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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온 철학씨 - 문득 되돌아보고픈 인생
마리에타 맥카티 지음, 한상석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내게 온 철학 씨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그 철학 씨는 내게 행복한 삶 Good life를 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었다. 우리가 읽고 듣고 느끼고 즐기는 열 가지 주제들을 놓고 곰곰히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통로를 놓아준 것이다. 그 열 가지란 바로 이것이다. 단순함, 의사소통, 시각, 유연함, 공감, 개성, 소속, 평온함, 가능성, 그리고 마직막으로 기쁨까지!! 총 473페이지의 묵직한 책으로 펼쳐진 맥카티의 열 가지 철학 지침은 형식은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읽고 있으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묶어두었다. 또 그런 열 가지 지침을 훨씬 충분히 체험하기 위해 영화나 음악, 다큐멘터리, 시, 소설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런 자료가 뒤에 첨부되어 있다. 음악에 관심이 많다면 실제로 찾아서 듣고 읽고 즐기고 체험한다면 내게 온 철학 씨를 그냥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철학자들을 알고 싶어도, 혹은 알고 있어도 유용하거나 친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이 책이 말하는 열 가지 철학 지침에는 항상 두 명의 철학자들이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와 같은 고대 철학자에서부터 리타 매닝 같이 현대 철학자나 노자처럼 동양철학자 등 여러 범주에 속한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철학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충분히 읽기에 부담이 없을 만한 책이었다. 평소라면~.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접했을 때라는 시기가 무척 안 좋았다. 현대인들은 너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고, 그렇게 일의 쳇바퀴를 돌고 있기에 행복이라고 하는 키워드를 찾을 수 없게 된다고 설파하는 맥카티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어찌해볼 도리 없이 돌아가는 터라 그렇게 마음의 위안을 찾기가 불가능했다. 한참을 책의 표지만 멍하니 보다가 책을 들여다보기를 수차례 한 뒤에서야 문득 정신이 들었으니까.
그러니 열 가지 지침들을 다 숙고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도 내 미래에 대해서 어떤 방향으로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조금 풀 수는 있었다. 보통 나는 한 가지 고민이 생기면 다양한 책을 읽든지, 일을 하든지, 사람을 만나도 그것에 대한 의문과 물음을 항상 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도 고민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면 책의 주제와는 다르지만 그 고민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 주는 정말 그 고민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불안할 이유가 없는데 계속 불안해지고 도망가고 싶어하는 내 오랜 본능을 억제하느라고 힘들었던 한 주였다. 그런 후에 느낀 것은 이 책이 말하는 평온함을 느끼는 방법이었다. 누군가 내게 기도는 기도를 하고 나서 불안함이 가실 때까지 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해준 것이 있었다. 이 때까지 기도하고 마음을 놓지 못했던 적이 없었는데 그 때만큼은 상당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잠을 청했던 기억이 난다.
스토아 철학의 중심인 에픽테토스는 도구 가방에서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수준기를 꺼내어 내면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말라고, 계측기를 꺼내어 사물의 본질을 직시하라고 조언하고, 가위를 꺼내어 교만을 잘라버리라고 하고, 드릴을 꺼내어 분노를 꿰뚫라고 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땐 계측기로 인간의 본질은 어쩔 수 없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라는 것이다. 아하!! 내 본질, 내 본성은 항상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괴로웠던 것은 자그마한 내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그보다 더 큰 존재이길 바라는 내 욕심, 교만 때문이었던 것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본질은 어디론가 내빼버리고 껍데기만 가지고 가려고 했던 교만 때문에 그렇게나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부족한 것, 못난 것 다 아시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포장해서 내보일 순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그렇게 힘들었던 거였다.
인간이라는, 사람이라는, 죄인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있다면 그 평정심이 흔들릴리는 없는 것인데....
아주 많이 어리석었다. 하지만 그런 어리석음을 이제라도 깨달아 알아 기쁘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관계로 많이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도구가 되어준 고마운 책이다.
2010.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