엔트로피와 네그엔트로피는 자연적 과정을 통해 뒤섞인다.
⑩-ⓓ 그리고 작가는 펜을 통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라는 응결된 메시지처럼 말을 걸어 온다.
⑪ 『강의 왕』은 어떤 면에서는 정면성의 원리에 입각,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하려고 한다.
⑫-ⓐ 이제 나는 하이데거가 고흐의 어떤 작품을 보고 했던 말을 상기한다.
⑫-ⓑ 「이것(그림)이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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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 전략 - 잃어버린 '흑자의 섬'을 찾아서
조너선 번즈 지음, 이훈.구계원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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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오션이란 단어조차 생소할 때가 있었는데 <레드오션>이라니. 하버드 최고의 강의란 카피가 붙었던 『정의란 무엇인가』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표지를 보니 이 『레드오션 전략』은 MIT 최고의 강의란다. 허, 그런데 이 책도 재미있다. 맞는 말만 한다. 게다가 블루오션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하며, 적자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이익이라는 작은 섬들, <흑자의 섬>을 어필한다. 만약 모든 매출이 <좋다>고 평가된다면, 모든 비용은 당연히 <나쁜 것>이 된다. 여기서 <평균의 함정>이 등장하는데, <종합해보니 수익이 있다>고 대부분의 영업 실적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는군(p.34). 그럼 실적을 내지 못하는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을 깎아 먹고 있어도, 전체적으로 수익이 생겼으니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는 거다. 참으로 간단명료하고도 옳은 지적이다.

특히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원, 모래성, 산, 스파게티의 이미지를 활용하고(p.240), 프로세스 개혁으로서 수익 맵핑, 수익 레버, 수익성 관리 프로그램의 3가지 성공 도구를 언급하는 부분(p.117)은 전문적 지식이 전혀 없는 나에게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결산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맛보자 이것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고객사들과 거래를 끊는 회사의 예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욱 수익을 내기 위해 고객과의 거래를 끊는다는 건 얼핏(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ㅡ 물론 그 이유는 책에 제시된다.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윤 창출이 아니던가. 그런데 저자는 그것에서 의미 없이 이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정확히 내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몽상가가 아니라 경영자로의 견인을 피력하고 있는 거다.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족집게 강의라고 결론지으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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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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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최인훈의 「광장」이나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물론 세상은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에게 술이 아니라 <나쁜 일>을 권하긴 하지만. 무척이나 단속적이며 다채로운(이미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서술과 치밀한 연출력으로 의식의 대공황이 말 그대로 <공황적으로> 표현되었다고 할까 ㅡ 꼭 치아교정기를 낀 아이가 두서 없이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주인공은 <반듯한 모자>를 써도(1권 p.103) 머릿속은 늘 흔들리며 부유한다. 

 

도살장의 동물 숫자 : 돼지 11,543마리. 소 2,016마리. 송아지 920마리. 양 14,450마리.
한 방, 휙, 그들은 뻗는다. 돼지, 소, 송아지들이 도살당한다. 거기 열중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어디 있는가?
우리는?
ㅡ 1권 본문 p.375
 

 

그래서 자연스럽게 <광장>이라는 ㅡ 그리고 베를린이라는 ㅡ 공간이 갖는 상징성은 독자에게 무척이나 무게감을 주며, 동쪽으로 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서쪽, 남쪽,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의 그것과 전혀 구별되지 않게(1권 p.276) 한다. 사실 독자로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꽤 읽기 힘든 작품이다. 친절하다고는 할 수 없는 서술은 의식을 방해하기도 하고(과감한 생략과, 과도한 시시콜콜함), 순간 어리둥절하게 하는 다양한 기법들은 독자로 하여금 활자의 술에 취하게 한다. 여기에 시대와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사유의 흐름, 의식의 이동이 무차별로 쏟아진다. 그러나 이렇게 프란츠의 머릿속에 들어가도록 하는 게 매력이 아닌가. 바로 <낯설게 하기>처럼 세상의 절대적 오염과 인간의 선악善惡이 교차되거나 융합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혼란스런 물질 덩어리를 프란츠(인간)에 동화시킨다. 프란츠의 정신과 사유는 ㅡ 때로는 숭고하게도 느껴지는 ㅡ 프란츠의 것만이 아니다. 감옥에서 나와, 정신병원에 갈 때까지 고문당하는 프란츠에게 베를린(세상)은 악마 그 자체다. 그가 있는 곳은 대체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의 안쪽인가 바깥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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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견문록 - 외교관 임홍재, 베트남의 천 가지 멋을 발견하다
임홍재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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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잉. 대나무로 만든 어깨지게인데, 이게 <돈가잉>인지 뭔지는 몰랐다. 한국과 베트남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게 올해로 18년이나 된 것도 몰랐고, 꽝닌 성의 하롱베이가 세계 7대 자연 기적 중 하나인 것도 몰랐다. 하다 못해 한국과 베트남은 한자 발음이 비슷해서 잘만 들으면 한자 어휘는 상당 부분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한때 스와힐리어와 베트남어를 취미 삼아 공부해 보겠다고 결심한 뒤, 스와힐리어는 변변한 교재가 없어 포기했고 베트남어는 게을러서 하지 못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머릿속의 베트남은 꽤나 매력적인 나라라는 것. 하롱베이, 하이퐁이란 지명만 들어도 저 위 사진의 바나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니면 영화 《시클로cyclo》에서 들을 수 있었던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크립creep」이 떠오르거나. 그러나 이 『베트남 견문록』은 <베트남 여행기>가 아니라 저자가 주 베트남 대사 시절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집필된 책이므로, <베트남 여행 가이드>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ㅡ 내 경우가 그러했으므로. 

『베트남 견문록』에는 베트남의 문화, 역사, 이념, 전쟁, 우리와의 외교 등 굉장히 포괄적인 내용이 들어있지만, 역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문화와 전통이란 측면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베트남어로 뗏tet은 우리의 절節을 뜻하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음력설 뗏은 베트남 최대의 명절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은 음력설에 온 가족이 모여 한 지붕 밑에서 먹고 보내기 때문에 우리처럼 설을 <쇤다>라고 하지 않고 뗏을 <먹는다>고 한다는 것, 베트남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열 개가 넘는 이름을 가진다는 것 등이 그것들이다. 

책 내용을 가지런히 설명하는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거다. 이미 말한 것처럼 나에게는 베트남이 꽤 매력적인 나라라는 막연한 느낌만 있었는데, 이제 다시 말하자면 베트남은 참 멋지고, 흥미로우며, 동시에 다양한 멋스러움을 지닌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ㅡ <잘 못 사는 나라>라는 식의 말은 집어치우고.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글을 읽고 그것을 접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뛰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이것이 그런 나라의 <사람들>과 <문화>라는 주제로 묶어진다면 더욱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의 적응력과 유연성을 전하는 <조롱박에서 살 때는 둥글게 되고 튜브 속에서 살 때는 길게 되라>는 그곳 속담은, 과연 그들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민족이며 우리와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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