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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아라비안나이트
김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수학과 철학의 만남~? 아니다, 원래 수학과 철학은 한 몸이었으니, '만남'이라고 하는 것은 좀 웃길지 모르겠다. 그럼, 철학에서 수학이란 학문이 가지를 치고 빠져나오게 된, 학문의 체계를 갖추게 된 배경이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발전 정도를 굵직굵직한 인물과 그들의 펴낸 저서, 그리고 그들에 얽힌 재미난 일화를 통해 알려준다. 수학이 단순한 계산뿐이라고 확신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러면 수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공식을 암기하고 숫자 대입해서 풀기만 하는 그런 지루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수학적인 원리에 의해 구성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을 텐데... 보통 수학을 어느 정도 하는 아이들은 그냥 대입하면 답이 나와서 쉽다고 하고, 수학을 진저리치도록 싫어하는 아이들은 필요도 없는 이런 공식을 왜 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진짜로 '수학'을 배우는 아이들은 전무한 셈이다. 그런 상태로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내 온 아이들이 수학을 깊이 연구할리가 만무하다. 사실 수학이야말고 지극히 추상적이고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재미있는 학문인데 말이다.
우리가 죽어라고 암기해야 하는 그런 공식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느낀다면 아이들이 조금은 수학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까. 물론 이 책만으로 그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이 책으로 수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우리나라 수학의 미래가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철학에서 하나의 곁가지로 시작했다가 그 다음엔 과학을 연구하기 위한 시녀 노릇을 했다가 나중에서야 과학의 여왕이라는 반열에 오른 수학이란 학문은 정말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학문이니 말이다. 특히나 이 책은 청소년들이 보기가 쉬운 용어들로 정리되어 있고, 분량도 191쪽에, 활자의 크기도 큼직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나로서는 수학이나 과학, 철학에 대한 다른 교양서에서 봤던 내용을 다시금 연대기 순으로 개괄해서 다시 정리하는 기분이 들어 참 재미있었다.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의 비극적인 이야기나 집합론의 대가 칸토어가 나중에 신경쇠약에 걸려 죽게 된 이야기는 『히파티아』와 『무한의 신비』란 책을 통해 아주 어렵고도 신기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을 되살리는 기회가 되었다.
5세기 무렵에 살았던 히파티아는 수학의 대가였던 테온을 아버지로 두어 어릴 적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 강의를 하고, 기하, 대수, 천문학에 대한 책을 쓰고, 유클리드 기하학과 정수방정식을 푸는 데 매진하며, 행성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기계까지 만들었던 뛰어난 여성 수학자였다. 그러나 아름다우면서도 독신을 고수하는 그녀를 시기하는 많은 광신도들이 그녀를 마녀라 부르며 잡아다 뜯고 불에 태워 죽여버렸다. 게다가 사건의 진상 조사도 하지 않고 덮어버렸던 일은 여성이 수학자가 되기가 어렵단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19세기에 와서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소냐 코발레프스카야라는 러시아 여성은 수학적인 재능과 문학적인 재능을 골고루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독일에서 수학을 배우고 싶어서 계약결혼을 하면서까지 러시아를 떠나 결국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기와 질투와 방해공작을 겪어야 했지만, 소냐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읽으면서 우리 청소년들도 무언가를 이겨내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오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진짜 매력적인 학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