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키친 사랑을 굽다
리자 팔머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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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두툼한 사랑소설을 읽었다. 서른 즈음이 된 여성분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몇년 전에 동명소설이 드라마화 되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내 이름은 김삼순」을 기억하실 것이다. 바로 그 소설의 이름을 따 미국판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고 소개된 리자 팔머의 『서른 살의 키친』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여주인공이 파티시에인 것과 나이가 서른 살이라는 것 말고는 『내 이름은 김삼순』과 딱히 공통분모를 찾을 순 없다. 게다가 여주인공의 신분(?)과 배경이 우리나라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나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로 설정되어 있는 바람에, 초반엔 감정이입이 잘 안되었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런 도입부분의 딱딱함과 시니컬함과 어색함, 공허함이 소설이 진행될수록 말랑말랑하게 녹아버리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다른 소설보다 배는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에 감동을 받는 이유는 오로지 소설 자체의 내용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 그 소설의 볼 때의 상황, 그 때의 심리상태가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테다.

 

서른 살의 엘리자베스는 유명 레스토랑의 수석 파티시에이여서 대단한 명성과 수입을 보장받는다. 그저 오다가다 고용된 뜨내기 파티시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절대 자신의 삶에 대해 안정감을 갖지 못했다.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안정감을 느끼고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분명 "사랑"이 필요할 것이다. 양친 모두 살아계시는데다가 대단한 명성을 가진 아버지에, 어마어마하게 부자인 어머니가 있고,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하나 뿐인 잘난 오빠가 있겠다, 남성다움이 물씬 풍기는 멋진 애인까지는 있는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아도 사랑의 필요조건을 충족했다고 보여지는데도 말이다. 이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고 공허하다. 물론 수석 파티시에로 일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단 하루만 쉬어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근무시간이 따라붙기는 하지만 그렇게 일이 많다고 해서 행복했던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엘리자베스가 처음 자신에게 있는 문제를 깨달았던 것은 시장에서 부하직원인 사무엘 부부를 만났을 때였다. 레스토랑에서는 일만 완벽히 행하는 딱딱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그가 밖에서는, 아니 사랑하는 마곳이랑 같이 있을 때는 환한 미소를 선사하는 것을 보았던 것!! 자신을 볼 때는 전까지 있었던 미소가 사라지고 경직된 표정으로 변해가던 것이 다시 마곳의 미소를 받았을 때는 환하게 비춰지는 것을 보곤, 진짜 진짜 불편해져버렸다. 신혼 재미에 푹 빠져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느라 바쁜 사무엘 부부랑 가까이 있는 것이 못올 데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왜, 왜 그렇게나 불편했을까. 그리고 왜 마곳은 자신을 그렇게나 반기는 것일까. 엘리자베스가 그 원인을 알게 된 것은 아주 나중 일이다. 일단 사무엘 부부와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한 이유란 아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모습이 거슬리는 것뿐이니까. 그도 그럴 것이 남자다움이 물씬 풍기는 윌리엄은 위험한 곳으로만 골라다니면서 취재하는 기자이기에 엘리자베스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준 적이 없던, 한 마디로 실속없는 애인이라, 이번에 부모님을 만나러 간 집에서도 단 하루밖에는 같이 있지 못했다. 이런,, 그런데 그렇게 일 년에 두세 번 만나는 사이를 사랑하는 사이라 할 수 있을까. 과연~ 윌을 사랑하고, 윌도 자신을 사랑하는데, 이것이 진짜 사랑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별하지?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가던 차에 엘리자베스는 농구코치를 하는 다니엘을 알게 된다. 윌처럼 자신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윌처럼 야성적인 매력은 없다고 처음부터 생각했었지만, 다니엘은 윌이 없어 허전해진 동안 잠깐 마음을 달래줄 시시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처음 만남부터 알았다. 그래서 놔주어야 한다고, 윌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다른 모든 가능성까지 포기한 싸구려인 자신과 엮기게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고 아무리 마음 속으로 소리치지만, 그에게 끌리는 맘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번, 두 번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다. 다니엘이 좋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평생을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서 주변 사람의 기대에 맞추도록 길들여진 엘리자베스에겐 포근한 품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엄마조차도 그녀에겐 포근한 품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다니엘은 그녀에게 포근한 품이 되어 주었다. 