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과 악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8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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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표제의 '도련님과 악몽'이라는 제목의 글은 없어 아쉬웠는데 그래도 평범한 삶에 환기를 시켜줄 만한 신선한 자극이 될 만한 이야기가 많아서 너무 즐거웠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무서운 걸 지독하게 싫어하는 나는 이번의 책을 밤에 보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는데 실제로 무서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서 또 좋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내 맘에 드는 이야기로 꾸며져서 더욱 끌리는 쇼트쇼트 시리즈이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반전을 이루는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너무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무섭거나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가 오히려 상황이 더 좋아지거나 우스꽝스러워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죽고 싶어해서 바다에 뛰어든 사람이 자기 원대로 죽게 되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악착같이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 결국 죽을 수 없게 된 남자이야기 <불운>, 전혀 죄를 짓지 않았는데 갇혀지내고 오히려 밖의 사람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하는 사람의 이야기인 <죄수>, 외계인에게 잡히는 위기를 겪어서 위험해졌지만 사실은 크나큰 반전이 있는 <전기>, 외계인들이 침략해 젊은 여성들을 모두 데려가버려서 일어난 지구의 위기가 사실은 반대의 상황으로 되어버린 <현명한 여자들>, 이혼은 하기 싫지만 남편을 바꾸고 싶은 돈이 많은 여성의 사주로 온 살인청부업자의 불쌍한 이야기를 담은 <상류계급>, 가짜 양주를 보급시키는 것을 뿌리뽑으려 잠입한 경찰의 어이없는 분투기 <날카로운 눈의 남자>, 회사의 돈을 훔치려고, 점쟁이와 사주한 남자의 딜레마를 그린 <목격자>까지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대부분은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범주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그것이 어찌보면 뻔해보이기 때문에 재미없을 거라 여길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저 인간의 노력과는 인생이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진리를 말해주는 것일 뿐. 죽으려 노력하면 오히려 죽을 수 없고(<불운>), 탈옥을 방조할 수 밖에 없는 간수의 딜레마(<죄수>)나 살인청부라는 정말 위험하고 비인도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만한 이야기(<상류계급>)는 정말 읽으면서 실소를 금치 못한다. 또한 외계인이나 우주를 소재로 한 이야기도 많이 있는데 여기서도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다른 행성에 가서 문명의 발달을 돕고 말을 가르치는 등의 일을 하기 위해 파견된 우주인이 오히려 그 행성인들에게 역으로 당하는 이야기를 다룬 <우주의 지도원>을 보더라도 우리가 남을 도와주기 위해 하는 일이 반드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없다. 그리고 강도나 도둑질 등을 하는 나쁜 놈들도 많이 나오는데(<눈 오는 밤>, <목격자>) 그들의 결말은 항상 안 좋다. 그래서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범주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완전 교훈적인 이야기라고 할 순 없다.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인간의 선택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다. 특히 <목격자>에 나오는 기업의 돈을 훔친 아버지의 딜레마는 정말 그 이후가 기대될 정도로 선택의 문제를 코 앞에 들이대고 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할 것인가, 아들의 죄를 인정할 것인가.

 

호시 신이치라고 하면 아무래도 SF적인 요소가 빠지지 않기 때문에 요것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타임머신(<건조시대>, <건조시대>)이나 영양제가 들어 있는 캡슐(<건강판매원>)이 나오는 이야기는 독특하다. 그리고 심령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는데 요건 신비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그다지...

 

