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 역사를 만나다 -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철학, 역사를 만나다
철학도 좋아하고, 역사에도 흥미있어 하는 사람에겐 딱 들어맞는 책이 있다. 바로 안광복 선생님의 책이다. 수년 간 고등학교 강단에서 철학을 가르쳐오면서 ‘지혜를 가장한 수면제’였던 제 수업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가르칠까 고민하던 중에 역사에 대해서 잡설을 늘어놓을 때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목격한 것을 실마리 삼아 책을 쓰게 되셨단다. 이 책을 산 지는 꽤 되었지만 내가 도움받았던 내용과 새롭게 느꼈던 것을 서평으로 옮겨놓지 못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평소에 철학의 모호함과 명징함을 즐기는 터라 이 안광복 선생을 알게 되었지만, 특별히 그 분의 저작을 쫓아가는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 책을 사고 한참 뒤에 알게 된,인생에 대한 고민을 철학적인 이야기로 풀어내주고 위로해주는 『인생고수』란 책을 통해서 그 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책에는 일을 하면서 대학원을 가게 되는 과정에서 느꼈던 고민이나 여러 고비에서 주는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나와 있기에 내겐 정말 특별한 책이었다.
그 책만큼은 아니지만 이 책에도 역사를 좋아한다면 특별히 빠져들만한 요소들이 다수 들어차 있다. 특히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무렵에는 중등아이들이 세계사를 공부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줘야 하는 때였는데 사회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었다. 세계사 중 내가 열광하는 고대사만 해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정말 많은데 아이들에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 접근하기가 그리 쉽진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공부를 하고 집에서도 홀로 공부를 하다가 나를 만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꽤 되었다. 그런 사실 사이사이마다 숨겨진 뒷이야기를 연결해주면 단지 암기 과목이기만 했던 세계사가 이해가 될 만한 과목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알지 못했던 세계사의 뒷이야기를 잘 전달해주는 통로로서도 이 책은 참 유용했다. 비전공자로선 세계사를 가르치는 것이 버거운데 이렇게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 역사를 좋아하지만 고대사를 읽고 있으면 꼭 고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굴된 사실과 그것에서 유추된 사실을 연결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그런데 그 시기의 철학사조를 같이 이해하고 있으면 얼핏 봤을 때는 엉뚱하게만 보였던 내용들이 쉬운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자폭이라고 할 수 있는 펠로폰네소스 전쟁만 봐도 그렇다. 처음엔 군사력이 월등하게 앞선 스파르타가 민주정치로 앞선 아테네와 전쟁했던 것을 보면 당연히 스파르타가 이겨야 맞다. 그리고 당연히 역사상에서도 스파르타가 이겼다. 플라톤에겐 이상정치의 표본이라고까지 여겨졌던 스파르타가 이겼다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패권을 장악하고 더욱 승승장구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예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시민들을 위한 모든 질서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율 시민을 만들어내지 못했기에 그리스의 패권을 장악한 후 막대한 부가 스파르타로 들어왔을 때 스파르타는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과서에는 단순히 펠로폰네소스 전쟁 후에 그리스가 몰락의 길을 갔다고만 나와있어서 그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알게 되니 정말 재미있고 이해가 쏙쏙 된다. 그러니 자연히 아이들에게도 이해를 쏙쏙 시켜줄 수가 있었다. 내가 필요할 때 딱 알맞은 도움을 준 책이었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데카르트, 헤겔, 니체, 그리고 동양의 공자, 노자, 상앙, 한비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세계를 만나볼 수가 있다. 철학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역사를 사랑한다면 언제든지 이 책을 펼쳐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