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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연의 도쿄 집밥
박계연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 가정 요리 102 레시피와 푸드 에세이’란 부제를 가지고 있어 한 눈에 무슨 내용의 책인지 알 수 있는 이 책은 처음 본 순간, 누구나의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설사 그럴 일은 없겠지만 먹을 것에 대해 그다지 탐욕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마음에 바람을 넣을 만하다. 일본! 이란 나라를 떠올릴 때마다 막연히 생각해왔던 매혹적인 문화를 ‘집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니, 이 어찌 아니 설레겠는가. 솔직히 말하자. 나는 일본 좋아한다.
과거 나는 순수 100% 토종 한국인으로서 어릴 적부터 배워왔던 역사적인 사실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있었다.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과거에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막연하게 아는 지식을 근거로 일본인들에 대해 혐오 비슷한 감정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품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더 높아져만 가 내심 당혹스럽기도 했다. 일본의 문화는 매력적인데 일본 그 자체에 대해서, 아니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이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런 상반된 내 감정이 일본 의 문화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됨을 인식했고, 싫어한다는 감정 이면에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임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하련다. 같은 동양권의 나라임에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그들의 문화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런데 내가 접할 수 있는 일본 요리 문화라곤 만화책이나 드라마,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이나 일본 거리에서 팔고 있는 요식업체의 요리가 전부이다. 운이 좋은 누군가처럼 일본에 친척이 살고 있다거나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날 수도 없는 나로선 일본의 평범한 가정집 음식을 접해볼 기회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그러니 이런 책이 어찌 아니 반가울 수가 있겠는가. 무척이나 반갑다.
그래서 처음부터, 책을 받아본 순간부터 가슴이 내심 떨렸다. 드디어 이 책을 보는구나. 맛을 실제로 볼 수도 없는 책일 뿐이지만 눈으로 보는 요리도 꽤나 맛있다는 것을 이 책 덕분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작은 사이즈 책이 어찌나 앙증맞은데도, 꽤 많은 요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너무나 좋았다. 총 96가지나 되니 당장에 거기서 주부 노릇을 하라고 해도 충분히 잘해내지 않겠는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이 책의 가치는 뭐니뭐니해도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에 있을 성 싶다. 한국인이기에 한국인 입맛에 맞는 양념 배합을 알려줄 수도 있고, 또 일본인과 결혼을 했으니 진정 일본의 식단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실제로 맨 땅에 헤딩하며 알아내지 않아도 일본의 가정 요리를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마음에 든다. 마지막 부분에 나온 여러 음식 문화를 들여다보면 명절 때 먹는 요리 등이 대단히 상세하다. 시댁에서 실제로 하는 요리를 레시피로 알려주니, 그것이 바로 일본 집밥의 생생한 정보이지 않은가.
덮밥 요리인 돈부리, 된장 요리인 미소, 간장 요리인 쇼유, 오사케 안주 요리, 국수 요리인 멘, 쌀 요리인 오코메, 전골 요리인 오나베, 무 요리인 다이콘 등으로 항목을 나누어 정리해주는데 완전 맛나다. 요리 그 자체도 매혹적이지만 그들의 식문화도 신기한 것이 많은데,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그들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만 담아야 하고, 한 번에 나온 음식은 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일본 요리를 만나면 느끼는 감정이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오키나리’ 즉, ‘더 주세요’ 라고 추가를 많이 하는데 거의 습관이 되었을 정도로 심하게 한단다. 그런 소소한 문화적인 측면이 다른 것이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본에서 거주할 예정인 사람들이 보시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살지만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요리치인 나도 이 책을 보니 일본 집밥은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박계연 씨가 말했듯이, 일본 요리는 대개 된장과 간장만 있으면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수가 꼭 필요한 요리가 많아 일본 요리는 육수를 만드는 것이 기본인데, 이것도 양념 간장처럼 미리 만들어파는 것이 있어 물이랑 섞기만 하면 뚝딱 만들 수 있기에 아주 쉽다. 물론 건강에는 별로 안 좋을지 몰라도 그냥 편히 먹기에는 한국 요리보다는 훨씬 손이 덜 간다. 간단하고 양도 별로 많지 않고 건강에도 좋은 간장과 된장을 많이 들어간 일본 요리이다 보니 이것만 먹으면 뚱뚱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 요리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 대단한 식단이니까 일본 요리 한, 두 가지쯤은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