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in 오스트리아 -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6일간의 여행
이재규 지음 / 예솔(예솔기획)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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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 인 오스트리아~!

 

여기 모차르트가 살아온 일들을 도시별로 볼 수 있게 한 책이 생겼다. 단 6일 만에 빈을 둘러보는 코스인데, 딱 한 권에 끝낼 수 있는 책이다. 단촐하게 이 책만 들고 빈을 여행한다면 모차르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오스트리아를 몇년 동안이나 돌아본 다음에 겨우 나온 책이라 섬세하게 정리해냈다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다만 전체 지도가 좀 있어준다면 더 찾기 쉬울 듯 싶은데, 그게 좀 아쉽다. 아무래도 오스트리아의 지명이 낯설기 때문에 이름만 달랑 나오면 거기가 도로 이름인지, 언덕 이름인지, 광장 이름인지조차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첫째 날부터 여섯째 날까지 나뉘어서 여정이 진행되는데 구분이 되는 각 첫 장에 간단한 약도가 있으면 딱이겠다. 다음 번에는 기대해도 되겠지?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는 신동인 모차르트를 데리고 빈에 세 번 온 적은 있지만 원래는 잘츠부르크에서 활동했다. 그 이후 모차르트가 빈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은 순전히 그의 선택이 아니라 대주교의 호출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빈을 활동 무대로 삼은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빈에는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인구가 만 3천5백 명 정도나 되었는데 이 숫자는 잘츠부르크의 전체 인구 수와 비슷할 정도이니 음악시장으로선 상당히 컸다. 역시 파리와 런던에 이어 유럽 제3의 도시인 빈다웠다. 그런데 그 당시에 음악가는 귀족 가문에서 하인들과 같은 대접을 받으면서 고용당하는 입장으로 자신의 취향대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귀족의 입맛에 맞는 음악만 만들어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랬던 처지를 세기의 천재인 모차르트는 참아내지 못했던 당연한 사실!! 그래서 자유음악가로서 모차르트가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모차르트가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의 말년에는 기본적인 방세나 식대를 내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으니 이를 어쩔꼬~.

 

사실 내겐 모차르트를 곱게 보아 넘기지 못할 큰 선입견이, 아니 약점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차르트를 보면 진정성도 있고 천재다운 면모도 더러 보이는데, 이 책보다 먼저 접한 「아마데우스」란 영화 때문에 순간순간마다 모차르트가 경박하고 비열하고 음란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영화 덕분에 실제의 모차르트란 인물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하지도, 알고자 하지도 않았던 것이 정말 큰 치명타였다. 물론 천재가 안타깝게도 그렇게 젊은 나이에 사라지는 것이 어찌 안타깝지 않았느냐마는, 진정으로 그에 대해 동정심이 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모차르트가 천재였지만 정말 끊임없이 노력했고, 음악가로서의 자부심도 훌륭했고, 번뜩이는 재치와 통찰도 있었다는 걸, 그리고 모차르트의 아내인 콘스탄체도 역시 훌륭한 성악가였고, 다부지고도 현명한 아내였다는 것을,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널리 알리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유명세에 가려져 진정으로 그 유명인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다면 진정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도.

 

영화에서 받은 선입견을 조금 줄이니까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우정에 대해서도 잘 보였다. 하이든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차르트와 일찍이 성공한 젊은 작곡가의 재능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하이든은 2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서로 친구가 되었다. 그랬기에 서로에게 극찬하는 말을 남기지 않았을까. 런던에서 모차르트의 타계 소식을 들은 하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후세 사람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 모차르트 같은 재능을 가진 음악가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 p. 186



 

또한 모차르트는 하이든을 비판하는 한 비평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도 한다.

