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은 짧다
김혜영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우리네와 그다지 다를 바 없이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우울할 때 짜증내는 인간일 뿐이다. 그런 그들은 얼핏보면 화려해보일 수 있긴 하지만 그렇기에 안좋은 땐 더 추해보이는 게 현실이다. 한순간 인기가 생겼다가 바닥까지 떨어져버리고 나면 그들은 무얼 먹고 살까. 그것이 돈일 수도 있지만 그 외에도 인기나 환호나 추앙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연예인과는 다르게 방송인 김혜영 씨는 진짜 평범해 보인다. 사실 라디오프로말고는 눈에 띄게 활동하지를 않아서 그런지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니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다.

 

내가 워낙 연예계 소식에 둔감하다보니 잘 몰랐던 것인지는 몰라도 김혜영 씨가 책을 낼 만큼 대단하단 생각도 들지 않았다. 평소 라디오도 잘 듣지 않았고 들어도 좀 잔잔한 목소리를 즐기는 편이라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는 너무 오버한다는 느낌이라 싫어했었다. 특히, 나랑 이름도 같은 그녀가 그런 오버녀같은 느낌이니 정~말 싫었다. 그런 그녀가 책을 낸다니 어찌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가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하니 그것은 들을만하다고 생각되었다. 평소 인상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인상이라 '행복'이란 단어와 많이 연관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잡은 책이다.

 

책에서는 행복론, 성공론, 부자학, 자녀교육 이야기, 살림 이야기 등 다섯 장으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읽으면서 그녀의 인생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자신의 등록금은 물론 엄마의 빚을 대신 해결해주기 위해 코미디언으로, 리포터로, 라디오 DJ로 종횡무진하며 열심히 살았던 것을 보며 그녀가 말하는 '행복'이란 절대 값싼 것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 또한 그녀가 너무 열심히 일을 해서 신장염에 걸렸을 때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장하고 절대 병에게 질 수 없겠다는 의지를 북돋아서 결국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님에도 그것을 이겨낸 것을 보았을 때 그녀가 절대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구나 했다.

 

'행복'이란 정말 오묘한 것이여서 외부 조건이 아무리 많이 갖추어져 있다고 해서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다고 다가오는 것도 아닌, 정말 행복이 무언지 깨달은 사람에게만 온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행복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실험해서 분석해 놓은 책을 본 적이 있는데 행복을 만드는 유전적인 요소는 50%, 환경은 10%를 차지하는데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변할 가능성은 무려 40%나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니 유전적인 요소가 부족해도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아도 매일매일 행복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렇게 행동한다면 정말로 행복해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 방송인 김혜영 씨는 바로 그것을 실천했다.

 

사실 나도 '행복'이라면 나름 자부하고 있기에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지만 책 중에 자녀교육 이야기 살림 이야기는 꼭 표시해두고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미혼인데다가 교육계에 종사하다보니 아무래도 '자녀교육'이란 소리에는 꽤 민감한 편이다. 하지만 지금도 너무 어렵다. 나처럼 이론으로 아는 것이랑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얼마나 다를지 상상도 안간다. 그래서 가끔 엄마가 나를 키웠을 때 하셨던 특별한 행동들을 떠올릴 때면 한없이 존경스러워진다. 어쨌든 그녀도 철없는 엄마일 때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조목조목 잘못된 점만 알려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기쓰기'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원이 독서와 글쓰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일기를 엉망으로 쓰거나 절대 쓰지 않으려 한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들의 상담전화를 종종 받는다. 그런 경우 아이들은 일단 글쓰기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숙제'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사보다도 더 가까이에 있는 엄마가 해야 할 몫인데 오히려 엄마들은 교사가 대신 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혜영 씨는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를 시킬 때 이렇게 말하면서 시킨다고 한다. "엄마가 나이들어서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지금의 너희들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그럴 때마다 지금 너희들이 쓴 일기를 동화책 읽듯이 보면서 너희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싫다고 아양 부리다가도 후다닥 쓰러간다고 한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 엄마인가!!!

