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
김영희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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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노벨과 교육의 나라 스웨덴』 이란 책을 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본 『덴마크식 교육법』 처럼 교육법만 나온 책이 아니라 스웨덴의 과학기술, 교육, 문화, 역사, 사회면을 망라한 내용을 다 집어넣어 훨씬 빼곡하게 구성된 책였던 터라 읽는데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같은 북유럽에 위치한 나라라서 그런지 그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한 감동을 받으며 읽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 『덴마크식 교육법』 이란 책이 더 좋았던 것은 읽기 시작한 지 몇 분 되지 않아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되었다는 점이다. 엄마의 입장에서 쓴 책답게 딱 우리가 알고 싶은 교육법에만 집중할 수 있기에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서도,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 덴마크도 복지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잘 갖추어진 곳인 북유럽 중 하나이기에, 아니 모든 복지국가의 일인자이기에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 이런 내용을 읽으면 사촌이 땅을 산 것처럼 배가 아프거나 그 나라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을 들 만큼 환상적이었다. 교육이 대학까지 무상이고 의료 서비스도 무상이라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 그런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의 삶의 비교는 어쩜 바위에 계란 치는 일일지 모르겠다. 1등만 강조하고 어른이 된 이후에 더 나은 삶을 즐기기 위해서 젊은 때의 모든 즐거움을 기꺼이 포기하기를 강요하는 삶에 어디 ‘행복’이란 말이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과연 우리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교육이 무상이니까 더 나은 교육을 찾아 헤멜 필요도 없고 많은 시간을 사교육에 쏟을 필요도,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힐 필요도 없는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 졸린 눈을 비비며 학교에 도착해 멍하게 앉아있다가 끝나면 간식을 좀 먹고 부리나케 학원으로 직행하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집에 도착해 눈을 부릅 뜨고 숙제를 하고 그러다가 새벽 1시가 넘으면 잠을 청하는 생활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해야한다니... 더 심하면 초등학교 4~5년도 그렇게 보낼 수도 있다니... 이것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창의적인 생각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상식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공부만 잘 하면, 말만 잘 들으면 모든 것을 만족시켜주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삶인지 스스로 고민이나 했을까 싶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교육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덴마크에서 초등 9년 동안 성적 평가가 거의 두 번만 있다는 것, 대학 입학률이 40%밖에 되지 않고 기술 학교 가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 정말로 결단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교육 이전에 근본적인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가장 기본적인 덴마크의 교육 방침은 경쟁보다 협동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팀별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에서 나만 알고 끝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팀의 모든 구성원이 다 알아야 그 프로젝트가 끝나기 때문에 모르면 알려주고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 되었단다. 그 대신 그 아이가 다른 분야에서는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니, 우리나라와는 정말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겉으론 어떨지 몰라도 공부! 공부! 공부!를 외치는 엄마들은 사실상 제 자식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길 바라는 것이다. 남과 비교를 하고 더 잘하라고 채찍질 하는 것 이면에는 다른 사람을 깔아뭉개고 앞서란 생각이 숨어있다. 남과 다르길 바라는 그 생각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친구를 가려서 사귀라고,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일 뿐이란 소리를 듣고 자란다. 그러니 협동이란 소리는 도덕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덴마크는 어릴 적부터 자유롭게 놀면서 도와주면서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는데 힘쓰고 9학년 때가 되어서야 대학을 갈 것인지, 기술 학교를 갈 것인지 시험을 봐서 선택하고 그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사장이여도 자기가 배달부가 좋으면 가업을 잇지 않고 그저 제 일만 한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것은 덴마크의 합리적인 세법 덕분이기도 한데, 누진세율을 적용해서 제 소득의 45~60%를 세금으로 내서 적게 벌든 많이 벌든 거의 소득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에 제 분야에서 성실히 실력만 쌓으면 어느 직업이라도 존경은 충분히 받을 수가 있단다. 게다가 잘난 점이 있어도 남 앞에서 잘난 체 하지 않는 덴마크식 화법 때문이라도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픈 허영심이 발휘될 수가 없다. 그네들은 독특하게도 「네가 특별하다고 믿지 마라」 와 같은 ‘옌틀로운’을 10가지나 가지고 있다. 남보다 자신을 더 드러내고픈 욕구를 잠재우는 사고방식이 아주 뿌리깊이 박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사회는 언제나 행복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도 왕따가 없다니까 정말 부러울 뿐이다.

