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도박 -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클로드 쿠에니 지음, 두행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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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연히 화폐는 종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주화였던 화폐를 종이로 만드는 것이 혁명이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계속된 전쟁으로 금속이 많이 부족했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시대에 스코틀랜드 인인 수학자 존 로는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종이 화폐를 제안한다.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돈은 당연히 주화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그의 아이디어는 단순히 도박사의 말버릇일 뿐이라고 치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혁명, 변화, 진화... 이름은 다를지라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루이 14세가 죽고 나서 섭정을 하게 된 오를레앙 공작은 파산한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서 의회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그의 이론을 현실화하게 된다.


천재를 천재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광기? 집착? 드러나는 천재성? 끊임없이 타오르는 연구열? 내가 생각하건대 존 로는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조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종이 화폐론을 들고서 프랑스에서 자신의 이상을, 아이디어를 펼쳐 보이고 싶어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굳이 프랑스가 아니여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회는 많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 집착이 그를 파멸로 몰아넣은 것은 아닐까.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고 고군분투했을 때, 그의 반대파 세력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당신의 의견은 절대 왕정을 무너뜨릴 거요....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존 로가 재정총감이 되고 예고된 버블이 일어난 다음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종이 화폐를 사용하여 무역회사를 설립해서 주식을 파는 일로 사람들에게 유동 자산을, 일자리를, 먹을거리를 제공했던 존 로는 나약하기만 했던 오를레앙 공작이 몰래 찍은 지폐 때문에 폭동이 일어났다. 돈은 많은데 실제로 사고 팔 수 있는 재화는 부족해서 물가 상승이 갑자기 일어난 것!!! 그러나 이 모든 일을 야기한 오를레앙 공작은 이 사태의 죄를 존 로에게만 물어 그를 추방시켜 버렸다. 그것도 사랑하는 아내와 딸은 두고서.


자신의 이론을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자신은 사는 데 지장없었지만 오로지 죽어가는 프랑스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존 로에게 이것은 너무나 가혹했다. 프랑스에서는 미시시피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숨겨놓은 주화가 있을 거라며 조사를 하는 사람이 800명으로 늘어나서 그의 아내와 딸이 감금 상태에서 풀어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결석으로 조금씩 죽어가고 있던 그는 베네치아로 망명한 후에 자신이 죽어야 모든 일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자신이 모아두었던 그림을 보여주며 기꺼이 죽음을 맞이했다.


불꽃같이 살다가 죽은 존 로는 그 이상과 열정으로 인해 파멸을 맞이했다. 이름난 대가들 중에는 분명 평범하게 살았다면 행복했을 수 있었지만 그 뛰어난 천재성 덕분에 행복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존 로는 프랑스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전까지는 네 가족이 행복한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한 일일까. 승승장구했을 때 경제를 더 활성화시킨다는 일념 아래 재정총감까지 욕심냈던 그를 보며 사람이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생각했다. 그를 사랑하며 그를 지지하고 언제나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파멸로 향했던 존 로는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았을까.


역사에서는 ‘만약’ 이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말로 만약 존 로의 아이디어가 잘 이루어지고 미국에서 좋은 물건을 들여올 수 있었다면, 그로 인해 프랑스의 경제가 영국처럼 탄탄해졌다면, 프랑스 혁명이란 피비린내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오를레앙 공작은 조그맣게 타오르던 프랑스의 경제를 꺼버리고 구둣발로 짓이겨버린 셈이었다. 사실은 존 로의 아이디어가 프랑스의 운명을 바르게 이끌어줄 마지막 동아줄이었던 것이다. 그 기회를 던져버린 지배계층이 나중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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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우의 해적들 - 싱가포르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7
디 테일러 글, 락 키 타이 오두아르 그림, 신은주 옮김 / 상상박물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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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면 금상첨화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렸을 적 옛날 이야기 동화책만 마르고 닳도록 읽어댔다. 창작 동화도 있었는데 말이다. 작가가 없이 예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작가가 머리를 굴려서 만들어낸 이야기와 다르게 뭔가 신비한 것이 서려 있다. 왠지 그런 신비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있었지 않을까 싶어 읽으면서 더 조바심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니산에 가면 단군이 있을 것만 같고 남원골에 가면 아직도 춘향이가 그네를 탈 것만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가. 그래서 아이들도 처음 접하는 것이 이런 전래동화일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애틋한 느낌이 드는 동화가 비단 우리 나라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마르고 닳도록 읽어댔던 동화 중, 아직도 생각나는 <아기 돼지 삼형제>도 우리 나라 동화가 아니니 그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전래동화를 각 나라별로 나와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참 아쉬웠다. 분명 알아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을 그냥 스치고 지나간 탓에 이렇게 늦게 알게 된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늦게나마 좋은 동화책을 읽게 되었다.

