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자마 스트레칭 - 슈퍼모델 에이미의 내 몸을 깨우는 아침 5분 파자마 시리즈
에이미 지음, 김태준.이현지 감수 / 비타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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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마 스트레칭』은 사실 내겐 맞지 않는 책이다. 왜냐하면 나는 늦잠을 아~주 많이 자는 사람인지라 아침형 인간이라기보다는 저녁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책은 아침형 인간에게 맞고, 이 책이랑 같이 나온 『파자마 다이어트』가 저녁형 인간에게 맞는 것이라고 나와있었다. 책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된 이 사실이 야속하긴 하지만, '다이어트'란 어감이 싫어서 일단 이 책을 골랐다. 그리고 또 하나, 아버지가 나만 보면 스트레칭이라도 하라고 하셨던 잔소리가 아마 귀에 박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오자마자 대뜸 골랐다. 다이어트는 3초동안도 유지하지 못하는데 스트레칭은 아무런 부담없이 시도해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다이어트에 상당히 많이 질렸나 싶기도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이젠 아예 포기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지박약아인 나로선 이 책이 가장 부담없이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 들었을 말, '아침밥은 꼭 먹어야 뇌가 활성화된다'는 것처럼 우리 몸도 그렇다. 사람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평소보다 체온이 1°정도 낮기 때문에 몸이 활성화되지 못한다. 그래서 일어났을 때, 아니 이부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몸을 쫘~악 펴주는 것부터가 스트레칭의 시작이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 때도 눈이 떠졌을 때(그것이 아침이 아닐 때가 많지만^^)는 침대에서 기지개를 쫘악~ 하고 해주는 것을 습관화들였었느데, 요즘엔 침대에 하도 올려놓은 책들이 많아 그것이 여의치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선 바로 침대를 정리하고 기지개부터 시작했는데 단순히 천장을 보고서 하는 기지개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돌아누워서도 한 번씩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선 누운 채로 <다리 한쪽씩 잡아당기기>를 하거나 수평으로 팔을 벌린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올려 구부리는 <허리틀기>도 아주 좋다. 이것까지는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데, 그 외에도 많이 있다.

 

현재 슈퍼모델 출신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에이미 씨는 체육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모델일을 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곤 운동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평소 운동이 쉽지 않았던 그녀인지라 스트레칭에 많은 비중을 들였는데 단순한 스트레칭으로도 효과적으로 몸매를 관리하고 몸을 건강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런 그녀의 스트레칭 노하우가 담긴 책이라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숨어있었다. 스트레칭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에이미 씨처럼 그것을 몸으로 체득할 기회가 없었기에 아직도 스트레칭을 하려고 하면 많은 관심이 요구되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본 것 같긴 하다. 늦게 자는 사람이라서 자고 나면 몸이 그다지 개운함이 없었는데 스트레칭을 몇 번 했더니 조금은 예전보다 나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으니까. 아침에 5분을 투자하라고 하지만, 이 동작들을 몸에 체득시키려면 15분도 더 들게 생겼으니 아직은 쉽지가 않긴 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요일별 스트레칭】이다. 이 많은 것을 언제 하루에 다하겠는가. 일어나면 씻기도 바쁜 이 때에 말이다. 그래서 각 요일별로 해야 할 것을 몇 가지 나누어서 한다면 식상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아서 효과적이다. 특히 누워서 책을 많이 읽는 나는 어깨 뭉침이 심한데 그것을 방지할 수 있는 【수요일의 어깨결림 풀어주기】랑 나잇살이 붙어 허리가 사라지고 있는 내게 가장 효과적인 【목요일의 아름다운 허리선 만들기】는 가장 맘에 든다. 매일 그것만 하고 있을 정도로. 그 외에도 【얼굴 스트레칭】, 【힐링 스트레칭】, 【기능성 스트레칭】이라고 나뉘어서 딱 맞는 스트레칭이 있다. 어깨결림 풀어주는 것도 있지만 어깨 뭉침도 풀어주는 기능성 스트레칭이 있어 아주 쉽고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다. 그냥 직장에서도 문만 있으면 양쪽 손으로 문틀을 잡고 몸만 15초간 밀어넣어주면 되는 것이니까. 실생활에 적용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한 번 훑고 필요할 때마다 몸으로 익혀놓으면 어렵지 않아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운동이란 하면 개운하고 시원하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스트레칭은 가장 이상적이다. 에너지 소비도 그다지 들지 않고, 시간을 따로 낼 필요도 없으며, 가장 중요한 피곤이 풀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운동을 전혀 안 하던 내가 갑자기 달리기라도 시작한다면 그 다음날 다리에 알만 배기고 못하거나 피곤해질 텐데 이 스트레칭은 몸을 풀어주는데 그 의의가 있으니 평소 망가지고 굳어있던 몸을 풀어주는데 아주 안성맞춤이겠다. 그리고 나면 슬슬 본격적인 운동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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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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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 전에 잠시 헷갈렸다. 그러니까 이 책은 철학책인 거야, 시에 대한 책인거야?

