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고수의 시대
김성민.김은솔 구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획 / IWELL(아이웰)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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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뭔가 했더니만 2006년, 2007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문화관광연구원에서 개최한 여가사례공모전 수상작들을 추려묶은 것이란다. 그럼 그렇지, 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이 한 사람의 머리에 나오기에는 너무 다양하다 싶었다. 나는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귀찮아하는 사람인데, 이 책에 나온 것만큼은 꼭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다채로웠다. 그 중에서도 공짜로 재미와 유익함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더 솔깃했다. 그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이 수원이랑 별로 멀지 않은 곳인데 수원화성 연무대에서 활을 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나 수원 살 때도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다구~~~ 궁을 지키는 군관들이 각종 무술과 함께 활쏘기를 연마하는 곳이라는 연무대에서 주몽과 같은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 사실 난 연무대가 뭐하는 곳인지도 이제야 안 사람이다. 총 10발에 2,000원만 든다고 하니 거의 공짜라 다름 없다. 또 각국의 문화원을 방문하는 것이 있는데, 이때껏 뭐하고 살았나 의심할 만큼 처음 접한 소식이다. 각국 대사관에서 홍보의 한 일환으로 마련한 곳이기 때문에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문화에 대한 강의도 들을 수 있고 음식을 만들어볼 기회도 제공한다고 하니, 쏠쏠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문화원이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다고 하는데 미리 찾아보고 간다면 충분히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쏠쏠한 정보가 세 파트로 나뉘어서 소개되어있다. 첫 번째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여가법이 소개되어 있고, 두 번째에는 여럿이 함께 했을 때, 더욱 신명나는 여가들이 모였는가 하면, 마지막으로는 이채롭고 다양한 여가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여럿이 해도 좋지만 혼자서도 상관없는 특별한 것로. 위에서 내가 소개했던 활 쏘기와 문화원 방문은 바로 세 번째에 속한 혼자서도 잘 해요~ 편이었다면, 가장 감동 깊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첫 번째 행복나누기 편이었을 게다. 가장 먼저 소개된 것이 주말마다 고아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인데, 느즈막히 일어나서 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주말은 TV를 끼고 사는 한 강사 이야기가 등장한다. 평소 삶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그 강사가 고아원의 밝은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라 정말 뭉클했다. 더 고무적인 내용은 그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해서 공모전에 보냈더니 진솔한 내용에 수상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던 한 강사의 인생이 보람을 느끼면서 180°바뀌는 것이 정말 좋아보였다. 그러면서 나도 그렇게 봉사하지 못했던 것에 조금 미안함을 느꼈다. 마음은 있는데 항상 핑계가 앞서니 말이다.

 

만약 이런 헌신적인 이야기에 자신이 없어하는 사람이라면 이번에 나올 이야기엔 반색할 것이다. 바로 두 번째 함께 해서 행복하기 편에 나온 사례인데, 스토리클럽에 대한 내용이다. 보통 창작의 고통만큼 끔찍한 것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 여인들은 모여서 수다만 한 바탕 벌이고  드라마 공모전까지 도전해보고 싶은 야심찬 여인네들이다. 처음엔 처지가 비슷한 골드 미스들이 만나면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떠들다가 이야기를 하나 짜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모두 드라마를 좋아했기에 처음엔 만나기만 하면 막장 드라마니, 너무 뻔한 스토리니 하며 비판만 가하는 실속은 없는 모임이었단다. 그러다 어떤 드라마가 계기가 되어 마음에 쏙 드는 드라마 시놉시스를 짜보자고 시작은 했는데 아무도 그 쪽으로 아는 바가 없어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고. 그러다 관련 책을 두어 권 읽으면서 전체 플롯을 짜고 세부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것으로 진행했는데 관련 카페나 모임에 글을 올려놓았더니 꽤나 반응이 좋았단다. 그래서 그 스토리를 보완해서 공모전에도 내보냈는데 작은 상을 타기도 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드라마나 책으로 나올 때까지 시도해보려고 한단다. 정말 작은 모임이 인생을 바꾼 경우가 아닐까.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하니까 더할 나위 없다.

