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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소리가 큰 아이들
윤병훈 지음 / 다밋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교육에 뜻을 두신 윤병훈 신부님께서 교감 연수를 받고 있을 때 공교육에서 튕겨져 나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세우고 싶단 소망에서부터 시작한다. 대안학교라~ 사실 대안학교가 있다면 내가 먼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가진 나로선 이런 멋진 분이 계시다는 것에 손을 들고 환영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지만 막상 나는 한 번도 학교를 세우겠다는 거창한 뜻을 품은 적이 없어서 그렇게 간단히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물론 생각해보면 신부님이시니까 도움의 손길을 주시는 수녀님들도 모을 수 있었을 테고, 본인이 교감 연수를 받고 있으셨으니까 교장 선생님이 되시는데 어떤 결격 사유가 없으니 아주 편리했을 테고, 그런 저자의 뜻을 인정해주는 많은 선생님과 자원봉사들까지도 쉽게 찾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 라고 내심 생각해보지만 책으로만 보니 모든 것이 쉬워보였다. 그렇게 쉽게 만든 것처럼 보인 학교가 바로 ‘양업고등학교’였다. 하지만 부지 선정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단다. 대안학교이다 보니까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만 오는 줄 알고 부지 선정한 지역 주민들이 절대 안된다는 으름장만 놓기 일쑤였기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오히려 산 좋고 물 좋은 ‘환희리’라는 곳을 예비해놓으셨기에 더 큰 복을 받았다고 할 수도...
처음엔 학교를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랐지만, 가슴을 진정 시키고 찬찬히 읽어가니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을 많이 겪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유’와 ‘방종’을 알려주기 위해 두발 단속이나 강제 규칙은 없고 그저 원칙을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는 조용히 넘어가는 훈계를 했더니 처음에는 학교 전 건물의 흡연실화와 망가져가는 기물들이 늘어만 갔다. 교육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치고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냥 넘어가기가 솔직히 쉽지 않다.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보다는 그런 행동이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싫은 소리부터 나가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윤병훈 교장 선생님도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다거나 화를 낸 적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 후에 오는 아이들의 상처 입은 표정과 말 한 마디가 그를 돌려놓았다고. 알고 보면 아이들은 거부당하고 상처 받았던 것을 그런 식으로밖에 풀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적인 문제 행동을 했던 것이었다. 아이들을 점차 알아가면서 ‘문제아’는 없고, ‘문제 행동’만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저자는 앞으로 ‘문제아’란 말 대신에 ‘청소년 문제’라고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학원에 오래 있으면서 느꼈던 것은 ‘문제아’는 없고, 오로지 ‘문제 부모’만 있을 뿐이란 사실을 여실히 깨달을 때가 많았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사실 그 부모에게 고스란히 물려받았던 것인데, 부모는 제 행동은 돌아보지 않고 항상 학원 탓, 학교 탓, 남 탓만 하기에 바쁘다. 그래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가끔은 학부모들에게 공격적인 마음이 들기도 하고(아이들을 아프게 하니까) 질책 어린 어투로 말하기도 했던 철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좀 더 나이를 먹고, 보는 것도 많아지다 보니까 그런 부모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먹고 살기에 바쁘니까 아이들의 상처 받고 여린 마음을 헤아려주기가 쉽지 않았던 것을 어찌 부모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아이도 안쓰럽고 부모도 안쓰러울 뿐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부모는 어른이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어른을 이해해달라는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해를 하더라도, 기다려주더라도, 참더라도 그 모든 것은 부모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는 미성숙된, 자라나고 있는 인격체이기 때문에. 양업고등학교에 아이를 보낸 어떤 학부모 중에는 어릴 적에 아이를 너무 몰아붙이고 폭력적으로 대해서 아이가 어디 마음 붙일 데가 없어 학교를 벗어나기만 했던 것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학교로 아이를 찾아와서 울고 가기도 한단다.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해도 이미 상처를 받아버린 아이는 그 아비를 용서해주지 않았지만 그런 시기를 계속 보낸다면 그 아이도 결국은 마음을 열지 않을까.
어른들이 잘못 해놓고서 마치 아이들에게만 모든 책임이 있다는 듯이 ‘문제아’라고 쓰는 것은 어른들의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청소년 문제’라는 말을 써서 그것이 오로지 청소년들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저자의 논지였다. 그 말에 100% 동의한다. 처음부터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없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딴 곳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멍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운동을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윽박지르는 선생님, 해코지 하려는 선배들, 소리 치는 부모 밑에서 있다 보니까 그렇게 자아가 상처 입고 갈갈이 찢겨져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생각이 있고 표현을 하고 웃을 수 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을 보니, 정말 놀라웠다. 졸업생 중에는 명문대를 간 친구도 있고 사업을 해서 60억을 번 친구도 있다니까 정말 성공적인 학교가 아닐까. 결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정말 나쁘지만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좀 더 내용을 살펴보자면, 일 년에 지리산 같이 명산을 종주하는 과정도 있고 봉사하는 활동, 연극, 전시회 등을 즐길 시간도 있으며, 중국 여행도 간단하게 다녀오기도 한다니까 24시간을 쪼개어 쓰는 일반 고등학생과는 정말 질적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는 입학하기 위해 장난 아닌 경쟁을 한다니까 양업이 잘 되긴 되었나보다.
이런 학교, 이렇게 초심으로 기본을 정해놓고, 그것이 설사 죽을 만큼 힘들지만 화를 내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참고 기다려주고 인내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날 기회를 주는 학교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직도 희망 없는 공교육 속에서 짓물리고 버겁고 숨막히면서 살아가는 이 땅의 많은 고등학생들이 불쌍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그런 온갖 말썽은 다 부린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어떤 말로 기다려주고 인정해주었는지 일지 같이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던 점이 바로 그렇다. 아무래도 교육계에 관심이 있다보니까 상처 입고 내쫓김을 당한 아이들의 상처에 새 살을 돋게 하는 방법이 무척 궁금하기에 그런 점이 없던 것이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성공적인 대안학교가 생겼으니 다른 대안학교도 내실을 기해서 아이들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나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