 


<리아우의 해적들>이란 전래 동화책은 싱가포르편인데 바닷가 나라인 싱가포르답게 표지부터가 아주 따뜻하고 평화로운 바닷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 제목에는 무시무시한 느낌이 나는 ‘해적들’ 이란 이름이 떡 하니 버티고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지의 전경은 너무나 평화로워서 동화 속의 ‘해적’ 이란 단어가 그리 무시무시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책의 116페이지에는 분명하게 “무시무시한 해적들이 출몰했다” 고 나와 있는데도 말이다. ㅋㅋㅋ 전래 동화라 내가 조금 무시했는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보면 안 될 것 같아 보이는 잔인한 표현이 더러 눈에 띄긴 하지만 어디서 주워들었는지는 몰라도 그런 잔인한 표현에서 권선징악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 그려려니 하며 넘기면서 보았다.

 


역시 싱가포르 전래 동화도 이름의 유래와 섬이 만들어진 사연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고조선’ 의 이름도 왕이 붙인 것처럼 싱가포르의 이름도 왕이 ‘사자의 도시’ 란 뜻으로 ‘싱가푸라’ 라고 했던 것이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정말 신기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가 나중에 그 명칭을 사용하다보니까 애착이 드는 게 정말 신기하다. 김춘수님의 <꽃>이란 시처럼 말이다.

 


그런데 읽다보니까 조금은 우리와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의 따뜻한 기후의 나라이다 보니까 우리나라와는 환경 자체가 많이 다른데 그것이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게 한 듯 싶었다. 추운 겨울도 나오지 않고 어렵다거나 힘든 일도 그냥 더러운 물에 깨끗하게 빨래를 하는 일이라니...나, 원 참... 따뜻한 나라 사람들은 정말 쉽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일을 안하거나 가난해도 얼어죽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ㅋㅋㅋ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인어이야기는 정말 신기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용왕님은 나와도 인어는 등장하지 않는데... 아마 이것은 서양과의 교류가 있었단 증거가 아닐까. 아니면 싱가포르의 인어이야기에 안데르센이 상상을 더 했다거나... 읽다보니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마지막에는 왕자가 나오길 바랬다. ㅋㅋㅋ 마지막에 그냥 혼이 나버려 망둥이가 된 인어를 보곤 얼마나 놀랬던지...

 


