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깔고 앉은 행복 - 인간다운 행복을 외면하는 경제적 사고에 제동을 건다
요하네스 발라허 지음, 박정미 옮김, 홍성헌 감수 / 대림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경제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 에코노미쿠스 모델에서는 경제학적 측면에서 많은 것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간과해버린다. 특히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믿음은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인간이 어떤 과정에 의해 경제 활동을 하는지를 파악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 방식은 경제학을 수치로 이해하고 그 다음의 예상 반응을 산출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곳에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은 그리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고, 경제 활동에 한해서만 봐도 충동구매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파악해내고 있는 연구 분야가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행복이라고 하는, 이제껏 수치로 환산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비경제학적인 요소를 가지고 경제학을 살펴봐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이제껏 호모 에코노미쿠스적인 모델에서 파악해왔던 현대의 경제학을 행복 연구라는 입장으로 다시 평가해 봐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사실 인간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모든 선택에 있어서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볼 수도 없고, 만약 다 생각해본다고 하더라도 기회비용 때문에 오히려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느라고 선택했을 때의 만족감이 더욱 떨어진다면, 대략적인 경우의 수만 생각해서 그 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충동적으로 선택해서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그래서 인간은 되도록 합리적으로 선택하긴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할 수 없으니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기에 호모 에코노미쿠스적인 경제학 모델에서도 그런 비합리적이지만 결과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성향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추구해왔던 경제학 모델로는 돈으로 환산되는 것만을 이익으로 산출되었다. 여가 생활을 보내거나 부모님을 간병하기 위해 직업을 그만 두었다면 사회학적으로는 이익이나 경제학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본 것으로만 여겨졌다. 그래서 돈을 받지 않고 하는 모든 노동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것이 이제껏 받아들여졌던 경제학 모델이다. 그러나 흔히 잘못 생각하는 오류 중 하나로,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물론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를 세워갈 수 있지만 많은 선진국에서 본 것과 같이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하기만 한 것을 아님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10년 4월에 미국에 치명적인 환경 오염을 일으켰던 석유 시추 플랫폼 딥워터 호라이즌의 폭발 사고를 들어보면 사고에 책임이 있는 석유 회사 BP는 경제적으로 거의 타격을 입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시추공을 메우고 유출된 기름을 방제하는 작업, 그리고 기타 직접적인 피해를 복구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인해 GDP을 올려주는 효과를 보여준다. 그러니 환경오염에 대한 피해액을 수치로 산출하지 않고 그것을 복구하는 비용만 산출되니, 실제로 봤을 때는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수치로는 이득인 것으로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니 행복지수를 연구할 때는 경제적인 수치로 산출되지 않는 것도 무시하지 못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행복지수를 산출할 때 단지 GDP가 아니라 어떤 부가가치가 생길 때마다 벌어지는 이득과 손해를,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 축구공이 하나 만들어져 팔릴 때 가격과 이윤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작업장의 환경과 노동 임금, 농동 시간까지 고려해야 전체적인 행복지수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으로 보이는 나라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면서 만들어냈던 것을 그저 사기만 해서 내 만족을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전세계적으로 분업이 활발해진 요즘 시대에서는 이런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것이 강제 규정으로 확립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몇몇 의식 있는 기업에서나 시행하는 작은 이벤트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는 입장에서(당연히 행복은 기본적인 권리가 보호받아야만 얻을 수 있는 요소이므로)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경제 문제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큰 기준이 될 수 밖에 없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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