 

그리고 살림이야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나물이야기가 잔뜩 들어가 있다. 김혜영 씨는 어렸을 적에 먹었던 음식만 아이에게 먹이는 버릇을 들여서 가족이 모두 나물을 그렇게나 좋아하고 봄이면 아예 나물뜯기 나들이를 다닌다고 한다. 차에는 언제든 나물을 캘 수 있게 자루와 칼을 준비해두고 언제든지 일가족이 쭈그려 앉아 나물을 뜯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내가 먹고 있는 나물의 이름조차도 모르는 나에게는, 사시사철 나물 반찬을 해주고 아예 아이들에게 나물이름을 알려주고 그것을 캐게 시키는 그녀가 너무 존경스럽다. 이번 봄에 나들이 가는 김혜영 씨 가족 모임에 나도 따라가고픈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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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속의 나라
박규원 지음 / 작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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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꽃 속의 나라>는 1930년대의 상하이의 생활 면면과 주인공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게 묘사해 놓은 소설이다. 처음에는 장편인 줄 알아 조금은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짤막한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아마 이렇게 단편으로 구성되었기에 더 내 심금을 울리고, 여운을 주고, 안타까움을 전해준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설의 머릿말을 보면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았다. 우리 배우 중에서 중국에서 '영화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성공한 배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작가 박규원씨의 외할아버지이신 김염은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중국에서 배우로 성공한 삶을 살았고, 김염의 아버지 김필순은 최초 양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이셨다고 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인지 김염이란 영화배우가 있었다는 사실이 한국에 전해지지도 않았고, 더구나 남아있는 기록이 없어 독립운동가인 김필순이란 사람이 있었는 줄도 몰랐던 우리를 위해 작가 박규원씨는 묻혀버린 김필순과 김염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서 중국을 수십번 왕복하면서 <상하이 올드 데이스>를 펴냈고 그 책으로 2003년 '올해의 논픽션상' 대상을 수상했단다. 아니다. 아마 그녀는 우리를 위해, 후손에게 남기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삶을 같이 느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상하이 올드 데이스>라는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불꽃 속의 나라>란 소설책만 가지고도 충분히 박규원 작가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많은 단편 속 주인공과 같이 울고 웃고 하다보니 그 시대의 많은 어려움, 사랑의 안타까움 등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일일이 그 많은 단편에 녹아들다 보니까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섞여버려서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내 가슴에 남아있는 것은 아련한 그리움이랄까. 상하이란 도시는 구경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살면서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에게, 갑자기 1930년의 상하이에 대한 향수를 가지게끔 작가가 묘사해놓은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 버렸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잘나고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기생이거나 가진 것 없는 유대인이거나 어디서 굴러먹다가 온 지도 모르는 요리사, 산에서 아버지랑 단둘이 살다가 고아가 된 어린 소년, 젊은 시절 상하이에서 유학했던 것을 잊지 못하는 어느 노시인, 혁명을 피해 망명온 러시아인 가족, 영국에서 양장점을 하다가 모험하러 온 젊은 여자, 춤을 좋아하는 젊은 대학생, 기녀를 좋아하는 인력거꾼, 비서, 어떤 군부의 첩의 딸, 배우 김염을 사모하는 여성 팬,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남매 등 정말 각양 각색의 이야기들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어떤 이야기에는 한숨을 쉬고, 어떤 이야기에는 미소를 짓고, 어떤 이야기에는 안타까워 하는 등 여러 인생 이야기가 모여있었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그 중에 하나의 사랑이야기가 인상깊었다. 그것은 <<요리사의 첫사랑>>으로 아흔일곱의 어느 노요리사가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가 열 두살에 집을 뛰쳐나와 몇 년째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을 때 시장에서 본 어린 소녀에게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뒤로 그는 그녀가 식당 앞을 지날 때마다 그 모습을 눈에 새기며 그녀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보다 높은 신분이고 그가 일하는 식당에는 한 번도 밥을 먹으러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가 스물넷 되던 해 그녀의 아버지가 일하던 공장이 불바다가 된 사건이 일어나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나 그녀는 여전히 꿋꿋하게 살았다. 그후 5년 후 중일전쟁이 일어나 사람들이 다 피난을 가려 했을 때 식당주인이 헐값에 식당을 그에게 넘기고 가자 이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청혼을 하러 갔다. 그러나 무슨일인지 그녀의 어머니만 맞이해주시고 그녀는 어떤 말도 없다가 중국을 떠날 시간이 오자 그녀는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자살을 해버리고 만다. 그가 몇 년이나 가슴에 모셔둔 사랑인지 그녀는 몰랐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처절하게 목숨까지 버릴 수가 있을까. 아무리 신분도 다르고 나이 차도 꽤 난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녀가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고 죽어버렸기에 무슨 연유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제 아흔일곱이 되어 살 날이 얼마남지 이때에 그는 이제 죽어서 가면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아줄런지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산 자는 얼마나 오랜 기간을 궁금해하면서, 가슴 속에 이제 잿더미가 되어버린 사랑을 간직하면서 살아야 할런지. 읽으면서 자살해버린 그녀가 한없이 야속했다. 죽기 전에 속시원히 이유라도 말해줄 것이지.

