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피스 공화국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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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또 한국소설을 다 읽었다. 엊그제께 배명훈 작가의 <타워>를 읽었는데 바로 다음날 또 한국소설을 읽은 것을 보니, 요즘 한국소설이 많이 한국소설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어제 본 <타워>도 그렇고, 이번에 본 <우주피스 공화국>도 그렇고, 절대 한국적이지 않다. 그냥 요즘 세태를 반영했다고나 할까. 그 이야기는 이제 어느 곳을 가나 사람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겠지... 이게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이 소설은 참으로 묘하다. 한('훈'으로도 발음됨)에서 온 한 남자가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참으로 몽환적이라고 해야 할지, 우울하다고 해야 할지, 한 마디로 말하기가 헷갈리는 소설이다. 그저 이 이야기 속에 들어가고 있으면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안개만이 자욱하게 느껴질 뿐이다. 마치 진실을 가리는 그 무언가처럼.
 
할이 우주피스 공화국으로 가기 위해 잠시 리투아니아에 들렀다. 그 곳에서 아주 가깝다던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는데 처음부터 막혀버렸다. 대학교수이지만 부업으로 택시운전을 한다는 요나스의 택시에 몸을 싣고 엽서에 쓰인 주소로 가보지만 몇 시간이 걸려도 찾지 못하고 정작 도착한 곳은 호텔 우주피스 공화국이었다. 화를 내려다가 체념한 할은 그곳에서 묵기로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는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은 듯이, 박장대소하는 모습은 그를 바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실은 우주피스 공화국은 예전에 없어졌고, 그저 그것을 농담삼아 강 건너 편(리투아니아어로 '우주피스')에 우주피스 공화국이란 나라를 가상으로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할에겐 그저 농담일 수 없었다. 자신이 바로 우주피스 공화국에서 태어났고 대사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고국을 떠나왔는데 이제 독립이 되었다는 소식을 받고 이렇게 찾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유해를 고국에 묻어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말이다.
 
여기서 가장 이상한 것은 할의 원래 직업이 무언지,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를 제외하고 다 어디에 있는지, 친구나 애인은 있는지 등의 소소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할에게는 오로지 우주피스 공화국만이 모든 것인 양 그렇게 막무가내로 찾기만 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돈도 우주피스 공화국에 가면 아무 쓸모가 없을 거라며 거지나 꽃 파는 소녀들에게 마구잡이로 퍼주고 말이다. 그렇다고 할이 무지하거나 독선적이거나 오만한 사람은 또 아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아버지의 유언을 이행하려는 효성도 지극하고, 자신의 조국에 대한 애국심도 간직하고 있으며, 약한 자를 도와주려는 갸륵한 마음씨까지 있다. 게다가 자신의 눈에는 손님의 지갑이나 털려고 못된 플레이를 하는 택시기사에게도 선심을 쓰며 후한 팁을 건네고, 할의 체류 연장을 하기 위해 통역해주는 빌마가 엉뚱하게 통역을 하더라도 화를 내거나 무안을 주지 않고 그 상황을 지켜보기까지 한다. 낯선 땅에서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리마스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그는 어찌보면 미련하게도 보이는데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나로선 전혀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에는 할이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지 못하도록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예의주시하며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무언가 은밀하고도 끔찍한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읽도록 그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할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었다. 참으로 어이없었다. 게다가 273페이지나 되는 분량 속에 같은 말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데자뷰 현상을 보는 듯 했다. 해설을 보니 그런 것을 의도한 듯도 싶은데, 내겐 너무 어려웠다고나 할까. 할이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기 위해 리투아니아로 온 것이 아무 소용이 없어져 버린 듯한 결말엔 우울함, 안개조차도 싫다고 도망가버릴 짙은 우울함 밖에는 남은 것이 없는 듯 하다. 현대 사회가 이렇게나 우울하단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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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책을 읽어라
박자숙 지음 / 창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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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럴 땐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책이 나왔다. 박자숙의 독서 에세이라~

그런데 아무리봐도 저자가 이런 많은 지식을 어디서 습득했을까, 하는 내 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것이 제일로 궁금한데... 하지만 내가 읽은 책도 더러 있고, 내가 소문만 들었지 읽어보지 못한 책도 더러 있고,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책도 더러 있어서 유용했던 시간이었다.