너무나 당연하게 범주를 철학이라고 해놓고 한동한 고민 끝에 이 책은 철학책으로 규정지었다. 당연히...「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이란 부제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의 저자가 동양철학자인 것만 봐도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까 단순하게만 여겨질 만큼 몇 안 되는 글자로 이루어진 시들이 하나같이 크고 뜨거운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 안에 철학이 있음을, 치열할 정도로 이 세대를 걱정하고 재우치는 가슴으로 반응하는 뜨거운 철학이 들끓고 있음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철학 범주에 넣든, 시 범주 안에 넣든 아무런 상관이 없겠다. 냉철하고 날카롭기만 할 줄 알았던 철학이 사실은, 뜨거운 뜻을 품고 있고, 시가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면...

 

내게 시라고 하면 요즘에 나온 시가 아니라 아주 옛날, 고리쩍과도 같은 옛날에 읊어졌을 만큼 오래된 것만이 시라고 생각했다. 왠지 뜨거움을 뿜어낼 수 밖에 없는 그 옛날의 이야기만 시라고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뜨겁게 부르짖고 외쳐야만 시로 당당하게 불릴 수 있는 것인 줄만 알았던 나로선,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의 현대 시가 그렇게나 낯설 수가 없었다. 이렇게도 시가 되는구나. 현재를 노래해도 시가 가능하구나 싶었다. 아니, 현재에도 뜨거운 마음을 담아 부를 만큼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구나 싶었다. 시라는 것은 어떤 문제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그래야 시가 된다는 믿음을 원체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에도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까 갑자기 막연한 태평스러움을 가지고 살아왔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아, 그래서 지금도 시가 계속 양산될 수 있는 것이로구나. 그것이 사랑의 허무함이든 기다림이든, 아니면 현대인의 소외감이든 어떤 것이든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다 시의 소재로 쓰일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에는 22명의 철학자와 22명의 시인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22명의 철학자 중에는 한 사람만 빼놓고 다 서양, 아니 외국철학자이다. 현대 철학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다는 사실, 그 사실을 같은 철학자인 저자가 지적한다. 서양의 철학을 수입하기에만 바빴지 그것을 우리의 사유로 이어갈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시인들은 다 한국의 시인들이다. 이것은 시 안에 철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시인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다면 우리의 사유를 담은 철학자들도 이제 머지않아 나올 수 있다는 증거라며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원래 철학자들이 시를 잘 이해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서양의 철학에 딱 맞는 시인들을 접목시키는 작업은 참으로 위대했다. 글이 별로 없는 시가 그저 어렵기만 하다며 스쳐지나갈 수 있는 부분을 꼭 집어서 철학적인 논조로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우리의 짧은 철학적 지식에 몇 가지를 더 보태어주었다.

 