 

이렇게 속속들이 그 시대의 상하이의 모습을 나에게 가져다주는 작가의 필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정말 짧은 단편인데도 단편 하나를 읽고 나면 다른 생각은 못할 정도로 그것에만 빠지게 되는 것이 가슴 하나에 그런 감정 하나 가득차버렸다. 이대로 한 단편에 빠져들어가 버리니까 다른 단편을 읽는데 한참을 걸려버렸다. 그렇지만 그 가슴 먹먹한 사랑의 안타까움이 정말 그 시대의 상하이를 그립게 해주었다. 아.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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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카사노바 - 한번 찍은 고객은 반드시 사로잡는 작업의 정석
김기완.차영미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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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로 읽는 마케팅 이론서.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외국 만화같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여러 인물 소개가 복잡하게 느껴져서 한번 쓱 훑어봤을 때는 별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까 끝까지 읽게 되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었다. 내가 교육 쪽에만 있다보니까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겠고 경제관념도 없는 것 같아서 예전부터 마케팅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용어들도 너무 어렵기만 해서 포기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난 것이라 너무 반가웠다. 

 

본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마케팅이지? 시장도 모르겠고. 소비자도 잘 잡히지 않으니까. 어렵게만 생각하지마. 마케팅은 연애같은 거야. 종잡을 수 없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내 상품을 갖게 만드는 것. 우린 소비자에게 멋진 프로포즈를 하는 거라고!

 

사실 그쪽 계열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나에게 '마케팅'이라고 하면 개념잡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해주니 너무나 쉽고 깔끔하게 이해되었다. 이런 깔끔한 정의와 소설 상황 그때 그때 알맞은 마케팅 포인트, 한 가지 상황이 끝난 후 마케팅 인사이트를 만들어서 주의를 환기해주어 소설에만 빠져들어가지 않고 마케팅에 관한 이론도 잘 정립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남주인공인 나도전씨와 여주인공인 유사랑씨의 연애과정이 주를 이루고 그의 경쟁자인 맞선남 펀드매니저 이동준과 고교동창 김필승이 중간 중간에 등장한다. 처음부터 이런 인간관계를 마케팅 용어로 설명하는데 나도전은 PRODUCT로, 유사랑은 CUSTOMER로, 이동준과 김필승은 COMPETITOR1, 2로 표현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뭔가~하는 생각에 읽는데 진도가 나지 않아서 고생했다. 그러나 소설이 중반으로 가니까 중간에 튀어나오는 마케팅 용어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게 읽기가 편했다.

 

