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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카사노바 - 한번 찍은 고객은 반드시 사로잡는 작업의 정석
김기완.차영미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연애소설로 읽는 마케팅 이론서.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외국 만화같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여러 인물 소개가 복잡하게 느껴져서 한번 쓱 훑어봤을 때는 별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까 끝까지 읽게 되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었다. 내가 교육 쪽에만 있다보니까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겠고 경제관념도 없는 것 같아서 예전부터 마케팅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용어들도 너무 어렵기만 해서 포기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난 것이라 너무 반가웠다.
본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마케팅이지? 시장도 모르겠고. 소비자도 잘 잡히지 않으니까. 어렵게만 생각하지마. 마케팅은 연애같은 거야. 종잡을 수 없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내 상품을 갖게 만드는 것. 우린 소비자에게 멋진 프로포즈를 하는 거라고!
사실 그쪽 계열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나에게 '마케팅'이라고 하면 개념잡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해주니 너무나 쉽고 깔끔하게 이해되었다. 이런 깔끔한 정의와 소설 상황 그때 그때 알맞은 마케팅 포인트, 한 가지 상황이 끝난 후 마케팅 인사이트를 만들어서 주의를 환기해주어 소설에만 빠져들어가지 않고 마케팅에 관한 이론도 잘 정립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남주인공인 나도전씨와 여주인공인 유사랑씨의 연애과정이 주를 이루고 그의 경쟁자인 맞선남 펀드매니저 이동준과 고교동창 김필승이 중간 중간에 등장한다. 처음부터 이런 인간관계를 마케팅 용어로 설명하는데 나도전은 PRODUCT로, 유사랑은 CUSTOMER로, 이동준과 김필승은 COMPETITOR1, 2로 표현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뭔가~하는 생각에 읽는데 진도가 나지 않아서 고생했다. 그러나 소설이 중반으로 가니까 중간에 튀어나오는 마케팅 용어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게 읽기가 편했다.
서른 살의 나도전은 이름과는 다르게 있으나마나 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아이다. 초콜릿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3년차 마케터로 일하는데 책임감이 강하고 주변에 대해 배려가 많은 반면 사소한 것에도 상처를 받는 소심쟁이이다. 그런 그가 연애를 해보고자 주위에서 사람을 물색했는데 거기에 낙점된 사람이 유사랑이었다. 그녀는 스물 일곱의 꿈꾸는 디자이너로 나도전과 같은 회사에서 일한지 1년 되었다. 그래서 그가 연애하기 위해 처음 한 행동은 환경분석이다. 환경분석은 거시환경과 미시환경으로 나뉘는데 거시환경은 인사과에 근무하는 동기에게 부탁해 유사랑의 인사카드를 통해 얻을 수 있었고 미시환경은 유사랑의 기호를 조사해서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성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결과 나도전이라는 상품은 경쟁상품보다 유사랑과 업무연관성이 높고 독립심이 강하며, 장래성, 경제력, 취미, 외모, 스타일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유사랑의 사랑을 얻기 위한 본격적인 실행전략 4Ps은 첫째, 상품Product, 둘째, 유통경로Place, 셋째, 비용Price, 넷째, 전략Promotion이다. 처음의 상품인 나도전은 기본기는 튼튼하니까 더 매력적인 외양을 갖추기 위해 일주일에 세 번씩 운동을 해서 군살을 빼고 퍼스널쇼퍼를 고용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조언받기로 했다. 그 다음은 유사랑과 연락할 수 있는 통로이기에 할 수 있는대로 다 확보하기로 해서 핸드폰, 회사직통번호, 이메일, 메신저를 다 알아두고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가입해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높이고 그녀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기에 사내에 맛집동호회를 만들어 점심을 같이 자주 먹기로 하는 등 여러 통로를 열어두었다. 세 번째로 비용은 그녀가 나도전을 만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이기에 그것이 아깝지 않도록 호감있는 인상으로 바뀌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전략으로는 맛집동호회의 회원들에게 잘 말해서 좋은 인상을 주려하는 Push전략과 마케팅 트렌드에 대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소문을 내는 Pull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렇다 할 특별한 연애 경력이 없던 나도전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마케팅을 활용해서 연인을 만드려고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체계적이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동원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할 거였으면 왜 진작 결혼하지 못했는지 이상할 정도로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된다. 중간에 여러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때 바로 실수를 조정해서 그는 결국 원하던 목표를 이루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전이 그런 노력을 해서라도 얻으려고 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유사랑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케팅이론에 집중하기보다는 연애소설로 빠지기 일쑤였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 어디 없나. ^^; 하여튼 나도전은 일류대학 경영학과와 해외MBA 출신인 펀드매니저 이동준을 제치고 당당히 유사랑의 사랑을 얻었다. 짝짝짝. 더불어 그는 유사랑에게 유능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열정으로 일을 수행했더니 특별 승진까지 할 수 있었다. 겹경사다.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다. 누가 잡은 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건 잘못된 이론이다. 오히려 잡은 고기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사실 나도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애인 만들기가 아니라 결혼이었기에 더욱 노력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는 유사랑과 그녀의 부모님이 그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 이론에서도 새로운 고객을 찾아 고객으로 만드는 비용이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에 비해 무려 5배나 더 든다고 한다. 고객과의 진실한 관계를 구축하여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해가는 일은 다음 권에서 다룰 것이라고 하니 유사랑과 나도전의 연애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