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2008.1 - 제45
대한황토협회 엮음 / 대한황토협회(잡지)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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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포토에세이]; 사랑에 감전되어

              오랫동안 행복해질 수 있는 마라도

                                                               글, 사진 전승선

 

 

결국

빛의 끝에 도달하고 나서야

빛이 붉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양은 바다를 감정의 구조 안으로 끌고 와 펼쳐놓고

그 감정의 빛을 훑어서 더 붉게 물들이곤

다시 바다로 산산이 던지고 있었다.

햇덩이를 살라먹는 마라도는 감정의 섬이다.

자연의 원초성과 인간의 감정이 빛어 낸

멍에를 안고 시간을 길러 내는 섬이다.

그 시간의 끝은 태양을 향해 진화하며

저 광활한 아침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1월달 호와 같이 와서 같이 비교하며 봤는데 12월호의 포토에세이가 더 다가왔다. "햇덩이를 살라먹는 마라도는 감정의 섬이다" 하는 부분이 제일 맛있게(?) 보인다. 아마도 눈덮이고 안개 낀 호수보다는 발그레하게 저물어가는 해를 보는 것이 내 정서에 맞았던 걸까...? 따뜻하고 열정이 담긴 것 같아 보이는 것이...

 

그리움은 오래 살아 남는 법인가 보다

해처럼 오래 살아 남아서 사랑으로 변하나 보다

그래서 천지를 분간할 수 없도록 눈부심을 박아 놓았나 보다

세상의 변방을 쓸쓸하게 떠돌아다니다가

밤낮으로 뒤적거려 찾아낸 삼라만상 내려놓고

저 놀이 지는 저녁바다에 서 보아야 한다.

그리하면 말을 잊어도 좋을 일이다

그리움을 잊어도 좋을 일이다.

 

마지막에 있는 시구절이다. 말을 잊고, 그리움을 잊게 하는 놀이 지는 저녁바다는 어떤 걸까...? 나는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해를 보러 멀리 바다에 가본 적은 한번도 없다. 음...내 자의로 간 적은 한번도 없다. (초등학생 때 간적이 있는 듯하다^^;) 그러니 이런 놀이 지는 바다는 거의 다 사진으로 밖에 본 적이 없는데 그것이 정말 말도, 그리움도 잊게 할까..? 정말 그런지 한번 가봐야 겠다...과연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달의 황토인] ; 자연의 생명력을 호흡하는 화가

                  박방영 

 

나는 음악보다는 그림을 좋아한다. 음악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그것보다도 그림이 더 사람에게 호소하는 것이 있는듯하다. 그렇다고 조예가 깊다거나 특별히 뭘 알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게으른 탓에 찾아가서 보지도 않는다 ^^; (그런데 좋아한다고 할 수는 있는거야...? ^^;) 어쨌든 그런 나에게 좋은 화가를 하나 알려주었다. 그는 바로 박방영 화가!!! 그의 그림엔 초등학교 시절에 근처 서당에서 배운 한문과 붓글씨가 남아있어서 한 번 본 사람은 절대 잊지 않을 정도로 참 독특하다. 그러다 미국에서 그림을 공부하면서 서양화 기법에 동양의 정신을 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나 동양적이면서도 세련된 것이 참 매력적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전시회를 가졌다는데 그림이 다 팔렸단다...어찌 보니 일본풍의 그림같아 보이기도 한다. <물고기>와 <대인>이란 그림이 있는데 나는 <물고기>그림의 색조가 더 좋다.