서른 살의 나도전은 이름과는 다르게 있으나마나 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아이다. 초콜릿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3년차 마케터로 일하는데 책임감이 강하고 주변에 대해 배려가 많은 반면 사소한 것에도 상처를 받는 소심쟁이이다. 그런 그가 연애를 해보고자 주위에서 사람을 물색했는데 거기에 낙점된 사람이 유사랑이었다. 그녀는 스물 일곱의 꿈꾸는 디자이너로 나도전과 같은 회사에서 일한지 1년 되었다. 그래서 그가 연애하기 위해 처음 한 행동은 환경분석이다. 환경분석거시환경미시환경으로 나뉘는데 거시환경은 인사과에 근무하는 동기에게 부탁해 유사랑의 인사카드를 통해 얻을 수 있었고 미시환경은 유사랑의 기호를 조사해서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성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결과 나도전이라는 상품은 경쟁상품보다 유사랑과 업무연관성이 높고 독립심이 강하며, 장래성, 경제력, 취미, 외모, 스타일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유사랑의 사랑을 얻기 위한 본격적인 실행전략 4Ps은 첫째, 상품Product, 둘째, 유통경로Place, 셋째, 비용Price, 넷째, 전략Promotion이다. 처음의 상품인 나도전은 기본기는 튼튼하니까 더 매력적인 외양을 갖추기 위해 일주일에 세 번씩 운동을 해서 군살을 빼고 퍼스널쇼퍼를 고용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조언받기로 했다. 그 다음은 유사랑과 연락할 수 있는 통로이기에 할 수 있는대로 다 확보하기로 해서 핸드폰, 회사직통번호, 이메일, 메신저를 다 알아두고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가입해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높이고 그녀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기에 사내에 맛집동호회를 만들어 점심을 같이 자주 먹기로 하는 등 여러 통로를 열어두었다. 세 번째로 비용은 그녀가 나도전을 만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이기에 그것이 아깝지 않도록 호감있는 인상으로 바뀌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전략으로는 맛집동호회의 회원들에게 잘 말해서 좋은 인상을 주려하는 Push전략과 마케팅 트렌드에 대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소문을 내는 Pull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렇다 할 특별한 연애 경력이 없던 나도전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마케팅을 활용해서 연인을 만드려고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체계적이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동원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할 거였으면 왜 진작 결혼하지 못했는지 이상할 정도로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된다. 중간에 여러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때 바로 실수를 조정해서 그는 결국 원하던 목표를 이루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전이 그런 노력을 해서라도 얻으려고 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유사랑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케팅이론에 집중하기보다는 연애소설로 빠지기 일쑤였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 어디 없나. ^^; 하여튼 나도전은 일류대학 경영학과와 해외MBA 출신인 펀드매니저 이동준을 제치고 당당히 유사랑의 사랑을 얻었다. 짝짝짝. 더불어 그는 유사랑에게 유능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열정으로 일을 수행했더니 특별 승진까지 할 수 있었다. 겹경사다.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다. 누가 잡은 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건 잘못된 이론이다. 오히려 잡은 고기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사실 나도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애인 만들기가 아니라 결혼이었기에 더욱 노력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는 유사랑과 그녀의 부모님이 그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 이론에서도 새로운 고객을 찾아 고객으로 만드는 비용이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에 비해 무려 5배나 더 든다고 한다. 고객과의 진실한 관계를 구축하여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해가는 일은 다음 권에서 다룰 것이라고 하니 유사랑과 나도전의 연애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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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로즈
세르다르 오즈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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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띠지에서부터 내 시선을 끌었다.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 <어린왕자><연금술사> 그리고 <미싱로즈> 잃어버린 꿈을 되찾게 해줄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너무나 인상깊게 읽었던 나는, 이 띠지 하나로 모든 기대가 증폭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름다운 여성의 옆모습을 보여주는 표지나 '로즈'라는 제목에서부터 풍겨지는 느낌이 주인공이 여성일거라 말해주고 있었다. 여성이 주인공인 자아찾기는 처음이기에 너무 설레이며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런데 다 읽은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읽어버린 탓인지 내 마음에 남겨진 <미싱로즈>의 흔적들은 이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것 같이 모호해서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주인공은 역시 여성. 그것도 샌프란시스코 젊은이의 동경을 받는, 세계적인 호텔 그룹과 샌프란시스코 최고급 호텔의 상속녀인 다이애나 스튜어트이다. 그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만 그녀가 항상 화려하길 바라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꿈으로 정한다. 아니, 그건 사실이 아니다. 실은 자신이 대단한 작가가 되지 못하면 자기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멸과 동정을 받을 것이 두려워 자신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한 것이다. 이런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한 인물이 있다. 그녀의 어머니. 그녀는 진정 위대한 멘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옷 한 벌이 그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건 아니야

네가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는 데 필요한 건 오로지 너 자신뿐이란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소중한 꿈을 좇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 대체 무엇이니? 

 