그녀가 가장 필요로 했을 당시에~!! 이런 걸 보면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랑에 '운명'이란 말이 따라붙는 것은 아닐지~ 사람은 경험하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도 다니엘을 만나고나서야, 든든하고 포근한 품을 찾고 나서야 자신이 사랑을 받아본 적도, 해본 적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엘리자베스는 용기를 낸다. 평생 두려워서 자신의 행복을, 사랑을 찾아내지 못했던 그녀이지마, 다니엘을 만나고부터, 그의 옆에서 살고 싶어서 두렵지만 결단을 내리고 용기있게 그 상황을 헤쳐나간다. 비록 그 결단이 누군가를 상처입힐지라도~. 그렇게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자고!! 그렇다면, 이제 나는 내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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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교수의 베스트셀러 산책 - 서양명작의 숲에서 文香에 취하다
윤일권 지음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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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명한 교수님들의 이런 명작 산책류의 책은 꽤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깊이가 있어, 보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책이기에 두고두고 읽는 편이다. 명작을 스스로 녹여서 먹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련만 이런 책을 통해 만나는 명작은 또다른 맛이기에 잘 담가두고 먹는 된장처럼 두고두고 먹게 되는가 보다. 특히 나처럼 선뜻 명작이니 고전이니 하는 책에 손이 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혼자서 녹여서 먹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이렇게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재해석된 책을 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일단 선입견으로 어려울 거라고 치부해버렸던 책도 호기심이 동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에 읽었던 김용규님의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에서도 괴테의『파우스트』을 먹기 쉽게 요리해주어 그 책에 대해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했던 선입견이 흐물흐물 녹아버렸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어찌 이런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책을 볼 때 꼼꼼히 보는 것이 저자인데, 사실 지식이 짧은 나로선 '윤일권 교수님'은 처음 뵙는 분이셨다. 아마 이 책이 아니였다면 영원히 교수님을 알지 못하고 살아갔을 터인데, 다행히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있었는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독일문학을 전공하셨다는 윤 교수님은 복잡한 문학 이론과 2차 문헌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문학적 감수성만 가지고 작가들과 대화하며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셨다는데 정말 쏙쏙 내 마음에 파고드는 글귀가 가득하다. 사실 문학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한다면 외워야 할 것들, 알아야 할 것들이 자신의 감성, 느낌들과 섞여버려서 무엇이 '공부'이고, 무엇이 '자신의 감성'인지 모르지는 않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해냈다. 공부 같지 않은 글들도 내 마음을 마구잡이로 휘저었으니... 진짜 여기에 나온 10편의 명작들을 읽지 않아도 부담없이 이해하고 또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뒷날에는 여기 나온 명작들을 스스로 한 권씩 꺼내보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든다. 또 윤 교수님께서 하고 계시는 강의와 이 책 말고도 교수님께서 쓰신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도 책이지만 교수님의 강의가 정말 마음에 든다. 《그리스신화와 서양문화》, 《소설로 만나는 유럽》, 《영화로 읽는 서양명작》까지 완전히 쏙 빠질 만한 강의만 맡아 하신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이런 교과목이 있었다면 교양으로라도 꼭 챙겨들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그 다음으로 꼼꼼히 보는 것이 출판사인데, 이 책은 「에버리치홀딩스」라는 다소 생소한 출판사에서 책을 펴냈다. 이 출판사와는 이번 책까지 단 두 번밖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첫 만남부터 참 인상이 좋았다. 처음에 만난 책의 제목이 묘하게도 『인생이 첫 만남과 같다면』 인데, 안이루라는 젊은 여성분이 중국 고전 한시를 번역하면서 나름 자신의 참신한 해석을 덧붙인 책이라 완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톡톡 튀는 감각적인 생각이 살아숨쉬는 고전 한시 번역서라니... 그 전까지는 진짜 이렇게 맘에 쏙 드는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저자가 젊은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놀라웠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바로 그 전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바로 그 책과 같은 출판사인 「에버리치홀딩스」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놀라웠고 더 반가웠다. 그 책을 볼 당시에 책이 너무 좋아 이런 비슷한 책이 또 있을까 싶어서, 도서목록을 뒤져보니 죄다 중국 처세술이나 중국 고전 관련 책밖에는 볼 수 없었던 나로서는 이런 책이 나왔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이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이번 책도 정말 재미있게 읽은 나로선 정말 반가울 뿐이다.