 

한국에서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면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고 사교육만 싸잡아 욕하기 바쁘다. 더 우스운 것은 그렇게 욕하는 사람도 뒤로는 사교육에 매달린다는 것인데, 이 책을 보고 그런 학부모만 욕하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주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인 인식과 통념이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공부에서 남들보다 뛰어나길 바라고, 그렇게 공부해서 상위 1%의 삶을 쟁취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으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안 부르짖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중요하다고 인정해주고, 나처럼 사는 것도 아름다운 만큼 다르게 사는 것도 멋지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어쩌면 이런 골치아픈 교육 문제는 스르륵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인데...

 

실속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인식을 덴마크 사람들처럼 내실을 꾀하는 것으로 바꾸기 시작한다면 말이 많은 교육 문제도 언젠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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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5-26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 십대가 알고 싶은 사랑과 성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2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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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가 알고 싶은 사랑과 성의 심리학

 

이런 부제를 가지고 있지만 ‘십대’가 알고 싶은 사랑과 성 이야기가 아니라 ‘삼십대’가 알고 싶은 사랑과 성 이야기라고 해도 될 법하게끔 사랑에 대해 신선하게 설명해준다. 실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란 유명한 책조차도 찾아서 읽어본 적이 없던 나로선 사랑에 대한 모든 철학적인 해설이 다 신선했겠지만 말이다. 일단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사랑과 성에 대해서 풀이해주는데 솔직히 모든 해설이 심리학 책에서 인용했던 내용이라 십대에겐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우리가 보통 ‘성교육’이라고 할 때 생각하는 것은 피임하는 방법이나 아이가 생기는 방법과 같이 기술적인 것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은 무엇인지가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자신을 지키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대부분의 성범죄가 면식범인 요즘엔 더 필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사랑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한 소녀로부터 시작된다. 부모님께 사랑을 물어보지만 엉뚱한 것이나 물어본다며 성질을 내거나 장난스럽게 얼버무리고 마는 터에 인터넷 검색으로 사랑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글과 카페에 올려진 게시글로 사랑의 정의나 종류, 대하는 방법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소녀는 어떤 것이 바른 사랑의 자세이고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까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피상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고 필요할 내용에 대해 여러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절묘하게 들어 알려준 ‘보리 오빠’란 닉네임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져만 갔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되려고 하니까 이렇게 자세한 검색 결과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상에서 성이나 사랑에 대해 검색을 하면 책에 나온 내용의 반만큼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상식이나 음란한 영상물이나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만 늘 뿐이다. 

 

하여튼 인터넷 검색으로 직 루빈 교수와 로버트 스턴버그 교수의 이론을 통해 사랑은 애착, 배려, 친말감 혹은 정열, 친밀감, 헌신의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배우면서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이 세 요소가 각각 적당하게 성장해 정삼각형의 모습을 이루어진 것이라고 정확하게 정의를 내려놓았다. 이 나이 먹도록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나로선 조금은 부끄럽기도, 조금은 충격적이기도 했던 이야기였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서로에게 충실한 것이 사랑이라고 막연히 생각만 했었는데 애착이라든가, 배려라든가 하는 요소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교수의 이론이라고 해서 꼭 맞는 것은 아니였다. 애착을 느끼는 상대는 남자말고도 많아서 직 루빈 교수의 이론은 조금은 내겐 안 맞다 싶다. 애착을 가진 상대에게 배려는 당연한 것이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기에 솔직히 사랑을 제대로 설명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최근에 마음이 무척이나 예쁜 후배 하나를 만났다.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나 배려심이 남다른 그 친구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끼고 있는 터라 직 루빈 교수의 말엔 신뢰가 가진 않는다. 그녀에게 무척이나 많은 애착심과 배려와 친밀감을 가지고 있지만 난 무척이나 정상적인 이성애자이니까.

