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in 오스트리아 -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6일간의 여행
이재규 지음 / 예솔(예솔기획)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모차르트 인 오스트리아~!

 

여기 모차르트가 살아온 일들을 도시별로 볼 수 있게 한 책이 생겼다. 단 6일 만에 빈을 둘러보는 코스인데, 딱 한 권에 끝낼 수 있는 책이다. 단촐하게 이 책만 들고 빈을 여행한다면 모차르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오스트리아를 몇년 동안이나 돌아본 다음에 겨우 나온 책이라 섬세하게 정리해냈다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다만 전체 지도가 좀 있어준다면 더 찾기 쉬울 듯 싶은데, 그게 좀 아쉽다. 아무래도 오스트리아의 지명이 낯설기 때문에 이름만 달랑 나오면 거기가 도로 이름인지, 언덕 이름인지, 광장 이름인지조차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첫째 날부터 여섯째 날까지 나뉘어서 여정이 진행되는데 구분이 되는 각 첫 장에 간단한 약도가 있으면 딱이겠다. 다음 번에는 기대해도 되겠지?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는 신동인 모차르트를 데리고 빈에 세 번 온 적은 있지만 원래는 잘츠부르크에서 활동했다. 그 이후 모차르트가 빈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은 순전히 그의 선택이 아니라 대주교의 호출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빈을 활동 무대로 삼은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빈에는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인구가 만 3천5백 명 정도나 되었는데 이 숫자는 잘츠부르크의 전체 인구 수와 비슷할 정도이니 음악시장으로선 상당히 컸다. 역시 파리와 런던에 이어 유럽 제3의 도시인 빈다웠다. 그런데 그 당시에 음악가는 귀족 가문에서 하인들과 같은 대접을 받으면서 고용당하는 입장으로 자신의 취향대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귀족의 입맛에 맞는 음악만 만들어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랬던 처지를 세기의 천재인 모차르트는 참아내지 못했던 당연한 사실!! 그래서 자유음악가로서 모차르트가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모차르트가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의 말년에는 기본적인 방세나 식대를 내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으니 이를 어쩔꼬~.

 

사실 내겐 모차르트를 곱게 보아 넘기지 못할 큰 선입견이, 아니 약점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차르트를 보면 진정성도 있고 천재다운 면모도 더러 보이는데, 이 책보다 먼저 접한 「아마데우스」란 영화 때문에 순간순간마다 모차르트가 경박하고 비열하고 음란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영화 덕분에 실제의 모차르트란 인물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하지도, 알고자 하지도 않았던 것이 정말 큰 치명타였다. 물론 천재가 안타깝게도 그렇게 젊은 나이에 사라지는 것이 어찌 안타깝지 않았느냐마는, 진정으로 그에 대해 동정심이 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모차르트가 천재였지만 정말 끊임없이 노력했고, 음악가로서의 자부심도 훌륭했고, 번뜩이는 재치와 통찰도 있었다는 걸, 그리고 모차르트의 아내인 콘스탄체도 역시 훌륭한 성악가였고, 다부지고도 현명한 아내였다는 것을,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널리 알리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유명세에 가려져 진정으로 그 유명인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다면 진정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도.

 

영화에서 받은 선입견을 조금 줄이니까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우정에 대해서도 잘 보였다. 하이든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차르트와 일찍이 성공한 젊은 작곡가의 재능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하이든은 2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서로 친구가 되었다. 그랬기에 서로에게 극찬하는 말을 남기지 않았을까. 런던에서 모차르트의 타계 소식을 들은 하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후세 사람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 모차르트 같은 재능을 가진 음악가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 p. 186



 

또한 모차르트는 하이든을 비판하는 한 비평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도 한다.

 



"당신과 나 두 사람을 합쳐도 하이든 한 사람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p. 186



 

 

모차르트에게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의 죽음이었는데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살리에르에게 독살을 당한 것은 아니란다. 실제 그런 소문이 돌기는 했었던 것 같은데 콘스탄체가 절대로 아니라고 부인했다니 맞는 듯 싶다. 그런데 모차르트가 본인의 입으로 누군가가 자기에게 독을 먹었다고 콘스탄체에게 말했다고 하니, 누군가에게 독살을 당한 것은 맞나보다. 특히 로마와 나폴리에서도 널리 사용되었고, 메디치 가문에서 정적을 제거할 때 사용했던 '토파나의 물'이란 독약은 약효는 서서히 나타나지만 효과는 확실한데다가 극소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부검을 해도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천재의 인생에는 비운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정해져있는 것인지, 정말 모차르트의 죽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을 한 권 집어들고서 저자를 따라가니 음악의 도시 빈을 샅샅이 다 둘러볼 수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은 잘못 알고 있었던 천재 모차르트에 대해서 다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으로 그의 천재성을 모조리 훑어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인생의 한 편린이라도 알게 되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회였던 지라 더욱 반가운 책이다. 오스트리아 빈을 가보고픈 사람이라면,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혹은 알고 싶은 사람은 주저말고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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