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 11세에 끝내라 - 영어교육 전문가 유수경 쌤의 성공 학습 전략
유수경 지음 / 아라크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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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어몰입교육이란 의사소통 중심의 문화, 사회, 과학 등의 컨텐츠를 기본으로 한 수업을 통해 생활회화를 넘어 수준 있는 진정한 영어 학습이 가능한 교육이다. 이 교육은 원래 철저한 이중언어교육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는데,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로 일반 교과목을 가르친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렇게 몰입교육을 실천해서 성공을 거둔 나라가 많이 있지만, 그 성공이 거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하고서 각기 자국의 교육환경과 제도에 최우선으로 맞춰 계획하고 실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몰입교육의 근본 목표는 언어는 물론 그 언어로 모든 교과목을 학습하게 하여 두 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언어 구사자를 양성하는 것일 게다. 사실은 나도 여기저기서 '몰입교육'이란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일단 영어 교육에 관심이 희박하다 보니까 정보가 좀 늦었다. 몰입교육이 학교에서 그 외국어로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사실은 몇 년전부터 들어오긴 했었는데, 아마도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나보다. 실제로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학교 선생님이 교체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서는데, 그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심각한 부담이 생기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나도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어서 영어가 너무 부담스러운데 모든 교과목(여기서 자국어는 빼고, 국사랑)을 영어로 배운다면 아이들이 미쳐버리지 않을까. 물론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녀서 영어가 그리 어렵지 않고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고, 영어가 너무 재미있어 죽겠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내가 영어를 접했을 때처럼 딱딱하고 어렵게만 접해서, 아니면 강압적으로만 접해서 영어라면 치를 떨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겐 영어몰입교육이란 어불성설이 아닐까. 오히려 영어몰입교육 덕분에 아이들에게 다른 교과목에 대한 흥미까지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된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이미 늦은 친구는 어쩔 수 없다. 그저 이제 막 영유아기가 된 아이들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어차피 영어를 몰라도 알아서 살 길을 찾을 수 있을테니 늦었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일단 내버려두고 아기들부터 처방해보는 거다. 이 책은 11세까지면 마무리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 나이에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몰입교육을 할 수 있도록 기본 바탕이 마련된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실제 아이들의 사례를 가지고 설명해주기 때문에 그리 어려움은 없을 줄로 보인다. 다만 아이를 가르치는데 우선적으로 친숙한 엄마가 갈 길을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엄마의 발음문제가 대두될 것 같다. 엄마가 하나씩 영어로 말을 걸 때 잘못된 발음을 듣게 된다면 아이들이 아무래도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까. 어쨌거나 언어는 기본적인 모국어가 습득되었을 때 시도해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에 7살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나온다. 일찍부터 언어 영역이 발달한 여자 아이들 같으면 더 빠른 시기에 시도해볼 수도 있지만, 한글조차도 늦게 떼는 남자아이들에게는 무리라는 것이다. 모국어를 6살 정도에 떼고 나면 그 때부터 알파벳을 가르치는 것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야 시키는 엄마도 기분이 좋고, 따르는 아이들도 부담이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간단하다. 엄마가 생활 속에서 간단한 영어를 써보는 것이다. 아침 인사도 좋고, 숫자도 좋고, 행위 동사도 좋은데 일단은 많이 접하게 하면서 따라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좋단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하는 엄마들이 많을 텐데 이 때 주의할 것은 절대 따라하는 것조차 못한다고 윽박지르면 안된다는 것이다. 남의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데 유독 제 자식은 인내심이 휩게 고갈될 때가 많다는 것은 엄마들이라면 한 번쯤 다 겪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절대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영어가 곧 무서움, 지겨움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주면서,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란 자기 암시를 동원해가면서 엄마의 인내심을 더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알파벳을 뗐으면 그와 같이 들어가야 할 것이 바로 파닉스이다. 처음엔 역시 파닉스도 몰랐다. 그런데 차차 읽어보니 왜 알파벳과 파닉스를 같이 떼야 하는지 알겠다. 쓰기만 하고 읽을 줄 모르면 안되니까. 알파벳을 읽는 방법이 바로 파닉스인 것이다. 생각해보니 영어를 왜 못하는지 알 것 같다. 이 단순한 원리를 이제야 깨달았던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외국인들은 하루에 8시간 이상씩 영어(그들에겐 모국어)를 접하는데 우리는 모국어인 한글을 그만큼이나 접하게 되니 영어를 배우는 것이 느릴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그래서 알파벳과 파닉스를 다 떼고 나면 영어동화와 테이프, 비디오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많은 시간을 영어와 접하게 해주어야 한다. 정말 너무나 당연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던 방법이다. 이런 방법대로만 하면 좀 나을까.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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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분리주의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금빛 황혼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9
타탸나 파울리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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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구스타프 클림트'라고 하면 「키스」, 「다나에」, 「물뱀1」등의 화려한 그림들로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조차도 언제 놀러간 곳 화장실에 액자로 걸린 「키스」의 모조품을 보고도 그를 금방 기억해냈으니... 나처럼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러할진대 다른 사람들은 오죽이나 많이 알까 싶었다. 어떤 미술품도 실물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던 터라 그 때 본 액자가 정말 신기했고, 또 궁금했다. 그래서 실제의 그림은 볼 수 없지만(그의 그림의 대부분이 걸려있는 빈에 있는 오스트리아 미술관을 한 번 가볼까 싶기도 했었다. 여행치인 내가^^) 책으로나마 그의 일생을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시중에 나와있는 클림트 관련 책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만 고르기엔 좀 벅찼다. 그러던 차에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여러 미술가 시리즈 중에서 ArtBook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사실 그 전에 루벤스 : 바로크 미술의 거장』, 피카소 : 현대 미술의 혁명』, 고갱 : 원시를 향한 순수한 열망을 본 적이 있는터라 선택하는데 망설임은 없었다. 이 시리즈를 다 사모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클림트는 클림트이니까 다른 책도 알아보았는데 부담없는 가격에 14.5cm×21cm 사이즈의 작은 판형, 그리고 145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 수준 있게 미술품을 음미할 심미안이 없는 내겐 딱 적당했다. 지금은 이렇게 간단하게 알맹이만 쏙 나와있는 책으로 견문을 넓히고 좀 더 수준이 생기면 어려운 책, 두꺼운 책으로 음미해보고 싶다.