 

이런 사랑의 요소 외에도 사랑과 섹스의 관계나 잘생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나 성폭력 대처법에 대해서나 성과 사랑이란 주제에 대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은 다 끄집어내서 적절하게 풀어놔주었다. 상황에 맞게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여러 심리학자의 의견이나 사례를 들어서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게시글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십대 소녀의 궁금증에 맞게 설계된 책이기에 쉽게 이해가 가능하니 십대가 아니더라도 재미나게 볼 수 있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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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역사를 만나다 -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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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학, 역사를 만나다

 

철학도 좋아하고, 역사에도 흥미있어 하는 사람에겐 딱 들어맞는 책이 있다. 바로 안광복 선생님의 책이다. 수년 간 고등학교 강단에서 철학을 가르쳐오면서 ‘지혜를 가장한 수면제’였던 제 수업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가르칠까 고민하던 중에 역사에 대해서 잡설을 늘어놓을 때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목격한 것을 실마리 삼아 책을 쓰게 되셨단다. 이 책을 산 지는 꽤 되었지만 내가 도움받았던 내용과 새롭게 느꼈던 것을 서평으로 옮겨놓지 못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평소에 철학의 모호함과 명징함을 즐기는 터라 이 안광복 선생을 알게 되었지만, 특별히 그 분의 저작을 쫓아가는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 책을 사고 한참 뒤에 알게 된,인생에 대한 고민을 철학적인 이야기로 풀어내주고 위로해주는 『인생고수』란 책을 통해서 그 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책에는 일을 하면서 대학원을 가게 되는 과정에서 느꼈던 고민이나 여러 고비에서 주는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나와 있기에 내겐 정말 특별한 책이었다.

 

그 책만큼은 아니지만 이 책에도 역사를 좋아한다면 특별히 빠져들만한 요소들이 다수 들어차 있다. 특히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무렵에는 중등아이들이 세계사를 공부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줘야 하는 때였는데 사회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었다. 세계사 중 내가 열광하는 고대사만 해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정말 많은데 아이들에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 접근하기가 그리 쉽진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공부를 하고 집에서도 홀로 공부를 하다가 나를 만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꽤 되었다. 그런 사실 사이사이마다 숨겨진 뒷이야기를 연결해주면 단지 암기 과목이기만 했던 세계사가 이해가 될 만한 과목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알지 못했던 세계사의 뒷이야기를 잘 전달해주는 통로로서도 이 책은 참 유용했다. 비전공자로선 세계사를 가르치는 것이 버거운데 이렇게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 역사를 좋아하지만 고대사를 읽고 있으면 꼭 고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굴된 사실과 그것에서 유추된 사실을 연결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그런데 그 시기의 철학사조를 같이 이해하고 있으면 얼핏 봤을 때는 엉뚱하게만 보였던 내용들이 쉬운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자폭이라고 할 수 있는 펠로폰네소스 전쟁만 봐도 그렇다. 처음엔 군사력이 월등하게 앞선 스파르타가 민주정치로 앞선 아테네와 전쟁했던 것을 보면 당연히 스파르타가 이겨야 맞다. 그리고 당연히 역사상에서도 스파르타가 이겼다. 플라톤에겐 이상정치의 표본이라고까지 여겨졌던 스파르타가 이겼다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패권을 장악하고 더욱 승승장구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예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시민들을 위한 모든 질서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율 시민을 만들어내지 못했기에 그리스의 패권을 장악한 후 막대한 부가 스파르타로 들어왔을 때 스파르타는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과서에는 단순히 펠로폰네소스 전쟁 후에 그리스가 몰락의 길을 갔다고만 나와있어서 그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알게 되니 정말 재미있고 이해가 쏙쏙 된다. 그러니 자연히 아이들에게도 이해를 쏙쏙 시켜줄 수가 있었다. 내가 필요할 때 딱 알맞은 도움을 준 책이었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데카르트, 헤겔, 니체, 그리고 동양의 공자, 노자, 상앙, 한비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세계를 만나볼 수가 있다. 철학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역사를 사랑한다면 언제든지 이 책을 펼쳐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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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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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어디에서 시작되나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던 질문이다. 새벽이라니~~ 평생에 걸쳐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만 새벽을 경험했던 나로선 그런 질문은 실례라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한 몇 안 되는 새벽 경험은 바로 월요일이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가는 그 시기를 월요일로 봐도 되는 것인지 긴가민가하지만 월요일쯤이었을 것이다. 아드리안과 마찬가지로 나도 새벽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기에 항상 그런 시간 구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뭐, 핑계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배운 시계 보는 법도 깨우치지 못해서 한 시간이나 오차가 나는 답안을 내곤 했던 나로선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월요일 새벽까지 나는 새벽이 성큼 다가오는 줄도 모른 채 이 소설에 빠져있었다. 다른 모험 소설도 몇 번 읽었지만 이 소설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도대체 가늠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진 아주 매혹적인 소설이었다. 기욤 뮈소도 그렇고 마르크 레비도 그렇고 프랑스 소설이 너무 좋아지는 요즘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도 전혀 피곤하지 않은 채로 키이라와 아드리안의 모험과 사랑이야기를 가슴이 품고 그 새벽에 잠이 들었다. 어릴 때 봤던 극도로 무서웠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제외하곤 꿈속에 드라마나 소설의 내용이 나온다는 것은 결단코 있을 수도 없었던 일이기에 꿈속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지만, 잠에서 깨고 출근해서 아이들을 만나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도 내 마음 한켠에서는 키이라와 아드리안을 볼 수 있었다. 순간 몰입력이 뛰어나서, 다른 말로 하면 단순해서 한 가지만 생각하면 다른 것을 떠올리지 못하는 나로선 조금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랄까. 내가 좋아하는 주전부리를 혼자 먹으려고 남겨뒀던 느낌이랄까. 꼭 두고두고 먹을 만한 간식거리를 잔뜩 선물받은 기분이라서 정말 하루 종일 든든했다. 그리고선 다음 날 아침에 출장을 가야했기에 이 밤중에 서평을 쓰고 있는 것이다.