 

만약 이 땅의 모든 엄마가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이런 독서 편지를 살며시 쥐여준다면 방황하거나 다투는 일이 없지 않을까.

저자는 감정이 메말라 버린 아들에게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쥐여주고

아이가 밤새도록 훌쩍이며 인간애를 깨달아가는 현명한 엄마이기에 아마도 이런 편지를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나는 그녀가 여기 나온 총 41권의 책을 알고 있는 것보다도 이런 소개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무지 부러웠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일까. 어쩜 그렇게 쏙쏙 상황에 잘도 집어 넣을 수가 있는 건지...

이 책 중간 중간 드러나는 이야기를 조합해보면 진짜 예사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겐 없는 문학소녀의 삶을 살아왔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이 책으로 사고 싶은 책의 목록이 늘어났다. 이걸 어쩌나? 얼마 전에 질러버렸는데...

잠시 동안 참아야 할 것인데... 먼저 책을 소개해보자.

 

가장 강한 인상을 주었던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폴 오스터야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서 아는 사람은 다 알 테지만 사실 내게는 생소한 작가이다.

그의 책은 모조리 모으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형성되었다지만 안 맞는 사람은 또 안 맞는다는 소문을 들어,

아직 그의 작품을 접해보지는 못했는데 저자가

여기가 맨 밑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해주었다.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뿌듯한 기분으로 책을 내려놓게 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한 마디로 이렇게 정의한다. 

비참할 정도의 극빈과 온갖 수난을 당하는 등장인물들이

참으로 긍정적이고 그런 수난을 극복할 정도로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만약 그렇기만 하다면야 나도 이 책을 보면서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밑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 주눅이 들 것 같으면, "그게 뭐 어때서?" 하고 버틸 수 있는 그런 정신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어디에 있건 솟아날 구멍은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두 번째 인상깊었던 책은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누군가 이 책에 대해서 열렬히 찬양하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다면 마초적인 성격이 짙다는 혹자의 말에,

바로 그 관심을 접었던 책이다. 역시 슬며시 호기심이 들었다.

자신에게 걸림돌이 된다면 소중한 손가락이라 할지라도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호탕하고 유쾌한 자유인이자

교육을 받지 않은 늙은 노동자이지만 육체의 즐거움을 정신의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마법의 소유자로 불리는 그에게

어찌 관심이 안 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삶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 꼭 한 번씩 볼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참 강렬했다.

이 책에는 부끄러운 과거가 숨겨져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엄마가 한때 내게 추천해주셨지만 무시하고 보지 않았던 일이다.

이로써 '부모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을 증명해냈다. 그 떡 못먹었지만~

'사랑의 기술'이라고 하면 왠지 고루한 말이나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에리히 프롬이 확실한 사랑의 기술을 전수해준다.

제일 먼저 사람들이 사랑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태도에는 세 가지 오류 때문이라고 정의하면서,

나도 가끔 생각했던 부분을 아주 명확하게 끄집어 내어 정리해주었다. 그 세 가지 오류는 다음과 같다.

1) 사랑의 문제를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

2) 사랑하는 일은 쉬운 일이고 대상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것

3) 사랑에 빠지는 최초의 경험과 지속적인 사랑의 관계를 혼동한다는 것

역시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싶을 때 읽으면 딱이다.

 

마지막으로 장정일의 《장정일의 공부》가 인상적이었다.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논리를 짜맞추는 게 필요한데, 그 때 필요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에는 학교 공부에서 접하기 힘든 내용, 예컨대 민족주의의 폐해, 역사 다시 보기, 군사문화, 반공주의의 기원, 대중 독재 등을

다룬 책이 주제별로 요약되어 있다고 하니 배경지식을 쌓는데는 아주 끝내줄 것 같다.

이런 배경지식이 있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정립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을 일은 없지 않을까.

공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싶을 때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내가 소개한 네 권의 책 말고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이 내 리스트에 모셔져 있다.

진짜 보물찾기라도 한 기분이다. 대단한 보물을 잔뜩 손에 들고 집으로 가는 꼬마의 마음이 이러할지...