호시 신이치의 소설을 보면 왠지 반어적이고 부조리한 면을 볼 수가 있다. 죽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절대 죽어지지 않거나 처음 의도대로 노력해도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상스러울 수도 있다. 허나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도 항상 성공할 수는 없는, 번번히 실패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니여도 그리 썩 잘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소설에서 열심히 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돼~라는 장사꾼의 밑지고 파는 거야 같은 거짓말에 속기만 할 순 없지 않을까. 인생이란 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 되지만도, 대충 한다고 해서 못 되지만도 않는다는 부조리와 불합리의 본체임을 생각해볼 때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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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유전자
뤽 뷔르긴 지음, 류동수 옮김 / 도솔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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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두 과학자 구이도 에프너와 하인츠 히르쉬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쓴 이 논픽션은 앞으로의 후속 연구가 진행된다면 아마도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동식물을 대상으로 한 전기장 실험을 통해 '역-진화'라는 전대미문의 놀라운 현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치바 그룹의 연구원으로서 전기장 실험을 했던 그들은 전기장 처리를 한 식물이 보통 식물보다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압은 존재하되 전류는 흐르지 않는 정전기장을 축전기를 사용해서 만든 다음 그 안에 임의로 고른 포자나 씨앗을 놓아 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씨앗을 심으면 그 식물의 발아 및 생장 속도도 더욱 촉진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식물의 원래 모습 즉, 진화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털이 보송보송하고 이파리가 갈라져 있는 관중이라는 고사리를 가지고 전기장 실험을 했더니 털도 없고 이파리가 하나로 붙어있는, 소속을 규정할 수 없는 골고사리가 나타나버린 것이다. 이 양치식물의 모습은 이제껏 한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모습이기에 연구팀들에겐 수수께끼였는데 관련 문헌을 찾아보다가 찾은 화석화된 선사 시대의 양치류의 모습과 흡사하단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는 과학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선사 시대의 고사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할 수 밖에.

 

그래서 연구한 것이 옥수수와 밀, 무지개 송어였다. 옥수수는 한 대에 많아야 세 자루 정도밖에 달리지 않는데 자기장 처리를 한 옥수수에는 여섯 개의 옥수수자루가 빙둘러서 자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밀은 한해밖에 자라지 않는 한해살이 식물인데 자기장 처리를 한 밀은 다년생 식물이 될 만한 구근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3~5주 만에 다 자라서 수확을 할 정도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건 옥수수나 밀은 해충이 자라기 전에 이미 수확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에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서너 배 이상의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프리카 농가들에겐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나 미국의 거대 업체들을 자신의 개량한 종자를 남미나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사용하게끔 해놓고선 그 다음해에 그 수확량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특허권을 신청해놓았다. 그렇기에 거대 기업만 배불리고 가난한 나라의 농민들은 더욱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살충제나 별도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많은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자기장 실험은 더욱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그도 그런 것이 자기장 처리를 가하면 현재 발현되지 않았던 유전자가 어떤 환경의 변화로 인해 깨어나는 것을 관찰할 순 있지만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과학자들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획기적인 발견은 한 구이도 에프너와 하인츠 히르쉬박사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비웃음을 샀다. 실제 그런 실험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무턱대고 조롱하는 과학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에프너와 히르쉬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고 아직 검증되지 않았을 때 그것을 반대하는 100인의 과학자들이 서명까지 했었다면서 - 물론 그들도 상대성 이론이 검증된 다음에는 자기 이름을 지우고 싶어했겠지만 말이다 - 이제까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과학적 발견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 시대 사회 통념에 따라 그것을 거부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니까 새로운 발견이란 그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기에 반발을 일으키는 게 당연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내심 아쉬워했다. 그런 후에 치바 그룹의 갑작스런 연구 중단으로 후속연구는 계속 진행되지 못하고 다른 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갑작스럽게 두 과학자는 심장병으로 돌아가시게 된다. 그 후에 여기 저기서 그들의 연구를 계속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독자적으로 연구한 독일의 생물학자 악셀 셴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다. 어릴 적 보았던 고압선 근처의 식물이 다른 식물보다 더 빠른 성장을 보이는 것에 착안해서 에프너와 히르쉬 박사의 실험을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그들의 실험을 검증하게 된다. 그가 말하길 일반 식물들보다 자기장 처리를 한 식물은 3~4배나 더 빨리 자랐고 수확량도 400%나 되었다는데 이 실험에 대해 예상되는 다른 과학자들의 비난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실험과정을 지켰다고. 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이 실험과정은 아주 우수한 평점으로 통과되었다고.