어머니가 항상 자신의 가치를 외부적인 요소에서 얻으려고 하지 말라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꾸라고 조언해주지만 다이애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뒤늦게 그 가르침에 귀를 기울인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그녀의 위대한 자아찾기는 너무나 몽환적이다. 잃어버린 또다른 자매 메리를 찾아나서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그녀가 남긴 편지를 추적해서 이스탄불까지 가는데 여기서부터가 나에게는 너무나 어렵다고 해야할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야할지 하여간 설명하기가 애매모호하다. 특히 다이애나와 메리를 안다는 제이넵 하님과의 대화는 어쩜 너무나 단순해서 너무 어려운 느낌이 든다. 어쨌든 다이애나는 메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제이넵 하님에게 메리가 배웠다는 장미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우기로 한다. 수업은 총 네 번으로, 장미들의 말을 하님이 다이애나에게 알려주는데 그 이야기의 내용은 다이애나에게 꿈을 찾도록 몰아간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 쪽에 쳐박아 두었던 자신만의 꿈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스탄불로,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오가는 박진감 넘치는 이 여정 속에서 찾게 된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 속에서 이 여행의 전모를 알 수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 읽다보면 이것을 예측할 수 있는데 작가의 유려한 말솜씨에 푹 빠지다보니 마지막에 아아~하는 소리로 결말을 맞이했다. 이제 다이애나는 어머니의 또다른 분신같은 제이넵 하님과의 수업과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덕분에 다시는 불안과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하게 되는 삶을 얻고 드디어 자신의 꿈을 용기내어 붙잡게 된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지 않고 자신만의 빛을 쫓아 용기있게 발을 내딛는 그녀에게는 앞으로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든 아마 그녀는 행복하게 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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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or Like - 일본 문학계를 이끄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이시다 이라 외 지음, 양억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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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격적으로 일본소설을 읽기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일본소설을 살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한 권도 일본소설을 본 적이 없는 터라 서평을 볼 생각도 못하고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골랐다. 그래서 고른 책이 <천국의 책방>. 이 책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일본소설의 매력을 강하게 심어주지는 못했다. 그 때 내 시선을 잡아끌었으나 그저 그러러니 하고 살짝 물리쳤던 책이 있다. <I LOVE YOU>. 여러 명의 작가가 참여해서 사랑에 대한 간단한 소설을 묶은 책인데 표지는 참 예뻤으나 내용이 어떨지 몰라 안 샀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 <Love or Like>에서 가장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단편을 지은 작가가 그 소설도 썼다하니 더욱 궁금해지는 게 아마 그 책이 조만간 내 책장에 고이 모셔질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도 여섯 명의 작가가 말하는 사랑이야기를 묶은 책인데 그 중에는 정말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있으나 그저 호기심이나 약간 변태(?)적인 호감이 느껴지는, 내 취향과는 별개인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나 투명하고 깔끔한 사랑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중 내 마음을 가장 많이 흔들어놓았던 작가는 나카타 에이이치로, <바닷가>라는 소설에서 정말 누구나 빠질만한 연상연하의 소재를 깔끔하게 전달해주어서 그 여운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은 다른 책과는 다르게 몇 번이나 곱씹으며 읽어내려갔기에 다 읽을 때까지 좀 오래 걸린 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연하를 사귈 생각을 해 보기엔 너무 정신연령의 차이가 났기에 감히 생각도 못했는데 노땅이 되어버린 지금은 어떤 모임에 가도 거의 연하밖에 없는 편이라 연상연하 커플도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때 내 상황에서(결혼 적령기가 지난^^;) 학생인 연하를 사귄다는 것은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것이기에 그리 썩 달갑지는 않다. 물론 연하인 남자입장에서도 결혼 적령기가 지난 고물차를 끌고 가긴 싫겠지만. 그런데 <바닷가>의 주인공은 고1때 가정교사로 가르쳐주었던 초등 6학년짜리 남학생과 연결이 된다. 하지만 그 일이 가르치는 일을 하는 그 당시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5년이나 훌쩍 지난 후에 말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아마 이 커플에게는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오랜 시간동안 서로를 기다려온 그 시간은 절대 그를 배신하지는 않을테니.

 

그리고 또하나 더 마음이 가는 건 제일 처음에 나오는 나카무라 코우<허밍 라이프>이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정말 깔끔하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 이성끼리 만나는데 있어서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초조해하는 가슴앓이를 하지도 않고 일단 가볍게 일상적으로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다보니 서로에 대해 은근한 호감이 생기게 되어, 결국 사랑이 생긴다. 그렇게 사랑이 생기는 과정을 짧은 콩트같이 유쾌하게 정리해주어 빠르게 읽혀졌다. 특히 서로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이란. 정말 기발하고도 참신한 내용이라 낄낄대며 웃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정말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게 사랑이고 어떤 게 좋아하는 감정인지 정확히도 구별하기 어려운데 정말 그런 식으로 사랑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것에는 한 순간에 상대에게 반해버리는 유형도 있겠지만 정말 진실한 사랑은 매일같이 노력하고 가꾸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상식에 대한 그저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만을 가지고 사랑이 생겨났다는 것은 조금은 어색하다. 아마 그것은 깊고 진실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깊은 사랑의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말하는 것 아닐까. 가볍고 유쾌했던 소설의 분위기처럼 사랑의 설레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나보다.

 

사실 나는 열렬하게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어떤 것이 '사랑'이고 어떤 것이 '좋아하는 것'인지 구별해보려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포기해버렸다. 원래부터가 '사랑'이나 '좋아하는 것'이 명명백백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니까 내 머릿 속에 있는 잣대를 들이대며 판가름하지 않기로 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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