책을 읽고 싶은데 무얼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바로 이 책을 손에 들어보아라~ 금방 고민이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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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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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국소설을 읽었다. 한국소설이라고는 <무진기행>, <꺼삐딴 리> 같은 몇 십년 전의 소설말고는 모르는 터라, 그렇다고 그 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유쾌한 한국소설이 있다는 걸 믿어지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요즘에 나오는 한국소설에 내가 많이 무지한 것이 틀림없군. 아~ 이걸 따라잡으려면 부지런히 읽어야겠는데?

 

타워 '빈스토크'는 하나의 독립국이면서 국가가 아니다. 높이 2,408m의 674층으로 된 지상 최대의 건물인 '빈스토크'는 현존하는 법체계상 건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도, 영주권을 내줄 수도 없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상 공간이다. 그러나 '빈스토크'라는 가상의 겉껍질만 살짝 벗기고 들어가면 그 안에는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는 "대한민국" 바로 그곳이었다. 가상공간이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평운송노조/수직운송조합, 권력장, 개인 영화배우 P씨, 저소공포증 등을 놓고 마음대로 머무려놓은 이야기가 어쩜 그렇게 우리의 현실과 일치한지 정말 낄낄거리며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빈스토크' 사람들의 입을 통해 무대뽀 정신과 능청스런 말투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은근슬쩍 끼워놓고 우리의 모습을 피식거리며 조롱하는 작가는 정말 대단한 필력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이 작품은 '빈스토크'라는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여섯 편의 소설이 묶여있는 연작소설이다. 앞에 등장한 인물이 뒤에서도 연결되고 그래서 이야기가 사방팔방으로 엮여있는 그런 소설인데, 참으로 재미나다. 첫째 권인 [동원박사 세 사람_개를 포함한 경우]을 읽으면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하늘까지 솟은 콩줄기의 이름인 '빈스토크'의 규모가 대략 나온다. 높이 674층에 인구가 50만 명이나 되는 건물을 상상하기란 어렵지만, 상상해보면, '빈스토크'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인 복도는 아마도 10미터는 넘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같은 휴일엔 더욱 붐빌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는데, 마치 길거리에 인산인해를 이룬 지상의 풍경과도 다를 바 없었다. 완전히 그 상황이 쉽게 상상이 된다는 것도 너무나 우스꽝스러울 정도다.

 

권력장을 연구하는 미세권력연구소에서는 정교수의 명령대로 세 사람의 동원박사들이 연구를 하다가 끝내 사람들이 알면 큰 이슈가 될 만한 어떤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크리스마스 이브날, 병원으로 간다. 바로 정교수의 아내가 아이를 낳은 병원으로말이다. 오로지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 전까지는  '빈스토크'가 얼마나 큰 건물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27층에서 649층까지가 얼마만한 거리인지 가늠이 안 되었었는데 그 거리를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6번이나 갈아타야하고 정액권이 없어서 비싸게 돈을 내야 한다니~ 정말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이지 않나.

 

둘째 권은 정치권을 풍자했단 느낌이 바로 들 정도로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농성하고 있는 무리 중 어떤 사람이 떨어져 죽은 사건을 이야기할 때는 마치 용산의 참사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내가 다 뜨끔했다. 내가 뜨끔한 이유는 그들에 대해 내가 특별히 나쁘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아픔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저 멀리 강 건너 일을 구경이라도 하듯이 손 놓고 있었던 내 모습이 참으로 낯뜨거웠다. 작가 K의 입을 빌려 말한 내용도 참으로 나를 부끄럽게 했다.

 


 스물여덟 살에 쓴 글을 꺼내 보았다. 나는 불만에 찬 젊은이였다. (...) 열정을 가지고 부딪치고 도전하라는 말에, 열정을 바쳐 일한 만큼 돌려줄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두었냐고 반문했다. (...) 그런데 이제는 내가 바로 그 세대가 되었다. 그렇게 이십 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면 이제는 다른 누구를 비난할 처지가 아니었다. 내 잘못이었다. (...)                                                                 - p. 71-72


 

둘째 권 끝부분의 이야기를 보면 작가가 정확히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입바른 소리를 해서 먼지가 털린 작가 K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씁쓸하게 끝나지 않았던 만은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마지막 부분에서 희망을 느껴도 될 만큼 마음이 편해져서 좋았다. 그런데 그게 희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셋째 권인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는 정말 가슴 뭉클해지는 이야기이자 21세기의 현대인을 너무나 잘 표현한 작품이다. 마지막에 읽을 때는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는데, 작가의 한 마디가 나를 피식 웃게 만들어버렸다.