 

여러 연구가 진행되어 옴에 따라 자기장 실험에 대한 여러 가설들이 세워졌다. 진화 과정에서 휴지 상태에 있던 정보가 현재는 유전자에 기억 상태로 남아 있으며 필요시 다시 사용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진 정확한 연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구이도 에프너의 아들이자 과학자인 다니엘 에프너와 예술가인 니쿤야 에프너는 아버지의 연구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계속 연구를 해야한다는 뜻을 품었다. 그래서 '구이도에프너연구소'를 설립하고 에프터 박사가 가지고 있던 특허도 이 연구소로 양도했다. 이 연구소의 목표는 유전자 조작을 한 식료품의 대안이 될 방법을 연구하여 세계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현지 단체나 정부 기구와의 협력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이 연구가 몇몇에게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익 법인으로 세우는 장치를 하기도. 실제 이 연구를 할 수 있는 땅을 공급받고 이 연구에서 나오는 이익을 가져갈 나라를 섭외했는데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르키나파소가 당첨되었다. 그 땅에서 자기장 실험으로 농사를 짓고 그 결과를 모두와 공유하게 될 큰 프로젝트가 곧 시작될 것이란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고심한 사람은 에프너의 아들들과 또 한 사람 라울 웨드라오고이다. 사회학자인 그는 고등학교 때 스위스의 장 치글러 교수가 쓴 아프리카에 관련된 책을 읽고 너무 감명을 받아 그처럼 사회학을 전공했다는데 아프리카의 현실을 너무나 잘 꿰뚫어본 그의 철학에 동조해서 아프리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아마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아프리카나 남미처럼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도 살 희망이 생길 것이다. 아프리카에 원조를 하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원조해주러 오는 사람들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에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은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을 가능케 해줄 새로운 과학이야말로 모든 과학자들의 방향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이 책 마지막에 실린 호소문을 인용할까 한다.

 

호소문

 

전기장 효과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동참하고 싶습니까? 또 그렇게 함으로써 전기장 효과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을 돕고 싶습니까? 언론인, 정치가 또는 과학자에게 이에 대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친구와 지인들에게 설명해주십시오. 이 책에서 기술한 사실로 무장을 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만나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작은 불꽃을 퍼트려주십시오. 들불처럼 번지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이 주제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정보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Guido Ebner Institut

Postfach

CH 4143 Dornach

Switz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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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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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라는 말만 들어보아도 느낌이 온다. 책 뒤표지에 씌여있는 문구를 보지 않아도 그저 느낄 수가 있었다. 뭔가 끔찍한 요리의 재료가 사용되었을거라는... 책을 읽기도 전에 그렇게 지레 겁을 먹고 보게 된 책이라 그런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어쩔 수가 없다. 근거가 없는 공포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법이니까. 그런데 내가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은 그야말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마력이 작용했을 거라고 말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너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온 다음 자야지~ 했지만 침대 한켠에서 나를 읽어보라며 유혹하고 있는 이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었다. 새벽 4시까지 사투를 벌이며 읽어간 이 소설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기도, 매혹시키기에도 충분했다. 일단 작가가 요식업계에 있었다는데 역시 소설 속의 요리 묘사도 장난아니게 매혹적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서양 음식을 전공한 사람답게 내가 들어본 적도 없던 요리가 하나씩 나오는데 왠지 레스토랑의 요리를 소개하는 잡지로 착각할 수도 있을 법하다. 아마 책이 삽화나 사진까지 제공되었다면 흡사 요리전문잡지로 탈바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용상으로 보면 완전 범죄스릴러물이다. 처음부터 의심쩍은 외국 신부가 나와서 사람들을 사주하는 것 같이 보이고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 배후가 바로 외국 신부 뱅상일 거라는 믿음을 독자에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자기 아들의 결혼식 피로연 때부터 없어진 사장, 그 회사의 중요한 직책에 있던 고위간부의 피살, 사장의 가문의 친척의 실종 등 여러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여기에 등장하는 형사들이 멋지게 해결하지만 정말 미스터리인 것만은 확실하다. 간단히 주인공을 소개하자면 시바야마 코타는 아내 아야카의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는데 그곳은 그 유명한 레스토랑 '퀴진 드 듀' 옆에 있는 하버 처치에서 일어난다. 거기에 갔다가 뱅상 신부를 만나 배속에 들어있는 아기에게 기도를 받고 '퀴진 드 듀'에서 피로연을 가지는데 거기서 대단한 요리평론가 나카지마 히로미치를 만나게 된다. 운명의 만남이었다. 그후 사장이 실종되고, 그의 사원이 죽고, 형사가 파견되어 수사를 하러 돌아다니는 중에 코타의 후배였던, 그리고 지금은 '퀴진 드 듀'에서 일하는 하라다 쥰이치도 등장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던져 준다. 동물적 감각으로 밀수에 관련된 사건임을 직감한 아오야마 아츠시 형사의 추리로 모든 사건이 풀린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언제 사냥꾼이 잡으러 올지 모르니까.