 



"당신과 나 두 사람을 합쳐도 하이든 한 사람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p. 186



 

 

모차르트에게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의 죽음이었는데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살리에르에게 독살을 당한 것은 아니란다. 실제 그런 소문이 돌기는 했었던 것 같은데 콘스탄체가 절대로 아니라고 부인했다니 맞는 듯 싶다. 그런데 모차르트가 본인의 입으로 누군가가 자기에게 독을 먹었다고 콘스탄체에게 말했다고 하니, 누군가에게 독살을 당한 것은 맞나보다. 특히 로마와 나폴리에서도 널리 사용되었고, 메디치 가문에서 정적을 제거할 때 사용했던 '토파나의 물'이란 독약은 약효는 서서히 나타나지만 효과는 확실한데다가 극소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부검을 해도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천재의 인생에는 비운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정해져있는 것인지, 정말 모차르트의 죽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을 한 권 집어들고서 저자를 따라가니 음악의 도시 빈을 샅샅이 다 둘러볼 수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은 잘못 알고 있었던 천재 모차르트에 대해서 다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으로 그의 천재성을 모조리 훑어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인생의 한 편린이라도 알게 되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회였던 지라 더욱 반가운 책이다. 오스트리아 빈을 가보고픈 사람이라면,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혹은 알고 싶은 사람은 주저말고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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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아라비안나이트
김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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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수학과 철학의 만남~? 아니다, 원래 수학과 철학은 한 몸이었으니, '만남'이라고 하는 것은 좀 웃길지 모르겠다. 그럼, 철학에서 수학이란 학문이 가지를 치고 빠져나오게 된, 학문의 체계를 갖추게 된 배경이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발전 정도를 굵직굵직한 인물과 그들의 펴낸 저서, 그리고 그들에 얽힌 재미난 일화를 통해 알려준다. 수학이 단순한 계산뿐이라고 확신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러면 수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공식을 암기하고 숫자 대입해서 풀기만 하는 그런 지루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수학적인 원리에 의해 구성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을 텐데... 보통 수학을 어느 정도 하는 아이들은 그냥 대입하면 답이 나와서 쉽다고 하고, 수학을 진저리치도록 싫어하는 아이들은 필요도 없는 이런 공식을 왜 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진짜로 '수학'을 배우는 아이들은 전무한 셈이다. 그런 상태로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내 온 아이들이 수학을 깊이 연구할리가 만무하다. 사실 수학이야말고 지극히 추상적이고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재미있는 학문인데 말이다.

 

우리가 죽어라고 암기해야 하는 그런 공식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느낀다면 아이들이 조금은 수학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까. 물론 이 책만으로 그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이 책으로 수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우리나라 수학의 미래가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철학에서 하나의 곁가지로 시작했다가 그 다음엔 과학을 연구하기 위한 시녀 노릇을 했다가 나중에서야 과학의 여왕이라는 반열에 오른 수학이란 학문은 정말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학문이니 말이다. 특히나 이 책은 청소년들이 보기가 쉬운 용어들로 정리되어 있고, 분량도 191쪽에, 활자의 크기도 큼직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나로서는 수학이나 과학, 철학에 대한 다른 교양서에서 봤던 내용을 다시금 연대기 순으로 개괄해서 다시 정리하는 기분이 들어 참 재미있었다.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의 비극적인 이야기나 집합론의 대가 칸토어가 나중에 신경쇠약에 걸려 죽게 된 이야기는 『히파티아』와 『무한의 신비』란 책을 통해 아주 어렵고도 신기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을 되살리는 기회가 되었다.

 

5세기 무렵에 살았던 히파티아는 수학의 대가였던 테온을 아버지로 두어 어릴 적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 강의를 하고, 기하, 대수, 천문학에 대한 책을 쓰고, 유클리드 기하학과 정수방정식을 푸는 데 매진하며, 행성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기계까지 만들었던 뛰어난 여성 수학자였다. 그러나 아름다우면서도 독신을 고수하는 그녀를 시기하는 많은 광신도들이 그녀를 마녀라 부르며 잡아다 뜯고 불에 태워 죽여버렸다. 게다가 사건의 진상 조사도 하지 않고 덮어버렸던 일은 여성이 수학자가 되기가 어렵단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19세기에 와서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소냐 코발레프스카야라는 러시아 여성은 수학적인 재능과 문학적인 재능을 골고루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독일에서 수학을 배우고 싶어서 계약결혼을 하면서까지 러시아를 떠나 결국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기와 질투와 방해공작을 겪어야 했지만, 소냐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읽으면서 우리 청소년들도 무언가를 이겨내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오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진짜 매력적인 학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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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만들기 1 - 인연 찾기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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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만들기란 원래 정해져 있던 인연을 찾는 것이다?