언어를 설명했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던 비트겐슈타인이나 나치 정권 아래서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했던 아이히만을 들어 그는 사유 없이 성실했기에 큰 죄악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한나 아렌트, 정신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교살하고 나서 삶의 우발성에 대해 논의한 알튀세르, 금기는 인간에게 강렬한 욕망을 부여한다고 에로티즘에 대해 새롭게 정의내린 바타이유, 자본주의에 농락당하고 마는 현대인들을 분석한 벤야민, 타자와의 윤리 문제를 숙고한 레비나스 등 새롭게 알게 된 철학자들이 아주 많다. 이 중에는 이름만 들어본 사람도 있고, 그의 철학을 조금 아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아주 새롭다. 그러고 보면 철학이란 인간이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그것을 언어로써 정의내린 것이 아닐까. 사실 처음부터 알아듣기엔 힘들지만 간단하게 정리하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철학사조에 긍정을 표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 책으로 좋은 것을 깨달았다. 시는 다름 아닌 우리의 삶이며, 철학 또한 그러하다는 사실... 막연한 거부감으로 그것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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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3-2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엄마에게 금지된 비밀일기
리자 아쥐엘로스 지음, 이수지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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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으로 독특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십대 딸의 일기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시작은 영화였다. 리자 아쥐엘로스가 감독한 코미디 영화 「LOL」를 본인이 직접 일기 형식으로 소설화한 것이다. 그런데 그 영화도 참으로 대단하다. 2009년 상반기 프랑스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한 가족 코미디 영화였으니까. 우리나라에 소개가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역으로 그 유명한 소피 마르소가 나온 것만 봐도 얼마나 큰 이슈가 되었을지 알 만하다. 영화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이 책대로 나름의 재미가 있다. 아무래도 영화가 먼저 나오고 소설이 나왔으니까 영화를 먼저 봐야 이해가 더 잘 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은 모른 채로 십대 소녀의 생각만 등장하는 일기장을 보고 그 모든 이야기를 유추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청소년 때 얼마나 쉽게 짜증이 생기고 또 풀리는가. 그 모든 짜증이 났다 하늘에 붕 떴다 하는 이야기를 실제 십대 아이가 쓴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 땐 그랬었지... 하며 아주 생생하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적나라하다.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일견 다른 모습이 더러 눈에 띄여서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방학이 두 달인데다가 한 달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이나 남자친구랑 첫 경험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대마초를 아무렇지도 않게 십대 아이들이 피운다는 것 등), 이 책을 십대 딸을 둔 엄마가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사실적이니까 청소년들보다는 그런 청소년들을 둔 엄마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그러면 그 당시의 아이들이 어떤 생각과 말을 하게 되는지, 어떤 부분을 불안해하는지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을 테니까.

 

주인공 롤라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평소에 친근했던 엄마에게까지도 비밀이 생기고, 자신이 비밀을 가졌으면서 왠지 엄마가 자신에게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도 되고 초조하기도 하는 등 엄마와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다. 보통 그 나이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엄마와의 사이가 친구만큼 가까웠던 롤라이기에 더욱 그 변화가 두려웠고,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는 아주 큰 사건을 겪었기에 더욱 안정을 차릴 수 없었다. 게다가 하나 있었던 남자 친구가 방학 동안에 다른 여자애랑 같이 자놓고도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며 바람 피운 것이 아니라는 둥의 상식 이하의 말을 지껄이는 등의 시련을 겪는다. 그 상황에서 최악의 반응을 해버리는 것도 롤라가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장기였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남녀 사이에서 뭔가 위기가 닥치면 앞뒤 생각지도 않고 막말이 튀어나와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사춘기 때야 오죽할까. 그래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연애 이야기와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의 이야기, 마지막에는 엄마와의 관계 위기까지... 롤라는 여러 위기를 겪어나가면서 성장한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콩깍지가 씌여서 맹목적으로 그 아이만 숭배했다가 나중에는 남자아이란 그렇게 마음을 쓸 만한 하등 가치가 없다는 그 위대한 진리를 깨우치게 된다. 아직은 많이 배우고 많이 보고 들어야 할 시기에 이르게 이성교제를 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탓일지는 몰라도 마지막에 롤라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 조금은 안도했다. 이젠 맹목적인 열정은 부리지 않겠구나 하고... 오히려 모든 관계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고 현명하게 머리를 쓰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비밀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롤라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기에 이 모든 아픔과 고통과 행복과 환희가 앞으로 롤라가 자라나는 동안,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그녀의 자양분이 되어주겠지.

 

마지막에 덧붙인 엄마의 화해 편지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롤라의 마음도 움직였지만 내 마음도 움직였으니까.

