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폴란드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외 지음, 정병권.최성은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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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세계문학전집이 나왔다. 총 아홉 권으로, 영국( 가든 파티 ), 미국( 필경사 바틀비 ), 독일( 어느 사랑의 실험 ), 스페인·라틴아메리카(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 프랑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 중국(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일본( 이상한 소리 ), 폴란드(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러시아(무도회가 끝난 뒤 ) 편이 나왔다. 그 중 내가 읽은 책은 폴란드의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인데, 꽤 재미있었다. 사실 폴란드의 민족성이나 정치·역사 상황을 잘 몰라서 폴란드문학을 읽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였지만 오히려 요즘 나왔던 독일 문학보다는 난해함도 없고 나름 흡입력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35년 동안 일본에게 지배당했던 것처럼 폴란드도 120년 동안 러시아·프로이센·오스트리아에게 분할 통치 당했던 것도 그렇고 그렇게 독립운동을 하면서 문학이 많이 발달했던 것도 흡사해서 과거부터 강대국이었던 나라들의 작품보다는 오히려 더 잘 맞아들어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왠지 글에서 배어나오는 오만함도 없고 말이다.

 

솔직히 이 단편집을 다 읽고 나니까 폴란드 편에 붙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세계문학의 제목을 보아하니, 자극적이란 면에서 타데우쉬 보로프스키의「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가 대표작으로 뽑힌 것이 어쩐지 이해는 간다만, 폴란드 작품의 대표성을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있지 않았을까. 하긴 폴란드 국민들이 그 끔찍하고도 잔인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목격자 역할을 충실히 했던 것을 반성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말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폴란드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카지미에쉬 비카의 말처럼 아우슈비츠 같은 야만적인 학살행위를 예술화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는 있는 법. 그러나 문학은 우리의 현실을 투영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아우슈비츠 같은 야만적인 학살행위를 예술화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타데우쉬 브로프스키의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은 너무나 적나라하고 너무나 냉정한 시선을 바라보기에 문학작품을 읽기에는 너무 끔찍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외 여러 작품 중에서 이 폴란드 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헨릭 시엔키에비츠의 「등대지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등대지기 노인이 위대한 폴란드의 시집을 선물 받고, 잊고 있었던 조국 폴란드의 모습과 위엄을 깨달아가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조금 허무하게 끝나는데, 아니 마지막이 조금 허무했기에 더욱 강렬한 메씨지를 남겨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잊었던 폴란드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그 노인은, 이전처럼 어디를 가더라도 그 길이 방랑과 고난의 연속으로 느껴지지 않고 적극적인 창조의 인생을 꾸려갈 것이라는 안도가 든다. 그렇기에 사람은 단지 먹고 사는 데 목적이 있지 않고 인간의 영혼에 계속 위대함의 불을 밝힐 수 있는가에 그 목적을 두는 것이겠지. 그 불이 꺼지지만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어디를 가더라도 생명력이 꺼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또 좋았던 것은 각 단편이 끝나면 더 읽을 거리를 알려주는데, 헨릭 시엔키에비치가 그 유명한 쿠오바디스 를 썼던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예전에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쿠오바디스 란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꼭 봐야겠단 마음을 먹었었는데, 오~ 그 작가가 바로 이 작가이라니!! 귀한 보물을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다. 폴란드 작품이 이렇게나 기쁨을 줄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 횡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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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우체부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권종상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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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걸까 하는 의문을 숱하게 한 나로선 이 책이 정말 반가웠다.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의 말은 힘이 있어서 듣는 사람도 그 말을 믿게 되기 마련이기에 내가 보기에 그다지 성공한 것 같이 보이지 않아도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사람을 꼭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행동에서 풍겨나오는 삶의 철학, 말 속에 들어있는 감정, 표정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분위기 등등을 느낄 수가 있다. 만약 그런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도 그렇게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심의 속셈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권종상 씨는 실제로 만나볼 수가 있는 사람이다. 아쉽게도 난 못 봤지만 KBS TV 〈지구촌 네트워크 한국인〉이란 방송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이란 주제로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게 믿을까.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면 또 몰라도. 행복의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성공의 기준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가 말이다. 대략 돈, 명예, 영향력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종상 씨는 자신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짖는다. 아마도 이 성공을 남과 나누지 않으면 자신이 뻥 하고 터질 것만 같은지 이제는 책까지 냈다. 힘들게 발간했으니 봐주어야 인간의 도리를 다했다고 할 수 있는 거겠지? 흠흠.. 기본 골자는 이것이다. 한국인 남자가 미국 시애틀이란 곳까지 날아가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 지역사회에서의 유명인사가 되고 그로써 행복해지고 그로써 성고했다고 믿었단 이야기, 더 독특한 것은 그가 사람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게 된 그 이유가 ... 그가 우체부였기 때문이라는 것 정도. 워낙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인지라 적당히 할 수도 있는 배달 일을 세심하게 내 일처럼, 내 가족 일처럼 신경써주는 우체부였기에 시애틀이란 도시에서 그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화려하거나 가슴이 뛰는 그런 성공기는 아니다. 볼거리를 워낙 따지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성공 기준만 맹신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금방 식상해질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부러웠다. 처음에는 제대로 관리도 안 되고 지역도 너무 멀어서 힘들었지만 천 가구 정도 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나니 그 다음엔 우편물을 분류하는 것이 쉬워지니까 사람들을 보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이름을 불러가며 안부 인사도 건네주고, 길을 잃어버린 맹인 할머니에겐 같이 걸어가며 길을 안내해주고, 5층까지 무거운 소포를 혼자 나를 수 없는 할머니에겐 대신 들어다주는 사소한 서비스를 해준 것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감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젊은 사람들보단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보니까 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들보다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보니까 정에 굶주리고 사소한 친절에도 감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단다.

