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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금지된 비밀일기
리자 아쥐엘로스 지음, 이수지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참으로 독특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십대 딸의 일기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시작은 영화였다. 리자 아쥐엘로스가 감독한 코미디 영화 「LOL」를 본인이 직접 일기 형식으로 소설화한 것이다. 그런데 그 영화도 참으로 대단하다. 2009년 상반기 프랑스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한 가족 코미디 영화였으니까. 우리나라에 소개가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역으로 그 유명한 소피 마르소가 나온 것만 봐도 얼마나 큰 이슈가 되었을지 알 만하다. 영화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이 책대로 나름의 재미가 있다. 아무래도 영화가 먼저 나오고 소설이 나왔으니까 영화를 먼저 봐야 이해가 더 잘 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은 모른 채로 십대 소녀의 생각만 등장하는 일기장을 보고 그 모든 이야기를 유추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청소년 때 얼마나 쉽게 짜증이 생기고 또 풀리는가. 그 모든 짜증이 났다 하늘에 붕 떴다 하는 이야기를 실제 십대 아이가 쓴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 땐 그랬었지... 하며 아주 생생하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적나라하다.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일견 다른 모습이 더러 눈에 띄여서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방학이 두 달인데다가 한 달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이나 남자친구랑 첫 경험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대마초를 아무렇지도 않게 십대 아이들이 피운다는 것 등), 이 책을 십대 딸을 둔 엄마가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사실적이니까 청소년들보다는 그런 청소년들을 둔 엄마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그러면 그 당시의 아이들이 어떤 생각과 말을 하게 되는지, 어떤 부분을 불안해하는지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을 테니까.
주인공 롤라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평소에 친근했던 엄마에게까지도 비밀이 생기고, 자신이 비밀을 가졌으면서 왠지 엄마가 자신에게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도 되고 초조하기도 하는 등 엄마와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다. 보통 그 나이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엄마와의 사이가 친구만큼 가까웠던 롤라이기에 더욱 그 변화가 두려웠고,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는 아주 큰 사건을 겪었기에 더욱 안정을 차릴 수 없었다. 게다가 하나 있었던 남자 친구가 방학 동안에 다른 여자애랑 같이 자놓고도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며 바람 피운 것이 아니라는 둥의 상식 이하의 말을 지껄이는 등의 시련을 겪는다. 그 상황에서 최악의 반응을 해버리는 것도 롤라가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장기였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남녀 사이에서 뭔가 위기가 닥치면 앞뒤 생각지도 않고 막말이 튀어나와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사춘기 때야 오죽할까. 그래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연애 이야기와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의 이야기, 마지막에는 엄마와의 관계 위기까지... 롤라는 여러 위기를 겪어나가면서 성장한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콩깍지가 씌여서 맹목적으로 그 아이만 숭배했다가 나중에는 남자아이란 그렇게 마음을 쓸 만한 하등 가치가 없다는 그 위대한 진리를 깨우치게 된다. 아직은 많이 배우고 많이 보고 들어야 할 시기에 이르게 이성교제를 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탓일지는 몰라도 마지막에 롤라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 조금은 안도했다. 이젠 맹목적인 열정은 부리지 않겠구나 하고... 오히려 모든 관계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고 현명하게 머리를 쓰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비밀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롤라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기에 이 모든 아픔과 고통과 행복과 환희가 앞으로 롤라가 자라나는 동안,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그녀의 자양분이 되어주겠지.
마지막에 덧붙인 엄마의 화해 편지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롤라의 마음도 움직였지만 내 마음도 움직였으니까.
이 땅의 모든 십대들의 엄마가 딸에게 이런 마음만 갖고 있다면 사춘기적에 겪게 되는 반항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