 


 신이 보낸 헬리콥터가 머리 위를 맴돌았다. 헷갈렸다. 장르가 이상했다. 궁금해서 도저히 열반에 들 수가 없었다.                          - p. 112


 

치명상을 입은데다 적군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저렇게 유머로 구사하니 도저히 진지하게 감정을 잡을 수가 없잖아~ 정말 유머 하난 끝내주는 작가이다. 감동도 적당히 버무려있고~ 진짜 이 부분만큼은 봐야 한다. 진짜~

 

박민규 소설가가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길, 100년 후에 한국 문단이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거라고까지 했다. 대단한 찬사가 아닌지.. 만약 박민규의 소설을 즐겨 읽었다면 바로 이 책도 주저없이 빼들기 바란다. 나는 이제 박민규의 소설을 빼들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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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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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가 나온다고 선덕여왕에 대한 소설이 줄줄이 나오는 와중에 이런 역사고증서가 나왔다. 처음엔 그저 표지도 이쁘고 제목도 맘에 들고 '선덕여왕'에 대한 이야기라길래 이때껏 역사 소설이 부담스러워 미루던 걸 멈추고 골랐는데 그만 소설이 아니였다. 어머나!! 겨우 용기를 낸 소설이었는데~~~ 허나 태생이 소설 속에 감정 이입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인간인지라 오히려 내겐 딱인 책이었다. 1,400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문헌 등을 참고하여 밝히는 일이 어찌 쉽겠냐마는 이 책을 찬찬히 살펴보니 선덕여왕에 대해서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점들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넘어갈 수 있었다. 특히나 초등학교 때 <김유신>의 위인전을 읽고 막연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어릴 적 환상이 여지없이 깨지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위인들의 거의 대부분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뗄래야 떨어질 수 없는 장군이나 정치가가 대부분인 것 같다. 외국의 위인들은 과학자에, 교육가에, 음악가 등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등장한 것 같은데 말이다.

 

신라 27대 왕으로 부임했던 선덕여왕(덕만공주)은 어릴 적부터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자연스레 보면서 성장해왔다. 그것은 작은할아버지이셨던 25대 진지왕이 폐위되고, 아버지 26대 진평왕이 13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기 때문이었는데 24대 진흥왕의 부인인 사도태후와 진지왕을 폐위시키고 진평왕을 왕위에 오르게 하는 데 큰 몫을 한 미실궁주가 그 중심역할을 담당했다. 덕만공주에 대한 기록 중에는 <삼국사기>에 너그럽고 인자했으며 두뇌가 명석했고 행동은 민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화랑세기>에는 용과 봉황의 자태와 위용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랬던 덕만공주가 여성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녀가 왕으로서 가져야할 능력과 미덕을 차차 키워가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덕만공주의 자매들에 대한 기록이 확실치가 않다. <삼국사기>에는 덕만공주가 장녀라고 되어 있으나 <화랑세기>에는 천명공주가 언니고 덕만공주는 차녀로 나온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선화공주는 보통 셋째로 알고 있는데 기록이 전혀 없어 실존 인물일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그 당시에 백제와 신라는 수차례 전쟁을 벌였기에 국적을 초월한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선화공주가 지었다고 알려진 미륵사지 석탑에는 선화공주의 유물이 아닌 백제 사택적덕의 따님인 왕후의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했던 내 상상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다. 쩝~ 또한 신비스러운 것은 덕만공주의 출생시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진평왕의 생몰연대와 덕만공주의 언니인 천명공주가 낳은 아들 김춘추의 나이로 대략 계산을 해보면 선덕여왕은 대략 45세 전후의 나이가 되었을 때 왕위에 올랐단다. 얼마나 힘들게 올랐으면 자기 아버지가 13살에 올랐던 왕위를 중년의 나이에 오르게 된 것인지~~!!