 

이렇게 노는 것이 꼭 쓸모 없거나 비생산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젠 좋은 여가 하나가 열 직업, 열 학원 부럽지 않을 만큼 톡톡한 이익을 보게 해주는데, 이제 좋은 여가방법으로 독보적인 나만의 색깔과 경쟁력을 찾을 때가 되었다.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기는 쉬워도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이젠 즐기면서 이익까지 가져오는 여가로 갈아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자기에게 맞는 좋은 여가를 하나씩 만들어서 자기계발도 하고 즐거움도 얻고 더불어 보람까지 챙겨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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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교수와 예린이
미요나 지음 / 동아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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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번 보곤 집에 뒀다가 두고 두고 보게 되는 로맨스이다. 한 번은 빌려서 보곤 당장에 구매했던 책인데, 상큼 발랄한 느낌이 들었달까. 일단 무대는 프랑스.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가보고 싶단 생각도 안 들었던 그런 곳... 그러나 책에서 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유학을 온 우리의 여주인공 예린이의 눈으로 본 프랑스는 그리 친절하지도 않고, 동양인이라고 무시도 하는 그런 곳이었지만 말이다. 평소 소심하고 목표에만 정진하는 성격에 미리 유학을 준비하고 논문 쓸 주제도 준비해온 것까지는 철저했지만, 한 번 갔던 그곳에서 운명을 만나 코가 꿰일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맨 처음 만남은 관광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느긋하게 걷던 눈이 오던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미리 유학 온 선배랑 같이 파티를 즐기려고 종종 걸음을 치고 가고 있었는데, 회색 곰 같이 생긴 어떤 남자가 뒤쫓아오는 것을 보곤 부리나케 도망친 것이 그 첫 번째 만남이었다. 물론 예린이는 그가 누군지, 왜 뒤쫓아왔는지, 그의 얼굴이 어떤지도 몰랐지만.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지 몇 개월 후, 세느 강을 바라보고 있던 예린이를 향해 멀리서 빵빵~~ 클랙션을 누른 어떤 사람, 그것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누군가 사고가 났나 하고 무심히 넘겨보았던 일이라 예린이는 그 사건이 자신 때문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거다. 마지막 세 번째 만남, 그것을 끝으로 닉은 그녀 찾기를 포기했다. 왜냐하면 옆에 분위기있게 어울리는 남자가 같이 있었기 때문에. 둘이 같이 황혼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본 후로 6개월 동안 줄기차게 그녀랑 마주칠까 걸었던 그 모든 일을 그만 두었다. 씁쓸해하면서~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볼까. 우선 처음 만남, 크리스마스 때 눈이 오는 길의 한복판에서 얼굴에 눈을 맞으며 멍하니 있는 동양의 한 여자애를 보곤 첫눈에 반한 것이 그 시초였다. 한눈에 봐도 관광객이 아닐 것이라는 걸 드러내주듯이 느긋하게 걷던 그녀를 무조건 뒤쫓았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마주칠 수 있었던 그녀 덕에 계속해서 외사랑을 시작한 것!!!! 첫눈에 반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이제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고 포기하려는데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자기 수업 시간에 교실로 가려는데 그녀가 미리 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딱 그녀임을 알고 호구조사에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이름은 뭐냐~ 나이는 얼마냐~ 가장 중요한, 남자 친구는 있느냐~ 하는 질문을. 알고 보니 그녀는 한국에서부터 자신이 쓴 책을 보고 광팬이 되어 파리에서 유학하게 되면 지도교수를 부탁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 때 웬 놈을 보긴 했지만 제 입으로 남자친구는 없다고 했으니 그건 이제 됐고~~

 