 

여기에 나온 10편의 명작들은 작품성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책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파리의 노트르담』, 『모모』, 『아마데우스』, 『그리스인 조르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이갈리아의 딸들』, 『25시』, 『향수』, 『주홍 글자』, 『데미안』이 모셔져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잡아 읽으면 문제없다. 여기서 『아마데우스』와 『향수』, 『주홍 글자』는 그 대중성으로 인해 영화화까지 되었으니 누구나 솔깃할 만하지 않을까. 나도 이런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렇게까지 최근에 출판된 명작이 삽입된 경우는 처음이다. 그러니 꼭 고전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요즘 인기있는 베스트셀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나도 여기 나온 10편의 고전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꽤 좋아하고 익히 아는 책이 나와서 읽는 내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문학교수가 썼다고 해서 어렵거나 힘든 내용이 아니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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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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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차일드는 '미국 요리의 대모'로, 1961년에 출간되어 장기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킨 『프랑스 요리 예술의 대가가 되는 법』을 쓴 저자이다. 그런데 정말 특이한 점은 그녀가 미국에 살 때는 요리의 '요'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저 남편의 직장 때문에 간 프랑스에서 자신의 천직이 요리라는 것을 깨닫고 프랑스 레스토랑 다니기를 즐기고 온갖 부엌 용품을 사들이며 결국에 가서는 프랑스 요리를 즐기는 다른 두 사람과 같이 요리책을 내기에 이른다. 때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시공무원 소속으로 아시아에서 만난 줄리아와 폴은 미국으로 와서 백년가약을 맺기로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식이 없어 문화와 사람들을 즐기는 아름다운 부부였다. 그러나 프랑스어도 유창하게 하고, 맛있는 프랑스 요리와 와인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폴과는 달리 줄리아는 전형적인 미국 사람으로 투박한 미국요리를 먹어봤을 뿐, 요리를 해본 적도 전혀 없던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집에서는 요리사가 있었고, 신혼 살림을 차린 프랑스에서도 대부분의 집에선 가정부가 요리를 하기 때문에 요리와의 접근성이 떨어진 탓이었다. 그랬던 줄리아가 프랑스에 와서 요리에 빠진 것은 투박한 요리가 전부라고 믿었던 줄리아의 상식을 깬 아름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주 나중에 미식가인 폴이 자신의 속내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내가 처음 시도했던 음식들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었죠. 줄리아와 결혼하려고 했다니...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용감했어요. 그래도 내 판단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정말, 그랬다. 처음 프랑스에서 아름다운 레스토랑에 데려가준 것도 폴이었고, 와인에 대해 알려준 것도 폴이었고,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 수업을 받고자 했을 때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것도 폴이었다. 이런 아낌없는 외조가 있었기에 줄리아가 '미국 요리의 대모'가 되지 않았을까. 역시 대단한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꼭 필요한 법이다.

 