 

한국의 로맨스소설의 대표주자 현고운 씨가 조금씩 시나리오에도 손을 대고 있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다른 로맨스소설과는 다르게 특이한 사고를 가진 여주인공의 톡톡 튀는 대사는 내가 들어도 한 눈에 반할 정도이니, 현고운 씨가 시나리오에 욕심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본다. 소설 중간 중간에 나오는 남녀주인공의 대면 장면에서 어쩜 그런 대사를 치고 들어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 설정과 대사 아이디어는 정말 대단하다. 현고운 씨의 소설을 즐겨 보는 이유도 그런 참신하고 톡톡 튀는 대사가 마음에 들어서이니까, 더 말을 해야 무엇하랴. 특히 우울할 땐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어서 좋다. 

 

그런 현고운 씨의 작품 중 『1%의 어떤 것』 이후로 또 한 권의 소설이 드라마화되었다. 이번에 본 『인연 만들기 1 : 인연 찾기』가 바로 그것이다. 계속 내실 책도 많은데, 시나리오 작업을 하시느라고 신간을 안 내시면 안될 터인데, 저번에 나온 『나와 함께 채송화』의 후속작도 나와야 하는데.. 등등의 온갖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현고운 씨의 작품이 드라마화 된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소설과 드라마의 전달 매체가 다른 만큼 소설과는 다른 러브스토리가 그려질 테지만 그래도 기대가 된다. 유진 씨가 여주인공으로 나온다는데 저번에 나왔던 『1%의 어떤 것』의 김다현 역을 맡았던 김정화 씨만큼만 잘하면 드라마는 재미있을 줄 믿는다.

 

현고운 씨의 작품에는 우연한 상황에서의 남녀 주인공의 만남이 많이 등장한다. 우연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인연이고,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아직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지 않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만, 그런 상황까지 엮이게 놔둔 것 자체가 서로에게 조금의 호감은 있었다고 생각할 밖에. 여주인공 빅토리아, 아니 한상은은 9살 적에 캐나다로 이민와서 대학 전까지는 캐나다에서, 공부를 위해 미국에서 몇 년을 살았으나 아버지의 강압적인 교육 덕에 언어는 물론이고 순수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특별한 처자이다. 그런 그녀가 변호사 공부를 하면서 사귄 알렉스에게 프로포즈를 받고는 아버지께 허락을 받으러 가지만, 순수 토종 한국인만 사위로 들인다는 철칙을 가진 아버지와의 협박으로 1년만 한국에 있다가 오기로 했다. 물론 한국에는 정혼자인 김여준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고 말이다. 정혼남 김여준, 그 사람은 대한그룹이라는 아버지 회사를 대신 이끄는 어마어마한 재력가이지만, 아직은 결혼은 요원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혼하기 어려울 여자들만 사귀는 바람기를 가진 남아인데, 역시 아버지의 명령으로 정혼녀인 상은이를 만나야 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현고운 씨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재벌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1%의 어떤 것』의 재인도 재벌이었고, 『잘 쓰고 잘 노는 남자 한량』의 하경은 건축가이지만 그의 집안은 대재벌로, 『하늘에 이르는 남자 건달』의 상경이 그 기업을 맡았다. 『봄날의 팔광』에선 민혁이 조금씩 성장하는 젊은 사업가였고, 『사자’s 러브』에선 재벌은 아니지만 사채업자인 주찬이 등장하고, 『지금은 전쟁 중』에선 재벌그룹의 사고뭉치 아들인 현명이 등장한다. 최신작인 『나와 함께 채송화』에서는 한의사로 꽤 큰 한의원의 원장이니까 돈은 무척 많은 남자다. 가만 보니, 돈이 많으나 삶의 목적이 딱 돈 뿐이거나 집안에 문제가 있거나 사랑을 잃어버려 상처를 받았거나 하는 남주인공들이 삶의 즐거움만 가득한, 자신의 삶에 진지한 여주인공을 만나 기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전부다. 구성이 참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대사가 톡톡 튀는 게 아닐까.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여준과 상은은 첫만남부터 안 좋았다. 여준이 심기가 불편한 상태로 전화통화하는 걸 들어버린 상은이 좋을리가 있을리가. 여준도 별로 특별해보이지도, 이쁘지도 않은 여자가 한 마디도 안 지는 것이 꽤 불편했을 거다. 그러다 서로의 부모님들이 거짓말한 대로 상은은 날라리인 척, 여준은 바람둥이인 척 꾸미는 동안 서로에게 정들어가는데, 상은이의 알렉스가 한국으로 내려오고 여준을 노리는 혜림까지 가세하니 이거 첩첩산중이로다. 내용은 알콩달콩 재미있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현고운 씨의 작품 속 여주인공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상황에서나 어딜 가더라도 대범하다는 것이다. 흠, 『잘 쓰고 잘 노는 남자 한량』의 민주는 좀 아닌가. 하여간 그 외 다른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대범하고 흔들리지 않는데 뭘 믿고 저러는 건지 진짜 모르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 상은도 혜림의 방해공작에도 꿋꿋하게 버티는 것이 조금 감정이입이 안되었다고나 할까. 사랑한다면 자신없어지고 초조해지고 이상한 상상도 하게 되고 그런데, 왜 상은은 그렇게 뻣뻣하지? 조금은 자신없어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초조해져야 극적인 감정이 더 생기지 않겠어? 하여간 이 부분만 빼곤 다 재미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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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 이야기
김형술 지음 / 사문난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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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 이야기