이제 입이 찢어질 일만 남은 것이다. 닉에겐. 남자 친구를 사겨본 적이 없었던 예린이가 그리 만만치는 않았겠지만. 남자로서 반했다는 것을 하나씩 알려주곤 하나씩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가는 일이 참 마음을 설레게 했다. 사랑을 한다면 꼭 저렇게 하고 싶을 만큼. 알콩달콩이란 말이 딱 어울릴 만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꼭 권유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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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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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완전 유쾌하다. 내용이 유쾌하다기보다는 그저 그 상황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상당히 신선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내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상당히 끔찍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내 생활이 그리 무미건조한지 이런 스릴이 넘치는 이야기가 유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한 부정적인 서평을 읽었음에도 나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앞서 내가 말했던 ‘스릴이 넘치는’이란 표현은 다른 사람들에 의하면 어쩜 코웃음칠 수 있을 만큼 약한 수준일 수 있을 게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인 주인공이 하는 일이라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상황을 설정하고 의심스러운 꼬투리를 미연에 예방하고 자료를 모으는 등의 사무직일 뿐이니, 어느 한 곳을 봐도 스릴이 넘친다고는 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다. 한 사람의 인생과 일정을 연출할 수 있다는 통제력, 그의 죽음이 하나도 의심스럽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데에 따른 만족감,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드는 데서 오는 재미가 합쳐진 ‘스릴’을 말하는 것이다. 내 안에도 무언가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휘두르고 싶은 욕망이 있기에 아마도 내겐 큰 ‘스릴’과 재미가 준 소설일 게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만 느끼고 말아버리면 작가가 생각하는, 혹 바라는 목적은 거의 달성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무지해서 무지한 것이 아니라 나와 직접적이지 않은 곳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서 무지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분명 있을 테니까. 소설은 ‘킬러’인 주인공 ‘나’가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킬러’노릇을 하게 된 계기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깨닫고 얼마나 좌절하고 괴로워했었는지, 그리고 그런 모든 발버둥이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까지도... 그러면서 자신은 체념하게 되어버렸지만, 두려운 ‘회사’에 대해 복수심으로 이 모든 사실을 까발리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 된다면, 누구나 주인공  ‘나’와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다면, 처음부터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엔 주인공만큼 괴로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이것이 나에게 준 기회일 것이라고 자위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취직하지 못해 토익 점수나 파고들면서 삼류인생으로 전락해버릴 만한 인간을, 상위 1%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구성원들이 바라마지 않는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게 해주었지 않는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제차를, 변호사 일년 연봉을 들여서 살 수 있는 외제차를,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선뜻 살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깟 양심은 개나 줘버리지 않았을까. 정말 그럴지 난 참 궁금하다.

 

우리는 선한 것, 옳은 것을 배울 때 목적이 과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배운다. 그러니까 목적이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잘못된 방법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배웠다. 더불어 선행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즉 목적이 선해야 한다고도 배웠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빼고, 넣고, 바꾸고, 옮긴 것 뿐이라고 아무리 주장할지라도 그의 그런 행동에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행위는 악(惡)일 수 밖에 없다. 너무나 단순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물질만능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사람을 죽이는 주인공의 행동을 옹호하지 않을 인간이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의 반항과 몰락을 보면서 뭣하러 콩고에까지 갔냐고 그럴 돈이나 있으면 자기나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남들이 볼 때 좀 괜찮게 보이고, 좀 더 멋지게 보이고, 좀 더 고급스럽게 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그것이 사람을 자연스럽게 죽이는 것일지라도 - 그래서 죄값을 치를 필요없이 큰 돈을 벌 수 있기만 하다면 - 과단성 있게 선택하지 않을까. 참으로 걱정된다. 정말 모든 인간이 그럴까봐. 그런데 사실은 우리 모두 그러고 있다.

 

자신의 삶이 조금, 아주 조금 편해진다고 일회용기 마구 쓰고, 편리하고 기능이 많은 휴대폰을 자주 갈아치우며, 에어컨을 마구 쓰고, 자동차를 자주 타고 다닌다. 아주 사소한 예를 하나 들어 보면, 휴대폰에 꼭 들어가야 할 부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는 콩고를 들 수 있다. 콩고에서는 그 부품 때문에 반란군과 정부군이 싸우고, 민간인들을 끌고 가 광산에서 채취하게 하고, 부품을 판 돈으로 총기를 사서 또 한바탕 총질을 하고, 그리고선 죄 없는 아이들과 여자들과 민간인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그들을 죽인 것이 아닐까. 아무 증거가 없고, 실제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으며, 또한 가장 중요한, 죽일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그들은 죽어나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솔직히 휴대폰 바꾸는 것에 열광하는 편은 아니다. 그냥 잘 터지고 고장만 나지 않으면 굳이 바꾸고 싶은 마음도 안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만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나 또한 휴대폰을 쓰는 인종 중에 하나일 뿐인 것을. 하지만 이것은 하나 알아두어야 한다. 미쳐 돌아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같이 미치지 않도록 정신을 무장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 홀로 독야청청할 것이 아니라 여럿이 정신이 무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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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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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꽃향기를 타고 4백 년 시공을 뛰어넘은 슬픈 사랑이 펼쳐진다!