 

이 사건의 키워드는 인간에게 주어진 미각과 나카지마의 팬더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다. 표지에 나오는 천진난만한 팬더를 요리하는 요리사의 비열한 웃음을 보노라면 뭔가 인간이 끔찍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그 속에 숨겨져 있다. 대나무를 먹고 사는 팬더에게 필요없는 육식용 이빨이 있다는 것은 팬더가 과거에는 육식을 먹었던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나카지마의 말에는 무시해버릴 수 없는 음험한 진실이 담겨있다. 신의 노여움을 사 평생 대나무를 먹고 살게 되었지만 언제든 호시탐탐 육식에 손을 뻗는다는데 그런 무시무시한 팬더라니 상상할 수나 있을런지... 아마 이 소설을 따라가보면 그 무엇도 다 상상가능해지고 이해가능해질 것이다. 이 소설을 다 보고 나서 인간의 무한한 욕심의 끝이 무엇인지 생각하느라 잠을 못 이루었던 나도 어느 부분만큼은 수긍이 드니까. 하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다.

 

어느 소설이나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을 잘 따라가야 되겠지만 이 소설은 바로 코타의 말이나 생각, 행동을 염두에 둔다면 금방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 결혼식에 가지 말았어야지... 코타가 내켜하지 않았던 행동은 하지 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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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도우 - 스타테이라의 검
이은숙 지음 / 높은오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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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소설은 내가 잘 읽지 않은 분야이다. 그런데 최근에 보물을 찾아가는 소설 두 권이나 연달아 읽으니 잘 읽지 않다 보니까 더 쉽게 읽게 되지가 않는 이 분야에서도 무언가 매력을 찾은 듯하다. 하나는 실제 콜럼버스의 미스터리에다가 상상력을 더해 만든 스페인 소설 <사인>과 찾는 사람도 동양인이고 찾고자 하는 보물이 있는 장소도 동양이지만 보물은 서양의 것인 - 그 유명한 알렉산더의 검이기에 - 그래서 완전 퓨전 모험 소설인 한국 소설 <쉐도우>가 두 번째이다. 어느 게 더 맘에 드냐 하면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연 <쉐도우>다. 각각의 소설에 똑같이 남자 여럿에 아리따운 여성 한명 등장하는 것이나 여러 나라를 전전해다니는 것이나 마지막엔 꼭 로맨스가 가미되는 것도 모두 같은데 그래도 각각의 등장인물이 뿜어내는 매력도는 아무래도 <쉐도우>가 나았다. 뭐, 둘다 이해되지 않는 고문서를 들고 어쩌구 저쩌구 했던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젯밤 새벽 5까지 이 책을 읽고 자느라 오늘 컨디션이 엉망이다. 사실 어제 집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여서 도저히 박진감 넘치는 소설을 다 읽을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읽는 것은 포기하고 표지만 이쁘다 하고 봤었는데 어느새 요놈의 방정맞은 손가락이 첫 페이지를 넘겨버린 거다. 한 장이 넘어가고 엇~ 해성이가 누구야~ 도둑질을 하려나 보네~~ 뭐, 이렇게 반응하다가 휘리릭 한 쳅터가 다 읽혀지고 '1931년 여름 상하이'란 제목을 보고 응? 1931년이면 광복도 안 되었을 때잖아~ 하며 다시 앞에 넘겨다 보고 또 삼촌 시체를 확인하러 온 경찰서에 불려온 유미란 여자가 이쁘다니까 상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 나도 여자면서 이쁜 여자한텐 사족을 못 써요... - 뭐, 그러다보니 새벽 5시가 넘어버렸던 것이다. 그 만큼 호기심이 생기게 만들어둔 소설이었다. 다 읽은 지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단 줄거리는 공개하겠다. 악역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한 마디로 소개하면 중국놈과 일본놈이고 주인공 격쯤 되는 사람은 네 명이다. 유미, 해성, 산, 건. 우리의 헤로인인 유미를 소개하자면, 상하이에서 기자로 일하는 유미에겐 마지막 혈육인 삼촌이 계신데 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해서 바다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자살이라고 단정지은 중국 당국은 그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고 오히려 유미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그러다 유미는 삼촌의 유품을 보다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삼촌에게 물에 젖지 않는 담배갑을 발견하고 검시의 몰래 빼돌려 삼촌의 죽음에 단서를 잡는다. 그것은 고고학자 오종록 교수의 명함이었다. 그것을 붙잡고 베이징으로 날아가고....

