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동안에 - 사랑으로 세상을 움직인 감동 실화
게리 채프먼 지음, 서현정 옮김 / 예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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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것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날과 짜증으로 살아가는 날이 반반인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감동적인 사랑의 실화를 묶어서 엮은 책이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같은 그렇게 읽기만 해도 가슴 속 깊이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그런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 이야기 중에는 남편을 새롭게 사랑한 아내도 있고, 장애아가 된 아들을 더욱 뜨겁게 사랑한 어머니도 있으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며 매일 사랑에 빠진 아들도 있고, 시어머니가 죽고 나서야 그녀의 사랑을 깨달았던 며느리도 있고, 서로 사별한 후 두 번째 만난 부부끼리 끔찍이도 사랑을 표현하는 중년 부부도 있으며, 가족 안에서 입은 상처를 사랑으로 말끔히 치료한 가정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이야기가 거기에 다 표현되어 있다. 지루한가? 아주 좋은 이야기만 있어서? 하지만 의외로 사랑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감정이다. 제 눈의 안경이란 말도 있듯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실은 내가 그랬다. 몇몇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과 감정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

과연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은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감정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춥고 배고픈 사람에게 안쓰럽게 느끼는 것은 아주 흔한, 다르게 말해서 아주 저급한 수준의 감정인 동정심일 것이다. 이런 동정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제 코가 석자가 아닌 경우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필요에 신경쓸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말을 하지 않아도 배가 고프고 춥고 아픈 상황이 얼마만큼 괴로운지 상상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 번도 배고파 본 적이 없어도, 한 번도 추워본 적이 없어도 그 정도의 상황은 누구나 충분히 상상으로 유추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사랑은 그리 쉽게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지 않는가. 사랑이라 함은 상대가 나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심지어 나를 모욕하고 미워할지언정 그를 향한 내 마음이 변함없이 뜨거운 상태가 아닌가 말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이런 절절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메말라 보이는가. 사실 나도 내가 걱정이 된다. 정말 메마른 것 같아서. 하지만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서 내 마음이 변해본 적은 많아도 한 번도 내가 초지일관 상대방에 대해 희생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대해본 적이 없으니 나는 과연 사랑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급한 결론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메마른 나로선 사랑을 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아마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내 배 아파서 낳아보지 않는다면 그런 절절한 사랑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렇게 자기 목숨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있다면 아마 나보다는 이 책의 이야기가 쉽게 이해될 수 있을 성 싶다. 생판 모른 사람들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는 정도의 호의는 베풀 수 있지만 그 행위가 가슴 절절한 사랑에서 나온 행위는 아닐 터이니, 자폐아가 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나 치매가 걸려 목사직도 그만 두고 어머니의 수발을 든 아들의 사랑을 이해하기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다채로운 사랑이야기가 홍수 같이 쏟아진다. 조금 메말랐단 생각이 들 즈음에 한 번씩 처방을 받으면 다시금 생생하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야겠단 뜨거운 다짐을 할 수 있을 게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여러 에피소드 중에는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이 여럿 있다. 그것이 전문적인 저자가 쓰지 않아 제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의 차이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다소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내 역량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와 같은 책을 여러 권 봤지만 이번 경우처럼 의미 전달이 어색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쪽이 훨씬 더 내용도 다채롭고 더 감동적이고 더 절절했다. 어쩐지 서걱거린다는 느낌만 제외한다면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는 책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곱씹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글쓴이가 제대로 그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읽어봐도 도통 주인공이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인지 아닌지 금장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막 생각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리 채프먼의 글이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저말고 들어도 나름 재밌을 것이다. 이렇게 실화 이야기는 그 감동이 훨씬 크니, 가끔 읽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 현실을 잊지 않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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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사기본기 1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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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마천