 

책의 크기가 작기도 하고, 가격대도 부담없다고 해서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ArtBook시리즈를 우습게 봐선 안된다. 이 책은 중요한 알맹이를 쏙 빼서 담아냈긴 하지만, 그 화가를 설명하는데 꼭 필요한 것만을 말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한 명의 천재 예술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그와 더불어 그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장소와 시대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영웅이 태어나려면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고 하잖는가. 그래서 ArtBook시리즈는 <화가의 삶과 작품>, <배경>, <그가 남긴 명작>으로 나누어서 설명해준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문예 사조가 부흥했었는지... 대부분 이들 책에 나오는 화가들은 어떤 사조를 일으키고 만들어가는 화가가 대부분일 텐데, 클림트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1890년대인데, 그 당시의 빈의 미술계는 상당히 침체되었던 때였다. 연극과 오페라는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반면, 회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 이유는 어이없게도 빈의 조형예술가들을 대표하는 보수적인 아카데미 조직인 빈 예술가 조합이 회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조합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켜 작품의 질이 떨어지게 했고, 그 당시 유럽 사회에 나타난 여러 사조들을 받아들이지 않아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무시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로써 기독사회당이 빈의 권력을 장악하는 순간, 오스트리아 조형 예술가 연맹은 회합을 가지면서 예술가 조합과 분리를 선언했다. 명칭까지도 '분리주의'라고 정하고 그 의장을 클림트가 맡았다. 클림트는 의장을 맡을 만한 훌륭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지위에 걸맞은 카리스마로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주었다. 특히나 「피아노 앞의 슈베르트」라는 작품은 역사화라는 장르에 인상주의 기법을 도입하고, 감각이 지니고 있는 원시적인 본능적인 힘을 이용하여 매력적인 여인상을 창조해내기까지 했다.

 

