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박물관 -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지도 100가지
제러미 블랙 외 지음, 김성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지도 100가지’란 부제를 안고 있는 이 책은 아름다워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거나 혹은 독특한 과학 원리를 이용하여 만들었거나 정치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어떤 사회적인 목적에 의해 제작된 100가지의 지도를 실었다. 사실 지도라는 것이 3차원적인 공간을 일차적인 지면 안에 담아두어야 하는 문제를 안고있기에 지도가 제작되는 과정 중에 여러가지 방식이 고안되고 발전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위선이나 경선의 이용도 시작되었고, 항해도를 만들기 위해 자기자오선과 등각선이라 불리는 지리학적 자오선 사이의 각도인 편각의 위치를 연결하는 선들을 표시하는 방법도 등장하게 된다. 그렇기에 지도는 지리적 정보만을 담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당대인의 세계관, 철학, 이데올로기, 상상력 등을 담고 있는 특수한 이미지다. 당대 사람들의 세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지도는 ‘한 장짜리 역사책’이자 문명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지도가 포착한 인류 문명과 역사 속의 결정적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령을 표시하는 일로 논란이 되었던 지도나 정치권력의 수단이 된 나치의 선전용 지도에서, 많은 중세인을 살린 콜레라 지도처럼 사회사가 반영된 지도, 쓰나미 지도나 우주탐사 지도처럼 과학의 발전을 담은 지도, 앤디 워홀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예술성이 뛰어난 지도까지, 역사상 가장 차별적이고 혁신적인 지도 100가지를 선정해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준다. 특히 여러 원근법을 사용해 지도를 제작한 일화는 정말 재미있다. 천체의 대가인 프톨레마이오스나 메르카토르, 오길비, 바이어, 플램스티드, 색스턴도 있고, 그 유명한 헬리 혜성을 발견한 헬리도 천문학자 이전에 지도학자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지도를 꼽자면, 파노라마 지도를 들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를 비롯한 미국의 도시는 대규모의 채색 파노라마 지도를 의뢰했다. 크기가 1.5미터×3.4미터인 볼티모어 파노라마 지도도 있고, 2.9미터×7.3미터인 세인트루이스도 있고, 워싱턴 지도는 1.2미터×1.5미터짜리로 만들어졌다. 더 특이한 일은 매우 아름답고 규모가 커서 벽 설치 예술품으로 인기가 있었던 파노라마 지도가 계획적으로 1달러 내지 5달러라는 적당한 가격이 매겨져 보통의 미국인 가정이 구입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 때가 바로 1869년이었는데, 사진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라 지도가 인기있었던 것이 많이 부럽다. 내가 사는 지역을 이런 명작품으로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화가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내기만 하면 개인의 집도 그려주었기 때문에 자신의 작업장이나 가정집도 찾아볼 수 있어서 발전하는 도시라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지도였다.

 

이것은 카에리우스의 1607년판 세계지도로, 상당히 화려하게 제작되었다. 이 지도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점 말고도 혼디우스를 거쳐 메르카토르까지 많은 대가의 지적 산물의 혼합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도 제작의 장인이라 불린 페트루스 카에리우스는 자신보다 여덟 살 연상인 혼디우스를 만나 그에게서 지도 제작과 조판술을 배웠다. 그는 당대 최고의 지도 제작자들을 위해 많은 지도를 판각했는데, 이탈리아의 화가 보아치오의 「아일랜드의 최근 모습」이나 벽걸이형 대형 유럽 지도와 세계지도, 그리고 잉글랜드 지방, 웨일스 지방, 스코틀랜드의 지방들과 아일랜드 지역을 그린 44장의 지도에 쓰인 일련의 판화도 제작했다. 그는 이런 지도뿐만 아니라 신문들에도 조판기술을 자랑했을 정도로 당대에 잘 나가는 조판업자였다.

 

세계를 탐험하면서 지도를 정확하게 제작하려는 욕구가 거세어진 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망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혹은 가진 식민지를 손안에 넣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하지만 그러한 욕망은 우리에게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종용했다. 그래서 섬세한 지도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기술이 발달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인간의 세계관과 철학과 사회적인 현상까지 담아낼 수 있는 한 장의 지도를 보며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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