기원전 145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90년경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자(子)는 자장(子長)이며 섬서성 용문(龍門) 출신으로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은 한 무제 때 태사령(太史令)이었다. 열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수도인 장안(長安)에 와서 동중서(董仲舒)와 공안국(孔安國)에게 학문을 배웠다. 스무 살 때 여행을 시작하여 중국 전역을 두루 돌아다녔으며 돌아온 후에는 낭중(郎中)에 올랐다.기원전 110년 아버지 사마담이 그에게 반드시 역사서를 집필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기원전 108년 태사령이 되어 무제를 시종했으며 천제(天帝)에 제사 드리는 봉선(封禪)에 참여하고 역법을 개정했다. 부친의 유지를 받들고자 국가의 장서가 있는 석실 금궤(石室金櫃)에서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고 수집했다. 기원전 104년 정식으로 『사기』 집필을 시작했다.기원전 99년 이릉(李陵)이 군대를 이끌고 흉노와 싸우다가 중과부적으로 투항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때 사마천은 홀로 무제 앞에 나아가 이릉을 변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샀다. 옥에 갇힌 그에게 세 가지 형벌 중에 하나를 고를 권리가 주어졌다. 첫째 법에 따라 주살될 것, 둘째 돈 50만 전을 내고 죽음을 면할 것, 셋째 궁형을 감수할 것이었다. 사마천은 두 번째 방법을 취하고 싶어 했으나 귀족이 아니었던 그가 그런 거액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결국 마지막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기원전 93년 사마천은 그의 친구 임안(任安)의 추천을 받아 무제의 곁에 있게 되었다. 이때는 『사기』의 집필이 대체적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든 지 20년 만이었다.



 

 

인문서적의 놀라운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는 알마출판사에서 야심차게 중국 역사서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으뜸인 사마천의 『사기』를 완역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한자가 병기된 번역체인데다가 그 번역도 매끄럽지 못해서 일반인이 접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었던 차에 『사기』 완역을 위해 20년 간 준비해오신 김영수 선생님의 지휘로 이 거대한 계획이 시작된 것이다. 총 52만 6,500자로 쓰여진 『사기』는 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한다는, 중국 ‘25사’ 정사 가운데 최고의 역사서로 꼽히는 대작이다. 그러니 그것을 번역하는 것만 해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평생을 『사기』 번역에만 매달려오신 김영수 선생님이 계시기에 드디어 완역본이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이 그 야심찬 계획의 첫 책인데, ‘본기(12편)ㆍ표(10편)ㆍ서(8편)ㆍ세가(30편)ㆍ열전(70편)’의 다섯 체제로 구성되어 있는 『사기』에서 이번에 나온 책은 ‘본기’ 총 12편 중 5편인 【오제본기ㆍ하본기ㆍ은본기ㆍ주본기ㆍ진본기】가 들어가 있다. 또한 서문 격인 【태사공자서】가 삽입되어 있고, 사마천이 이 책을 쓰게 된 연유와 그로써 형성된 그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보인안서】도 수록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포석 작업을 할 수 있는 자료까지 친절하게 편집해둔 것이다. 특히 【보인안서】는 『사기』에 실린 글이 아니라 『한서』 권62 「사마천전」에 실린 임안에게 보낸 편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번역을 담당하신 김영수 선생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은 이번에 나온 책이 너무나 잘 설명되어 있고, 보기에도 깔끔하게 표와 사진과 지도까지 구비되어 있어 까마득히 오래 전 이야기일지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가 있었기에 그 이전의 『사기』는 어땠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번에 알마출판사에서 완역본이 나온 것이 이제까지 한 번도 완역되지 않았다는 소리라면 더욱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하면 이해할까 싶어 좀 해보았더니 정말로 ‘본기ㆍ표ㆍ서ㆍ세가ㆍ열전’의 각 부분마다 나뉘어서 설명된 책은 무수히 많지만, 그것을 하나로 연결하여 흐름이 끊기지 않게 정리된 것은 이것이 처음일 듯 하다. 물론 두 번째 책을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문외한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다만 내가 사마천의 『사기』 그 자체를 잘 몰라서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일 앞 장에 ‘『사기』 총 130편 편명 일람’과 ‘사마천과 한무제의 비교한 연보’ 그 다음에 역자 서문에서 그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진정한 지식은 소수의 사람만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두루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 옳은 것처럼, 김영수 선생님은 문외한을 위해 정말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셨다.