해성은 고고학자이면서 보물사냥꾼 쉐도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유미를 만난 건 다타버리고 난 뒤의 오종록 교수의 사무실 이었다. 그 둘의 만남으로 유미는 삼촌의 죽음이 거대한 보물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해성이가 오 교수를 구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건이 유미를 만난 건 영화배우이지만 도박빚에 허덕여 협박을 받고 마약 운반책의 역할을 하고 난 후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던 유미에게 말을 붙인 그 이후부터 그의 인생은 꼬여가기 시작한다.

산이 유미를 만난 건 유미가 건을 만나고나서 자신을 미행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고 부리나케 오 교수에게 뛰어간 때였다. 해성이가 전문싸움꾼인 그를 데리고 오는 게 늦어져서 다시 오교수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그래서 악연인지 인연인지 이 네 명은 뭉쳐서 오 교수를 구하고 더 나아가 보물을 찾으러 간다. 아참! 건은 해성과도 만난 적이 있다. 맨 처음에... 그 일로 건은 항상 해성이에게 으르렁거리지만...글쎄...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다시 항저우로, 그리고 들어본 적도 없는 카슈카르로 타클라마칸 사막, 투르판으로 이어지는 모험의 끝에는 역시 보물이 있었다.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은 황금가문이라는 족속이다. 나중에 검을 찾는 데 지대한 도움을 주는데 그 족속은 왕족이라면 다른 외부인과 결혼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자신의 동생이라도 결혼해서 후대를 생산하는 것이 당연하게 알고 있는 그 가문은 야만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뭐랄까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마지막 왕족 황금신발은 남자이면서도 아름다운 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가. 얼굴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눈빛이나 성품 같은 뭐 그런게 말이다. 조로아스터교를 믿기에 사람이 죽으면 새들이 와서 쪼아먹게 놔두는 조장이란 걸 하지만 그 문화가 옳다 그르다 쉽게 판단할 순 없는 게 아닌가. 또한 우리의 헤로인인 유미를 제치고 인기투표를 하면 일등을 할 신성한꽃이란 인물도 등장한다. 황금신발의 아내가 될 뻔한 동생이 바로 그녀다. 그녀가 황금신발의 아내가 되지 못한 이유는 꼭 책에서 찾아보시길. 하여튼 그녀는 새까만 머리와 눈동자에 투명한 빛이 나는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걸어다는 욕망이라고 남자들이 느낀다니 정말 그런 인간 있음 보고 싶다. 그런데 대대로 자기 근친이랑 결혼을 했다면 뭔가 장애가 생길 법도 한데 그렇게 아름답다니 우리 유미를 두고 너무 하는 짓이라 생각된다..쳇..

 