 

미국에 가서 한국인이 공무원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권종상 씨는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가 발령을 기다리는 동안 우체부 시험을 쳐서 또 합격해 바로 발령을 받아왔다고 한다. 대단히 성실한 모습에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일찍 찾아왔는데 그가 현장을 뛰지 않으니까 주민들도 그리워하고 자신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자신을 써야겠단 생각으로 좀더 쉽고 좀더 수입이 많았던 일이었는데도 관리자를 포기했단다. 하지만 그런 금전적인 이익이나 육신의 보존보다는 정에 굶주린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고 애정을 느끼는 이 시간이 훨씬 더 값지다는 그의 말은 어딘가 수긍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이제는 기념일마다 주민들이 우체통에 쿠키나 초콜릿, 카드 등을 넣고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는 정말 나를 부럽게 한다. 그가 말하는 성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따뜻한 인간관계를 쌓아가며 적극적으로 녹아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요?

 

옆집에 사는 사람조차 얼굴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나로선 어쩌다 주민들과 마주치기라도 할라치면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져서 어색해하기 일쑤다. 먼저 인사하는 것이 무에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나 몸을 사리는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간단한 인사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오늘 아침이었다.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초등생 꼬마 하나가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주었다. 어찌나 예쁘던지... 그래서 평소에 주저거리던 나도 아주 쉽사리 밝은 표정으로 “안녕하세요~”라고 답례해줄 수 있었다. 정말 그 말 하나 주고받았을 뿐인데도 세상이 참 다르게 보이는 것을 보면, 인사 하나의 효과가 대단하다. 다음 번에는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보고 싶다. 혹 누군가 어색해서 인사를 안 해주더라도 절대 민망해하지 말고, 또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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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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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별하지만 특별할 것이 없는, 특출나지만 그리 특출나보이지 않으려하는 그녀, 김연아 선수가 썼다는 것만으로도 화제성이 충분한 이 책은 내용면에서도 여타의 유명 연예인이 쓴 책보다는 훨씬 알차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일상적인 모습이라든지 이제껏 그녀가 은반 위에서 펼쳤던 많은 숏/롱 프로그램의 이름은 무엇인지, 그 땐 어떤 코스튬을 입었는지, 그 때 어떤 성적을 기록했고 왜 그런 성적이 나왔는지 등등 너무도 사소하고 너무도 세밀한 이야기를 그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그녀가 직접 쓴 책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었는데 내 예상이 들어맞아 기쁘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 본인이 쓴 책을 보고 싶단 소망은 갑자기 인기를 끄는 그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어서였기도 했지만 언론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표정이 할 말은 무지 많은데 상황이 안 되어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만약 멍석을 깔아주면 모르긴 몰라도 우리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예상도 들었다. 그런데 누군가 꼭 내 마음을 훔쳐본 것처럼 이 책에는 그렇게 연아 선수에 대해서도, 연아 선수가 국민들에게, 정부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도 아주 차곡차곡 들어차있다.