 

역자 서문에 보면, 『사기』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체제, 그의 수많은 주석서와 판본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한 왕조의 역사만을 기록한 ‘단대사’와는 다르게 사마천의 『사기』는 무려 3,000년을 다루고 있는 거대한 ‘통사’라는 점에서 다른 정사들과 뚜렷히 구별되는데, 여기서 우리는 사마천의 속셈을 알아야 한다. 목적이 없이 그런 방대한 저술을 남길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인간으로서 치욕스러운 궁형을 감수하고서까지 『사기』의 편찬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을 본다면 그가 거대한 ‘통사’를 남긴 까닭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한 무제에게 직언을 했다가 오해를 사 감옥에 갇혔을 때 아무도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던 경험으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자그마한 이익에 영합하기 위해 바른 양심을 저버리는 인간의 치졸한 모습, 자신이 총애한 이 부인의 오빠인 이사 장군을 곡해한다고 버럭 화를 내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감옥에 가둔 한 무제의 잔인한 본성 등 그런 것을 전달하려는 의지가 아니였나 싶다. 후세의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낮은 자질을 가진 황제는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비꼬거나 비아냥거리는 상황은 아니였을지 모르겠다. 이미 궁형이라는 치욕스러운 형벌을 받았기에 그를 위협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은 다행이지 않을까.

 

또한 『사기』는 현대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검증된 사실만을 정리했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사마천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다 섭렵하여 사실에 맞지 않거나 참고문헌이 부족한 부분은 빼버리고 검증될 수 있는 내용만 정리했는 데다가, 실제 한 왕조가 흥왕했던 지역까지도 꼼꼼하게 답사하는 등의 실사구시 정신에 입각해 쓰인 역사서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전까지는 연대순 기술인 ‘편년체’로 정사를 기록했는데, 사마천은 방대한 통사를 일목요연하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기전체’ 기술방식을 창안해냈다고 하니, 정말 그 가치를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사기』 이후의 정사는 거의 대부분 『사기』의 체제를 따르니 마땅히 역사의 궤적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사기』가 중요한 이유는 많이 있겠지만, 내가 가장 최고로 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마땅히 중화사상의 근원이요, 신분 체제가 절대적인 한 나라에서 사마천은 이 때까지의 사고방식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었다. ‘본기ㆍ표ㆍ서ㆍ세가ㆍ열전’의 체제 중에서 일반적으로 제후의 업적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세가’에서 단지 제후이기만 하면 기록했던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었어도 천하 존망의 흐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에 따라 기록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이후에 편찬된 많은 정사에서는 다른 부분은 다 『사기』를 따르지만 이 부분만큼은 사마천의 기록을 곡해하며 제후들의 기록만으로 채우기에 이것은 사마천의 독특한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자는 그의 역할이자 업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 단순히 신분의 고하에 다라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봉건적인 시대 사람으로서 그렇게 개방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영향력은 사마천 개인의 체험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궁형을 자처하지 않고 사형을 당해 죽었더라면 그런 시야가 넓어지는 깨달음은커녕 후세의 역사서 발전에 있어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와 잠재력을 믿었던 것이 불과 300~400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아마 늦되도 엄청 늦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사마천의 개방적인 사고 안에서 군왕이 가야할 길과 신하의 바른 도리를, 전설시대 제왕들인 ‘오제’로부터 사마천 자신의 당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고사성어들을 무더기로 속출하는데 그것을 찾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본기 1편에서는 【오제본기ㆍ하본기ㆍ은본기ㆍ주본기ㆍ진본기】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태평성대의 대명사로 등장하는 요 임금과 순 임금이 【오제본기】에 등장해서 놀라웠다. 단지 요와 순이라고 들어서 아닐 줄 알았는데, 원래 이름이 제요와 우순이었다고 하니까 내가 들었던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 실은 이 부분의 의도는 ‘선양’이라고 하는 권력 이양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들에게 무조건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다스리는 데 합당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꼼꼼히 살펴서 제위를 물려주는 것이 ‘선양’인데, 한 무제의 잔인하고 경솔한 성품을 꼬집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 역사에서는 ‘선양’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쿠데타’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던데, 내가 보기엔 중요한 것은 사마천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그가 목숨을 구걸하면서까지 전달하고 싶었던 그 무엇 말이다. 그리고 중국 역사에서는 오제 전에도 신농 씨 같은 신들이 등장하지만 사마천의 생각에는 그런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빼버린 것이다. 그러니 역사가의 의도와 그의 생각을 유추하면서 읽어야하겠다. 원래는 이런 모든 이야기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가 1899년 갑골 문자의 발견으로 전설로만 치부했던 오제와 하, 은(상)나라의 존재를 증명해낼 수 있었다. 사마천의 시절만 하더라도 이 모든 역사에 대한 참고문헌이 있었다니까 무작정 전설로만 치부할 수는 없겠다. 중국에서 동북공정이니 서남공정이니 하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것을 한 번쯤 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 활동 이면에는 이민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정부의 화합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 중화민국의 소프트웨어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응원도 하게 된다.