 

사문난적에서 그림에세이가 나왔다. 이름하여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림을 '들여다' 보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 김형술 씨는 그림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느낀 지 상당히 오래되셨다고 한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미술관 관람을 강권하기도 하고, 그림을 보고 배우고 '지식'으로써 아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 본연의 모습을 오롯이 느끼신단다. 언제부터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강권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진실로 옳다고 하는 신념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무던히도 그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신념을 가지게 된 시인 김형술이 말하는 바를 한 번 따라가볼 필요가 있겠다.

 

상당한 시간 동안 그림을 들여다 보셨기에 그림이나 화가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많은지 언제나 그림은 낯선 존재로만 남아있는 내게 조근조근 알려주셨다. 각각의 주제에 맞게 한 화가의 작품을 펼쳐놓으면서 그림과 이야기했던 것을 풀어놓고 마지막엔 그 화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약력을 알려주시는데, 나는 오히려 마지막에 나오는 약력에서보다 시인이 그림과 한 대화나 넋두리에서 보다 많은 것을 깨우쳤다. 그림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 아름답고 안정된 구조를 가진 그림만이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혹은 화가들이 가진 복잡한 생각을 다채로운 방법을 통해 세상을 드러내는 것, 바로 그 이상의 것도 그 이하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화가의 재능있음에 죽을 만큼 부러워하고, 왜 나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을까를 죽을 만치 고민하면서 켜켜이 쌓아올렸던 화가에 대한 환상과 경외심과 질투심이 그림과 나를 그렇게나 멀리 떨어지게 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림을 그림으로 만나보지 못하고 책이라는 어느 전문가의 눈을 빌려서만이 그림을 볼 엄두를 내었던 것을 말이다. 그리고 보니 이제야 생각났다. 내가 중학교 이후엔 한 번도 미술관에 발걸음을 하지 못한, 아니 안한 이유를...

