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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동아시아 속 우리 건축 이야기
김동욱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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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전문적 지식 없이도 쉬 읽을 수 있도록 쓰인 글이라는 걸 알 수가 있다. 특히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난방법을 읽을 땐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했다(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일본에서 살 적 멍청하게도 오른손을 다쳐 꿰맨 적이 있었는데, 소독과 붕대 교체를 위해 병원엘 가는 길이었다. 택시로 이동했던 첫날과 달리 지리를 몰라 헤매다가 점잖아 뵈는 노신사에게 대뜸 길을 물었고, 그는 흔쾌히 가는 길이라며 나와 함께 자박자박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자 밑도 끝도 없이 온돌 얘기를 꺼냈다. 초로의 신사는 일전에 다녀 온 한국 여행길을 떠올리면서 참 부럽다는 말을 내처 이었고 모퉁이 몇 개를 돌아 우리는 병원 앞에서 헤어졌다(일본에는 고타쓰라는 재미있는 물건이 있질 않느냐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저 옛날 일어난 반란에 대비를 하지 못한 한반도 이주 세력의 패배와 습기 많은 기후를 떠올려보건대 일본에 구들이란 딱히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불을 넣지 않는 여름철 구들 내부에 습기가 차 벌레가 끓거나 벽이 쉽게 무너지는 결함이 있단다. 여름이면 자연스레 습기가 많아지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잠시나마 겪었던 일본 날씨란 단순한 습기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끈적끈적하고, 저녁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 아니면 샤워는 꿈도 못 꾸었다. 귀가해 씻는다 해도 그때부터 침대로 기어들어갈 때까지 다시 땀범벅으로 몸이 젖어버리기 때문. 재미있는 것은 온돌에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땔감의 공급이 당시 서민 계층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졌느냐 하는 거다. 온돌이 상류층에서 서민 계층까지 두루 보편적으로 이용되었다는 점은 한국 건축이 갖는 문화적 특질의 중요한 요소인데, 보통 상류 계층과 하류 계층은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까닭이다(p.233). (책에선 연료의 공급에 관한 수수께끼는 완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상류층과 서민의 살림집 규모나 격차는 차치하고라도 기본적 실내 바닥 구조에서 공통된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상류와 하류 계층의 문화적 동질성이 계층 간 이질성을 지닌 타 문화권의 건축과 구분 지을 수 있는 특질이라는 것이다. 또한 온돌이란 장치가 난방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수단임은 분명하나 연료 소모에 있어 산림 고갈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듯 한 나라 안에서도 건축의 구조가 다 다른데 산 넘고 물을 건너면 또 얼마나 다른 양상을 보일까. 지붕에 사용하는 구조물만 보더라도 반원형에서 원형으로 정착되어간 기와, 용마루 양 끝을 장식하는 장식물 치미(鴟尾, 바다에 살며 비를 다스리는 '치'라는 동물의 꼬리를 형상화했단다), 널빤지 위에 흙 대신 회를 얇게 깐 뒤 빈약하게 보이는 외관을 위해 화려한 채색 기와를 덮는 지붕 변화(중국), 또 잦은 비로 지붕의 기울기를 상대적으로 높이거나 암키와와 수키와를 하나로 만들어 무게를 줄인 간이식 기와의 등장(일본)까지, 한중일 삼국의 건축은 그야말로 서로의 기술과 양식의 소통과 함께 저마다의 특질을 살려 같고 또 다르게 걸어왔음에 다름 아니다(간간이 나타나는 쇄국정책으로 각국 문화의 단절이 초래된 점을 떠올려보라). 산이 많거나 적고, 기온이 높거나 낮고, 지질학적으로 안정되거나 불안정한 측면 등이 아니더라도 한데 모인 세 나라의 건축 차이는 (때로는) 미시적이고 소소한 방식의 놀라움을 가져온다. 이제는 주변 환경과 다른 사물들과의 조화까지 고려해 올라가는 건축물의 양태로 보건대 몇십 년 뒤, 몇백 년 뒤의 한중일 건축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지니게 될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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