 

우리 동양의 위대한 문화가 사실은 서양 문화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아왔던 것에 대한 아쉬움의 발로랄까. 사마천의 『사기』가 있다는 것이 조금은 동양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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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하라!
김정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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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뭔가 와닿는 책이라 전부터 스쳐지나가듯 알고 있었던 책이었다. 그러나 자기계발서는 질리도록 봐서, 아니 몇 권 보지 않았는데도 질려서 선뜻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에 드는 생각은, 만약 내가 이 책의 저자를 알고 있었다면 그런 머뭇거림의 시간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김정태 저자 그 자체만의 스토리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는 않다. 그저 그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지탱해왔던 신념과 생활 습관을 수많은 스토리들로 포장하여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유엔이라는 멋져보이는 고지에 이미 도달했던 그의 말이라면 들어두어도 그리 손해는 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유엔이라는 직장의 후광 효과만 가지고 추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동일한 긍정적인 효과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에 손해일까. 하지만 단지 후광 효과만 가지고 그 저자를 설명할 순 없다. 그가 여섯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스토리가 많았기에 가능했던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뻔하디 뻔한 자기계발서에 치였던 내가 이 책에 손이 갔던 것은 얼마 전에 읽었던 다른 책에서 나온 ‘스토리’라는 말 때문이었다. 한 허름했던 국수집이 ‘스토리’를 가지고 언론 매체를 탔더니 맛도 달라지고 허름했던 외관도 삐까 번쩍한 건물로 대체했어도 사람들이 들끓는 것을 보고, 이 시대는 ‘스토리’에 열광하는 시대라는 그 책의 저자의 말 때문이었다. 그 책도 자기계발서 비슷한 책이었지만 그녀가 우여곡절 끝에 낸 첫 책부터 찬찬히 따라가는 것이 재미나던 차에 본 세 번째 책이라 그냥 본 것이다. 왠지 그녀와 내가 이어져있는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환상 속에서 그녀가 조금씩 책에서부터 돌파구를 찾아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대견하면서도 내심 뿌듯한 기분으로 그녀의 책은 찾아서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연결된 것이 바로 이 책,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였다. 이 책의 말을 인용해보면 누군가의 스펙만 봤을 땐 사이가 멀어지고 내심 상실감이 들지만, 그녀가 성공해가는 스토리에 집중했기에 일면식도 없는 그 저자와 내가 연결된 것 같은 환상과, 그녀의 성공을 빌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 것이란다. 그렇게 스토리에는 사람들을 끄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나만의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은 남들 다 하니까 중간이라도 가고자 하는 마음에 의미 없이 스펙을 쌓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행복할 수 밖에 없다는 저자의 논리는 정말로 이해가 쏙쏙 된다. 누군가를 만나 서로의 처지와 상황을 이야기 하면서 공허했던 기분은 한 번쯤 들었지 않는가. 연봉이 어떠니, 집 값이 어떠니, 대출금, 할부금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상황과 처지에 깊이 공감할 수도, 응원해줄 수도 없지 않는가. 그러나 자기가 깊이 느끼고 생각해 행동으로 옮기는 어떤 ‘스토리’에 대해서 누구나 들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설사 그에게 아무런 도움도 지원도 못해준다고 할지라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들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면 그에게 어울릴 만한 사람을 소개시켜줄 수도 있고, 일자리를 알아봐줄 수 있다. 그것은 스펙이 아닌 ‘스토리’로 상대방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저자 김정태 씨도 바로 그렇게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고 했다. 자신만의 ‘스토리’로 무장해왔던 그는 친하지도 않던 어떤 후배가 말해준 사이트에 뜬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합격했다고. 그 후배가 아니였다면 자신은 그 사이트도 알지 못했고, 그 공고는 더더군다나 볼 수 없었을 거란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자신만의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스펙 자랑이 아니기에 누구에게라도 환영될 만해지고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듣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세계 기아를 해결한다든지,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라도 찾아보면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 자신의 열정을 쫓는 일을 하다보면 그에 맞는 스펙도 쌓아지게 마련이다. 특별히 토익 몇 점이나 다채로운 국제 기구 봉사 활동이 아니더라도 제 ‘업’에 맞는 활동이기만 하다면 완벽한 스펙을 가진 사람보다는 훨씬 경쟁력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면접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만 봐도 의미 없는 스펙 쌓기는 오히려 독이 된다. 스펙은 그 사람의 됨됨이나 열정을 보여주지 않기에 작은 업체에서의 3년 경력이 완벽한 스펙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인 합격 조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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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삼국유사 우리 역사에 담긴 과학을 찾는다
이종호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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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
 