뭐, 요런 구성으로 모험을 간다. 하지만 고고학적 지식이나 노하우로 봤을 땐 해성이가 너무나 앞서가서 나중엔 해성의 독무대가 된다. 그게 좀 맘에 안 든다. 고고학자도 아닌 싸움꾼과 기자와 영화배우가 보물을 찾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만 그래도 하나의 팀이라는 동지애가 있으려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이 처해져도 불사신처럼 처신하고 당황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나도 반할 만하다고 인정은 하지만 해성이의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가있는지 전혀 파악이 안되어서 그것도 아쉽다. 내가 유미였다면 몇 번은 바가지를 긁었을 거다. 그런데 시대를 감안해주면 1930년대니까 보통 여성들은 수동적이었을 테지. 유미만 독특해서 그 시대에 운전도 할 줄 알고 비행기도 몰아볼 수 있다니 완전 도움이 안된 것은 아니네. 그래도 여주인공의 비중이 많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이 소설이 우리 소설 중에는 모험 소설로 합격점은 받고도 남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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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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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란 신영복 선생님과 여섯 명쯤 되는 초등학생들의 모임이름이다. 이른 봄날 서오릉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친 여섯 명의 꼬마 덩어리와의 만남과 그 후에 가졌던 만남을 회상해서 적은 글이 바로 이 <청구회 추억>이다. 사실 하얀 바탕에 아리따운 분홍빛 꽃이 여기 저기 기웃대는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글이지만 이 글을 썼을 당시는 신영복 선생님이 사형을 언도받았을 때였기에 더욱 가슴 아리도록 아름답다.

 

전체적인 글은 별로 길지 않아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상상하고 다시 반복하며 음미할 수 있을 정도로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밤이 새도록 이 책을 붙잡고 재밌다를 연발하며 읽었더랬다. 숙명여대 교수(강사?)였던 그가 서울대학교 문학회원들의 초청으로 서오릉으로 봄나들이를 가는 길에 눈에 띄였던 여섯 명의 꼬마 덩어리를 만나면서 그 아이들과 이야기를 터보고자 시작했던 것이 '청구회추억'의 시작이다. 여기서 인상깊었던 것은 신영복 선생님의 자랑이다. 나는 어린이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13쪽)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의 세계를 존중해주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이 잘 나타나있어서 좋았다. 그럼 그 비법을 들어볼까? 중요한 것은 '첫 대화'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다.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은 서로의 거리를 때에 따라서는 몇 년씩이나 당겨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꼬마들에게 던지는 첫 마디는 반드시 대답을 구하는, 그리고 대답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13쪽) 우와~ 그런 비법은 누구에게서 배웠는지는 몰라도 생각해보면 으레 그럴 듯하다. 그러면서 주의해야 할 점도 알려준다. 만일 "얘, 너 이름이 뭐냐?"라는 첫 마디를 던진다면 그들로서는 우선 대답해줄 필요를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는 불쾌감으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뱅글뱅글 돌아가기만 할 뿐 결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13쪽) 라는 것이다. 우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나도 간혹 모르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곤 하는데 항상 이름을 물어보는 수준에서 머물러서 그랬는지 대화가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물론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이 말을 걸면 피하라는 가정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님께서 그 아이들 사이에서 끼어서 하루를 보내고자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는데 아이들이 지레 겁을 먹거나 경계를 하는 것 같아 좀 더 앞서 걸어갔더랜다. 그러면서 날린 첫마디는 "이 길이 서오릉 가는 길이 틀림없지?"(14쪽)이었다. 대답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더군나 무언가를 도와준다는 자긍심까지 심어질 수 있는 질문이니 역시 어린이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충분히 알고 계신 것 같다. 그렇게 만나 하루를 재미나게 보내고 서로 연락하자고 약속까지 했지만 바쁜 일정에 까맣게 잊어버린 신영복 선생님께 여섯 꼬마들의 편지가 온다. 그제서야 그 꼬마들을 기억해낸 신영복 선생님은 자신이 그저 '장난'으로 아이들과 말을 텄음을 반성하고 부랴부랴 약속을 정해 토요일에 만나기로 한다. 그래서 이 청구회라는 모임이 생긴 것이다.

 

뭐, 크나큰 일을 만들어서 시도한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모임도 아닌 그저 모이면 자기이야기하고 돌아가면서 책을 읽고 의견말하고.. 그저 '논 것'이 전부인 모임이었다.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신영복 선생님은 그 아이들에게 요즘 유행하고 있는 '멘토'의 역할을 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인격적으로 만나 속내를 드러내면서 어려움이나 기쁨을 나누는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니고 뭘까. 어렵고 힘든 살림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진학을 하지 못하는 그런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한 명 있다는 것, 바로 그것만큼 든든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그랬을까. 가난했지만 선생님을 배려해서 신영복 선생님의 집에서 회식하는 날 다 같이 오지 않았던 것은. 가난하지만 자존심과 배려심이 있었던 그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눈물이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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