프랑스에 와서 기본적인 음식 만드는 방법을 혼자서 터득한 후에 보다 전문적인 요리의 체계를 배우고자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을 했던 줄리아는 자신이 속한 반이 자신의 수준에 너무 낮은 것을 알고 교장을 만나 더 높은 반, 그러니까 레스토랑 준비반에서 건장한 퇴역군인들과 같이 공부하게 되었다.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셰프 버그나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던 그녀는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넘쳐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점심 때 바로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고 정리하는 터라 금세 성장하는 그녀에게 셰프 버그나르는 그녀의 집에까지 와서 요리의 비법을 가르쳐주기도 했고, 자신이 단골로 가는 시장에 데려가 고기업자, 채소업자, 생선업자를 소개해주기까지 했단다. 역시 이쁨을 받는 것은 제 할 탓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선생님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 어찌 아니 이쁠 수 있을가. 난 좋은 선생님과 좋은 제자가 잘 만난 역사적인 사건이라 생각된다. 졸업을 한 다음에 여러 프랑스인들과의 모임에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로 시몬느 벡, 루이제트 베르톨이었다. 프랑스 미식가 단체에 가입해서 알게 된 두 여인들은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책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대신 타자로 쳐주는 일을 맞다가 요리에 대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감당할 것 같지 않은 출판사를 가는 과정에서 줄리아는 단순히 타자를 쳐주는 일에서 공동저자에까지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1952년 9월에 참여하기 시작한 요리책 집필이 1959년 9월에 마무리했으니 대단한 열정이 아닌가! 그런데 처음에 생각했던 방식대로 책을 내지 못하고 너무 방대하게 된 책의 분량을 반으로 줄이고 낸 책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책이 1970년에 나왔으니 대단한 일이다! 요즘은 흔히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요리 만드는 일러스트까지 삽입했으니 얼마나 꼼꼼히 만들었는지 상상을 못할 것이다. 프랑스 요리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요리방법을 담아내는 것도 일이지만, 프랑스에서 나는 생선이 미국에서는 없는 경우의 수까지 꼼꼼하게 신경쓰고 생선의 이름을 부르는 방법을 제각각인 경우까지 말끔하게 잡아내었으니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정말 그 때 나온 그녀의 요리책을 하나 가지고 싶을 만큼 줄리아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에도 유명한 요리사가 쓴 요리책이 있긴 했지만 그런 요리책에도 오류가 더러 눈에 띄었고 왜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 미국초콜릿으로는 초콜릿케이크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 등을 실험해본 다음에 요리책에 실었으니 얼마나 자세할지...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은 줄리아에게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해냈다.

 

그리고 그녀들의 요리책은 상당히 반향을 일으켰고, 취재기사로 인해 그 반향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해졌다. 그러고 나서 줄리아가 한 일은 TV에 출연하는 일이었다. 요리전문가들이 요리법을 시연해주는 프로그램을 다들 한 번씩은 보셨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줄리아의 박력 넘치는 그런 프로그램이 원조가 될 정도로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직후라 열악했던 프랑스에서의 상황과는 달리 평화롭고 풍족하고 발전되고 있었던(TV가 그 때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그런 실용적인 요리책이, 그리고 그런 요리방송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었음은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줄리아가 방송을 찍자고 제의를 받았을 때조차도 줄리아와 폴의 집에는 TV가 없었을 때였기에 그 당시 프랑스와 미국의 차이가 쉽사리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그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잘 이겨낸 줄리가가 대단히 멋지다. 그녀의 노력으로 인해 특혜를 받았단 많은 미국인들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줄리아의 인생에 요리를 만나게 된 것은 그녀에게는 정말 짜릿하고 멋진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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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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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가 난데없이 이딸리아로 날아가 요리사가 되다니~ 그렇게나 요리사가 되고 싶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역시나 잘 모르겠다. 요리는 꼭 하루 열 몇 시간씩 투자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서 그런지 그렇게 모든 것을 걸 정도로 무모한 열정을 발휘하는 것이 참 의아했다. 만약에 기껏 날아간 이딸리아가 자기랑 안 맞았다면, 만약에 아무리 노력해도 요리가 잘 안되었다면, 만약에 자신의 길이 아니란 것을 문득 깨달았다면,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누군가가 무언가에 성공하고 하지지 못하는 것은 끝없이 쏟아지는 그 '만약에...' 때문일 테니. 나는 주저하며 가만히 앉아 자신에게 저절로 주어진 것에만 만족했기에 그의 무모한 열정이 이해되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고, 박찬일 그는 우리나라 이딸리아 요리사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박찬일 요리사가 낸 이 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에 대해서 말해보자. 이 책은 요리사가 쓴 책이지만, 흔히 나오는 이딸리아 요리의 레시피가 담겨있지도 않고, 이딸리아에서 유학했던 경험을 살려 이딸리아로의 유학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길잡이를 해주지도 않는다. 만약에 그런 실제적인 '정보'가 담겨있었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요즘은 지식정보의 사회가 아닌가.