문화와 역사 그리고 과학 등 인문·사회 과학과 자연 과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지식인이다.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랑스 페르피냥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프랑스 문부성이 주최하는 우수 논문 제출상을 수상한 후 해외유치 과학자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과학기술처장관상, 태양에너지학회상,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간편하게 50층 이상의 고층빌딩을 지을 수 있는 ‘역피라미드 공법’ 등으로 20여 개 국가에서 특허권을 출원한 바 있다. 과학·문명·역사를 넘나드는 활발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9년 한국과학저술인협회에서 주는 저술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현대과학으로 다시 보는 한국의 유산 21가지』『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명예의 전당에 오른 한국의 과학자들』(공저) 『피라미드 과학』『노벨상이 만든 세상』『세계를 속인 거짓말』『세기의 악당』『과학 한국을 이끈 역사 속 명저』 등이 있다.


 

 

원래 『삼국유사』는 유학자가 쓴 것이 아니기에 정사가 아니라고 들었다. 하지만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가 사대주의에 입각해 쓴 거라 일연의 『삼국유사』가 한동안 더 각광을 받았었는데, 최근들어 어떤 이유 때문에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쪽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그 이상의 정보를 알지 못하지만, 『삼국유사』가 『삼국사기』보다는 신비로운 내용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대충 짐작할 만하다. 나라의 자주성을 드러내기 위해 썼다는 글이기에 아무래도 신이한 소재가 등장할 법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내용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니,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매도할 필요도, 대단한 문화를 이룩하지 못한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폄하할 필요도 없겠다. 서양에서 흘러나오는 성배니, 성수니 하는 이야기들도 다 일종의 이런 전설에 속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논란이 되는 전설 속의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모든 사건들을 다 과학적으로 검증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아예 처음부터 낭설로 치부하지 않고 여러 문헌을 조사해 그 당시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해내기도 하니까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음직한 이야기들을 보고도 그저 이야기로, 소문으로 여기지 않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규명해내려고 했던 것만큼은 이 책의 저자의 탁월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일반성 속에서 찾은 비범성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 책말고도 『과학 삼국사기』도 봤는데, 그 책에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과 다소 다른 것은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목차를 먼저 보곤 하는데, 이 책의 목차보다는 훨씬 새로운 사실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다소 알 법한 이야기(막걸리, 포석정, 온돌, 용, 소리개 등등)들이 나열되어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졌는데 먼저 읽은 『과학 삼국사기』에서는 진짜 모를 이야기( 한국인의 DNA, 개마무사, 다뉴세문경, 황금보검)만 잔뜩 들어가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의 과학성에 대해 의심스럽다 싶은 사람은 꼭 이 책 두 권 모두 보길 바란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신항로 개척에 일등공신인 나침반이 신라인들의 유물이었다는 것을 어디에서 알 수가 있겠는가. 