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 20대 여자와 사회생활의 모든 것
이여영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NO RULES NO FEAR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철없는 20대 사회초년생의 눈으로 들여다본 책이 나왔다. 라이프스타일 전문 기자로, 대한민국 20대 여성으로, 더 잘 먹고 더 잘 사는 법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으로서 겪었던 이야기이다. 요즘 대부분의 20~30대 젊은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 정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믿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나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한 푼도 아까워하는 그런 단순하게 살기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여성기자가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정치와 전혀 무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쓴 자서전 같은 이야기다. 사실 이 책에는 사회초년생으로서 여성이 꼭 지녀야 할 덕목과 지침이 제시되어 있기도 하고,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와인 취향이나 와인에 친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 팁들을 제공해주고 있기에 책의 성격을 딱 하나로 결정짓기가 좀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사회를 바라보는 책이라고 규정짓는 이유는 이여영 기자가 이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바로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보는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보수 언론의 대표격인 중앙일보에서 열심히 자신의 삶을 개척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 책의 첫인상은 우울했다. 흑백의 도시를 젊은 여성 한 명이 홀로 뛰는 모습이 왠지 책의 내용이 희망적일 것이란 기대를 무참히 밟아버렸다고나 할까. 그러나 제목처럼 규칙도 정하지 말고, 두려움도 가지지 않은 채로 우리의 손으로 뭔가 하자는 이여영 기자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평범하게 인터넷 기자로 열심히 살아가던 중에 광화문 촛불 집회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의 현주소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 이 기자는 그 소감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 일로 중앙일보에서 해고된다. 촛불 집회 사건 전에도 보수 언론의 숨겨진 실체를 간간히 보기는 했지만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여파를 경험하지 못했던 터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게 어이없을 정도로 중앙일보에서는 아주 강한 대응을 해온 것이었다. 원래 언론기관이란 곳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진실을 명확히 보도해서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사회를 일궈가도록 도와주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런데 기자도 인간인지라 간혹 편파보도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일부러 알 권리 명목 하에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해 잘못된 보도를 하거나 편파 방송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인지...

 

파급력에 있어서 언론기관의 힘은 어마마하게 크다. 그렇기에 보수파들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그렇게나 애를 쓰겠다만. 그러나 현 정권이나 그 다음의 유력한 대선후보자에게 아부하고, 자발적으로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을 뿐인 시민들을 향해 배후세력이 누구냐며 음모론을 조성하는 것은 언론기관이 할 일이 아니지 않나. 아니지, 이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라면, 이 나라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잘 먹고, 잘 쓰고, 잘 놀기 위해 우리가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단순히 정치가 나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치부해버릴 일이 아닌 것이다. 그것을 안다면 지금보다 더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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