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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미친놈, 신미식 - 나는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산다
신미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11월
평점 :
신미식 사진작가를 내가 알게 된 것은, 역시나 늘 그렇듯이, 사진이 먼저가 아니였다. 사진작가이면 사진으로 나랑 처음 만나야 정상일 테지만 책 말고 다른 어떤 통로로는 정보를 얻지 못하는 내 태생적 한계 때문에 나는 그를 또 책으로만 먼저 만났다. 아마도 여러 분야의 대가를 만나 인터뷰 했던 것을 모아놓은 책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중에 그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가 바로 그인지 확신하지는 못했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인 사진에 대해 작가의 이름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지않은가. 그런데 한동안 잘 회자되었던 마다가스카르란 나라와 연결된 한 사진작가가 그곳에 갔다가 한 번도 영화를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후원을 받아 영화상영을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얼핏 기억에 남았는데 혹 그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은 해보았다. 그런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그가 바로 그였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상업적인 흐름에 찌들지 않고 순수하게 그저 좋아서 한다는 말이 맞을 만큼 그런 순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 우물만 파는 우직하기도 한 사람이었다. 하루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밤새워 인화 작업을 하면서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지금의 신미식이란 사진작가를 우리가 볼 수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또한 13남매의 막내였기에 엄마의 사랑을 마음껏 받기는커녕 훌쩍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도 어제 어디 갔었냐는 무심한 반응만을 받았던 그라 더 여행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이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다 바리바리 싸들고가 힘들게 갔다가 힘들게 오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나로선 그의 훌쩍 떠났다 돌아오는 여행스타일이, 게다가 비싼 돈을 들여 비행기 타고 유럽까지 갔다가 그 유명한 루브르박물관 한 번 들어가보지 않은 그의 행적이 그리 편히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그 편치 않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유로움이 물씬 풍기는 그에게 보내는 약간의 동경과 질투가 섞여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머리로 알고는 있는 이상- 여행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롭게 갔다오는 것이란 - 을 도저히 현실에서는 실현 - 본전이 아까워서라도 사진 한 방 더 찍고 유명한 건물 한 번 더 보고 오는 것 - 시킬 수가 없었던 나에 대한 부끄러움의 발로일지도. 하지만 그런 그였기에, 모든 것을 다 싸안고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현대인들의 꿈이 되어주었기에 그의 사진이 그렇게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자신은 엄마에게서 받은 감성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13남매의 입에 넣어주기 위해 삶에 찌들어갔지만 마당에 아름다운 꽃을 가꾸며 즐기고 꽃잎을 창호지 사이에 넣어 문을 바르는 엄마의 감성 또한 분명 큰 도움은 되었겠지만 그보다도 그 자신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그 모질고 혹독한 시련을 다 견뎌냈던 것이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라서 아무리 머릿속으로는 상상을 해봐도 제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으면 어떤 감정도 뼛속까지 느낄 순 없다. 그러니 삶의 낭떠러지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다녀온 그였기에 다양한 처지와 상황 속에서 있더라도 아픔과 역경 속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사진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암, 대기업의 회장님부터 교도소에 갇혀있는 사람까지, 유방암으로 세 번씩이나 수술을 하고도 상황이 힘든 사람들에게까지 그의 감성은 절절하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신작가가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사진을 펴내면 그 사진으로 팬들이 감동을 받고, 그 감동이 다시 신작가에게로 돌아오니 아마 신작가에게도 절대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정말로 기적처럼 그가 사진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디선가 그의 사진에게서 위로를 받았다며 감사 편지가 날아드는데, 정말 절묘하다싶을 정도이다.
욥기에 나온 사람이 감당못할 시련은 주시지 않는다는 하나님 말씀을 붙잡고 자살의 유혹을 이겨냈다던 그의 말처럼 정말로 사람이 살아갈 구멍을 항상 열어놓으시는 것 같다. 많이 살았다면 많이 산 그의 반백년 시간 동안에 그런 역사가 드문드문 등장하는 것을 보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가 죽도록 힘들었을 때 만원의 팁을 주면서 격려를 해준 이름 모를 아저씨처럼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절대로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선 안될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베풀어줄 위로와 격려를 생각해서라도, 그 위로와 격려로 몇 사람이나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모두는 잘 살아가야할 당위성이 있다. 아마도 신미식 작가의 사진은 그런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렵지 않게 느끼고 감사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