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의 탄생
오지 도시아키 지음, 송태욱 옮김 / 알마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 지도의 탄생』~! 오랜만에 날 설레게 하는 책이 등장했다. 두둥~!! 세계 지도의 탄생!! 작은 것을 좋아해서 수집을 취미로 삼지 않기 위해 - 가산을 다 탕진할까봐 - 무지 애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도가 좋은 것인지, 그냥 옛날 느낌이 나기 때문에 그저 좋은 것인지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지도만 보면 가슴이 설렌다. 아마도 지도는 어마어마한 기술의 축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 명석한 지식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에? 어쨌든 영원히 그 이유는 알지 못할지라도 나는 중세의 아름다운 지도나 현대의 실용적인 지도에 관계없이 지도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지도를 아주 잘 해석하거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그냥 좋다.   
 

그런데 ‘탄생’이라니! 이 제목은, 지도라고 하면 태초부터 당연히 존재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탄생’이라는 말을 붙여야 할 정도로 특별한 일이었던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21세기에 살아가는 나로선 세계 지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석기를 가지고 놀던 시대에서는 ‘세계’라는 말이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조금 들었다. 아하~! 그러니까 세계 지도란 그 시대 사람들이 세계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거란 것이다. 그러니 인식이 깨어났다는 점에서 ‘탄생’인 건가? 아무리 높게 올라가봤자 구릉이나 산이 전부였을 그 기원전의 시대에 전세계를 어떻게 파악했을지 상상해보는 일은 아마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단지 지평선이 둥글게 보여서 세계가 원판으로 되어 있다고 인식했다는 수메르 왕조의 세계관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너무 단순하지만 그래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본 관점을 담은 것은 정확히 말해서 ‘세계 지도’가 아니라 ‘세계도’이다. 경험하여 축척된 지식과 관념으로 ㅍ현되는 가상의 세계를 혼합하여 만들어낸 것이 바로 세계도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똑똑하고 신비로운지 그 까마득한 옛날, 아는 것이 쥐뿔도 없을 때에도 자기 나름의 생각으로 가상의 공간에 존재하는 세계, 즉 이역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의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한꺼번에 한 공간에 그려넣기 위해서는 ‘경험과 현실’의 연장선상에 ‘관념과 가상’을 위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관념과 가상’안에 ‘경험과 현실’을 위치시킨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발상의 전환으로 그려낸 지도는 가상의 세계까지 다 표현하기 때문에 묘출하는 영역이 굉장히 넓어 소축척으로만 구성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기원전 지도는 하나같이 단순하게 표현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불교적 세계관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일본의 오천축도와 기독교적 세계관이 드러난 중세 유럽의 지도 헤리퍼드 지도, 세계가 하늘과 땅으로 구성되어 있고 땅은 화와 이로 양분된다는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한 고금화이구역총요도,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하여 종교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근대를 선취한 이드리시 세계지도를 중심적으로 설명한다. 세계 지도가 단순히 지리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만큼 대단한 철학을 이야기한 지리서는 처음이다. 역시 지리분야는 만만히 볼 만한 책이 아니였다. 지리책을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고대 사상에서부터 불교적 세계관, 중화 사상, 기독교적인 세계관까지 다 나열하며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그런데 이 모든 지도는 중세 시대의 것일 뿐이라 이보다 더 대단한 지도 중의 걸작지도는 따로 있다. 지도가 갖추어야 할 요소, 즉 사상성, 예술성, 과학성, 실용성을 모조리 갖춘 칸티노 세계지도가 바로 그것인데, 이것까지 훑으면 세계 지도는 다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지도는 책의 제일 앞 부분에 컬러로 실어뒀으니 내용을 읽는 중간중간마다 앞에서 찾아보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단순하게만 여겼던 지도가 사실은 그 시대의 민족 사상을 품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에 유행한 무언가를 적거나 그리거나 해서 후대 사람들이 그 시대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 생각을 조금 더 확장한다면 우리 인간은 제 이름을 드높이고 싶은 욕구가 꿈틀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이 먹고 살만 하면 명예를 추구한다는 것처럼 누구나 제가 드러나길 바라는 점을 보고 한편으로 대단하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교만한 인간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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