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행복해 - 같이 있어서 더 행복한 벗들의 이야기 행복해, 고마워
제니퍼 홀랜드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라이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이것은 동물들의 우정이라고 볼 수도, 그저 한 순간의 헤프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을 볼 때는 신기한 동물들의 헤프닝이라고 여기면서 봐야지, 정말 뭔가, 혹은 우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여기면서 기대하며 본다면 안 된다. 그 우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우정과는 다른 모양새를 지니고 있기에 이야기의 끝부문에선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당연한 게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아무리 다른 때와는 다른 모양으로 우정을 만들어내더라도 끝까지 같이 붙어있기에는 위험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에 그것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아무래도 낫지 않겠는가.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우정을 나눈 동물끼리 잡아먹고 먹히는 불상사가 나기 전에 성장하거나 발정기가 되면 서로 떨어뜨려놓는 사려깊은 인간의 중재가 있었다. 어쩌면 이런 우정을 나누는 상황 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한 경로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런 인간의 중재가 없어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동물원에서 새끼 호랑이와 새끼 오랑우탄를 함께 넣어두었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평생에 가도 같이 있기 기회가 있었을까. 절대 없다. 농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랑 같이 어울리다 보니, 동물을 물고 잡는 것을 즐기는 핏불테리어란 개가 샴고양이와 매년 태어나는 병아리를 사랑스럽게 다루고 보살피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다친 동물을 잠시 맡아두는 보호소에서, 농장에서 겨우 살아남은 가축이 집 안에서 만나는 동물이란 평소에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에는 개나 고양이가 다른 동물과 우정을 나누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무래도 이런 희귀한 경우가 발견되는 대상이 사람이고, 그 사람 곁에는 개나 고양이가 가장 많이 포진해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많을수 밖에 느껴지긴 한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신기한 경우는 항상 있다. 인간에게 포악한 동물이 먼저 와서 인사를 하거나 아양을 떨고, 심지어는 먹이를 구해서 갖다주기까지하는 모습을 보면 새삼 신기하다. 많은 사례 중에는 인간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런 경우가 희한하게 느껴지는데 한 사진기사가 만난 레오퍼드 바다표범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몸길이가 3미터, 몸무게가 45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레오퍼드 바다표범은 가만히 있다가도 사람을 공격하고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위협적인 동물이다. 그런 동물이 폴이란 사진기사에게 다가와 여유롭게 헤엄도 치고 펭귄을 잡아다가 먹이로 주기까지 했던 사건은 정말 신기함을 뛰어넘어 경이롭기까지 한 일이었다. 인간은 자신에게 생소한 환경과 동물에 대해서 더욱 외경함을 갖게 되는데 아마도 레오퍼드 바다표범의 경우도 그런 게 아닌가 한다. 또 바닷속이니 얼마나 생소한 환경인가. 다시는 볼 수 없는 동물이고 포악한 동물이니 그 감격이 평생 가지 않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진 않지만 수줍음이 많아 절대로 인간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바다 생물이 있다. 이는 쥐가오리로, 장성하면 몸길이 6미터에 몸무게 1,300킬로그램이 넘는 어마어마한 동물이다. 그런데 이 조심성이 많은 바다 생물이 인간이 신기한지 잠수부에게 다가와 어리광을 부리며 헤엄을 쳤던 것이다. 아직 새끼인지라 인간이 어떤지 전혀 정보가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원래 잠수부를 봐도 지나치거나 조용히 바닥에 엎드려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종이었던 것이, 그의 경험을 특별하게 했다. 하지만 레오퍼드 바다표범이나 쥐가오리나 다시는 만날 수 없고 그 우정을 계속 쌓아갈 수 없는 것이 좀 허무하다. 그렇게 찰나에 끝나버릴 우정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한 동물들에게도 언어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 동물이 죽었을 때 그것을 모른 채 기다리기만 하는 다른 동물이 있었는데 그것도 너무 안타까웠다. 우정이 있다손치더라도 상대방이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기에 동물들의 우정은 정말 찰나적인 순간들이 아닌가. 하지만 고양이를 예뻐하는 고릴라나, 고양이가 다치지 않게 발톱을 오무리는 앵무새나, 화려한 색감이 아름다운 코이 잉어랑 뽀뽀하는 골든 리트리버는 정말 신비한 존재임은 무시할 수 없겠다. 특히 먹이가 될 수 있는 존재와 우정을 나누는 포식자들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진짜 동물들에게도 우정이 있다고. 병아리를 먹는 물총새를 엄마처럼 여기고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를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책 전체가 컬러로 동물 사진이 아름답게 찍혀서 삽입되어 있으니 사진 보는 기분으로 읽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동물들 간의 우정은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읽고 있으면 그런 특별하게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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