 

[기업 탐방] ; 100% 친환경 황토블록 개발에 성공하다

              주식회사 청원콘크리트

 

내가 사는 곳이 수원에 잇닿아 있는 화성인데 병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이 수원역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서 병점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가서 역에 바로 내려서 가는데...병점에는 인도에 깔려있는 블록은 폭신폭신해서 너무 좋다. 내가 넘어져서 자주 무릎을 깨는데 이런 폐타이어를 활용해서 만든다는 탄성블록을 다 깔면 얼마나 좋을까. 넘어져도 무릎이 까질 염려도 없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다녀도 발이 아프지도 않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그런데 내가 자주 활동하는 곳은 수원인데 그곳은 전~~혀 없다. 얼마나 아쉬운지....그런데 이런 탄성블록을 만드는 곳이 바로 청원콘크리트이다. 이곳은 탄성블록말고도 시각장애인용 블록, 잔디블록, 유리블록 등을 만드는데 2006년 10월부터 황토 바이믹 블록을 생산, 공급하고 있단다. 그래서 매출도 2배나 뛰었다는데 아쉽게도 이것이 자체 개발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11월 말이면 3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한 '100% 황토블록'에 대한 특허가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안료를 섞는 것도 아니고 강도와 접착력, 동결융해 부분에서 다른 제품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더이상 좋을 수가 없다. 흐흐흐. 수원에는 탄성블록을 깔지 말고 이것을 깔았으면 좋겠다. 기존의 시멘트 블록보다 3배나 비싸다는데도 다들 호응이 좋다고 하니, 아마 수원에도 들어올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본다.

 

[카메라 속의 자연] ; 강냉이

 

오랜만에 알갱이가 검은 토종 찰강냉이를 봤다. 강냉이는 강원도와 경상도 지방에서 쓰는 옥수수의 방언인데 '강냉이'란 단어가 더 구수하고 맛깔스럽다. 아주 어릴 적엔 이런 토종 찰강냉이를 먹어본 적이 있다. 아마 아빠의 고향인 경상도 창녕에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시골에서 먹는 찰강냉이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여기서 먹는 옥수수는 맛있었던 적이 없는데...언제나 그런 찰강냉이를 먹을 수가 있을런지. 이게 바로 고향의 맛이 아닌가. (ㅋㅋ 난 고향이 수원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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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2008.1 - 제45
대한황토협회 엮음 / 대한황토협회(잡지)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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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정감] ; 김호련 화백의 <바다의 기억>

 

역시 내 시선을 잡아끄는 곳은 그림이다.

이 그림은 정말 잔잔하다. 보랏빛 바다...

안개가 껴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도 모르게 보이는...

그래서 더 시선이 잡아끄는지도 모르겠다.

 

운학 박양재 화백의 <세외청음>

 

세상 밖의 푸르름이란 뜻인가....? 한자는 잘 몰라서^^;

어쨌든 대나무로 보이는 여러 개의 나무들이 겹쳐있는 모습이란....

거친 붓터치가 매력적이다.......마음이 편안해지는게^^

 

[이 달에 만난 사람] ; 생명의 삶터 문안골의 생태건축가

                         김기헌

 

그는

가평 용추계곡 500여 평의 숲에 암반과 나무로 구성된 지형을 그대로 살려

빛과 소리의 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는 집짓기를 하려고 한다.

경사로도 그대로 이용하고 길도 따로 만들지 않으며

화장실도 재래식으로 지을 예정이란다.

명상의 숲 공간 뒤로는 전통한옥의 특성을 살려 기둥없는 한옥을 지어 강의실을 만들고

아래쪽 숲에는 식당과 주거공간을 만들어 생활하수는 일단 연못을 거쳐 자연 정화 과정을 마친 다음에

계곡으로 흘려 보낸다고 하니 정말 자연 속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지역의 활성화와 함께 생태적 관점에서 잘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뜻으로 생태건축을 시작했단다.

현재 생태건축의 공정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지만 앞으로 2~3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건축물이 완성될 것이다.

집 한 채 짓는데 두 달 세 달 걸리는 현대인들에 비하면

그의 집짓기는 느림보이지만

그로 인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에 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단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매일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조차 없는 이 때에

그의 건축, 아니 삶의 철학은 우리에게 시사할 점을 던져주고 있다.

