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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
김영희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노벨과 교육의 나라 스웨덴』 이란 책을 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본 『덴마크식 교육법』 처럼 교육법만 나온 책이 아니라 스웨덴의 과학기술, 교육, 문화, 역사, 사회면을 망라한 내용을 다 집어넣어 훨씬 빼곡하게 구성된 책였던 터라 읽는데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같은 북유럽에 위치한 나라라서 그런지 그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한 감동을 받으며 읽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 『덴마크식 교육법』 이란 책이 더 좋았던 것은 읽기 시작한 지 몇 분 되지 않아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되었다는 점이다. 엄마의 입장에서 쓴 책답게 딱 우리가 알고 싶은 교육법에만 집중할 수 있기에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서도,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 덴마크도 복지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잘 갖추어진 곳인 북유럽 중 하나이기에, 아니 모든 복지국가의 일인자이기에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 이런 내용을 읽으면 사촌이 땅을 산 것처럼 배가 아프거나 그 나라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을 들 만큼 환상적이었다. 교육이 대학까지 무상이고 의료 서비스도 무상이라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 그런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의 삶의 비교는 어쩜 바위에 계란 치는 일일지 모르겠다. 1등만 강조하고 어른이 된 이후에 더 나은 삶을 즐기기 위해서 젊은 때의 모든 즐거움을 기꺼이 포기하기를 강요하는 삶에 어디 ‘행복’이란 말이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과연 우리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교육이 무상이니까 더 나은 교육을 찾아 헤멜 필요도 없고 많은 시간을 사교육에 쏟을 필요도,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힐 필요도 없는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 졸린 눈을 비비며 학교에 도착해 멍하게 앉아있다가 끝나면 간식을 좀 먹고 부리나케 학원으로 직행하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집에 도착해 눈을 부릅 뜨고 숙제를 하고 그러다가 새벽 1시가 넘으면 잠을 청하는 생활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해야한다니... 더 심하면 초등학교 4~5년도 그렇게 보낼 수도 있다니... 이것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창의적인 생각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상식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공부만 잘 하면, 말만 잘 들으면 모든 것을 만족시켜주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삶인지 스스로 고민이나 했을까 싶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교육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덴마크에서 초등 9년 동안 성적 평가가 거의 두 번만 있다는 것, 대학 입학률이 40%밖에 되지 않고 기술 학교 가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 정말로 결단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교육 이전에 근본적인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가장 기본적인 덴마크의 교육 방침은 경쟁보다 협동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팀별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에서 나만 알고 끝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팀의 모든 구성원이 다 알아야 그 프로젝트가 끝나기 때문에 모르면 알려주고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 되었단다. 그 대신 그 아이가 다른 분야에서는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니, 우리나라와는 정말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겉으론 어떨지 몰라도 공부! 공부! 공부!를 외치는 엄마들은 사실상 제 자식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길 바라는 것이다. 남과 비교를 하고 더 잘하라고 채찍질 하는 것 이면에는 다른 사람을 깔아뭉개고 앞서란 생각이 숨어있다. 남과 다르길 바라는 그 생각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친구를 가려서 사귀라고,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일 뿐이란 소리를 듣고 자란다. 그러니 협동이란 소리는 도덕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덴마크는 어릴 적부터 자유롭게 놀면서 도와주면서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는데 힘쓰고 9학년 때가 되어서야 대학을 갈 것인지, 기술 학교를 갈 것인지 시험을 봐서 선택하고 그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사장이여도 자기가 배달부가 좋으면 가업을 잇지 않고 그저 제 일만 한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것은 덴마크의 합리적인 세법 덕분이기도 한데, 누진세율을 적용해서 제 소득의 45~60%를 세금으로 내서 적게 벌든 많이 벌든 거의 소득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에 제 분야에서 성실히 실력만 쌓으면 어느 직업이라도 존경은 충분히 받을 수가 있단다. 게다가 잘난 점이 있어도 남 앞에서 잘난 체 하지 않는 덴마크식 화법 때문이라도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픈 허영심이 발휘될 수가 없다. 그네들은 독특하게도 「네가 특별하다고 믿지 마라」 와 같은 ‘옌틀로운’을 10가지나 가지고 있다. 남보다 자신을 더 드러내고픈 욕구를 잠재우는 사고방식이 아주 뿌리깊이 박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사회는 언제나 행복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도 왕따가 없다니까 정말 부러울 뿐이다.
한국에서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면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고 사교육만 싸잡아 욕하기 바쁘다. 더 우스운 것은 그렇게 욕하는 사람도 뒤로는 사교육에 매달린다는 것인데, 이 책을 보고 그런 학부모만 욕하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주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인 인식과 통념이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공부에서 남들보다 뛰어나길 바라고, 그렇게 공부해서 상위 1%의 삶을 쟁취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으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안 부르짖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중요하다고 인정해주고, 나처럼 사는 것도 아름다운 만큼 다르게 사는 것도 멋지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어쩌면 이런 골치아픈 교육 문제는 스르륵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인데...
실속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인식을 덴마크 사람들처럼 내실을 꾀하는 것으로 바꾸기 시작한다면 말이 많은 교육 문제도 언젠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날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