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or Like - 일본 문학계를 이끄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이시다 이라 외 지음, 양억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본격적으로 일본소설을 읽기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일본소설을 살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한 권도 일본소설을 본 적이 없는 터라 서평을 볼 생각도 못하고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골랐다. 그래서 고른 책이 <천국의 책방>. 이 책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일본소설의 매력을 강하게 심어주지는 못했다. 그 때 내 시선을 잡아끌었으나 그저 그러러니 하고 살짝 물리쳤던 책이 있다. <I LOVE YOU>. 여러 명의 작가가 참여해서 사랑에 대한 간단한 소설을 묶은 책인데 표지는 참 예뻤으나 내용이 어떨지 몰라 안 샀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 <Love or Like>에서 가장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단편을 지은 작가가 그 소설도 썼다하니 더욱 궁금해지는 게 아마 그 책이 조만간 내 책장에 고이 모셔질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도 여섯 명의 작가가 말하는 사랑이야기를 묶은 책인데 그 중에는 정말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있으나 그저 호기심이나 약간 변태(?)적인 호감이 느껴지는, 내 취향과는 별개인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나 투명하고 깔끔한 사랑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중 내 마음을 가장 많이 흔들어놓았던 작가는 나카타 에이이치로, <바닷가>라는 소설에서 정말 누구나 빠질만한 연상연하의 소재를 깔끔하게 전달해주어서 그 여운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은 다른 책과는 다르게 몇 번이나 곱씹으며 읽어내려갔기에 다 읽을 때까지 좀 오래 걸린 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연하를 사귈 생각을 해 보기엔 너무 정신연령의 차이가 났기에 감히 생각도 못했는데 노땅이 되어버린 지금은 어떤 모임에 가도 거의 연하밖에 없는 편이라 연상연하 커플도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때 내 상황에서(결혼 적령기가 지난^^;) 학생인 연하를 사귄다는 것은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것이기에 그리 썩 달갑지는 않다. 물론 연하인 남자입장에서도 결혼 적령기가 지난 고물차를 끌고 가긴 싫겠지만. 그런데 <바닷가>의 주인공은 고1때 가정교사로 가르쳐주었던 초등 6학년짜리 남학생과 연결이 된다. 하지만 그 일이 가르치는 일을 하는 그 당시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5년이나 훌쩍 지난 후에 말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아마 이 커플에게는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오랜 시간동안 서로를 기다려온 그 시간은 절대 그를 배신하지는 않을테니.

 

그리고 또하나 더 마음이 가는 건 제일 처음에 나오는 나카무라 코우<허밍 라이프>이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정말 깔끔하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 이성끼리 만나는데 있어서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초조해하는 가슴앓이를 하지도 않고 일단 가볍게 일상적으로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다보니 서로에 대해 은근한 호감이 생기게 되어, 결국 사랑이 생긴다. 그렇게 사랑이 생기는 과정을 짧은 콩트같이 유쾌하게 정리해주어 빠르게 읽혀졌다. 특히 서로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이란. 정말 기발하고도 참신한 내용이라 낄낄대며 웃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정말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게 사랑이고 어떤 게 좋아하는 감정인지 정확히도 구별하기 어려운데 정말 그런 식으로 사랑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것에는 한 순간에 상대에게 반해버리는 유형도 있겠지만 정말 진실한 사랑은 매일같이 노력하고 가꾸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상식에 대한 그저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만을 가지고 사랑이 생겨났다는 것은 조금은 어색하다. 아마 그것은 깊고 진실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깊은 사랑의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말하는 것 아닐까. 가볍고 유쾌했던 소설의 분위기처럼 사랑의 설레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나보다.

 

사실 나는 열렬하게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어떤 것이 '사랑'이고 어떤 것이 '좋아하는 것'인지 구별해보려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포기해버렸다. 원래부터가 '사랑'이나 '좋아하는 것'이 명명백백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니까 내 머릿 속에 있는 잣대를 들이대며 판가름하지 않기로 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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