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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1 - 인생의 거칠기가 사포의 그것과 같다 ㅣ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 그림 / 씨네21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웹툰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 때가 어느 덧 십년이 넘어간다. 강풀의 만화가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는 이미 웹툰이 자리를 잡아갔던 때이니 꽤 세월이 흐른 셈이다. 그런데 웹툰을 볼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밤 새워 만화를 읽었던 세대를 사는 사람들에겐 그 때의 추억을 잊지 못해 웹상에서라도 만화를 즐겨 보고 싶어서 만든 것이 웹툰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나와 같은 학창 시절을 보냈거나 조금 일찍 겪었던 이들이 웹툰 만화가의 주역이 된 지금에서는 그들이 만화를 보고 자란 시절의 세대들이었기에 자기가 겪었던 이야기들이나 해주고픈 말들,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만화의 형식을 빌려 전달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만약 그 당시에 만화에 열 올리며 빠지지 않았던들 만화의 형식을 사용할 수나 있었겠나. 물론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인터넷 환경이 발달되었다는 기술의 뒷받침이 빠져선 안 되겠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저 만화이기만 했을 테니까.
지금은 까마득하게 잊혀진지 오래지만 과거 어느 순간 웹에서 제공되는 동영상이나 만화가 있었다. 다들 기억을 할 것이다. 마시마로란 귀여운 캐릭터와 졸라맨이란 엉뚱한 캐릭터를. 이것은 만화 형식은 아니지만, 한 개인의 작품을 웹에서도 올려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는 상품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 당시 너무 귀여웠던 마시마로는 온갖 상품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인형은 물론이거니와 빵이나 과자에 들어가는 스티커나 카드부터 문구류의 캐릭터, 카시트에까지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었다. 주방용품이나 욕실용품에서도 마시마로 캐릭터를 볼 수 있었으니까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좀 더 스토리를 보강하고 분량을 꾸준히 생산해낼 수 있었더라면 [헬로 키티]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대통령으로 군림하게 된 [뽀로로]만큼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외국에까지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캐릭터라 아쉽다. 또한 지금처럼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식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게 된 방식을 사용하기 전에 자신의 만화를 홈페이지에 올려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올려서 여러 사람들과 공유했던 적도 있다. [마린 블루스]라는 캐릭터를 아는 사람은 알 텐데 그 캐릭터도 인기를 끌어서 다양한 팬시용품에 응용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그 홈페이지를 일부러 찾아가서 봐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영양가가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신선함으로 상당히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처럼 요일별로 연재되고 각양각색의 즐거움을 줄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지만 그 당시에는 당시만의 운치가 있었다.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것은 김밥을 싸는 상황에서 김과 밥이 어떤 재료가 올지 기대하면서 기다리는데 단무지 하나밖에 들어오지 않고 싸는 상황이 되어 황당해하는 상황이 아주 멋졌다. 김밥 싸는 도마의 색감부터가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것이라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 이전까지는 흑백의 아름다운 그림체로만 만화를 골라봤다면 이제는 개성 넘치는 그림체에 형형색색의 만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행복해할 상황이 이제는 펼쳐진 것이다.
지금 보게 된 웹툰은 다양한 곳에서 먼저 만난 캐릭터라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웹상에서 봤던 것은 시즌 1이라 이번 것이랑 에피소드가 다르지만 같은 캐릭터에 비슷한 소재를 사용해서 그다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왠지 시즌 1일 때보다는 풋풋함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처음에 들었던 ‘낢’이란 이름이나 그 캐릭터에 느꼈던 참신하면서도 익숙한 느낌보다는 솔직히 시즌 2에서는 익숙해서, 너무나 익숙해서 뻔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 낢을 보고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공감해왔던 사람들이 있다면 무척 거슬릴 만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다른 웹툰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절대 굽히고 싶지 않다. 조금은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의 평가를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솔직히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낢이란 아주 새로운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는 뭔가 있을 것 같았는데 아마도 연재할 소재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낢’이란 캐릭터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에 진출한 것도 상당히 멋지게 봤는데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은 다 직장인으로 생활하지 않는가. 그런데 한 곳에 매어 일을 하는 직장인이 아니였던 작가가 작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직장인처럼 한 곳에 매이게 되니,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직장인의 애환과 감사를 버무려놓은 내용은 사실 이젠 식상한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어쩌면 이 내용이 식상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이런 식상한 내용으로 살지 싶지 않아서 이런 내용을 못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좋은 이야기도 한, 두 번인데 안 좋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으니 이젠 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아마도 그래서 내가 힘들었을 때는 내 마음을 꼭 짚어주는 이 웹툰이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행한 일이고. 이젠 웹툰은 졸업할 때가 되었구나.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