이 책이 어찌 내 손에 들어왔을까. 빨갛고 선한 꽃잎이 나리는 표지에 아름답게 적혀있는 『능소화』라는 제목이 내 마음을 끌었을 게다. 원체 이 세상의 꽃이 아니라 하늘의 꽃이라는 소화는 하늘정원에서 훔쳐서 이 세상으로 가져왔기에 하늘정원을 지키는 신인 팔목수라가 그를 잡으려고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쫓아다닌다니, 그만큼 매혹적이라는 말일 게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읽고는 몇날 밤을 가슴 두근거리며 잠을 못 들었던 것이겠지.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하지만 소화라는 꽃이 실제로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늘정원에서 훔쳐왔다는, 그래서 그 이유 때문에 슬픈 이별을 해야 하는 연인들이 있기에 믿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실제로 능소화라는 꽃이 있었다. 중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이 꽃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피는데, 미국에서는 트럼펫 모양으로 피어 trumpet creeper라고 부른다고, 또한 약용으로 쓰이지만 임산부는 먹으면 안 될 정도로 독하기도 하다고.

 

작가 조두진을 알지도 못하고 미리 언질을 들은 바도 없어서 그저 읽었다. 읽고는 그 가상 세계에 빠져 몇 날을 허우적거렸댔다. 아마도 빨리 서평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더라면 좀 더 마음이 편했을 텐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소설은 가상의 세계를 말한다. 하지만 난 꼭 이 이야기가 진짜 같아서,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거짓이 아닌 것만 같아서 슬픈 사랑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내게 이런 감성이 남아있었던가. 이 이야기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경북 안동에서 택지조성을 위해 분묘이장을 하던 중 한 남자의 미라와 한 통의 연서(戀書)가 발견되었다. 국문과 교수인 '나'는 유물 조사 작업에 참여하여 연서의 해독을 맡았다. 그리고 마침 한국에 교환교수로 와 있는 기타노 노부시에게서 편지를 쓴 여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나'는 편지와 일기를 바탕으로 400년 전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을 부부의 이야기를 소설화한다. 그러니까 내가 읽은 가슴 절절한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 '나'에 의해 소설화된 것이다. 이거, 소설 속에서 또 소설을 믿다니... 내가 이렇게 단순하던가.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연서는 '원이 엄마의 편지'라 불리는 실제 존재하는 편지이다. 내가 이 소설을 사실처럼 가슴 절절히 아파했던 까닭은 이 소설을 읽기 얼마 전에 신문에서 미라와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얼핏 봤기 때문이었다. 내가 봤던 그 기사가 이 연서의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원이 엄마의 편지'는 1998년 4월 경북 안동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기사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에 뭔가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소설 이야기에 더욱 가슴이 떨리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연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허구인 소설로 재구성했지만, 이렇게 절절한 편지를 읽고 있으면 이 소설 속 가상의 사랑이야기가 혹 사실일 수도 있을 법 하다. 이 소설의 앞부분에  '원이 엄마의 편지'라가 삽입되어 있으니 꼭 보고 읽어야 한다. 그러면 4백 년 전에도 절절한 사랑이 있었음을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꼭 신화 같은 요소를 넣어서 구성한 이야기이기에 현실성은 부족할 순 있어도 그 안에 존재하는 감정만은 진실이니까 다시 읽어 본 지금에서도 역시나 진실로 믿어버리고 싶다.

 

가슴 절절히 읽고나니까 이제는 작가 조두진 씨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다. 임진왜란 당시 순천 왜교성에 주둔했던 일본군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마지막 1년’의 이야기를 담은 『도모유키』로 2005년 제10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다른 입장에서 그리고 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이 소설과 비슷한 이름의 『유이화』란 소설을 냈다. 임진왜란 말기 전쟁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비참한 생활을 섬뜩하리만치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라는데 참 맛깔스러울 것 같다. 여성의 심리 묘사가 압권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좋은 작가를 하나 소개받은 것 같아 기쁘다.