 

여기서 신라 최고의 팜므파탈이라 할 수 있는 미실에 대해서 설명이 빠지면 섭할 것이다. 미실에 대한 소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가 이 책을 읽고는 정말 충격에 빠졌다. 그 당시 신라에서는 여성이 남녀관계의 음사를 잘하는 것이 흉이 아니라 자랑거리였다니~~!! <화랑세기>에 있는 기록을 보면 용모가 절묘하여 풍만하고 명랑하였으며 아름다워서 백화의 영검함이 뭉쳐져 있는 미실은 총 일곱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 그 중 왕만 해도 세 명이나 되어 24대 진흥왕, 25대 진지왕, 26대 진평왕과 모두 관계를 맺었고, 남편인 세종(지소태후의 아들, 6세 풍월주), 사다함(5대 풍월주), 설화랑(7대 풍월주), 동륜태자(진흥왕의 큰아들)와도 관계를 맺었단다. 특히나 신기한 건 이 당시에는 근친혼, 형사취수제, 자매혼 등과 같은 왕실의 혼인 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신라가 이웃인 백제와 고구려보다 문화적 진화가 늦어서 그렇다는데, 신라에서는 친인척간의 혼인으로 모계를 계승하는 대원신통(미실 쪽)이나 진골정통(덕만공주)을 이어가려고 했단다. 그래서 미실이 그렇게나 많은 남자와 성관계를 맺어도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능력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미실이 살아있었다면 덕만공주는 여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같은 계통이 아니니~ 미실이 70세 전후 쯤에 세상을 떠나고 진골정통인 만호태후의 보호를 받는 마야부인과 진평왕의 시대가 되어서야 그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마야부인은 덕만공주의 언니인 천명공주에게 후사를 받아 왕위를 계승하려고 마음을 먹고 진지왕의 아들 중 용수와 결혼을 시켰다.(이게 바로 근친혼이지~) 그러나 천명공주는 용수의 동생인 용춘을 마음에 두고 있어서 다시 한번 용춘과도 동침을 했다고~~ '정숙' 뭐, 이딴 것에는 관심이 없었던 신라 왕실의 사람들은 후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마야부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완전히 판도가 뒤바꿔버렸다. 진평왕은 자신을 닮은 덕만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줄 마음으로 천명공주의 후사가 왕위를 잇지 못하도록, 또는 덕만공주가 왕위에 올랐을 때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궁궐 밖으로 내보내고 덕만공주와 용춘을 결혼시키고 왕위를 잇게 했다. 사실은 용춘이 미실과 같은 계통인 대원신통이었기에 그가 풍월주가 되거나 풍월주가 되기 전 과정인 부제를 발탁할 때 능력은 차고 넘쳤음에도 용춘이 뽑히지 못한 것은 진골정통 계통인 만호태후가 덕만공주 등의 진평왕의 자식들에게 걸림돌이 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용춘은 덕만이 왕이 될 것을 알고 자신의 왕위계승권을 포기하고 덕만의 사신이 되어 그녀를 후원했다. 처음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덕만과 용춘이었기에 서로 든든한 아군이 되었던 것이다.

 