그 외 비슷한 점도 많았다. 사납고 무서운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든지, 용왕이란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든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든지 말이다. 근본적으로 선량하고 성실한 민중들은 남에게 해코지 하지 않고 살아가기에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생각 -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는 - 을 하는 듯 싶었다. 아직 내 이론은 동양의 한 곳의 전래 동화만 본 것이니까 다른 지역의 전래 동화를 보고 나서 더 보완을 해야할 듯 싶다. 이 책은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삽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내 나이에서 읽기 보다는 미취학 아동이 보는 것이 나을 듯 싶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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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생태도감 - 본분을 잊은 의사들이 맞이하는 4가지 파국
이노우에 히로노부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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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의학드라마가 하나 끝났다. 의학드라마는 소재의 신선함 때문인지 특별히 재미가 없어도 관심을 끈다는데 이번에 했던 <뉴하트>는 배우의 연기와 볼거리가 더해 더 재미있었던 드라마였다고 들었다. 나는 이번에 했던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예전에 했던 <하얀 거탑>을 아주 인상적으로 보았다. 그 드라마조차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아니고 김명민이 연기했던 장준혁 의사가 법정에서 지고 죽어가는 장면만 봤다. 몇 장면 보지 않았음에도 그의 연기에 놀라울 정도로 몰입되었다. 능력은 뛰어나나 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던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의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의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네 인생사를 보는 것 같아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에서도 다양한 의사들이 나온다. <의사 생태도감>이란 제목 그대로 의사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밀착취재를 하듯이 보여주기 때문에 단순히 의사의 모습이라기 보단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생명을 담당하는 직종에 종사하다 보니까 더욱 더 전문성과 인간성이 요구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것의 선을 넘어버린 의사들은 하나같이 추락해버렸다. 의학에 적성이 맞지 않는 아들에게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병원을 물려주기 위해 병원의 미래를 팔아버리는 의사나, 막대한 부채를 갚기 위해 뻥튀기해서 보험을 청구하는 의사, 환자와 적당한 거리를 지키지 못해 종말을 맞이하는 의사, 그리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하고 개인의 여가를 위해 대충 일을 처리하다 큰 코 다치는 의사가 있는데 사실 이런 사람들이 좀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특별히 의료계를 비판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두 번째와 네 번째 소설에 나타난 의사의 행동은 거의 모든 의사들이 하고 있는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게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시는 장기려 박사님 같은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의사들은 그 까이꺼 대충~ 처리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뭐, 진찰하러 들어간 지 1-2분 만에 나오는데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보험을 뻥뛰기 해서 한몫 챙기는 의사들이 많다는 것은 친절하게도 뉴스에서 잘 알려주고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 알 것이다. 먹지도 않은 약을 처방하기도 하고 안한 검사도 했다고 하고... 쯧쯧쯧... 의사나 되어가지고 뭐하는 거야~~ 소설에서는 꼼꼼하게 확인하는 보험회사 직원이 나오는데 우리 나라는 이 정도까지 꼼꼼하게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여러 이야기 중에서 세 번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적 가정환경이 험난해 제대로 된 자존감을 형성시키지 못한데다가 빼어난 미모 때문에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까지 당해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한 여성 환자에게 너무 몰입하다 그녀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는 의사를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모든 의사들는 환자에게 가까이 가되 그것이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의사와 환자의 경계를 잘 지켜야 하는데 그것이 참 어렵단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거나 아이의 처지가 너무 공감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선생님과 학생을 구분지어 주는 경계를 지키지 못할 때가 너무 많아 일한지 얼마되지 않을 때는 ‘교육’ 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엄하게 해야 할 때도 학생은 이미 선생님을 ‘선생’ 으로 보지 않고 ‘친한 누나’, ‘친한 이모’ 쯤으로 여기니 먹혀들어가지가 않을 때가 있었던 것이 큰 실수였다. 아이는 어디까지나 아이일 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너무 많은 것을 내어주면 귀엽다고 오냐 오냐 하다가 손자 버릇 망치는 할머니 모양새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다.

 


‘과유불급’ 이라고 했던가. 공자의 말씀처럼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란 것과 같은 법!! 그 경계를 잘 지켜야 환자도 살리고 학생도 잘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실수를 했으니 나도 이젠 적당한 거리를 잘 지켜서 친하게 지낼 때는 친하지만 교육을 할 때는 엄하게 해야 함을 잊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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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품은 우리집 밥상 - 텃밭 가꾸며 사는 신세대맘 아침사랑의 참 쉬운 건강요리
아침사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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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요리책이 넘쳐난다. 나 역시 그런 요리책 구경을 안 한게 아니다. 나는 요리에 관심이 없지만 우리 언니 덕분에 많이도 구경했다. 그래도 구경하고 나면 항상 배가 고프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 보지 않으려 한다. 맛난 것 좀 만들어주고 나서 사서 모으든지...쩝쩝.. 그런 상황에서 내가 요리책을 보게 되었다. 엄마가 이제 요리에 손을 놓으셨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평생을 요리 한 번 해보진 않았는데 어찌 요리가 썩 내키겠는가만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해야하겠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나물이다. 그런데 나물이란 게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아닌가. 엄마도 극성스럽게 나물 요리를 찾아다니면서 해주신 게 아니여서 알고 있는 나물은 얼마 없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나물이 제일 좋다. 이 요리책에도 나물 요리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사본 것은 아니여도 이때까지 봤던 요리책도 한 가득되기에 다른 요리책과 이 요리책이 다른 점이 눈에 띄였다.