 

지독히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그림과 이야기하려고 시도를 하면 과연 그 대화가 잘된 건지, 나 혼자 딴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아닌지,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느낌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림은 '맞다', '틀리다'로 평가하는 객관식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풀어서 적는 주관식 문제와 비슷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서야 조금은 그림과 이야기할, 그림을 들여다 볼 엄두가 난다. 누군가에서 '틀렸다'고 평가될까봐 겁이 났던 그 맘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림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놓쳐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그림에세이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만큼 아주 편안하게 접근해본 적은 없는 듯 싶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건 그저 그림을 들여다 보라는 것 뿐이니까.

 

이 책을 보면서 또 하나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회화만이 그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또다른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은 얀 사우덱(1935~)의 「삶」과 「헤이 조」이다. 체코의 사진작가인 얀 사우덱은 근대사의 격동기에 항상 피지배국이었던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에서 유대인으로 출생하고 성장했던 경험에 근거해 거의 포르노그래피에 가깝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치부를 드러낸 인간의 몸을 주제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내가 찾은 사진 중에서도 거리낌없는 모습이 있는 사진도 있었는데,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바로 1966년 작품인 「삶」이었다. 흑백으로 찍은,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갓 태어난 아기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모습은 언약함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나치게 거리낌 없는 사진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데, 그의 정신셰계를 완벽히 이해할 순 없지만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본연의 모습을 사진을 담으려다 보니까 그런 오해를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름의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사진작가와 작품을 알게 되어 너무 뿌듯하다. 이런 기회를 주신 김형술 시인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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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 20대 여자와 사회생활의 모든 것
이여영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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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ULES NO FEAR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철없는 20대 사회초년생의 눈으로 들여다본 책이 나왔다. 라이프스타일 전문 기자로, 대한민국 20대 여성으로, 더 잘 먹고 더 잘 사는 법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으로서 겪었던 이야기이다. 요즘 대부분의 20~30대 젊은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 정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믿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나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한 푼도 아까워하는 그런 단순하게 살기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여성기자가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정치와 전혀 무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쓴 자서전 같은 이야기다. 사실 이 책에는 사회초년생으로서 여성이 꼭 지녀야 할 덕목과 지침이 제시되어 있기도 하고,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와인 취향이나 와인에 친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 팁들을 제공해주고 있기에 책의 성격을 딱 하나로 결정짓기가 좀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사회를 바라보는 책이라고 규정짓는 이유는 이여영 기자가 이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바로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보는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보수 언론의 대표격인 중앙일보에서 열심히 자신의 삶을 개척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 책의 첫인상은 우울했다. 흑백의 도시를 젊은 여성 한 명이 홀로 뛰는 모습이 왠지 책의 내용이 희망적일 것이란 기대를 무참히 밟아버렸다고나 할까. 그러나 제목처럼 규칙도 정하지 말고, 두려움도 가지지 않은 채로 우리의 손으로 뭔가 하자는 이여영 기자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평범하게 인터넷 기자로 열심히 살아가던 중에 광화문 촛불 집회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의 현주소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 이 기자는 그 소감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 일로 중앙일보에서 해고된다. 촛불 집회 사건 전에도 보수 언론의 숨겨진 실체를 간간히 보기는 했지만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여파를 경험하지 못했던 터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게 어이없을 정도로 중앙일보에서는 아주 강한 대응을 해온 것이었다. 원래 언론기관이란 곳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진실을 명확히 보도해서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사회를 일궈가도록 도와주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런데 기자도 인간인지라 간혹 편파보도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일부러 알 권리 명목 하에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해 잘못된 보도를 하거나 편파 방송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인지...

 

파급력에 있어서 언론기관의 힘은 어마마하게 크다. 그렇기에 보수파들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그렇게나 애를 쓰겠다만. 그러나 현 정권이나 그 다음의 유력한 대선후보자에게 아부하고, 자발적으로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을 뿐인 시민들을 향해 배후세력이 누구냐며 음모론을 조성하는 것은 언론기관이 할 일이 아니지 않나. 아니지, 이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라면, 이 나라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잘 먹고, 잘 쓰고, 잘 놀기 위해 우리가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단순히 정치가 나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치부해버릴 일이 아닌 것이다. 그것을 안다면 지금보다 더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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