이 땅의 모든 십대들의 엄마가 딸에게 이런 마음만 갖고 있다면 사춘기적에 겪게 되는 반항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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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박물관 -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지도 100가지
제러미 블랙 외 지음, 김성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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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지도 100가지’란 부제를 안고 있는 이 책은 아름다워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거나 혹은 독특한 과학 원리를 이용하여 만들었거나 정치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어떤 사회적인 목적에 의해 제작된 100가지의 지도를 실었다. 사실 지도라는 것이 3차원적인 공간을 일차적인 지면 안에 담아두어야 하는 문제를 안고있기에 지도가 제작되는 과정 중에 여러가지 방식이 고안되고 발전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위선이나 경선의 이용도 시작되었고, 항해도를 만들기 위해 자기자오선과 등각선이라 불리는 지리학적 자오선 사이의 각도인 편각의 위치를 연결하는 선들을 표시하는 방법도 등장하게 된다. 그렇기에 지도는 지리적 정보만을 담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당대인의 세계관, 철학, 이데올로기, 상상력 등을 담고 있는 특수한 이미지다. 당대 사람들의 세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지도는 ‘한 장짜리 역사책’이자 문명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지도가 포착한 인류 문명과 역사 속의 결정적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령을 표시하는 일로 논란이 되었던 지도나 정치권력의 수단이 된 나치의 선전용 지도에서, 많은 중세인을 살린 콜레라 지도처럼 사회사가 반영된 지도, 쓰나미 지도나 우주탐사 지도처럼 과학의 발전을 담은 지도, 앤디 워홀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예술성이 뛰어난 지도까지, 역사상 가장 차별적이고 혁신적인 지도 100가지를 선정해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준다. 특히 여러 원근법을 사용해 지도를 제작한 일화는 정말 재미있다. 천체의 대가인 프톨레마이오스나 메르카토르, 오길비, 바이어, 플램스티드, 색스턴도 있고, 그 유명한 헬리 혜성을 발견한 헬리도 천문학자 이전에 지도학자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지도를 꼽자면, 파노라마 지도를 들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를 비롯한 미국의 도시는 대규모의 채색 파노라마 지도를 의뢰했다. 크기가 1.5미터×3.4미터인 볼티모어 파노라마 지도도 있고, 2.9미터×7.3미터인 세인트루이스도 있고, 워싱턴 지도는 1.2미터×1.5미터짜리로 만들어졌다. 더 특이한 일은 매우 아름답고 규모가 커서 벽 설치 예술품으로 인기가 있었던 파노라마 지도가 계획적으로 1달러 내지 5달러라는 적당한 가격이 매겨져 보통의 미국인 가정이 구입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 때가 바로 1869년이었는데, 사진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라 지도가 인기있었던 것이 많이 부럽다. 내가 사는 지역을 이런 명작품으로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화가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내기만 하면 개인의 집도 그려주었기 때문에 자신의 작업장이나 가정집도 찾아볼 수 있어서 발전하는 도시라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지도였다.

 

이것은 카에리우스의 1607년판 세계지도로, 상당히 화려하게 제작되었다. 이 지도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점 말고도 혼디우스를 거쳐 메르카토르까지 많은 대가의 지적 산물의 혼합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도 제작의 장인이라 불린 페트루스 카에리우스는 자신보다 여덟 살 연상인 혼디우스를 만나 그에게서 지도 제작과 조판술을 배웠다. 그는 당대 최고의 지도 제작자들을 위해 많은 지도를 판각했는데, 이탈리아의 화가 보아치오의 「아일랜드의 최근 모습」이나 벽걸이형 대형 유럽 지도와 세계지도, 그리고 잉글랜드 지방, 웨일스 지방, 스코틀랜드의 지방들과 아일랜드 지역을 그린 44장의 지도에 쓰인 일련의 판화도 제작했다. 그는 이런 지도뿐만 아니라 신문들에도 조판기술을 자랑했을 정도로 당대에 잘 나가는 조판업자였다.

 

세계를 탐험하면서 지도를 정확하게 제작하려는 욕구가 거세어진 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망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혹은 가진 식민지를 손안에 넣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하지만 그러한 욕망은 우리에게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종용했다. 그래서 섬세한 지도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기술이 발달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인간의 세계관과 철학과 사회적인 현상까지 담아낼 수 있는 한 장의 지도를 보며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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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의 경계
김상근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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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하나님을 만난다, 기적 같은 오늘처럼!