일단 사진이 다르다. 다른 요리책은 멋스럽게 포장을 많이 해서 사진을 찍어놓는데 이 책은 담백하게 그대로를 찍었다. 그저 우리 엄마가 해주신 것 같은 아무런 가식없은 음식같이... 그래서 더 신뢰가 간다. 두 번째로는 건강한 요리라는 것이다. 아예 자주 먹는 소스를 자기 손으로 만든다니 다른 요리책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다. 그 만드는 방법도 너무 쉽다. 마트에 가서 그 소스 포장지에서 재료를 알아내서 이리저리 혼합하면 된다니까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돈도 많이 들고 건강까지 해치는 것 보다야 천배 만배 낫다. 설탕은 정제하지 않은 것으로 사용하라는 건강팁까지 소개해주니 얼마 전에 봤던 <스키니 비치>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까지 발견하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건강 요리 비책이라고 해서 원칙부터 천연양념장 만들기, 천연 국물과 천연 조미료 만들기, 국산 먹을거리 고르는 방법, 재료를 싱싱하게 보관하는 방법, 재료 손질법까지 소개해주었다. 텃밭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기른다니 국산을 구별하는 법까지 다 알게 되었나보다. 쉽지 않았을텐데... 나같은 게으름뱅이는 절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여기서 내와 내 동생이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랬던 것은 바로 MSG 걱정 없는 국물 만드는 방법이었다. 소고기국물, 해물국물, 닭고기국물, 표고다시마국물, 진한 멸치국물, 조개국물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정말 세심했다. 국물의 만드는 법을 읽고 있으려니까 그 국물을 사용한 음식까지 맛보고 싶어졌다.


또 내가 국물류를 너무 사랑하지 않나. 국물에는 양념이 다 녹아있어 특히, 소금이 몸에 안좋다는데도 난 너무 좋다. 오죽하면 길거리에서 파는 어묵보다 어묵 국물에 군침이 도는지.. 그것만 먹으려고 붕어빵을 사먹기까지 한다. 그런 나에게 이런 국물만 준다고 하면 너무 환장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국물을 매번 만들어놓으려면 냉동고가 상당히 커야할 것 같은데... 음음..


일전에 동생이 순두부를 사왔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 만들어먹긴 했는데 대 실패였다. 나야 뭐, 만들지도 않았으니 맛있게 싹싹 비워냈지만 말이다. 맛은 있었다. 순두부찌개와 비슷하지도 않아서 그렇지... 그런데 여기에 이런 기본이 다 나와 있어서 동생이 먼저 - 참고로 말하자면 내 동생은 군대를 갔다온 대한민국 남아이다 - 참고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요리 실패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겠지. 우리 3남매 중에 나만 빼곤 다 요리를 곧잘 한다. 다들 하는 것을 보면 나도 곧잘 할 것 같기는 한데 도통 하기가 싫으니 어쩌란 말인가. 아직까지는 동생이 해주는 밥을 먹으면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에 도전과제는 순두부찌개였다. 순두부찌개를 만들려니까 우선 멸치국물부터 만들어야 해서 조금 복잡해졌다. 일단 모든 국이나 찌개는 맑고 순수한 물로만 이용했기에 이렇게 기본부터 만들려니까 힘들었던 게지. 무랑 멸치랑 - 새우는 못 구했당~ - 끓여서 국물을 만들어놓고 순두부를 사놓고 우선 준비를 했다. 순두부찌개를 먹으면 동동 뜨는 기름은 어떻게 만드나 했더니만 우선 뚝배기에 고춧가루랑 참기름, 후춧가루를 넣고 볶는 것이 그 비결이었다. 역시나 뚝배기도 없어서 그냥 냄비에다 했다. 양파도 넣어 볶고 멸치국물을 붓고 끓인 다음 순두부를 넣어서 - 모시 조개도 그냥 패스 - 다시 끓이고 다진 마늘과 대파를 올리고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끝~~! 다행히 새우젓은 얼마전에 고기 먹으려고 사놓은 것이 있어서 사용했지만 뭐 하나 만들려고 하니까 없는 게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일단 뚝배기도 사고 조개류도 구비해놓고 새우젓까지!!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것을 다 구비해놓고 사나보지? 대단하다...