선덕여왕은 그렇게 신라 최초의 여왕이 되었다. 혹자는 그녀의 정치력이 약해서 재위동안 사찰밖에 지은 일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과연 선덕은 그것만 했을까. 불교가 한 나라의 근간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백성들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왕이 그저 사찰을 지었다고 해서 그게 백성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완전 도루묵이 아닐까. 그런데 그녀는 백성들이 사는 마을에 큰 사찰을 지어서 그 주변으로 시장이 열리게 해 경제를 활성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신적 구심점까지 만들어둔 것이다. 민간신앙에 머물렀던 백성들의 의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업적이 아닐까. 또한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구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 어찌 성군이 아닐까. 선덕여왕이 유폐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부인사에서 아직까지도 '선덕여왕 숭모제'가 열리는 것을 보면 혹자들의 평처럼 선덕은 정치를 못한 왕은 아님에 분명할 것이다. 상대등 비담의 선덕여왕에 대한 반역도, 호국공신으로만 보였던 김유신의 활약도 숨겨진 베일처럼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것은 아닌지는 확실히 알지는 못해도 선덕여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성군이었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근친혼이 당연시될 정도로 미개했던 그 당시에 백성을 위한 구휼이 있었다는 것만 봐도 그녀는 정말 시대를 뛰어넘는 성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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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 - 일본 최고의 빈티지카페 성공기!
Mana, Takemura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라는 책을 보게 된 건 일본의 작은 카페가 많이 유명하다는 여러 책들이 줄줄이 나오는 탓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책들을 다 보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계속 '일본의 카페 이야기'가 이슈화되다 보니까 이게 뭔가 하고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다. 다만 나란 인간이 특별히 카페에 열광하지 않고, 오리지널 커피도 까다롭게 찾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카페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많진 않았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먹을 거라면 차라리 푸짐한 김치찌개를 사먹겠다는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게다가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카페는 어딘가 돈이 많은 사람만이 할 것 같은 느낌만 들 뿐, 친근하다거나 앙증맞다거나 소박한 느낌의 카페같은 분위기를 상상하지 못했던 탓도 크다. 그런데 이 책에서 훔쳐본 작은 카페는 분위기가 다들 제각각이고, 소박한 느낌에, 엔티크적이고, 옛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카페가 아주 많았다.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분위기의 카페보다는 뭐 하나라도 차별성이 있는 곳에 가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적극 반영한 것이자 오너들의 카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추구하는 성향이 다들 제각각이란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런 카페들이 어떤 식으로 구상되었고, 언제 무엇을 어떻게 일처리를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까지 해준 이 책은 나중에 자신만의 카페를 열어보고자 소망하는 사람들에겐 더할나위없이 유용할 듯 싶다. 그러나 좀 아쉬운 것은 가격이 다 엔화로 표기되어서 카페를 차리는데 드는 비용이나 음료수 하나, 메뉴 하나에 얼마의 가격을 매겼는지 확 들어오진 않았던 것이었다. 그것만 한화로 바꾸어줬다면 훨씬 눈에 쉽게 들어왔을 텐데~~ 물론 일본에는 물가가 우리보다 초월적으로 비싸니 900엔하는 오늘의 식사가 우리 돈으로 거의 18,000원 가량이 된다는 사실을 바로 알면 더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참고로 우리나라 시급은 4,000원이고 일본의 시급은 15,000원임 / 100엔은 거의 2,000원임) 그래도 이 엔화 계산법을 몰랐을 땐 카페 하나를 차리는데 정말 얼마가 들었는지 몰라서 아주 궁금했었다. 이제는 그런 의문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보기 불편한 것은 딱 질색이다.

 

이 책에는 총 12가지의 카페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다. 여자 혼자 들어갈 수 있을만한 분위기가 있는 카페(요코오), 서로 다른 중고가구들이 안락한 분위기를 주는 카페(il cafe), 독특하게 다양한 만주로 사랑받는 카페(mugimaru2), 전문 요리 실력을 겸비한 오너의 다락방이 있는 아주 독특한 단독 건물 카페(HATTIFFNATT), 타이, 베트남 요리를 기본으로 하는 아시아 채소요리 전문점(biji), 북유럽 여자아이가 꿈꾸거나 그리는 인도의 요소를 도입한, 심플하고 차분한 카페(calcutta cafe),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와 빵을 전문으로 하는 바 같은 카페(파라 에코다) 등등 정말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란 아이디어는 모조리 나온 듯 싶다. 정말 가깝다면 한 번쯤 꼭 방문해보고 싶은, 그러다가 맘에 들면 오랫동안 뒹굴거리고 싶을 만큼 솔깃한 카페가 많았다.

 

또한 커피와 홍차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고, 카페를 홍보하기 위해 간판이나 홈페이지, 블로그를 활용하는 방법까지도 설명해주고 있어서 얇은 책치고는 꽤 알뜰하게 정리해져있다.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카페를 차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가 제공된다. 한국식으로 어떤 방법대로 카페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어떻게 매입지를 찾을지,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까지도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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