 

능소화 피던 날 만나 서로를 눈에 담고 뒤늦게 정혼한 인연임을 알아 더 이상의 행복이 없을 만큼 살았었다. 여늬의 아버지는 응태를 제자식처럼 여겼었다. 듬직한 사위라고 어릴 적 죽을 뻔 했다 살아난 여늬를 데려가준 고마운 사위라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다가 사냥하러 갔다 온 날, 아무런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아누워버린 응태는 결국 능소화 만발한 여름날에 생을 달리했다. 코흘리개인 원이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소희를 두고, 그렇게 응태는 떠나갔다. 산 자는 죽은 자를 기억할 수 밖에 없지만, 그 기억이 곧 사라질까. 그것은 모를 일이다. 사랑을 너무 절절하게 했다면 금방 다른 사랑을 찾기도 한다던데, 개가를 할 수 없는 조선시대 여인이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겠지만 먼저 간 이를 기억하느라 바빴던 여늬였기에 개가는 꿈도 못 꿨던 것이었으니. 두 번 읽었는데도 다시 눈물을 글썽거리게 만드는 이 사랑이야기는 소박하지만 절절해서 여인의 사랑이 그대로 느껴진다. 사랑이 그리운 날,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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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타임POP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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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다는 아주 원대하고도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또 좋은 글을 가지고 있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간절한데, 이번에 타임POP에서 나온 책 중에 아주 소박하게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베껴쓰는 방식을 설파한 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누구는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만 노트에 적어서 책은 처분하고 노트만 계속 본다고 하고, 또 누구는 좋은 책 기함할 만큼 많이 쓰면서 다시 없을 성공을 누리기도 했다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내 마음을 울리지는 못했다. 전자는 워낙 책 욕심이 많아져서 책을 버리는 짓을 하지 못해서이고, 후자는 손이 아프게 뭔가를 쓴다는 것에 대해 피곤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줄 알지만 이제껏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 책은 깔끔하고 간단하게 이야기한다. 책을 다 베껴쓸 필요도 없고, 노트에 적어놓고 그것만 볼 필요도 없고 그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부분이라도 베껴써 보는 것이 글을 이해하고 음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해 줄 뿐이다. 그래서 부담이 안 갔나?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따로 베껴써 보고 싶은 책들을 꼽아두었으니까 반은 성공한 듯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베껴쓰기의 좋은 점만 설파하지 않는다. 글을 쓸 때 알아두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알려주는데 그 말이 강렬해서 그다지 어렵지 않다. 글은 간단해야 한다는 것, 독자의 입장에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잘난 척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쉽게 써야 한다는 것 등 글을 쓸 때 거꾸로 알고 있었던 것을 친절하게 바로잡아주었다. 가끔 서평을 쓸 때만 하더라도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욕심에 했던 말을 또 쓰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이 나쁜 버릇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직접적으로 내게 하는 말 같아서 조금 뜨끔했던 부분이다. 또 예전에 있었던 일인데, 서평을 쓸 때 좀 현학적이고 있어 보이는 어휘를 쓰고 싶은데 문맥과 어울리지 않아서 버렸거나 쉽게 표현한 적이 많았다. 어휘가 현학적이라고 해서 내 글의 수준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닌데도 왠지 그런 체면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이제는 아예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말을 찾아서 쓰려고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잘 아는 내용과 어휘를 써야 남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단순한 진리를 터득했다. 이렇게 이미 체득한 내용도 책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서 더 쉬웠던 책이다.

 

구성도 단순하고 한 꼭지당 분량이 몇 페이지 되지 않아서 읽기도 쉽고 더 좋은 것은 각 꼭지 뒤에는 베껴쓸 수 있게 책의 좋은 구절이 발췌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로 노트를 만들지 않아도 이 책으로 바로 연습이 가능하니까 그것도 좋다. 그래도 이 책을 보고 나니까 하나 다짐하게 되는 것은 굴러다니는 여러 노트를 내 습작 노트 혹은 베껴쓰기 노트로 만들어야 겠다는 것!! 책을 살 때 같이 딸려온 노트만 해도 여러 권은 되는데 하나씩 베껴쓰기로 정복해나가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듯 싶다. 작가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지금부터 차분히 한국소설을 읽어가면서 좋은 작가를 내 곁에 두는 연습을 해보련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베껴쓰다보면 그 작가의 문체를 따라갈 수 있다니까 절대 손해보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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