일단 맛은 괜찮았다. 역시 예전에 어설프게 만들었던 것보다는 나았지만 예전 것도 간은 맞아서 좋았다. 난 간만 맞으면 다 맛있다는 생각이 드니... 원 몸매조절을 어찌 할꼬. 쯧쯧쯧.. 이번에는 국물이 달라서 더 맛이 났고 기름도 동동 뜨는 게 파는 것 같아서 보기에도 그럴싸했다. 옛날에 엄마는 해주신 것을 먹어본 기억은 나는데 요즘에는 안해주셔서 어떻게 해주셨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엄마한테 해달라고 졸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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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신천희 지음 / 새론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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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 스님은 <꽝포아니야요! 남북 공동 초등학교>라는 장편동화에서 먼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야라는 이름보다는 신천희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었는데 그 분이 스님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야 스님께서 살면서 생각했던 소소한 이야기를 한 편씩 적어내려간 책이 바로 <중얼 중얼>이다. 이 글을 읽고 있노라면 킥킥거리는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요즘 내 상황이 그다지 유쾌하거나 행복한 상황은 아니여서 - 계속되는 야근에 힘들어 죽겠다~ ㅠ.ㅠ - 킥킥하는 소리를 낼 힘이 없어 못 내더라도 똑같은 현실을 보고 다른 관점으로 보시는 스님의 생각이 너무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은 짧은 글이 여러 개 있기에 보기에도 부담이 없고 정말 재미있지만 처음에는 무슨 소린고 하는 느낌도 들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뜻밖의 청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스님이 무슨 소리야~! 하며 의아하게 읽었다. 난데없이 어떤 처자에게 청혼을 받았다고 하지 않은가. 알고 보니 도마뱀이 방에 침입을 한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ㅋㅋㅋ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면 신선하게 바라보기는 커녕 이야깃거리로도 사용하지 않았을 거다. 그냥 평범한 일이라고 - 도시에서 사는 나에게는 신선한 일이었겠지만 ^^ - 치부해버리고 말지. 거의 이백 편에 가까운 이야기가 다들 요렇게 독특하니 읽는 맛이 난다.

 


나도 모기를 진저리 치도록 싫어하는데 이제 모기가 극성을 부릴 계절이 오고 있어서 조금 겁이 난다. 하지만 추운 겨울보다야 덥디 더운 여름이 더 나으니 어쩌겠는가 참을 수 밖에. <모기에 관한 단상>에서 소야 스님도 모기와의 전쟁을 한 판 벌이셨다. 좁은 방에 모기장까지 치고 자니 너무 답답해서 모기장을 걷었더니 모기가 기습공격을 하더란다. 그래서 모기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무얼까 생각한 방안이 낚시였다!!!! 이불로 몸을 감싸고 한 쪽 다리만 맨살을 내놓고 기다리다가 따끔할 때 몇 번 다리를 내려치면 깔끔하게 끝난다고 하신 그 방법은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다. 붉은 선혈과 널브러진 모기들의 주검을 보면서 그물에 잡힌 물고기가 아니라 낚시에 걸린 물고기이기에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수 없다고 내심 위로를 하시는 소야 스님의 말이 너무 웃겼다. 모기를 낚시하시다니... 나라면 상상조차 못할 방법인데..

 


벌레와의 전쟁을 다룬 이야기는 또 있다. 바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글인데 개미가 소야 스님의 허벅지를 문 사건을 보고 성주를 시해하여 이 성을 차지하려는 반란 사건으로 묘사했다. ㅋㅋㅋ 어찌 그럴 수 있을까. 흙집이라 벌레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소야 스님의 방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을 법한데 말이다. 그러고도 이 웃기게 묘사한 이야기를 바로 인생의 깨달음과 연결시키는 것도 대단한 재주이다. 허벅지를 물었던 역모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자니 역모자의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일이 모두 자기 손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절대 권력이 그렇게 무서운 거란 것을 깨닫고 역모자를 훈방 조치했단다. ㅋㅋㅋ 개미에게 역모자라 부르고 훈방조치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렇게 매끄럽게 연결시켜서 권력이란 화두를 찾아내다니...그의 글은 웃으면서 읽다가도 참으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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