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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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최인훈의 「광장」이나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물론 세상은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에게 술이 아니라 <나쁜 일>을 권하긴 하지만. 무척이나 단속적이며 다채로운(이미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서술과 치밀한 연출력으로 의식의 대공황이 말 그대로 <공황적으로> 표현되었다고 할까 ㅡ 꼭 치아교정기를 낀 아이가 두서 없이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주인공은 <반듯한 모자>를 써도(1권 p.103) 머릿속은 늘 흔들리며 부유한다. 

 

도살장의 동물 숫자 : 돼지 11,543마리. 소 2,016마리. 송아지 920마리. 양 14,450마리.
한 방, 휙, 그들은 뻗는다. 돼지, 소, 송아지들이 도살당한다. 거기 열중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어디 있는가?
우리는?
ㅡ 1권 본문 p.375
 

 

그래서 자연스럽게 <광장>이라는 ㅡ 그리고 베를린이라는 ㅡ 공간이 갖는 상징성은 독자에게 무척이나 무게감을 주며, 동쪽으로 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서쪽, 남쪽,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의 그것과 전혀 구별되지 않게(1권 p.276) 한다. 사실 독자로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꽤 읽기 힘든 작품이다. 친절하다고는 할 수 없는 서술은 의식을 방해하기도 하고(과감한 생략과, 과도한 시시콜콜함), 순간 어리둥절하게 하는 다양한 기법들은 독자로 하여금 활자의 술에 취하게 한다. 여기에 시대와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사유의 흐름, 의식의 이동이 무차별로 쏟아진다. 그러나 이렇게 프란츠의 머릿속에 들어가도록 하는 게 매력이 아닌가. 바로 <낯설게 하기>처럼 세상의 절대적 오염과 인간의 선악善惡이 교차되거나 융합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혼란스런 물질 덩어리를 프란츠(인간)에 동화시킨다. 프란츠의 정신과 사유는 ㅡ 때로는 숭고하게도 느껴지는 ㅡ 프란츠의 것만이 아니다. 감옥에서 나와, 정신병원에 갈 때까지 고문당하는 프란츠에게 베를린(세상)은 악마 그 자체다. 그가 있는 곳은 대체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의 안쪽인가 바깥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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