 

소설을 먹고 이렇게나 든든해본 적이 없기에 조금 놀라운 경험이었는데 결말 때문에 허탈하거나 아쉽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소설의 결말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쩜 조금은 미결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 내겐 이 자체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보일까. 너무나 완벽하고 아련하고 아름다워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만약 내가 아드리안처럼 질문을 했다면 새벽의 시작이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왜 저 사람이 아니고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아드리안과 키이라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영원하다. 그들이 죽었든 살았든 간에. 그러면 된 것 아닐까. 꼭 학자로서의 뭔가를 밝혀내고 싶은 마음이 중요할까. 그 업적이?? 어쩜 학자로서 중요한 발견을 한다는 것은 유한한 삶을 무한한 삶으로 바꾸는 과정일지는 모르겠다. 인간은 고작 일백 년을 살아가기도 버거우니까. 하지만 인생의 의미는 그런 것에 있지 않으리라. 인간과 인간이 만나 새로움을 창출하고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진리가 아닐런지...

 

천체물리학자와 고고학자가 만나 인간의 시초는 몇 년 전인지, 우주의 시작은 언제인지에 대한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찾아가는 모험을 겪는다. 그 안에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지만, 아주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사건이 터지고 사람이 연결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속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날 때의 비밀이나 이 세상이 생겨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하는 것.. 현재를 살아가는 데도 무척이나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내겐 이 우주가 언제 생겼고, 우리 인간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구 위에서 살아왔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전혀. 화석의 정체가 의심스럽기도 하거니와 그것을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기구도 그다지 신빙성이 없을 것만 같아서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편이다. 인간이 생겨난 지 4억 년이 지났든 몇천 년밖에 안 지났든 그것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것보다는 만남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을 만한 만남, 여러 영혼들을 구할 수 있는 만남 등 인간에게 희망이 되는 만남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땅이나 하늘만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이 소설은 아마도 그 모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신부님 말씀처럼 아드리안과 키이라가 만나게 된 것이 그 목적이라 생각이 든다. 그 만남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모험을 일으켰던 것은 좀 허무맹랑한 생각일 순 있으나 어쩜 내 말이 맞을 것도 같은데... 그 모험 속에서 아드리안과 키이라가 서로를 찾아낸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제 짝을 잘 찾아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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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스트, 마음을 해킹하다
김덕성 지음 / 조이럭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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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스트」란 미드를 본 적이 있는가? 안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 종류의 수사물이 판을 치는 요즘이지만, 진짜 신기하고 새로운 형식의 수사물에서 1위에 당당히 등극할 수 있는 미드가 바로 「멘탈리스트」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기법이나 과학수사라는 거창한 것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그저 몇 마디의 말이나 몸짓 몇 가지만으로 사건을 해결해버리는 신기한 마술사, 우리의 제인이 있기에 오늘도 「멘탈리스트」는 재미나다. 