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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의 How Song - 누구나 노래 잘 할 수 있다
박선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갑자기 이런 카피가 생각난다. 난 글로 음악을 배웠다~ 이 말은 동영상으로 배우지 않아 뭔가 부실하게 알게 되었을 때 하는 말로 쓰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뭔가 열심히 읽긴 했는데 전혀 알아듣지 못한 느낌이랄까. 책을 마지막까지 덮고선 했던 말, "엥?" 뭐, 이런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박선주 씨에게 왜 책을 이 따위로 쓰셨느냐, 책을 환불해달라 뭐 그런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왜 그랬을지 나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회식 자리에서 노래방에 안 가본 사람은 없을 것이고, 태어나서 평생 한 번도 노래를 불러보지 않거나 노래 부르는 것을 싫어하거나 노래방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우리는 노래를 사랑한다. 물론 회식자리에서 빼기 위해 노래를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그저 그런 끔찍한 소리를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내놓을 수 없을 뿐이지. 아니, 오히려 노래를 못 부르기에 더 노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아는 이유는 바로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회식 자리에는 적어도 두,세 번은 빼주고 나서야 겨우 마이크를 잡으며 마이크를 잡아도 다른 사람에게 서브 마이크를 권해서 내 목소리가 최대한 들리지 않게 해두고서야 노래를 부른다. 물론 회식 자리가 아닌 경우에는 마이크를 놓지 않아서 문제고~ 너무 부끄럽다는 것, 그것이 내가 가진 최대의 문제다. 도무지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크게 낼 수가 없으니... 이것은 노래방 뿐만 아니라 합창이나 제창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옆 사람이 내 목소리를 들을 것을, 혹은 내가 잘못 맞춘 음정이나 박자를 들을 것을 우려해서 작게 부르니 도무지 노래란 놈이 늘 생각을 안 한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덥썩 집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요즘 「남자의 자격 - 합창단 편」을 신나게 보고 있다. 내가 노래를 못하는 만큼 노래 잘 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항상 꿈만 같기 때문에 아예 그 꿈 속에 빠져 살고 싶을 뿐이다. 오디션에서 거의 마지막에 나온 가수 배다해 씨의 모습에서 마른 사람이 안정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대단한 내공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박선주 씨도도 그녀처럼 노래 부르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것은 고음을 잘 내려고 하는 것보다 - 물론 배다해 씨는 고음도 안정적으로 소화해내지만 - 몸통에서 소리를 안정적으로 공명시켜 바른 자세에서 발성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에 핏줄이 서면서까지 급격하게 소리를 내려고 하면 성대가 쉽사리 상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기에 그 부분을 잘 조절해야 한다던데 배다해 씨는 고음 때말고는 정말 쉽게 소리를 내는 것 같아서 진짜 멋졌다. 그런 노래 잘 하는 사람을 보고 나면 나는 항상 불가능한 꿈을 꾸곤 한다. 꼭 그녀처럼 되고 싶다는,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지레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이다. 박선주 씨는 노래 ‘잘’ 하는 사람이란 제 목소리를 잘 내고 제 목소리에 맞는 곡을 선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나 같은 부질없는 꿈에서 빨리 깨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소리를 찾고 자신이 어떤 식으로 공명을 하고 발성을 하는지를 먼저 알라고 조언하는데 노래부르는 순서가 따로 있다. 먼저 리듬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라라라’라고 하면서 리듬을 익힌 후에 멜로디를 모음으로 연습하고 발성과 관련해 호흡 포인트를 표시해두고 발음을 얹져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영화나 소설의 한 장면을 상상하여 감정을 싣는 것이다.
스스로 ‘음치’라 생각하는 나는 여기에 나온 여러 개념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평생 음악하곤 친하지 않아서 그런 용어가 쉽사리 이해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이 와닿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박선주 씨의 말로는 세상에 음치는 없다고 한다. ‘음치’는 음악에 많이 노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음정을 구별하는 감이 떨어지고 박자도 맞추지 못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이 책이 내게는 별 효과를 주지 못했다. 복식 호흡을 통해 성대를 보호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를 내는 방법도 알려주긴 하는데 너무 어렵고 따라해봤자 맞는지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목소리를 갑자기 크게 쓸 때가 있어 목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데도 따라할 수가 없으니 이렇게 안타울데가~ 그러니 이런 보컬 트레이닝은 눈 앞에서 실제로 받아봐야 가능한 것이지 않을까. 책은 깔끔한 외모에 개성 넘치는 속표지와 강조된 글씨, 그림으로 꾸며져 있어 보기 쉽게 되어 있고, 중간 중간 미션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습곡이 악보로 제시되어 있어서 노래를 ‘쫌’ 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되겠다. 악보가 있고, 가사가 있으니 집에서도 쉽게 부를 수 있어 그 악보는 내게도 유용하다. 하지만 노래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엔 좀 안타까운 면이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되는 느낌이다. 그건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