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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고전 - 내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 ㅣ 3분 고전 1
박재희 지음 / 작은씨앗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방송을 많이 하셔서 그런가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숙한 분이셨다. 표지에 등장하는 저 모습은. 그래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나운서인 줄로만 알고 있었더랬다. 허나 그분이 교수님이셨구나.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아마도 내게 고전은 그렇지 않을까. 어디선가 분명 들은 적이 있었던 내용이었는데, 그것의 출처와 연유를 확실하게 알지 못해서 제대로 안다고 할 수도 없는 바로 그런 상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고 어쭙잖은 지식으로 사람을 혼란스럽게 해주는 그런 무식한 상태말이다. 항상 얕고 길게 알고 있었던 나로선 이 책을 보면서 많이 놀라웠다. 정말로 들어본 적 있는 내용이 많았기에, 그리고 그 내용이 어떤 책에서 나온 이야기인 것을 알았기에 정말 놀랍게 여겨졌다. 그리고 내게 부족한 것은 그런 신실함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책 하나를 읽더라도 휘리릭 읽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진리를 탐구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파고들어야 함을 말이다. 시간이 부족하고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이 때에, 왠 아날로그적인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삶이 바쁠수록 정말 중요한 것은 한 번 숨을 내쉬며 주위를 돌아보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에게 맞게 구성되어 있다. 나도 현대인인지라 그런 도움을 충분히 받았다. 하긴 제목부터가 딱 그렇지 않은가. ‘3분 고전’이란 제목이니 바쁘다고 외치는 현대인들이 스스럼없이 잡아들기에 손색이 없을 게다. 제대로 하는 것은 없지만 나름 현대인인 나도 현대인답게 일단 목차부터 훑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책을 읽을 때,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맞는지 아닌지, 과연 어떤 이야기로 나를 일깨워줄지 표지를 보며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데 이 책은 서문에서부터 그 설렘을 느꼈더랬다. 필자가 얼마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라디오 방송의 원고를 준비했으며, 또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설레이게 했기에 결국 책으로까지 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근조근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목차를 보면 이미 알고 있었던 고상성어나 경구를 찾아볼 수 있어 반가웠고, 처음 들어보지만 왠지 끌리는 구절이나 구절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그 의미를 미처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도 등장해주어 고마웠다. 이렇게 해서 3분 짜리의 고전으로 300분의 시간과 맞먹는 의미를 깨달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제일 마음이 쏠렸던 구절은 174페이지의 「절차탁마」란 고사성어였다. 이미 어디선가 들은 풍월이 있기에 이 말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긴 썼었는데, 이 구절의 정확한 뜻을 몰랐던 나로선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된 고마운 기회였다. 그게 바로 몇 주 전이다. 그 말을 쓰고 나서 이것의 뜻이 내가 사용하려고 했던 그 뜻이 맞는지 찜찜하게 여기고 있던 차였다. 알고 보니, 절차탁마는 중국의 옥을 가공하는 네 가지 기술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인데, 자르고 썰고 쪼고 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무슨 일에든지 절차와 과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이 고사성어는 일단 내가 사용하려고 했던 그 뜻이 맞았다. 아니, 오히려 더 큰 뜻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데 있어 절차탁마하여 제 욕심과 욕구를 깨고 부셔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을 때 썼던 말이었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뜻이 있었다니~! 이제 회심하고 나니까 어느 순간부터인지 내 안에 있는 욕망, 그리스도에게로 가지 못하게 하는 부정한 것, 악인의 꾀를 내고 싶다는 내 안의 충동을 제어하고 고삐를 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대로라면 나는 좋은 옥이 되기 위한 과정처럼 나를 자르고, 나를 썰고, 나를 쪼고, 나를 갈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입에서 그저 되는대로 나와서 내뱉었올 때와는 정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정확하게 그 뜻을 알고 나니까 이전보다 훨씬 상황이 분명히 보이고 밝아지는 것 같다. 확실히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이 외에도 『손자병법』에서 나온 말이나 『장자』, 그리고 『노자(혹 도덕경)』에서 유래된 구절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많이 아는 단어보다는 필자에게 의미가 깊은 구절들 위주로 구성하셨다더니, 확실히 볼만 한 내용들이 많다. 항상 곁에 두고 가끔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모르는 고사성어를 찾아볼 때 사용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