이 분리주의는 나중에 너무 클림트 위주로만 유명세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분열되기도 했지만, 침체되는 빈의 미술계에 활력을 주며 유럽을 주도해나갔다. 내가 클림트에게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내가 얼핏 알고 있었던 황금빛이 나는 그림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고혹적인 그림을 많이 남겼다는 것이다. 많은 여인들과 감정적인 관계는 맺었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세상 일에 관심 없이 자신의 일만 묵묵히 했던 그는 여성을 주제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의 그림이 하나같이 그렇게나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우의화 '조각'」인데, 책(p. 25)에는 최종습작만 남아있고, 완성본은 책의 제일 끝에 있는 【찾아보기】(p. 136)에 작은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완전 예술이다. 습작에 있었던 순수한 아름다움이나 완성본으로 남았던 매끄러운 아름다움이나 둘다 빠지는 것이 없다. 몇 권의 ArtBook시리즈를 봤어도 【찾아보기】까지 본 적은 없는 듯 한데, 확실히 클림트는 여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정말 눈을 떼고 싶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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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철학 - 이야기는 무엇을 기록하는가
노에 게이치 지음, 김영주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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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무엇인가? 얼핏 생각했을 때 역사란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객관적'이라는 기준은 참으로 모호하다. 초월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상적 연대기의 작자가 아니고서야 각각의 사건이 객관적으로 정리가 될 수 없지 않을까. 단적인 예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사건은 우리에게는 의거이겠지만, 일본에겐 테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사에서는 객관적인 사실이란 없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다는 것부터가 어떤 주관이 스며들 수 밖에는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노에 게이치는 이제껏 생각되어졌던 우리의 이러한 기존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려 한다. 역사를 말하기 앞서서 '과거는 어떻게 인식되는가'와 '역사는 어떻게 쓰여지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답을 제시하려고 한 것이다. 노에 게이치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것이다. 역사적 사실은 절대불변의 객관적인 것이 아니며, 인간이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에 따른 외적인 요소들이 역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즉 역사란 '이야기의 집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이야기의 철학'이 되었던 것이고, 구비전승이나 이야기학이란 다른 통로를 이용해 역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앞으로 되어갈 것인지 설명한다.

 

우리는 무한히 많은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한 방울의 추억만을 가지고 역사라고 버젓이 내세운다. 하지만 그 추억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언어행위'라는 매개가 필요하다. 단편적이고 간결하며, 통일적인 줄거리가 없고, 유기적인 연관을 조직하는 맥락도 결여되어 있는 추억덩어리를 조합하고 인과의 실로 연결해 기승전결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야기행위의 사명일 것이다. 이야기되는 것에 의해 비로소 단편적인 추억이 구조화되고, 개인적인 추억이 공동화될 수 있다. 이런 언어행위를 통한 추억의 구조화와 공동화가 바로 역사적 사실의 성립조건인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야기행위에 의해 여러 차례에 걸쳐 매개되고 변용된 '해석학적 사실'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역사의 '객관성'을 지지하는 문헌자료나 고고학적 자료가 반론의 증거로 제시될 수도 있겠지만, 문헌자료라는 것 또한 언어에 의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그대로의 과거를 재현한다기보다는 '해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체험한 것조차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우리의 입장에서 역사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건을 재현할 수 있다고 다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사실 철학을 좋아하지만 제대로 알지못했던, 그리고 사유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심각한 책을 만난 것이었다.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송건호의 『신문과 진실』이나 E. H. Car의 역사론을 얼핏 들어보아도 역사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은 조금은 익숙한 생각이 들었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 여겼던 내 오만이 불렀던 치명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단어를 맞닥뜨리면서 유추해보고 사전을 찾아적어보면서 생각의 지평이 넓어졌음은 절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요즘 책 읽기에 지쳐가고 있던 내 나태함을 깨뜨려준 좋은 각성제 한 권 마시듯 싶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더불어 철학에 관심이 있으며, 한자를 좀 많이 아는 분이시라면 누구든지 도전하셨으면 좋겠다. 보통은 쓰지 않는 한자가 중요한 용어로 더러 등장해주셔서 머리를 많이 굴리게 해주신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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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꿈은 없다 - 35세 글로벌 그룹 CEO 박세정의 블록버스터 라이프
박세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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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꿈은 없다!!!!!

 

정말, 그럴까? 의심이 들 만큼 활짝 웃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너무 당당해 보인다. 그는 여러 경험을 통해 확신을 얻었겠지만, 아직 확신이 없는 나로서는 항상 의심이 들 뿐이다. 나랑 나이가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그는 현재 글로벌 그룹의 CEO직을 제의받아 자리매김을 확고하게 하고 있다. 그것도 승승장구만 한 것이 아니라 호된 실패를 맛봐가면서 말이다. 성공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했으니 그것으로 더 단단하게 여물었다는 것만은 확실할 것이다.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한 이카루스처럼 태양 끝까지 갔다가 바로 벼랑 끝까지 떨어져버렸으니... 그럼, 그는 어떤 경험을 통해 글로벌 그룹의 CEO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을지 한 번 살펴볼까?