 

[기업 탐방] ; 황토를 이용한 건설 산업의 선두주자

                주식회사 서우

 

황토가 왜 좋은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는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주)서우는 많은 연구를 통해

습식황토레미콘 포장공법을 비롯하여

수질 정화와 녹조류 생장 억제 기능을 가진 친환경 황토 식생호안블록과

친환경 해양시설물인 테트라포트와 인공어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황토포장은 아스팔트포장이나 시멘트포장에 비해 태양의 복사열을 덜 받기 때문에

여름철 도심의 열섬 현상을 줄일 수 있고 에너지까지 절약하게 해 준단다.

봉무지방 사업단지 내 자전거도로, 경북 산림환경연구소 수목원 진입도로, 달성군 폐수종말처리장 주변도로,

경주시 반월성 진입로, 울진군 소로실 지구 기계화 경작로, 경주시 서악지구 기계화 경작로,

경주시 효소왕를과 성덕왕릉 진입로, 경주시 외동읍 산책로 등 모두 서우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황토포장이란 것을 지금 처음 들었다. 우와~ 이런 것도 있다니..

샛길이나 산책로가 이렇게 황톳길이라면 정말 운치있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산책로는 참 많은데..우리도 시공하면 좋겠당~~

 

[역사 산책] ; 조선을 사랑한 사람의 조선 이야기 - 최두환

 

최두환 박사는 역사를 탐구하는데 재미를 찾는다. 그래서 친구도 없이 해가며 책과 씨름하면서

역사를 연구해가는데 정말 어이없고 황당한 내용을 찾아내었다.

 

문1) 고려는 크기가 동서쪽으로 1만여(=3,780km)였다. <고려사 지리지>

문2) 말갈족이 낙타를 타고 신라를 공격하였다. 고구려를 거치지 않고서. <삼국사기>

문3) 경상도 사람들은 늘 빈랑(열대 야자과 열매)을 씹는다. <동의보감>

문4) 조선의 서쪽 끝은 알레마니아(독일)에 닿는다 <비렐라 신부>

문5) 신라의 북쪽엔 거대한 사막이 있다. <택리지>

문6) 조선의 서남쪽은 한없이 넓고 넓다. <과농소초>

등등등

 

기록때문인지, 강역때문인지..내용이 너무 모호하다.

한결같이 이 한반도로써로는 결코 가두어 둘 수 없는 거대한 지리적 공간이 있어야 그 설명이 가능해진다. 

정말 '조선'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이 맞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일이다.

 

[사람의 향기] ; '정'까지 배달하는 젊은 집배원

                   정재수

 

젊은 집배원인 39세인 정재수 집배원은 혼자 사시는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 드리기도 하고,

배달된 편지를 읽어드린다고 한다. 직업 이상의 사명감으로

'정'까지 배달하는 그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가 얼마 전에 목숨 걸고 좋은 일까지 했는데

영월군 북면 덕상리 지역에 배달하러 왔다가 화재를 발견하고 뛰어들었단다.

방안에서 잠자고 있던 최주남 할아버지를 발견해서 대피시키고 119에 화재신고를 하고 나서

불이 더 번지지 않게 전기 차단기를 내리고

소방차가 올 때까지 물을 뿌려 불을 껐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런 그에게 우정사업본부에서 그의 선행을 치하하기 위해서 8급에서 7급으로 특별 승진까지 시켜주었단다.

'사랑의 119 봉사단' 단원이기도 하고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의 농산물 공금 팀장이고

컴퓨터를 고쳐주거나 가르쳐주기도 하는기도 한 그는

"자랑스런 우정 인재상"을 받기도 했다는데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살만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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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라무슈
프로메테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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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는 장장 524페이지나 되서 그런지 솔직히 부담스러워서 내 손에 들리기까지 많은 시일이 걸린 소설이었지만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박진감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으로 정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인 스카라무슈란 연극에서 까만 의상을 입고 항상 기타를 들고 나와서 비굴하면서도 허풍을 떠는 익살꾼 역을 지칭하는데 주로 남주인공을 도와 악당을 골탕먹이는 역할을 한다. 이 배역의 이름만큼 주인공인 앙드레 루이 모로를 설명하는데 더이상 좋은 것은 없을 정도로 앙드레는 뼈속부터 스카라무슈였다.