 

그런데 이 책에는 나 같이 실제적인 것을 퍽이나 좋아하는 사람조차도 조금씩 빨아들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이딸리아에 온 1999년에 우리나라에는 변변찮은 이딸리아 요리가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딸리아 요리의 변종인 피자쪼가리나 구경하고 간 그가 보았던 새로운 이딸리아 요리이라든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요리 용어라든가 낯선 문화에 대한 당혹감과 설레임 및 호기심, 덩치가 산만한 남자들도 지쳐나가 떨어지게 하는 씨칠리아의 더위와 요리 전쟁에 대해서 조잘조잘, 쫑알쫑알 읽고 있으면 흡사 흥겨운 이딸리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 어찌 호기심이 안 생길 수가 있겠는가. 원래 새로운 것을 보면 호기심이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 법. 짧은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또 다른 것, 또 다른 것 하면서 찾아읽게 되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이딸리아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먹는 피자쪼가리는 진정한 이딸리아 피자가 아니라고 하니,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 정답이겠다. 1970년대에 로마 스페인광장 옆 유서 깊은 나이트클럽 자리에 맥도널드가 들어섰을 때, 이딸리아 언론인과 사회운동가들이 모여 시위를 한 적이 있는 이 나라에서 3초만에 도우를 돌려 만들고 장작을 때는 작은 화덕으로 굽지 않는다면 그게 어찌 피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 시위의 참가자들은 나중에 「슬로우푸드」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지금까지도 계속적인 운동을 계획한다고 하니, 이딸리아는 진정한 먹거리를 사랑하는 나라라 아니 할 수 없겠다. 우리가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일상적으로 사먹는 피자도 이딸리아에선 저녁 때나 먹는 외식으로 요리축에도 못 낀다. 그저 피자는 맥주랑 같이 어울리는 야참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그래서 권위 있는 전통 이딸리아 레스토랑에 가서는 피자를 시켜서는 안 된다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프랑스 요리라고만 알고 있었던 달팽이는 이딸리아에서도 널리 쓰인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만두와 같은 라비올리에 달팽이를 넣는다는데 맛이 환상적이란다. 한 번도 달팽이는 먹어보지 않아서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맛있다니 한 번은 먹어보고 싶다. 그런데 이딸리아의 라비올리처럼 우리나라와 이딸리아는 비슷한 구석이 꽤 많은 편이다. 라비올리만 해도 속을 우리처럼 고기와 채소로 채우는데다가 우리의 두부처럼 단백질 발표식품인 치즈를 넣어 만든다. 게다가 우리의 만두국처럼 육수 위에다 만두를 동동 띄워 먹는 '또르 멜리니'가 있단 사실!! 또한 우리의 팥죽처럼 팥을 갈아서 죽을 쑤고 새알같이 동그란 빠스따('아넬로')를 넣는 요리도 있다. 돼지 내장으로 순대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찜통에서 찌지 않고 오븐에서 굽는 것만 빼면 그 속까지 똑같은 오징어순대가 있으니 정말 상당히 비슷하지 않는가. 발사믹 식초로 졸인 갈비찜도 있다는데, 정말 맛도 똑같다니 완전 우리의 잃어버린 형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렇게 비슷해서 이딸리아가 잘 적응이 되었던 걸까. 처음엔 왜 이딸리아까지 요리를 배우러 갔을까 그것이 참 궁금했는데 혹 그런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본다.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옛날을 즐겁게 끄집어내는 저자의 추억 속으로 따라가보면 실제적인 정보보다는 요리에 대한 철학과 다양한 흥미거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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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순간
전은숙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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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금기라고 보여질 이 사랑을 어쩜 그렇게 가슴절절하고 애달프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

정말 마디게 읽으면서 깊은 사랑을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기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을 소개해보면, 

은열희 23세, 현직 서울교육청 고위공무원으로 있는 큰아버지 덕택에 이강고로 갓 들어온 신입 국어교사, 임시 3학년 담임

한무이 19세, 이강고 3-2, 4대 독자, 서울대 법대가 확실시되는 전국구 톱, 아버지 전직 검사에 현직 국회의원이지만 대통령자리까지 노리고 있는 권력가, 2년 전 한남동 본가에서 나와서 아현동의 오피스텔에 독립, 친한 교우 이도률과 주이언...

