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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김두식 교수는 어릴 적엔 한국에서, 결혼하고 나서는 미국에서 영화를 보며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했다. 미국판 삭제되지 않은 원작을 감상하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지 혹은 얼마나 불편한 삶이 있는지 숙고해볼 수 있었단다. 그런데 그가 먼저 영화를 통해 인권 이야기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고, 그가 영화를 이용해 여러 강의를 잘 진행하니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그를 조르고 졸라 눈물겹게 완성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영화 「별별 이야기」 (2005)과 책 『십시일反』 (창비 2003), 『사이시옷』 (창비 2006)도 국가인권위원회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란 사실도 이제서야 알았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로 된 위의 책들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것들이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았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었는데 아마 이 책을 만나게 되려고 그랬나보다. 그런데 그 당시 이 책과 영화는 보는 내 마음을 아주 불편하게 했다. 그 책을 살까 말까 망설였을 때, 결국 사지 않았던 것은 만화의 표현이 상당히 적나라하고 잔인하게 표현되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실제의 삶의 더 잔인하고 적나라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내가 겪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무심히 지나쳤던 것이다. 아니다, ‘무심히’가 아니라 마음이 불편하니까 ‘회피’하기 위해 그렇게 지나쳤었다.
하지만 ‘불편함’은 ‘중요함’ 혹은 ‘잘못됨’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내가 무언가가 ‘불편하게’ 느낀다면 그것이 뭔가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런지. 『십시일反』에서 가장 끔찍했던 것은 사람의 손이 잘리는 장면이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그렇게 사고를 당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현실을 깊게 생각하긴 싫기에, 그렇게 ‘외면’해버리고만 것이다. 마치 내 눈 앞에서만 사라지면 그런 일도 같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불편한 것도 괜찮다고. 조금 불편한 것이 왜 그런지 그 이유만 알기만 하면 문제없이 풀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김두식 교수는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알지 못함’에서 온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고, 그래서 외면해버린다고 말이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저 나와 다른 것에 대해 익숙해지려고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와 달랐기에 처음부터 선입견에 빠져 거부했던 영화들을 한 번 보자. 그래서 그런 영화들을 통해 청소년들,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검열 문제, 인종차별, 그리고 제노싸이드까지 내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으면 방관해버리는 우리의 나태한 인권의식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이 책의 여러 꼭지 중에서 가장 신선했던 관점은 아무래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권 이야기였다. 이 책을 기획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도 그 부분이었다고 했는데, 그것은 이성애자이자 기독교인인 김 교수의 상황 때문이었다.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범죄로 여기는 것을 인권문제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했던 것인데, 김 교수는 그것을 명쾌하게 구별해냈다. 사실 나도 기독교인으로서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잘 몰랐다. 사실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와 차별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곤 생각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동성애를 인정할 순 없으니까 말이다.(물론 내가 인정하든 말든 그들의 삶과는 아무런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연예인 홍석천 씨가 커밍 아웃을 하고 나서 눈물을 흘리며 기자 회견을 할 때는 솔직히 그가 불쌍했다. 그가 힘들게 살아가야 할 것도 불쌍했고, 앞으로 그에게 다가올 비난이나 경멸을 받아야 하는 것도 불쌍했고, 그렇게 태어난 것도 불쌍했다. 더구나 그의 개인적인 선택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눈물까지 흘리면서 변명을 해야 하는 것도 불쌍했다. 특히나 그 이후 방송가에서 그를 볼 수 없었던 것도, 다른 트렌스젠더들이 커밍 아웃을 한 후에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보도를 통해서도 단지 성적 취향이 다른 것만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명확하게 생각이 정리되진 않았다.
그런데 교수님은 이성애자들이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처럼, 동성애자들도 그런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며, 동일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성애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모두 근거가 논리적이지 못하다며 앞으로 계속 제도적인 개선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마음의 장벽을 없애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다독였다. 또한 내 주변에 동성애자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무심코 내뱉는 말에 다른 사람은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에 먼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아름답고 애절하게 그린 영화로는 「더 월 2」가 있는데 사랑하는 할머니들이 같이 살다가 한 분이 돌아가시는데도 그녀를 면회할 수 없었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데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없고 그녀와 나누었던 추억을 되새길 유품 하나 챙길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을 본다면 동성애자들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는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을 만큼 동성애자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가 있다. 이 세상은 이성애자들 위주로 만들어진 세상이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동성애자들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볼만 하다. 인간이기에 인권은 누구나 누려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고도 단순한 원칙, 절대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