이전까지 모두 중국의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확실히 이 책에서는 쉽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일단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우선 용 이야기가 있다. 과거 어릴 때 동양에서도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용이란 허구의 동물이 서양에서도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 대해 의심스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봐도, 영화를 봐도 용은 어디에서나 쉽게 등장하는 소재가 아니던가.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 것은 동양에서는 용이 사는 곳인 용궁이란 존재가 바다에 있고 용왕이란 바닷속 지배자가 있으며 용은 아주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는데 반해, 서양에서는 드래곤이라고 불리며 영웅이란 존재가 때려 부숴야만 하는 괴물로만 인식된다는 점이었다. 동양인과 서양인들의 사고 방식이 달라서 그렇게 인식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일단 하나 건질 수 있는 생각은 용이란 존재를 지역과 시기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리아나 바빌로니의 전설에서도, 구약성서, 중국이나 일본의 고문서에서도, 심지어 그리스나 로마, 초기 아메리카의 상징이나 아프리카의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존재가 용이라니, 여기서 우리는 한 번쯤 의심해볼 수가 있지 않은가. 용이 과연 상상 속의 존재이기만 할까. 나는 이런 생각까지는 확장시키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니까 용이란 존재를 단지 허구 속의 동물로만 알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용이 실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용이란 존재가 없다고만은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란다. 그러니까 전세계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용이란 존재는 어쩌면 수만년 전에 멸종된 공룡의 한 일종일 수도 있겠다.

 

그 외에도 포석정에 숨겨진 소용돌이의 과학을 들어볼 수도 있었다. 탐욕스러운 의자왕이라고만 알고 있던 것은 후세에 더해진 잘못된 생각임을 알 수 있었고, 포석정이 단지 놀고 마시는 연회의 장소가 아니라 기원제를 올리는 장소이고 일부러 소용돌이를 쳐서 술잔을 뱅그르 돌리게 만드는 것도 신라 시대의 어마어마한 과학 기술이 숨겨져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사라는 것은 이렇게 정확하게 그 시대를 면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잘못된 편견으로 우리의 과거를 먹칠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의자왕의 삼천궁녀도 실재가 아니라고 하는데 삼천궁녀 이야기를 알았을 때보다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지금이 훨씬 기분이 좋다. 우리의 과거 지배자가 멍청하고 제 배만 불리는 위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나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바른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역사서를 꾸준히 봐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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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연의 도쿄 집밥
박계연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 가정 요리 102 레시피와 푸드 에세이’란 부제를 가지고 있어 한 눈에 무슨 내용의 책인지 알 수 있는 이 책은 처음 본 순간, 누구나의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설사 그럴 일은 없겠지만 먹을 것에 대해 그다지 탐욕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마음에 바람을 넣을 만하다. 일본! 이란 나라를 떠올릴 때마다 막연히 생각해왔던 매혹적인 문화를 ‘집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니, 이 어찌 아니 설레겠는가. 솔직히 말하자. 나는 일본 좋아한다.