 

처음부터 그가 실패를 호되게 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표지에는 그 어떤 흔적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도 잘 몰랐던 것이 이 사람, 박세정 씨는 시작부터가 남과 다른 될성 부른 떡잎이었기 때문이다. 제대하고 나서 열심히 살아보자 했던 그에게 닥쳐온 외환 위기는 그의 눈을 외국으로 돌리게 했다. 남들 다 가는 미국행을 앞두고 곰곰히 생각하고 발품 팔아가며 조사한 끝에 그가 생각했던 비전을 일본으로 정했던 것부터가 남달랐다. 히라가나의 '히'자도 모르는 그가 무턱대고 일본행을 준비하니까 주변에는 다들 말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의 뚝심은 그를 일본으로 가게 했다. 그런 선택, 친구 따라 강남가는 식의 미국행을 과감히 버리고 일본에서 자신의 꿈을 개척하는 그런 선택이 정말 그를 될성 부른 떡잎으로 보이게 했다. 어?! 정말 시작부터가 다른데??

 

어학연수 기간에 알바를 구할 때도 그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고 구했다. 일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겪고 싶어서 일단 생각한 것이 도쿄의 최고의 명품 거리인 긴자에서 일하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엉뚱하달 수 있는 기준이었지만, 이 때의 경험이 그를 외국인이면서도 매너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상위 1%의 매너와 옷차림, 행동거지를 보고 경험한 것이 그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으니까. 처음에는 복어집에서 설겆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거기에서 완전히 인정받아(어떻게? 보면 암시롱~) 본사에까지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았고, 자신의 꿈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었기에 서빙을 할 수 있는 곳, 프랑스 레스토랑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의 선택이 얼마나 남다른지 알 수가 있지 않은가. 그러다 학교를 진학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최우수장학금을 받으며 남들보다 일찍 추천받아 일본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단다.

 

기업 업무가 철에 관련된 곳이었기에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라 파벌 경영도 심하고 상명하복도 심하지만 그만큼 안정감이 있는 곳이었던 대기업에서 일본의 뿌리깊은 기업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단다. 특히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지메를 당할 때도 이를 악물고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나서 회사를 그만둔 그의 행동은 정말 멋졌다. 실제로 이지메를 당하는 그를 보고 안쓰럽게 여기는 선배들도 많았는데 유독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일본에서만 생활하며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이 그렇게어리석단다. 어쨌든 그는 몇 년 근무하다가 와세다 MBA과정을 위해 퇴사했다. 와세다는 경영쪽으로는 알아주는 명문대였기에 생생한 경험을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다가 둘도 없는 동지를 만나게 해주었다. 신문기자 출신과 회계법인 출신의 동지와 셋이서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는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그의 성실함이 인정받아 일거리가 제법 들어왔었는데 일이 터진 것은 그의 동지와 갈라서고부터이다. 동지 중 하나가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가게 되어 셋으로 나누어 경영을 했는데, 그의 아이디어 하나가 대박이 나서 그가 갑작스레 돈방석 위에 앉게 된 것!!! 그것이 화근이 되어 나태해진 그는 갑자기 직원들 월급도 못 주게 될 정도 폭싹 주저앉아 버렸다~ 역시 책을 보면 안다!! 그것 때문인지 건강도 안 좋아지고, 몸도 불어서 근 30킬로이상은 더 찐 상태로 한국으로 도피하듯이 와버렸단다.

 

이 상황까지 왔으면 완전히 도산이고, 파산이 되어버린 것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다른 경영책에서도 봤지만, 실패 없이 성공만 한 CEO보다는 실패했다가 그것을 이겨낸 CEO를 더 많이 쳐주더라~ 그래서 박세정 씨가 마이니치 커뮤니케이션즈 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파트너이자 총괄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성공스토리를 보면 정말 미친 짓을 해도 되는구나란 생각이 절로 든다. 분명 꿈에서만큼은 말이다. 왠지 이 책은 내 제자에게 주고 싶다. 그 아이가 일본에서 겪을 일을 먼저 겪은 사람의 이야길 들려준다면 그 아이에게도 뭔가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박세정 씨가 겪은 실패를 경계하고, 그의 성공 팁을 좀 따라하면서 자신만의 성공노하우를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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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못 읽는 남자 - 실서증 없는 실독증
하워드 엥겔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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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쓸 수 있는데 자기가 쓴 글조차 읽지 못한다면...? 만약 그 사람이 글 쓰는 것으로 먹고 사는 작가라면...?