 

책의 서두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앙드레 루이 모로, 그는 조롱할 줄 아는 재능과 세상이 미쳤다는 갖고 태어났다. 이것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둔감한 나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기에 처음부터 앙드레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헤헤. 간단히 그의 이력을 소개하자면 가브리악에서 고아로 태어났고 대부인 가브리악의 영주 켕텡 드 케르까디유에게 모든 교육과 양육을 받았기에 그의 사생아로 소문은 났지만 사실상 그의 아들은 아닌 그는 대부의 뜻을 따라 변호사로 교육받았다. 그는 인간에 대해 흥미를 느껴서 철학이란 저작은 다 읽어보고 정말 세상이 미처돌아간다는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또 대단히 뛰어난 웅변술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선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렌 문학 클럽에서는 너무 신랄하다는 악평을 가지고 있다. 그랬던 그였기에 그는 그 때 한창 무르익었던 프랑스 혁명의 기운을 조롱하고 그 혁명 또한 변질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성적인 변호사일 뿐이었다.

 

세상에 대해 냉소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그는, 빌모렝이라는 친구가 다쥐르 후작에게 결투하게끔 꼬임을 받아 결국 죽임을 당했던 사건때문에 180도 바뀐다. 비록 그 사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친구가 다 표현하지 못했던 그 사상을 자신이 대신 살아남게 만들겠다고 맹세를 하고 다쥐르 후작에게는 꼭 복수를 하겠다고 소리치고는 렌으로 가서 국왕대리인에게 살인자 다쥐르 후작을 처벌해달라고 청탁한다. 하지만 그는 귀족신분이라 앙드레의 청을 묵살하는 국왕대리인에게 화가 나서 렌 시민들에게 첫번째 연설을 했다. 빌모렝이 살아있었으면 꼭 그런 말을 했을 것 같은 사상으로 무장해서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는 그에게 좌중은 압도당했다. 당장에 국왕대리인을 죽이자는 폭동도 자기 마음대로 가라앉히는 그는, 속으로 자신의 언변에 감탄을 하면서 쉽게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을 우스워했다.

 