 

이 책은 김상근 종교학 교수가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 과정 학생들에게 「교회사」를 가르쳤던 수업내용과 워싱톤한인교회에서 열었던 「기독교 역사를 바꾼 30인의 인물들」에 대한 수업 자료과, 그것을 간략하게 요약해 <중앙일보> 워싱턴 판에 들어간 연재 기고문이 원천이 되어 나온 책이다. 단순히 수업에 들어갔던 것을 짧은 지면에 할애해 아쉽게만 정리한 것을 거의 다 바꾼다는 조건으로 평단에서 나온 책인데, 진짜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를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예수를 믿고 교회를 빠짐없이 출석한다고 해서 그 복잡한 교회사를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찾아보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봤던 책으론 너무 어려워서 쉽게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 내 상태이다. 그런데 교회사만 주르륵 나열되었던 책보다는 이렇게 인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감동적이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러다 가끔 내가 아는 인물이라도 나올라치면 그 기쁨이 정말 배가 된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책 덕분에 바른 그리스도인의 삶이 과연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일단 김상근 교수은 유럽인, 백인, 남성 중심으로만 기록되어온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유럽인, 백인, 남성이란 범주 밖에 있는 사람들을 주목하곤 오리게네스, 에프라임, 알로펜, 위 디오니시우스, 줄리안, 라스 카사스, 로베르토 데 노빌리, 이벽과 이승훈, 우치무라 간조, 시몽 킴방구 등에 대해 쓰기로 했단다. 물론 콘스탄티누스 대제, 아우구스티누스, 프란체스코, 아퀴나스, 마틴 루터, 장 칼뱅, 웨슬리, 조너선 에드워즈, 칼 바르트, 파울 틸리히, 본회퍼, 빌리 그레이엄, 구스타보 부티에레스, 마틴 루터 킹 등의 유명한 기독교 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빠져선 안 되는 훌륭한 인물이기에 꼭 집어넣었던 것도 물론이다. 그래서 32명의 인물과 모임을 통해 기독교가 지내온 역사가 어떤지, 기독교의 교리가 과연 무엇인지 설명해주면서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의심 많은 도마들에게 많은 믿음의 스승을 직접 보여주셨다. 이들은 물론 인간이지만, 이들을 보낸 이는 바로 신神일 수 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수많은 믿음의 스승들은 믿음을 이어가는데 두려움을 표현하지 않았다. 순교자의 아들로 태어났고 순교자로 이름을 떨쳤던 오리게네스가 그러했고, 나치에 저항하다가 나치가 물러가기 바로 전에 사형을 당했던 본회퍼 목사님이 그러했다.

 

"정말 나라면ㅡ.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ㅡ" 이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믿음의 스승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아직 여기에 나오는 신학적인 문제나 하나의 교리가 이단이라고 평가되는 기준은 정확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그런 놀라운 경지의 성숙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반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하루에도 열두번 마음이 바뀌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구하기보다는 그 은혜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나에겐 그런 은혜가 어울리지 않을거라는 나만의 자격지심에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어중간한 모습의 내 모습으론 말이다. 한편으론 그 어떤 사람도 순교자나 교회사에 이름 올려져 있는 목회자들와 비교가 가능하겠나 마음을 추스려보기도 하지만, 역시나 잘못 살아왔음에 반성하게 된다. 어느 책에서 그런 말을 읽었다. 자신이 잘못 살아왔음을 아는 사람은 자신이 없다고ㅡ. 아마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변해버린 내게 그럴싸한 핑계가 되어준 그 말이 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넌 잘못 살아왔어!! 넌 잘못 살아왔어!!" 라고 일러주는 것처럼...

 

그래도....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신이 아니였다. 그저 신의 훌륭한 아니, 성실했을 뿐이던 심부름꾼이었을뿐. 누군가에게서 부름을 받고 그가 시킨 일을 최선을 다해 이뤄낸 것일 뿐이라면, 아마도 나도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하면 되니까. 난 심부름꾼임을 잊지만 않으면 되니까. 내가 누구인지 잊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책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할지라도 하나님의 생명책에는 이름을 올릴 순 있지 않을까.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기만 한 나지만, 조금은 희망을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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