 

뭐, 남자 쪽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집안으로 설정해놓은 것이나 패싸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진들이 다수 등장하는 줄거리가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제 여자를 지키는 남자란 모습이나 금기를 뛰어넘으려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표현한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다음은 무이가 열희를 보면서 하는 독백이다....(표현이 너무 섬세해서 내 말을 쓰는 것보다 책을 베끼는 게 더 나을 정도다)

 

기억날 듯 말 듯한 뜨거운 그 무엇, 다리가 푹 꺾일 것 같은 심장의 떨림, 최초로 느끼는 거대한 감정의 폭풍.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몸과 마음에 몰아친 폭풍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아 충격적이기만 했다. 갑작스럽게 가슴 속에 불어닥친 폭풍은 그를 완전히 미치게 만들었다. 그녀를 보기 전엔 떠올린 적 없는 '운명'이란 말이 느닷없이 이것이구나 하는 확신으로 덮쳐오기까지 했다.(...) 그녀도 그를 의식한다는 걸 무이는 알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칠 때 알 수 있었다. 무이가 그녀의 시선을 잡고 놔주지 않으면 그녀는 뺨을 발갛게 붉히고 있었다. 도망치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하면서 입술을 잘근 깨물기도 했다.

복도에서 어깨가 닿을 듯 아슬아슬 스쳐갈 때 그녀가 긴장해 숨을 멈춘다는 것도 알았다. 뒤돌아보면, 어깨까지 오는 머릴 단정히 묶어 올려 하얗게 드러낸 목덜미를 바르르 떠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확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안아버리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다.

 

무이는 금기를 깨길 원해고 신분의 경계와 도덕의 법칙을 넘어서길 원했다.

그녀에게 뻗어지는 손을 간신히 접으며 죽을 것처럼 고민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그의 세상을 밝혔다가 어둡게 했으며 다시 밝혔다.

희고 뽀얀 피부와 세상의 더러움은 모르는 듯한 천진한 눈동자는 가슴을 뛰게 했다. 달콤한 맛이 날 것 같은 도톰한 작은 입술이 붉었고ㅡ 자신의 미모를 의식한 교만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하지만 아직은 어려서 곱고 순수한 모습...

 

이번엔 열희가 보는 무이의 모습....

 

남자치고는 하얀 얼굴과 맹금류를 연상시키는 길게 찢어진 커다란 눈매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동공이 큰 강렬한 검은 눈동자도...무이는 굉장히 잘생긴 아이였다. 아니, 잘생겼다고 하기는 모자랄 정도로 존재감이 강했다. 무이는 180이 넘는 큰 키에 외모 또한 어른스러워 얼핏 보기엔 교복차림도 직장인처럼 보일 정도였다.

 

학교로 첫 출근한 날에 만원버스에서 내려 옷차림을 살피다가 고갤 들었을 때 감색교복 상의 밖으로 비어져 나온 폭 좁은 타이가 보였다.

저도 모르게 타이 매듭 위쪽으로 눈길을 주며 깨끗하고 곧은 목선이 우아하다고 생각했고 흡사 지배자다운 강건한 팔다리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잘생긴 얼굴과 마주한 순간 그의 서글한 두 눈이 클로즈업되면서 그녀 가슴이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하는 훤칠한 키의 그는 바로 앞에 서 있었고 알 수 없는 까마득한 그리움이 거기에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묘한 그리움을 느끼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다. (...) 첫 만남 때 무이는 분명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무이의 첫 느낌은 소년이 아니었다. 부끄럽게도, 단단한 내면과 육체적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로 다가왔다.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생소한 첫 경험으로, 그러나 결코 낯설지 않게 부딪쳐와 마음을 흔들던 애잔한 그리움. 떨리는 주저와 아득한 후회... 가슴 설레는 이상한 불안들.

 

무이의 생모가 돌아가셨을 때, 이미 남자이지만, 자신을 갈 곳 없게 떠돌게 만들었을 때...

그렇게나 강인했던 무이가 제 마음 둘 곳 없어 그리운 열희에게로 다가간다.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 마시러 가듯이...

그리고 일을 저지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극악무도한 상처를... 그리고 제 여자라고 여기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무이와 열희의 관계가 밝혀지면 혼자서 욕을 먹을 열희를 위해서 ㅡ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그리움과 사랑을 모두 이겨내며,
둘은 이어진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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