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동안에 - 사랑으로 세상을 움직인 감동 실화
게리 채프먼 지음, 서현정 옮김 / 예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것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날과 짜증으로 살아가는 날이 반반인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감동적인 사랑의 실화를 묶어서 엮은 책이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같은 그렇게 읽기만 해도 가슴 속 깊이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그런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 이야기 중에는 남편을 새롭게 사랑한 아내도 있고, 장애아가 된 아들을 더욱 뜨겁게 사랑한 어머니도 있으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며 매일 사랑에 빠진 아들도 있고, 시어머니가 죽고 나서야 그녀의 사랑을 깨달았던 며느리도 있고, 서로 사별한 후 두 번째 만난 부부끼리 끔찍이도 사랑을 표현하는 중년 부부도 있으며, 가족 안에서 입은 상처를 사랑으로 말끔히 치료한 가정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이야기가 거기에 다 표현되어 있다. 지루한가? 아주 좋은 이야기만 있어서? 하지만 의외로 사랑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감정이다. 제 눈의 안경이란 말도 있듯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실은 내가 그랬다. 몇몇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과 감정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

과연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은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감정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춥고 배고픈 사람에게 안쓰럽게 느끼는 것은 아주 흔한, 다르게 말해서 아주 저급한 수준의 감정인 동정심일 것이다. 이런 동정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제 코가 석자가 아닌 경우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필요에 신경쓸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말을 하지 않아도 배가 고프고 춥고 아픈 상황이 얼마만큼 괴로운지 상상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 번도 배고파 본 적이 없어도, 한 번도 추워본 적이 없어도 그 정도의 상황은 누구나 충분히 상상으로 유추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사랑은 그리 쉽게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지 않는가. 사랑이라 함은 상대가 나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심지어 나를 모욕하고 미워할지언정 그를 향한 내 마음이 변함없이 뜨거운 상태가 아닌가 말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이런 절절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메말라 보이는가. 사실 나도 내가 걱정이 된다. 정말 메마른 것 같아서. 하지만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서 내 마음이 변해본 적은 많아도 한 번도 내가 초지일관 상대방에 대해 희생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대해본 적이 없으니 나는 과연 사랑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급한 결론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메마른 나로선 사랑을 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아마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내 배 아파서 낳아보지 않는다면 그런 절절한 사랑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렇게 자기 목숨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있다면 아마 나보다는 이 책의 이야기가 쉽게 이해될 수 있을 성 싶다. 생판 모른 사람들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는 정도의 호의는 베풀 수 있지만 그 행위가 가슴 절절한 사랑에서 나온 행위는 아닐 터이니, 자폐아가 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나 치매가 걸려 목사직도 그만 두고 어머니의 수발을 든 아들의 사랑을 이해하기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다채로운 사랑이야기가 홍수 같이 쏟아진다. 조금 메말랐단 생각이 들 즈음에 한 번씩 처방을 받으면 다시금 생생하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야겠단 뜨거운 다짐을 할 수 있을 게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여러 에피소드 중에는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이 여럿 있다. 그것이 전문적인 저자가 쓰지 않아 제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의 차이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다소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내 역량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와 같은 책을 여러 권 봤지만 이번 경우처럼 의미 전달이 어색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쪽이 훨씬 더 내용도 다채롭고 더 감동적이고 더 절절했다. 어쩐지 서걱거린다는 느낌만 제외한다면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는 책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곱씹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글쓴이가 제대로 그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읽어봐도 도통 주인공이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인지 아닌지 금장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막 생각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리 채프먼의 글이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저말고 들어도 나름 재밌을 것이다. 이렇게 실화 이야기는 그 감동이 훨씬 크니, 가끔 읽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 현실을 잊지 않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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