 

내가 처음 본 김연아 선수의 피겨 프로그램은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부터이다. 그 전에 나온 「박쥐 서곡」이나 「미스 사이공」도 보긴 봤을 텐데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 없는 걸 보면 아마도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록산느의 탱고」나 「종달새의 비상」은 전혀 기억에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싶다. 아마 그 때가 2005년 주니어 시즌부터 시니어 시즌 데뷔무대였으니 내가 김연아 선수를 몰랐을 거라는 것은 분명하다. 변명을 하자면 피겨 스케이팅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운동이란 운동은 취미나 특기 사항에 전혀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월드컵이거나 말거나 올림픽이 개최되거나 말거나 아무런 상관없이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야 나도 열광했지만 그 외는 전혀 관심 밖이다 보니 피겨 스케이팅의 요정이 새로 탄생했는 줄 내가 어찌 알 수 있었을까.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를 하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이렇게 금방 포기를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김연아 선수의 모습이 주니어 시절 인지도가 급부상했을 때의 김연아 선수와 비교해서 더 안정적이고 더 성숙해지고 더 아름다워졌기에 하는 말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애띠고 청초한 그 시절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은 건 절대 아니다.

 

몇 번 같은 코스튬을 입고 대단히 훌륭하게 클린할 때도 있고, 엉덩방아를 찧을 때도 있는 것을 봤는데 그때 모두가 다른 대회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한 번 짠 프로그램을 가지고 한 시즌을 가는데 계속 대회를 겪으면서 다듬어간다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내가 했던 가장 큰 착각은 보통 선수들은 연습 때 완벽하게 해내고 대회에서 긴장감이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서 실수를 하는 줄 알았었는데, 각 프로그램 짠 것에 따라서 클린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 엉덩방아를 찧는 등의 실수는 그날 갑자기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거나 몸이 안 좋아진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내내 부상의 고통과 싸우면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2006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그랑프리에서는 갑작스레 찾아온 허리 통증 때문에 힘들게 치렀던 경기였다. 다행히 가까스로 1위를 하긴 했지만 진짜 문제인 건 2007년 3월에 열리는 첫 세계선수권대회였다. 그동안 허리 통증이 전혀 나아지지 않아서 준비하는 기간에 전혀 전체 프로그램을 한 번도 연습해보지도 못하고물리치료만 죽도록 하다가 기권을 각오하고 참가했다. 다행히 쇼트 프로그램에선 기립박수가 나올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펼쳤고, 그 결과 71.95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연습을 못해서 체력이 부족한 데다가 통증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된 몸이라 롱 프로그램인 「종달새의 비상」은 완전히 망쳐버렸다. 그래서 결국 전체 3위!!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 대회가 부상과 함께 한 것인 줄은 몰랐던 내겐 대단한 일로 보인다. 정말 단단한 사람이구나, 김연아 선수는.

 

