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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우체부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권종상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세상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걸까 하는 의문을 숱하게 한 나로선 이 책이 정말 반가웠다.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의 말은 힘이 있어서 듣는 사람도 그 말을 믿게 되기 마련이기에 내가 보기에 그다지 성공한 것 같이 보이지 않아도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사람을 꼭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행동에서 풍겨나오는 삶의 철학, 말 속에 들어있는 감정, 표정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분위기 등등을 느낄 수가 있다. 만약 그런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도 그렇게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심의 속셈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권종상 씨는 실제로 만나볼 수가 있는 사람이다. 아쉽게도 난 못 봤지만 KBS TV 〈지구촌 네트워크 한국인〉이란 방송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이란 주제로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게 믿을까.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면 또 몰라도. 행복의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성공의 기준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가 말이다. 대략 돈, 명예, 영향력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종상 씨는 자신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짖는다. 아마도 이 성공을 남과 나누지 않으면 자신이 뻥 하고 터질 것만 같은지 이제는 책까지 냈다. 힘들게 발간했으니 봐주어야 인간의 도리를 다했다고 할 수 있는 거겠지? 흠흠.. 기본 골자는 이것이다. 한국인 남자가 미국 시애틀이란 곳까지 날아가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 지역사회에서의 유명인사가 되고 그로써 행복해지고 그로써 성고했다고 믿었단 이야기, 더 독특한 것은 그가 사람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게 된 그 이유가 ... 그가 우체부였기 때문이라는 것 정도. 워낙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인지라 적당히 할 수도 있는 배달 일을 세심하게 내 일처럼, 내 가족 일처럼 신경써주는 우체부였기에 시애틀이란 도시에서 그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화려하거나 가슴이 뛰는 그런 성공기는 아니다. 볼거리를 워낙 따지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성공 기준만 맹신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금방 식상해질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부러웠다. 처음에는 제대로 관리도 안 되고 지역도 너무 멀어서 힘들었지만 천 가구 정도 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나니 그 다음엔 우편물을 분류하는 것이 쉬워지니까 사람들을 보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이름을 불러가며 안부 인사도 건네주고, 길을 잃어버린 맹인 할머니에겐 같이 걸어가며 길을 안내해주고, 5층까지 무거운 소포를 혼자 나를 수 없는 할머니에겐 대신 들어다주는 사소한 서비스를 해준 것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감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젊은 사람들보단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보니까 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들보다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보니까 정에 굶주리고 사소한 친절에도 감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단다.
미국에 가서 한국인이 공무원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권종상 씨는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가 발령을 기다리는 동안 우체부 시험을 쳐서 또 합격해 바로 발령을 받아왔다고 한다. 대단히 성실한 모습에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일찍 찾아왔는데 그가 현장을 뛰지 않으니까 주민들도 그리워하고 자신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자신을 써야겠단 생각으로 좀더 쉽고 좀더 수입이 많았던 일이었는데도 관리자를 포기했단다. 하지만 그런 금전적인 이익이나 육신의 보존보다는 정에 굶주린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고 애정을 느끼는 이 시간이 훨씬 더 값지다는 그의 말은 어딘가 수긍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이제는 기념일마다 주민들이 우체통에 쿠키나 초콜릿, 카드 등을 넣고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는 정말 나를 부럽게 한다. 그가 말하는 성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따뜻한 인간관계를 쌓아가며 적극적으로 녹아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요?
옆집에 사는 사람조차 얼굴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나로선 어쩌다 주민들과 마주치기라도 할라치면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져서 어색해하기 일쑤다. 먼저 인사하는 것이 무에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나 몸을 사리는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간단한 인사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오늘 아침이었다.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초등생 꼬마 하나가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주었다. 어찌나 예쁘던지... 그래서 평소에 주저거리던 나도 아주 쉽사리 밝은 표정으로 “안녕하세요~”라고 답례해줄 수 있었다. 정말 그 말 하나 주고받았을 뿐인데도 세상이 참 다르게 보이는 것을 보면, 인사 하나의 효과가 대단하다. 다음 번에는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보고 싶다. 혹 누군가 어색해서 인사를 안 해주더라도 절대 민망해하지 말고, 또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