렌 시민들에게 브르타뉴의 부와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낭트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섣불리 폭동을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시키고는 자신이 렌의 대표가 되서 낭트로 가서 두 번째 연설을 했다. 이제부터 그는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다.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말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옴네스 옴니버스(모두를 위한 모두)라는 이름으로 낭트의 시민들까지 선동하고는 낭트시민의 항의서가 공식적으로 국왕의 칙령에 반영되어 제3계급이 완전한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다 한 앙드레가 다시 가브리악으로 가려는데 가는 길목에서 대부의 조카딸인 알린이 나와서 이 마을에 들어가면 교수형에 처해진다고 경고해주었기에 그는 다시 남쪽으로 가서 몸을 피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 역정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도망다니는 4년 동안 그는, 논리정연한 변호사에서 혁명가로, 다시 연극배우 겸 작가로, 펜싱마스터로, 검객으로 화려하게 변신을 하였다. 말 뿐만이 행동으로도 보완이 되었기에 더 멋있어진 그야말로 내 이상형이었다. ㅎㅎ. 그가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여러 재능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성실함때문이 아닌가 한다. 현재 자신이 머물러 있는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그런 자세가 있었기에 아마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철저하게 살아온 앙드레 루이 모로가 혁명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것도 마음에 들었고, 드러난 출생의 비밀에 숨겨진 아이러니에서 철저한 악인은 없다라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어서 다시금 다른 편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마지막으로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오해가 풀려서 더 좋았던 <스카라무슈>, 이 소설은 정말 2008년에 만났던 여러 만남 중에서 가장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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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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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글쎄, 명상서는 처음이라 솔직히 기대가 되었던 책이다. <인생수업>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보기만 하게 된 책이라 이 책은 주저없이 골랐다. 그런데 기대가 커서 그럴까. 그다지 내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얻은 것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명상서가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 하지만 내가 아는 일화가 많이 소개되어서 그런지 그다지 감흥이 일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평이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호감이 갔었다. 불교도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불교의 '자비' 정신에 대해서는 높이 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이게 모지, 이게 뭘까 하며 개인적으로 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불교에서 화를 버리는 것, 내려놓음, 자비, 나 자신과의 화해 또는 용서는 사실 기독교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와 기독교가 어떻게 다른지 그것부터 다시 정립하느라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두 종교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차이점은 기독교는 '신'이란 존재를 인정하고 그가 자신의 인생에 개입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면 불교는 개인의 힘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불교는 점도 치고 불상에 절하는 모습이 있지만 이 책에 나와있는 불교도들은 수행자들에게 설법은 들어도 불상에다 절하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무언가에게 묻거나 부탁하는 모습은 없었다. 고민이 있다면 그저 수행자들에게 상담을 하는 정도? 그 외에는 자신이 다 알아서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간은 '하나님'의 모습을 본따 지은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들은 태어난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처럼 완전한 존재일 수 있다. 그 인생 안에 '하나님'을 개입시킨다는 조건하에서만. 인간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그런데 불교에서는 카르마의 법칙(정확히 설명이 되어있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 업이라고도 한다)을 이야기하면서 높은 수준의 영은 윤회를 하지않고 영체 자체로 살아가지만 낮은 수준의 영은 윤회를 통해서 계속 높은 의식으로 만들 기회를 주어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간이 다음 생에서는 동물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수행을 잘 한다면 윤회를 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영체로 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얼마만큼의 극기를 요구할런지 궁금하다. 보통 인간으로 살아도 그것이 가능할까. 어쨌든 개인의 깨달음을 중요하게 여겨서 그것을 얻지 못하면 계속 되돌아 사는 것과 창조주 여호와가 친히 자신의 모습으로 본따 만들어서 그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 과연 그 둘중 어느 것이 좋은 걸까.

 

여기에서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한 가지만은 꼭 말하고 싶다. 세상의 경계가 무너져서 점점 하나가 되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양해서 종교도 또한 다원화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비'와 '용서'를 중요시하는 불교에서 다른 종교를 그대로 인정하라고 가르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보통사람들은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교의 '알라', 불교의 '부처' 등을 다 하나의 신으로 여기고 각 종교의 좋은 점만 따와서 믿는 것 같은데 그것은 정말 아니다. 나도 종교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분쟁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때문에 살인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종교를 다 믿는 것도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책의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여러 군데이지만 거의 대부분 내가 아는 일화로 꾸며져 있기에 그리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리 새롭진 않아도 이런 기회에 다시 생각해보게 된 일화가 있다. 어떤 왕이 삶의 철학을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세 가지 중요한 질문에만 대답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2.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3.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일화의 답을 알고 있는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물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처음 보았을 땐 이건 나도 알고 있는 것이야~하며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니까 그 의미가 정말 중요하게 다가왔다. 그 답은 바로 이순간.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 보살핌과 배려. 아잔 브라흐마가 예전에 어떤 여성이 교장으로 있던 학교에서 이 강연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 강연을 듣고 나서 교장직을 사임하고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지칠 줄 모르고 일하고 있단다. 거리의 아이들, 미성년 접대부들, 마약중독자들인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였는데 그녀가 불우한 아이들과 최초로 면담을 했을 때,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임을 실천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이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특히 영향력있는 어른에게 말이다. 그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사심없이 들어줄 수 있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껴서 그 결과 교육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나도 학원에서 아이를 가르치고 어머님들을 상대해야 할 때가 있다. 하나같이 모든 어머님들은 아이의 특징을 잡아서 이야기해드리거나 그 아이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너무나 좋아하신다. 사실 내 아이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할 때 싫어할 엄마가 누가 있겠냐마는 그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매순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모든 어머님들에게 그 아이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하기 위해서. 바로 이순간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 보살핌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중요한 존재로 느끼게 마련이다. 이 단순한 진리가 아이들에게는 최선의 사랑일 수 있다.