 

과거 나는 순수 100% 토종 한국인으로서 어릴 적부터 배워왔던 역사적인 사실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있었다.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과거에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막연하게 아는 지식을 근거로 일본인들에 대해 혐오 비슷한 감정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품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더 높아져만 가 내심 당혹스럽기도 했다. 일본의 문화는 매력적인데 일본 그 자체에 대해서, 아니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이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런 상반된 내 감정이 일본 의 문화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됨을 인식했고, 싫어한다는 감정 이면에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임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하련다. 같은 동양권의 나라임에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그들의 문화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런데 내가 접할 수 있는 일본 요리 문화라곤 만화책이나 드라마,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이나 일본 거리에서 팔고 있는 요식업체의 요리가 전부이다. 운이 좋은 누군가처럼 일본에 친척이 살고 있다거나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날 수도 없는 나로선 일본의 평범한 가정집 음식을 접해볼 기회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그러니 이런 책이 어찌 아니 반가울 수가 있겠는가. 무척이나 반갑다.

그래서 처음부터, 책을 받아본 순간부터 가슴이 내심 떨렸다. 드디어 이 책을 보는구나. 맛을 실제로 볼 수도 없는 책일 뿐이지만 눈으로 보는 요리도 꽤나 맛있다는 것을 이 책 덕분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작은 사이즈 책이 어찌나 앙증맞은데도, 꽤 많은 요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너무나 좋았다. 총 96가지나 되니 당장에 거기서 주부 노릇을 하라고 해도 충분히 잘해내지 않겠는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이 책의 가치는 뭐니뭐니해도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에 있을 성 싶다. 한국인이기에 한국인 입맛에 맞는 양념 배합을 알려줄 수도 있고, 또 일본인과 결혼을 했으니 진정 일본의 식단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실제로 맨 땅에 헤딩하며 알아내지 않아도 일본의 가정 요리를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마음에 든다. 마지막 부분에 나온 여러 음식 문화를 들여다보면 명절 때 먹는 요리 등이 대단히 상세하다. 시댁에서 실제로 하는 요리를 레시피로 알려주니, 그것이 바로 일본 집밥의 생생한 정보이지 않은가.

 

덮밥 요리인 돈부리, 된장 요리인 미소, 간장 요리인 쇼유, 오사케 안주 요리, 국수 요리인 멘, 쌀 요리인 오코메, 전골 요리인 오나베, 무 요리인 다이콘 등으로 항목을 나누어 정리해주는데 완전 맛나다. 요리 그 자체도 매혹적이지만 그들의 식문화도 신기한 것이 많은데,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그들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만 담아야 하고, 한 번에 나온 음식은 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일본 요리를 만나면 느끼는 감정이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오키나리’ 즉, ‘더 주세요’ 라고 추가를 많이 하는데 거의 습관이 되었을 정도로 심하게 한단다. 그런 소소한 문화적인 측면이 다른 것이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본에서 거주할 예정인 사람들이 보시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살지만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요리치인 나도 이 책을 보니 일본 집밥은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박계연 씨가 말했듯이, 일본 요리는 대개 된장과 간장만 있으면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수가 꼭 필요한 요리가 많아 일본 요리는 육수를 만드는 것이 기본인데, 이것도 양념 간장처럼 미리 만들어파는 것이 있어 물이랑 섞기만 하면 뚝딱 만들 수 있기에 아주 쉽다. 물론 건강에는 별로 안 좋을지 몰라도 그냥 편히 먹기에는 한국 요리보다는 훨씬 손이 덜 간다. 간단하고 양도 별로 많지 않고 건강에도 좋은 간장과 된장을 많이 들어간 일본 요리이다 보니 이것만 먹으면 뚱뚱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 요리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 대단한 식단이니까 일본 요리 한, 두 가지쯤은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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