앞으로 2010년 동계올림픽이 남아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번이나 1위를 놓친 과거도 이제 딛고, 컨디션도 호조라고 하는 요즘에 김연아 선수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기에 김연아 선수를 믿는다. 잘하면 잘할 것이고, 못해지더라도 그것을 이기고 또 도전할 것을 나는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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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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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중원 박서양』이란 책은 참 어렵게도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읽어도 분량이 줄어들지를 않으니... 내가 이 책을 골랐을 땐, 뭔가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고자 했지, '박서양'이란 아이가 ‘백정’이란 이유로 모진 학대를 당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자 했던 것이 아니였기에 아마도 더했으리라. 지금은 없는 신분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해서 서양이가 그렇게나 당하는 꼴을 두고보자니, 또한 제대로 정신머리가 박혀있는 사람들이 서양이가 당하는 그 꼴을 가만히 두고보고만 있는 꼴도 보자니 정말 배알이 뒤틀리는 줄 알았다. 더불어 그러한 참혹한 일을 당연하게 알고 살았던 우리네 조상들의 빛 없는 삶도 참담할 뿐이었고 구한 말에 우리 조선이 강대국들의 권력다툼에 놀아나는 것도, 우리 명성황후가 그렇게 어이없이 가시는 것도, 우리 고종황제께서 나라를 살리려 고군분투하지만 끝내 못 하고 가신 것도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들여다 보고만 있으니 이런 열패감을 안게 되기에 우리의 역사를 그다지 바로 보고 싶지 않다고 무던히도 떼를 썼었는데 이렇게 딱 걸리게 된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래, 장기려 선생의 이야기처럼 그런 위대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의술의 최고봉을 보고자했던 것이었을 텐데... 이 책에는 그런 위대한 의사로서의 이야기보다는 그저 ‘백정’ 신분을 가진 박서양이란 사람의 인생 역정을 더욱 집중 조명해준다.

 

실제 있었던 인물이라는, 전제조건을 앞에 두고 소설을 읽는 기분은 참 묘하다. 극적인 사건을 만나면 과연 이 내용이 사실이었을까, 송준구가 친일파였을까, 박서양이 제국익문사(솔직히 ‘제국익문사’도 뭐하는 단체인지도 모른다.)의 일원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소설이기에 허구적인 요소는 무수히 많을 것이기에 전적으로 다 믿기도 그렇고, 또 그렇다고 아예 깡그리 무시하기도 박서양이란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고 조선 최초로 양의사가 된 사실 때문에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오리무중이었다. 반백정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얻어터지기나 하는 서양이를 보다못해 좀 나은 환경에서 살라고 제중원이란 왕립병원에 버린 아버지부터, 제중원에서 시중도 들고 영어를 익혀가는 중에서도 백정이란 굴레를 뒤집어쓰곤 굽신거리는 서양의 꼴에서부터, 풍양 조씨의 자제 조연학과의 만남에서부터, 그를 시기하여 해꼬지를 하려는 송준구까지 이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지 그저 작가의 환상적인 상상력을 만들어낸 인물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내용이 너무 착착 맞아떨어지는 것이 더 의심하게 되는 이유일 듯 한데, 에이~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내내 읽으면서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백정’이라는 신분이 그렇게나 욕 먹을 신분인지에 대해서다. 짐승을 잡으니 좀 더러운 냄새를 풍길 수는 있겠지만 그야 씻으면 그만일 것인데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은 행동이 많이 나온다. 평민들이나 백정들이나 힘 없고 빽 없는 똑같은 인간인데 그렇게나 멸시할 수가 있을까. 아마도 이제껏 양반들에게 당했던 보복 심리가 아닐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렇게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려고만 하는 세상이니,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게 당연하다 싶다. 그러나 신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약소국의 왕이란 자리는 여러 열강들 사이에서 제 나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협상하는 자리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자존심을 깔아뭉개져도 한 마디도 못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폭력에서 제 몸 하나 건사못하는 ‘백정’ 놈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나마 백정은 외국에라도 나갔다 오기라도 할 수 있지, 왕이란 자리는 꼼짝 못하고 그 자리만 지켜야 하는 신세 뿐이니 어느 누가 왕의 자리를 갖고 싶다고 하겠나. 고종이 서양을 보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궁궐에 갇혀 사는 왕이나 반촌에 갇혀 살아야 하는 ‘백정’이나 똑같다는 건 진짜 어불성설일 수 있으나 왠지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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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이모네 아이들 - 한국 아이들의 좌충우돌 인도 체험기!
이해전 지음 / 야누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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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도에 이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마음을 열고 속엣말까지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있다면 얼마나 의지가 될까. 그것도 낯선 땅, 엄마 아빠가 안 계시는 타지에서 유학을 온 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책은 아들의 인도유학을 계기로 본인이 직접 인도에서 한국 아이들을 데리고 영어정복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처음엔 한두 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매년 스물다섯 명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키워주는 곳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자리를 잡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교육이라는 것이 무슨 공장을 돌리듯 아이들을 집어넣고 짠! 하고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님을 잘 알기에 인도 이모의 말 못할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도 이해가 간다. 단순히 영어만 잘하면 무엇이든지 잘 될거라 생각하는 한국의 많은 철없는 부모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받아들인 아이들, 어째 하는 행세가 참 가관이다~! 집에서 공중도덕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책도 많이 읽게끔 하지도 않고, 편식 버릇은 지독하게도 들여놨으니 단순히 영어 공부를 하기 이전에 사람부터 되어야 하는 큰 과제가 인도 이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 집에 여럿이 사는 곳이라면 집처럼 한둘 밖에 없어 단촐한 식구뿐인 자기 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와야겠지만 그 정도의 상식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와서는 제 물건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고, 음식은 무조건 고기만 나와야 한다고 고집부리고 야채만 조금이라도 있으면 먹지 않는다 떼를 써대고, 침대에 뛰어나오거나 뛰어들어가느라고 앞니 부러뜨리기도 예삿일이고, 가르쳐준 대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해 밖에서 사고친 일까지도 다 수습하려면 인도 이모의 몸이 열 개라도 다 부족하겠다 싶다. 어디 그뿐이랴. 인도에 온 소기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아이들에게 학교 숙제와 별도의 과제물을 주어야 하고, 또 공부를 시키면 누구나 군말없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체벌을 해야 효과적으로 아이들이 말을 들을지에 대해서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인도 이모도 맺음말에서 얼핏 드러냈듯이 요즘 아이들은 영악해져서 어른이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꾀를 써서 공부를 안하려고 요령을 부리는 경우가 많아져서 또 힘들단다. 사춘기가 빨리 와서 인도 이모랑 되지도 않는 기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돈을 쳐발라가면서 아이들 유학보내봤자 그것이 얼마 만큼의 희생을 치르고 보내는지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가장 큰 비극은 그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부모가 얼마 만큼의 희생을 치르고 자신들을 뒷바라지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 만약 그것만 알 수 있다면 모든 게으름과 꾀 부림과 요령 피움은 다 사라지고도 남을 텐데 말이다. 그러기에 유학을 보내기 전부터 얼굴을 마주 보고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훨씬 인도 유학이 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그러니까 가정교육이 제대로 된 아이들은 유학생활을 하는데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 알아두면 좋겠다. 