 

정말 독특한 병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보통 읽기와 쓰기는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글은 쓸 수 있으나 그 자신이 방금 쓴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질환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실서증 없는 실독증이란 것으로 '알렉시아 사이니 아그라피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뇌졸중의 여파로 좌뇌에 위치한 시각 피질의 특정 영역이 같은 쪽의 언어 영역과 연결이 끊어졌을 경우에 생긴다. 완전히 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따라그리거나 손으로 만져보면 그 글자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언어 장애라 볼 수 없고, 단순히 단어 맹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질환을 이미 책을 열 권이나 냈을 정도로 잘 나가는 추리소설 작가인 하워드 엥겔이 앓았다. 바로 추리작가가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신문의 글자가 엉뚱한 나라의 글자로 인식되어서 뇌졸중이 아닌가 의심한 그는 모든 것을 처리하고 조용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그의 예상대로 그도 모르게 뇌졸중을 앓아 그 후유증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란다. 좌뇌 부분이 조금 손상된 것은 단어 맹증과 함께 시야의 1/4 정도도 같이 앗아가버려서 오른쪽 위부분은 보이지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우리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나서 자신이 얼마만큼 시야가 가려진다는 것을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저 그 위치에 있는 어떤 물건이 안 보임에 따라 본인의 시야가 좁다는 것을 인식할 뿐, 평소에는 멀쩡할 때와 똑같이 시야가 다 보이는 것처럼 생각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정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스스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알지 못할 귀중한 정보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정보는 이 질환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알려줄 수가 있지만 이런 인식적인 부분은 오로지 환자 본인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소중하다. 사실 이런 질환이 있다는 것도 이런 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뇌의학 분야이기에 하워드 엥겔에게 발병하기 전까지는 많은 연구가 되지도 않았다. 의학계에서는 그의 출현이 새로운 뇌의학 분야를 선사해 준 셈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해서 작가인 환자가 자신이 어떻게 실독증을 극복해왔는지, 실독증과 함께 진행된 기억상실증도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말해주는 현재진행형 분투기이다. 뇌신경학과 분야에서 대단한 권위를 가진 올리버 색스 박사가 쓴 다른 책에서는 객관적으로 어떤 뇌신경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있는지 알려주기만 했다면 이 책에서는 환자가 어떻게 느낄 것인지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것은 작가라는 그의 훌륭한 묘사 능력에 있을 것이다. 특히나 놀랐던 것은 그가 병원에서 일주일 정도 진단을 받고 나서 도착했던 요양원에서 세 달이나 있었는데도 그 때의 기억이 뒤죽박죽이라는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의 집에도 다녀왔고, 길에도 나갔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 자신이 며칠만 있고 나왔던 것처럼 중간 기억이 사라졌던 것을 떠올리는 저자를 보면 좀 신기했다. 사람 얼굴도, 날짜도, 약속도 잘 기억할 못할 뿐만 아니라 알파벳이 전혀 엉뚱한 글자로 보이기까지 해 정말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가 책에 쓴 대로 글을 읽지 못하는것은 수많은 정보로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은데 말이다. 그런 상황을 그는 소설의 집필로 극복해냈다.

 

물론 처음에는 독서지도사와 재활훈련 치료사, 간호사 등이 성심성의껏 그를 보살폈다. 자신을 담당하는 트레이너와 간호사의 이름을 기억할 수가 없어서 노트에 적어놓기도 하고, 연상 기법을 이용해서 머릿속에 붙잡아놓으려고 했던 그의 수많은 노력을 보노라면 역시 인간의 적응력에 대해 경외함까지 들었다. 재활치료가 다 마무리되어 이제 도와주는 사람 없이 자신의 집으로 온 다음부터는 아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하나씩 극복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부엌은 정신 없는 곳이라서 음식은 다 아들이 만들어주는데 그 외에는 집안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단지 매일 구독했던 신문지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끊었던 것 빼고는. 글은 아예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한 페이지를 보는데 다섯 시간 정도가 걸릴 뿐.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상하게만 보였던 알파벳이 이제는 알파벳처럼은 보이게 되었고(여전히 의미는 파악할 순 없어도),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렇게 그저 숨만 쉬며 살아야 한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소설을 쓰기로 한다. 물론 자신이 쓴 글을 읽을 수가 없기에 퇴고를 하기에 불편함이 있겠지만, 일단 저질러놓고 본다. 우선 컴퓨터에 적응하기 위해 켜고 조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교정을 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인데 그가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쓴 두 권의 소설은 바로 그렇게 나왔다. 몇 배나 더 시간을 걸려서 만든 그의 소설을 보면 인간의 위대함과 끈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워드 엥겔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만 즐기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려는 무한한 끈기를 가진 절대 범상치 않은 인간이기도 하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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