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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교수의 베스트셀러 산책 - 서양명작의 숲에서 文香에 취하다
윤일권 지음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유명한 교수님들의 이런 명작 산책류의 책은 꽤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깊이가 있어, 보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책이기에 두고두고 읽는 편이다. 명작을 스스로 녹여서 먹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련만 이런 책을 통해 만나는 명작은 또다른 맛이기에 잘 담가두고 먹는 된장처럼 두고두고 먹게 되는가 보다. 특히 나처럼 선뜻 명작이니 고전이니 하는 책에 손이 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혼자서 녹여서 먹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이렇게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재해석된 책을 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일단 선입견으로 어려울 거라고 치부해버렸던 책도 호기심이 동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에 읽었던 김용규님의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에서도 괴테의『파우스트』을 먹기 쉽게 요리해주어 그 책에 대해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했던 선입견이 흐물흐물 녹아버렸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어찌 이런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책을 볼 때 꼼꼼히 보는 것이 저자인데, 사실 지식이 짧은 나로선 '윤일권 교수님'은 처음 뵙는 분이셨다. 아마 이 책이 아니였다면 영원히 교수님을 알지 못하고 살아갔을 터인데, 다행히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있었는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독일문학을 전공하셨다는 윤 교수님은 복잡한 문학 이론과 2차 문헌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문학적 감수성만 가지고 작가들과 대화하며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셨다는데 정말 쏙쏙 내 마음에 파고드는 글귀가 가득하다. 사실 문학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한다면 외워야 할 것들, 알아야 할 것들이 자신의 감성, 느낌들과 섞여버려서 무엇이 '공부'이고, 무엇이 '자신의 감성'인지 모르지는 않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해냈다. 공부 같지 않은 글들도 내 마음을 마구잡이로 휘저었으니... 진짜 여기에 나온 10편의 명작들을 읽지 않아도 부담없이 이해하고 또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뒷날에는 여기 나온 명작들을 스스로 한 권씩 꺼내보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든다. 또 윤 교수님께서 하고 계시는 강의와 이 책 말고도 교수님께서 쓰신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도 책이지만 교수님의 강의가 정말 마음에 든다. 《그리스신화와 서양문화》, 《소설로 만나는 유럽》, 《영화로 읽는 서양명작》까지 완전히 쏙 빠질 만한 강의만 맡아 하신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이런 교과목이 있었다면 교양으로라도 꼭 챙겨들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그 다음으로 꼼꼼히 보는 것이 출판사인데, 이 책은 「에버리치홀딩스」라는 다소 생소한 출판사에서 책을 펴냈다. 이 출판사와는 이번 책까지 단 두 번밖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첫 만남부터 참 인상이 좋았다. 처음에 만난 책의 제목이 묘하게도 『인생이 첫 만남과 같다면』 인데, 안이루라는 젊은 여성분이 중국 고전 한시를 번역하면서 나름 자신의 참신한 해석을 덧붙인 책이라 완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톡톡 튀는 감각적인 생각이 살아숨쉬는 고전 한시 번역서라니... 그 전까지는 진짜 이렇게 맘에 쏙 드는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저자가 젊은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놀라웠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바로 그 전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바로 그 책과 같은 출판사인 「에버리치홀딩스」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놀라웠고 더 반가웠다. 그 책을 볼 당시에 책이 너무 좋아 이런 비슷한 책이 또 있을까 싶어서, 도서목록을 뒤져보니 죄다 중국 처세술이나 중국 고전 관련 책밖에는 볼 수 없었던 나로서는 이런 책이 나왔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이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이번 책도 정말 재미있게 읽은 나로선 정말 반가울 뿐이다.
여기에 나온 10편의 명작들은 작품성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책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파리의 노트르담』, 『모모』, 『아마데우스』, 『그리스인 조르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이갈리아의 딸들』, 『25시』, 『향수』, 『주홍 글자』, 『데미안』이 모셔져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잡아 읽으면 문제없다. 여기서 『아마데우스』와 『향수』, 『주홍 글자』는 그 대중성으로 인해 영화화까지 되었으니 누구나 솔깃할 만하지 않을까. 나도 이런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렇게까지 최근에 출판된 명작이 삽입된 경우는 처음이다. 그러니 꼭 고전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요즘 인기있는 베스트셀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나도 여기 나온 10편의 고전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꽤 좋아하고 익히 아는 책이 나와서 읽는 내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문학교수가 썼다고 해서 어렵거나 힘든 내용이 아니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