 

이렇게나 힘든 생활에도 불구하고 인도 이모에겐 희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옛날에 인도 유학왔을 때 이모의 말을 안 들었던 것이 너무 죄송했다고 군대 가서야 후회의 메일을 보내오기도 하고. 처음엔 편식 대장에, 울보 대장에, 뺀질이 선수였던 친구가 10개월만 지나고 나면 한국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이제껏 열심히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니 이 어찌 아니 기쁠까.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기뻐하고, 아이들의 환한 웃음에 행복해하는 인도 이모야말로 돈이 아니라 순전히 보람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에게 인도 이모가 돈이 많이 벌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녀를 잘못 판단하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그것은 한국보다 생활 제반의 모든 것이 열악한 인도에서 아이들이랑 살아보지 않은 자의 무지일 뿐이다. 세련되었고 깔끔하고 시설이 좋은 한국을 두고 더럽고 느리고 거짓말만 해대는 인도에서 오로지 영어 하나 잘 해보자고 유학 온 아이들을 책임지는 인도 이모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인도이라 발음은 미국보다 덜 유창할지는 모르지만 인도는 싼 생활비를 들여서 거주할 수 있는 곳에서 미국이나 영국의 교재를 같이 쓰는 교육제도를 따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방식도 한국의 주입식과는 달라서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하는데도 더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서구권에서도 인도의 교육제도는 인정해주기 때문에 아예 대학교까지 인도에서 나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까 앞으로도 인도 이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한다. 아! 이 모든 글은 인도 이모의 카페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인도에 아이 보내두고 걱정스러운 부모님들은 확인이 가능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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