 

사실 진리는 너무나 평범해서 어딘가 따로 적어놓을 필요조차 없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만만치 않은 것. 그런 진리를 완벽하게 실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노력할 수는 있지 않을까. 조금씩 실천하는 그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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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궁금해 - 당신의 강아지를 이해하는 101가지 열쇠
마티 베커.지나 스패더포리 지음, 이신정 옮김 / 펜타그램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애완동물과는 별로 인연이 없는 편이다. 내가 알레르기 비염(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추측일 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게으르고 귀찮은 건 딱 질색인 나에게 애완동물은 사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동물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귀가길에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고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한 번은 쫓아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동물과는 별 인연이 없는 나에게 강아지는 적극적으로 다가와주는데 고양이란 놈은 항상 새침하게 군다. 그래서 그런지 난 강아지가 너무나 좋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감정은 귀여운 게 있으면 갖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의 감정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쩌란 말인가. 너무 좋은걸.

 

그래서 강아지가 항상 궁금했다. 그들도 힘들지는 않은지, 인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울해하거나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수는 있는지, 어째서 지치지도 않고 인간에게 재롱을 부릴 수 있는 건지...하긴 이런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겠지. 내가 개가 아닌 이상. 그래서 이 책을 보았다. 그런데 흥미롭게 읽어내려가는 도중에 정말 이 작가들이 말하는 게 다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들었다. 과연 그들도 다 알 수 있을까.

 

어쨌든 이 책에는 의학적인 지식에서부터 감정적인 사소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알려준다. 어쩔 때는 그것이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변기물을 먹는 이유가 도자기로 만들어진 그릇인데다가 그것이 손잡이만 누르면 계속 새로운 물이 나오기 때문에 샘물로 이해한다는 것이나 지저분한 냄새가 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자신의 냄새를 위장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좀 아닌 것 같다. 에이~설마. 이젠 애완용이 되었는데도 야생의 습성이 남아있다는 것도 이상해. 나야 강아지와 하루도 살아본 적이 없어서 강아지라는 존재가 그냥 봉제인형처럼 예쁘기만 한 존재이니까 실제 강아지는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나한테 산책가자고 보채는 강아지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

 

강아지와의 비극적인 추억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언니 친구네 집에 놀러갔던 때이다. 그 아이는 생후 몇 개월 안된 정말 조그만 말티즈였는데 진짜 귀여웠다. 딱 봉제인형 크기만 해서. 그런데 그 아이가 어리다보니 낯가림이 심해서 나에게는 오지 않는 것이었다. 넘 야속해서 그 아이에게 못된 장난을 치기로 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못된 것이 아니라 기발한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잠깐 언니 친구가 나간 사이에 그 아이가 앞에서 나를 경계하며 앉아있는데 내가 벽에 기대서 앉아 있었다. 장난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그 아이가 슬금슬금 나에게로 기어온 게 너무 신기해서 좀 가까이 왔을 때 왁~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저 장난이었을 뿐인데 그 아이, 너무 겁에 질려서 앞발로만 뒷걸음질을 쳐 도망갔다. 그 당시에는 그런 모습 자체가 너무 귀여워서 웃었지만 좀 지나고 보니 웃을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작은 동물들은 그런 사소한 스트레스로도 죽을 수가 있다던데.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하고 싶다. 내가 너무 어려서 못된 짓을 했구나. 미안하다.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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