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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여행
홍미선 지음 / 비주얼아트센터보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홍미선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 ROCHESTER, NY) 대학원에서 영상예술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그후 삼성포토갤러리,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잊혀진 전쟁-조지 풀러 사진전”, “깨어진 침묵, 아시아의 종국 위안부-이토 다카시 사진전”, “색동저고리-한국여성사진 작가전”. “눈 이야기” 등의 전시회를 기획하였으며, 주요 저서로는 “거울-사진에서 보여진 우리 여성 1880-1970” 등이 있다. 강연, 기고, 심사위원 등 사진 분야에서 전 방위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여성’에 대한 주제로 다양한 설치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최근에는 중남미를 여행하며 만난 태고의 자연이 담고 있는 ‘빛과 자연’의 숭고함을 사진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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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홍미선 씨는 최근에 중남미 여행을 통해 숭고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돌아오셨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기억의 편린이다.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 남미의 열정적이고 화려한 문화가 소개되고 있다. 전 아나운서였던 분도 몇 년 전에 남미를 여행하고 책을 내셨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그런 저런 방법으로 유혹해도 별로 남미라는 곳에 대해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어 한 번도 가보고 싶어 하지도 않은 곳이었는데 그녀의 이 책을 보고서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칠레 두 나라의 남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 지역이 빙하가 형성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호기심이 든다. 남미하면, 아르헨티나나 칠레 두 나라를 말하면, 보통 더운 나라라고 알고 있기가 쉬운데 그 나라에 빙하 지역이 있다고 하니까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같은 나라인 칠레 북부만 하더라도 건조한 사막 지역인데, 밑에는 빙하가 있다니~. 와우, 역시 자연은 절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이 아름다운데,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신 분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놀라울 뿐이다.
요즘 여행이라는 화두를 통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이 세상은 빛으로 통해 있고 생명체의 생성과 소멸이 한 자리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남미 여행에서 깨달았다고 한다. 물이나 태양이 어떻게 결핍되느냐에 따라 사막이 되거나 빙하가 되어가는 자연에게서 웅장하고도 심오한 감동을 받고 나선, 결핍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결핍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고. 그 말에 공감한다. 세상은 독특한 곳이라 거저 주어지는 것이 있으면 손해보게 되어 있고, 원래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 같은 것이 오게 마련인 것이다. 그것이 섭리가 아닐까.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그녀의 깨달음에 관해서는 자연이, 혹은 지구가 생명체로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 같아 깊이 공감한다. 요즘 세계를 놀라게 하는 여러 자연 재해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는다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기상 이변이 가능하지도 않았겠지. 그러니 그녀의 여행은 정확한 것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아직 ‘빛’이라는 통로로 이 세상이 통해져 있다는 말에는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세상을 연결시키는 요소가 빛이라니?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내 나름의 해석을 가지고 꿰어 맞추자면, 빛이 있어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빛으로 통해 있다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사진은 단연 빛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녀의 그러한 표현이 내심 마음에 든다. 처음 접하는 홍미선 씨의 사진집이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정말 달랑 사진만 있어서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사진이 말하는 바가 깊으면 별다른 글이 없어도 내용이 꽉찰 수 있다는 것을 난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꽉 차있지 않아도 좋겠다. 빛은 공간이 있어야 훨씬 더 제 빛깔을 낼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그냥 이 모습 그대로 감상하는 것이 제일일 듯 싶다.
사진 작품들이 다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를 찾아봐야 했는데 제일 압권인 것은 나라 이름조차 몰랐던 작품이 있었던 것이다. Rapanui는 칠레 서쪽의 남태평양 상에 거대한 인면석상이 있는 이스터 섬을 말하는 것인데, 원지어로 라파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라파누이에서 찍은 사진이 몇 컷 있는데, 이스터 섬의 유명한 석상의 사진이 전혀 없어서 그 사진이 이스터 섬의 사진인지를 상상도 못했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온 것이 바로 그 섬에서 찍은 것인데, 페루에 있는 나스카 라인은 몇 컷이나 실었던 것을 보면 인면석상은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한다. 하지만 사진만큼은 진짜 예술이다. 멕시코, 라파누이,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코스타리카, 볼리비아를 배경으로 한 여러 사진이 등장한다. 진짜 아름답고 신비스럽고 놀라울 만큼 선명한 색을 자랑하는데, 나는 빙하 색이 그렇게나 선명한 색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찍은 빙하 색은 에메랄드 녹색보다 조금 더 푸른 빛이 나는 색이라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물감을 연상하면 빠르겠다. 정말 빙하라곤, 얼음이라곤 상상이 되지 않는 색이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인간의 손을 대지 않은 자연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다.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서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