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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서울은 600년의 조선의 도읍지이자 백제의 600년 도읍지로 지내온 역사적 가치면에서 한 나라의 수도로서의 위상이 큰 도시이다. 서울은 개발의 흐름에 밀려 우리 전통적인 모습을 많이 잃은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한 역사적인 모습과 발전된 우리네 모습을 모두 포착해 우리가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서울이란 도시의 현재진행형을 일러스트로 남긴 책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운 도시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 먼 도시인 우리 서울을 샅샅이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자주 지나치지만 제대로 그곳에 대해 알지 못했던 장소 열네 군데를 돌아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을 좀 더 자세히 알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절절히 느꼈던 것은, 일러스트 화가란 사람이 아는 것도 많다는 것이었다. 서울을 소개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열네 군데를 꼽으라고 했더니, 경복궁, 명동, 수진궁, 효자동, 광화문 광장, 종로, 청계천, 우정총국, 정동, 혜화동, 숭례문, 경교장, 딜쿠샤, 인사동으로 역사적인 곳과 발전된 곳이 다양하게 정하긴 했지만 화가 본인이 대부분 역사적인 장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랐던 지역이 정동이라면 덕수궁을 빠뜨릴 수 없다는 것쯤은 당연하지만 그 모든 덕수궁에 대한 이야기를 한가득 풀어내어야 했을까. 나는 경기도민이면서도 서울에 몇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사람인지라 서울을 잘 모르는데, 그림 그리는 양반이 이렇게나 박학다식함을 뽑내니 내심 기가 죽었더랬다. 모든 지역에 등장하는 표지석도 아주 자세하게 알려줘서, 그런 표지석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안 나로서는 새삼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비밀을 책장을 덮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가 풀어냈던 모든 지식 중에는 원래 알고 있었던 것도 있었겠지만,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열여섯 권이나 되는 책을 참고했다는 것을 맨 뒷장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한 그 모든 자세한 그림을 현장에서 다 그리고 정리해내기에는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기도 했는데, 몇몇 그림은 책에 나온 사진을 참고하거나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집에서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총 392페이지나 되는 묵직한 분량인데도 그가 틈틈히 서울에 대해 그려온 그림이 워낙 많아서 많이 쳐낸 것이라고 한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쳐냈던 많은 그림들이 좀 아까워졌다. 분명 책에 들어가지 못한 그림 중에서도 많은 것이 예술적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화가의 박식한 역사적 지식 덕분에 서울에 유람하러 갈 때,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히 서울을 대표하는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서울의 여러 번화한 곳도 소개받을 수 있고 말이다. 그렇게 서울 나들이를 할 때 이 책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큰 특징인 세심함 때문이다. 처음 경복궁을 소개하는데, 여러 역사적 사실들과 우리가 알아두면 재미있을 이야기들을 정리해두고, ‘경복궁 스케치’라고 해서 세심하게도 약도까지 그려두었다. 이렇게 약도로 보니까 정신없었던 내용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다음 번에 갈 때 이동할 경로까지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경복궁 스케치’에는 북쪽의 청와대 영역과 신무문에서부터 남쪽의 광화문과 경복궁역, 서쪽의 영추문과 동쪽의 건춘문 외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벽의 뚫어진 문까지 표시가 되어 있어 아주 편리하다.
게다가 그 장을 하나 넘기면, 더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으로 끝이 났으면 조금 아쉬울 뻔 하긴 했지만, 그 뒤로 어마어마하게 정리해두실 줄은 정말 몰랐다. 약도만 지나고 나면 완전히 역사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자면, ‘경복궁’의 근정전만 해도, 편액부터 다포식 팔작지붕, 하월대와 상월대로 나뉜 이중 기다, 용두, 삼도, 품계석 그리고 마당의 쇠고리까지 어느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설명이,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어느 누가 안 반할까. 특히나 나 같은 경우,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 누가 그려준 캐릭터 하나만 받으면 너무나 행복했었다. 아마도 이 화가도 그런 열정으로 그런 이 모든 그림을 그려내지 않았을까. 어쨌든 정성이 대단한 사람이다. 유적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 조감도에서부터 소품 하나에까지 자세하게 챙기는 그의 세심함 때문에 책 읽기가 아주 즐거웠다. 반면 화가는 너무 힘들었겠지만 말이다.
대상이 꼭 역사적인 건물이 아니라도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잘 그려서 설명해준다. 장애인 유도 점자 블록이나 시비, 여러 고층 건물의 기법까지 다 소화해내는데 대단하다. 모든 것을 다 소화해내기도 하고 재능도 있는 화가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라면 바로 서울이 급격한 개발에 밀려 점차적으로 서울의 유적들이나 옛스러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책에서도 몇 번이나 지금 보고 있는 서울이 다시 5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는 항상 그린다. 부지런히~ 그렇게 그의 손놀림이 활발해지는 것이 눈요기감을 되기 때문에가 아니라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끔찍히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져 감사하다. 보다 이런 그림들이, 책들이 점차적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즐겁게 여기는지도 좋고, 현재까지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유적이나 유물을 찾아가 그려도 좋겠다. 모든 물건은 다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니, 그 존재 가치를 그림으로 남겨두는 것도 의미를 가질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