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라무슈
프로메테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장장 524페이지나 되서 그런지 솔직히 부담스러워서 내 손에 들리기까지 많은 시일이 걸린 소설이었지만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박진감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으로 정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인 스카라무슈란 연극에서 까만 의상을 입고 항상 기타를 들고 나와서 비굴하면서도 허풍을 떠는 익살꾼 역을 지칭하는데 주로 남주인공을 도와 악당을 골탕먹이는 역할을 한다. 이 배역의 이름만큼 주인공인 앙드레 루이 모로를 설명하는데 더이상 좋은 것은 없을 정도로 앙드레는 뼈속부터 스카라무슈였다.

 

책의 서두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앙드레 루이 모로, 그는 조롱할 줄 아는 재능과 세상이 미쳤다는 갖고 태어났다. 이것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둔감한 나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기에 처음부터 앙드레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헤헤. 간단히 그의 이력을 소개하자면 가브리악에서 고아로 태어났고 대부인 가브리악의 영주 켕텡 드 케르까디유에게 모든 교육과 양육을 받았기에 그의 사생아로 소문은 났지만 사실상 그의 아들은 아닌 그는 대부의 뜻을 따라 변호사로 교육받았다. 그는 인간에 대해 흥미를 느껴서 철학이란 저작은 다 읽어보고 정말 세상이 미처돌아간다는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또 대단히 뛰어난 웅변술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선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렌 문학 클럽에서는 너무 신랄하다는 악평을 가지고 있다. 그랬던 그였기에 그는 그 때 한창 무르익었던 프랑스 혁명의 기운을 조롱하고 그 혁명 또한 변질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성적인 변호사일 뿐이었다.

 

세상에 대해 냉소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그는, 빌모렝이라는 친구가 다쥐르 후작에게 결투하게끔 꼬임을 받아 결국 죽임을 당했던 사건때문에 180도 바뀐다. 비록 그 사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친구가 다 표현하지 못했던 그 사상을 자신이 대신 살아남게 만들겠다고 맹세를 하고 다쥐르 후작에게는 꼭 복수를 하겠다고 소리치고는 렌으로 가서 국왕대리인에게 살인자 다쥐르 후작을 처벌해달라고 청탁한다. 하지만 그는 귀족신분이라 앙드레의 청을 묵살하는 국왕대리인에게 화가 나서 렌 시민들에게 첫번째 연설을 했다. 빌모렝이 살아있었으면 꼭 그런 말을 했을 것 같은 사상으로 무장해서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는 그에게 좌중은 압도당했다. 당장에 국왕대리인을 죽이자는 폭동도 자기 마음대로 가라앉히는 그는, 속으로 자신의 언변에 감탄을 하면서 쉽게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을 우스워했다.

 

렌 시민들에게 브르타뉴의 부와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낭트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섣불리 폭동을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시키고는 자신이 렌의 대표가 되서 낭트로 가서 두 번째 연설을 했다. 이제부터 그는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다.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말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옴네스 옴니버스(모두를 위한 모두)라는 이름으로 낭트의 시민들까지 선동하고는 낭트시민의 항의서가 공식적으로 국왕의 칙령에 반영되어 제3계급이 완전한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다 한 앙드레가 다시 가브리악으로 가려는데 가는 길목에서 대부의 조카딸인 알린이 나와서 이 마을에 들어가면 교수형에 처해진다고 경고해주었기에 그는 다시 남쪽으로 가서 몸을 피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 역정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도망다니는 4년 동안 그는, 논리정연한 변호사에서 혁명가로, 다시 연극배우 겸 작가로, 펜싱마스터로, 검객으로 화려하게 변신을 하였다. 말 뿐만이 행동으로도 보완이 되었기에 더 멋있어진 그야말로 내 이상형이었다. ㅎㅎ. 그가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여러 재능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성실함때문이 아닌가 한다. 현재 자신이 머물러 있는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그런 자세가 있었기에 아마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철저하게 살아온 앙드레 루이 모로가 혁명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것도 마음에 들었고, 드러난 출생의 비밀에 숨겨진 아이러니에서 철저한 악인은 없다라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어서 다시금 다른 편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마지막으로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오해가 풀려서 더 좋았던 <스카라무슈>, 이 소설은 정말 2008년에 만났던 여러 만남 중에서 가장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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