그런 재미나고 신기한 미드를 가지고 새로운 최면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줄 알케믹 링귀스트가 나타났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덕성 씨이다. 최면이라고 하면 어릴 적 멋모르고 아이들이랑 서로 해주었던 놀이의 일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는지는 몰랐던 이 책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저자 김덕성 씨는 이 미드를 보면서 최면의 기초 해설서가 동영상으로 나온 것이란 생각을 했을 정도로 이 미드가 너무나 사실에 근접하게 만들어졌다고 감탄을 금치못했단다. 그래서 이런 귀중한 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멘탈리스트」라는 미드가 처음 한다고 예고편을 보여줬을 때부터 호기심이 생겼던 나는 잊지 않고 1편부터 챙겨서 봤다.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딸이 살해되어 경황이 없는 집에 뻔뻔하게 들어가 소지품을 훔쳐보고 당당히 냉장고에서 샌드위치 재료를 꺼내 만들어먹고 있는 멘탈리스트인 제인을 보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어쩜, 사람이 저렇게 철면피일까~ 했었다. 물론 악의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1편에서 몇 가지 사진만 보고도 주인 아줌마의 심리와 성격, 기호를 파악해내는 신기(神氣)를 보여주었다. 그 이후의 방송을 봐도 그 때처럼 신기를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첫회 방송이라 좀 과도하게 호기심을 유발하려고 연출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그 첫회 방송분에 짤막하게 나왔던 제인의 행동 모두가 최면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기술이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나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때 주인 아줌마의 사진을 좀 더 오랫동안 비춰줬다면 나도 좀 파악해낼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을 갖긴 했었다. 방송에서는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서 그것이 단서인 줄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혼자 있고 싶어서 주방으로 온 주인 아줌마에게 제인은 차를 타놓고 차 한잔 드시겠냐고 묻는다. 그 사람이 왜 있는지조차 의아한 상황에서 나 같았으면 당장 나가라고 했겠지만 먼저 경찰에서 나왔다고, 도와주기 위해서 왔다고 안심시켜놓았던 제인이 이미 차를 타놓은 상태인 것을 본 아줌마는 그냥 그러겠다고 대답하게 된다. 그러니까 거절하고 싶지만 상황이 그러하게 진행되면 그냥 수긍해버리는 인간의 성향을 이용한 것이다. 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보통 보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제인을 쫓아내지 못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였고 더 중요한 것, 즉 주인 아줌마의 비판의식을 제거해버리는 역할을 하게 했다. 보통 보이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인간은 순간적으로 사고 능력을 잃어버려 그저 반응만 하게 되는데 그 때를 이용해서 진범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평소 의심해왔던 남편을 말이다. 그런 순간적인 기술을 이용해서 여자의 잠재의식에서 잠자고 있던 의심을 끄집어내어 명확하게 볼 수 있게 한 것은 정말 제인의 탁월한 능력이다. 여기까지 핫리딩, 인덕션, 디프닝이란 최면 기술이 되었단다. 정말 간단하면서도 주요한 기술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최면은 여러 오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간을 마구잡이로 조종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 미드에서도 그런 일화가 방영되었는데 저자는 그것이 참 안타깝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깊은 최면을 눈 뜨고 이루어질 수도 없으며 그런 강력한 최면을 사람의 동의없이 이루어질 만큼 사람의 의식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그런 깊은 최면은 치료를 목적으로 동의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으니 그렇게까지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까 최면에 대해 깊이 알 수도 있었지만 중간엔 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도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은 앞부분까지만 재미나게 보면 좋을 듯 싶다. 최면이라는 것은 인간의 깊은 무의식적인 부분에 간단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일 뿐이니까 그리 겁먹진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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