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 분리주의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금빛 황혼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9
타탸나 파울리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구스타프 클림트'라고 하면 「키스」, 「다나에」, 「물뱀1」등의 화려한 그림들로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조차도 언제 놀러간 곳 화장실에 액자로 걸린 「키스」의 모조품을 보고도 그를 금방 기억해냈으니... 나처럼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러할진대 다른 사람들은 오죽이나 많이 알까 싶었다. 어떤 미술품도 실물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던 터라 그 때 본 액자가 정말 신기했고, 또 궁금했다. 그래서 실제의 그림은 볼 수 없지만(그의 그림의 대부분이 걸려있는 빈에 있는 오스트리아 미술관을 한 번 가볼까 싶기도 했었다. 여행치인 내가^^) 책으로나마 그의 일생을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시중에 나와있는 클림트 관련 책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만 고르기엔 좀 벅찼다. 그러던 차에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여러 미술가 시리즈 중에서 ArtBook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사실 그 전에 루벤스 : 바로크 미술의 거장』, 피카소 : 현대 미술의 혁명』, 고갱 : 원시를 향한 순수한 열망을 본 적이 있는터라 선택하는데 망설임은 없었다. 이 시리즈를 다 사모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클림트는 클림트이니까 다른 책도 알아보았는데 부담없는 가격에 14.5cm×21cm 사이즈의 작은 판형, 그리고 145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 수준 있게 미술품을 음미할 심미안이 없는 내겐 딱 적당했다. 지금은 이렇게 간단하게 알맹이만 쏙 나와있는 책으로 견문을 넓히고 좀 더 수준이 생기면 어려운 책, 두꺼운 책으로 음미해보고 싶다.

 

책의 크기가 작기도 하고, 가격대도 부담없다고 해서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ArtBook시리즈를 우습게 봐선 안된다. 이 책은 중요한 알맹이를 쏙 빼서 담아냈긴 하지만, 그 화가를 설명하는데 꼭 필요한 것만을 말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한 명의 천재 예술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그와 더불어 그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장소와 시대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영웅이 태어나려면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고 하잖는가. 그래서 ArtBook시리즈는 <화가의 삶과 작품>, <배경>, <그가 남긴 명작>으로 나누어서 설명해준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문예 사조가 부흥했었는지... 대부분 이들 책에 나오는 화가들은 어떤 사조를 일으키고 만들어가는 화가가 대부분일 텐데, 클림트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1890년대인데, 그 당시의 빈의 미술계는 상당히 침체되었던 때였다. 연극과 오페라는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반면, 회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 이유는 어이없게도 빈의 조형예술가들을 대표하는 보수적인 아카데미 조직인 빈 예술가 조합이 회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조합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켜 작품의 질이 떨어지게 했고, 그 당시 유럽 사회에 나타난 여러 사조들을 받아들이지 않아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무시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로써 기독사회당이 빈의 권력을 장악하는 순간, 오스트리아 조형 예술가 연맹은 회합을 가지면서 예술가 조합과 분리를 선언했다. 명칭까지도 '분리주의'라고 정하고 그 의장을 클림트가 맡았다. 클림트는 의장을 맡을 만한 훌륭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지위에 걸맞은 카리스마로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주었다. 특히나 「피아노 앞의 슈베르트」라는 작품은 역사화라는 장르에 인상주의 기법을 도입하고, 감각이 지니고 있는 원시적인 본능적인 힘을 이용하여 매력적인 여인상을 창조해내기까지 했다.

 

이 분리주의는 나중에 너무 클림트 위주로만 유명세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분열되기도 했지만, 침체되는 빈의 미술계에 활력을 주며 유럽을 주도해나갔다. 내가 클림트에게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내가 얼핏 알고 있었던 황금빛이 나는 그림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고혹적인 그림을 많이 남겼다는 것이다. 많은 여인들과 감정적인 관계는 맺었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세상 일에 관심 없이 자신의 일만 묵묵히 했던 그는 여성을 주제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의 그림이 하나같이 그렇게나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우의화 '조각'」인데, 책(p. 25)에는 최종습작만 남아있고, 완성본은 책의 제일 끝에 있는 【찾아보기】(p. 136)에 작은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완전 예술이다. 습작에 있었던 순수한 아름다움이나 완성본으로 남았던 매끄러운 아름다움이나 둘다 빠지는 것이 없다. 몇 권의 ArtBook시리즈를 봤어도 【찾아보기】까지 본 적은 없는 듯 한데, 확실히 클림트는 여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정말 눈을 떼고 싶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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