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과 악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8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번 이야기는 표제의 '도련님과 악몽'이라는 제목의 글은 없어 아쉬웠는데 그래도 평범한 삶에 환기를 시켜줄 만한 신선한 자극이 될 만한 이야기가 많아서 너무 즐거웠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무서운 걸 지독하게 싫어하는 나는 이번의 책을 밤에 보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는데 실제로 무서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서 또 좋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내 맘에 드는 이야기로 꾸며져서 더욱 끌리는 쇼트쇼트 시리즈이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반전을 이루는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너무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무섭거나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가 오히려 상황이 더 좋아지거나 우스꽝스러워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죽고 싶어해서 바다에 뛰어든 사람이 자기 원대로 죽게 되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악착같이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 결국 죽을 수 없게 된 남자이야기 <불운>, 전혀 죄를 짓지 않았는데 갇혀지내고 오히려 밖의 사람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하는 사람의 이야기인 <죄수>, 외계인에게 잡히는 위기를 겪어서 위험해졌지만 사실은 크나큰 반전이 있는 <전기>, 외계인들이 침략해 젊은 여성들을 모두 데려가버려서 일어난 지구의 위기가 사실은 반대의 상황으로 되어버린 <현명한 여자들>, 이혼은 하기 싫지만 남편을 바꾸고 싶은 돈이 많은 여성의 사주로 온 살인청부업자의 불쌍한 이야기를 담은 <상류계급>, 가짜 양주를 보급시키는 것을 뿌리뽑으려 잠입한 경찰의 어이없는 분투기 <날카로운 눈의 남자>, 회사의 돈을 훔치려고, 점쟁이와 사주한 남자의 딜레마를 그린 <목격자>까지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대부분은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범주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그것이 어찌보면 뻔해보이기 때문에 재미없을 거라 여길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저 인간의 노력과는 인생이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진리를 말해주는 것일 뿐. 죽으려 노력하면 오히려 죽을 수 없고(<불운>), 탈옥을 방조할 수 밖에 없는 간수의 딜레마(<죄수>)나 살인청부라는 정말 위험하고 비인도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만한 이야기(<상류계급>)는 정말 읽으면서 실소를 금치 못한다. 또한 외계인이나 우주를 소재로 한 이야기도 많이 있는데 여기서도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다른 행성에 가서 문명의 발달을 돕고 말을 가르치는 등의 일을 하기 위해 파견된 우주인이 오히려 그 행성인들에게 역으로 당하는 이야기를 다룬 <우주의 지도원>을 보더라도 우리가 남을 도와주기 위해 하는 일이 반드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없다. 그리고 강도나 도둑질 등을 하는 나쁜 놈들도 많이 나오는데(<눈 오는 밤>, <목격자>) 그들의 결말은 항상 안 좋다. 그래서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범주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완전 교훈적인 이야기라고 할 순 없다.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인간의 선택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다. 특히 <목격자>에 나오는 기업의 돈을 훔친 아버지의 딜레마는 정말 그 이후가 기대될 정도로 선택의 문제를 코 앞에 들이대고 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할 것인가, 아들의 죄를 인정할 것인가.

 

호시 신이치라고 하면 아무래도 SF적인 요소가 빠지지 않기 때문에 요것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타임머신(<건조시대>, <건조시대>)이나 영양제가 들어 있는 캡슐(<건강판매원>)이 나오는 이야기는 독특하다. 그리고 심령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는데 요건 신비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그다지...

 

호시 신이치의 소설을 보면 왠지 반어적이고 부조리한 면을 볼 수가 있다. 죽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절대 죽어지지 않거나 처음 의도대로 노력해도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상스러울 수도 있다. 허나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도 항상 성공할 수는 없는, 번번히 실패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니여도 그리 썩 잘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소설에서 열심히 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돼~라는 장사꾼의 밑지고 파는 거야 같은 거짓말에 속기만 할 순 없지 않을까. 인생이란 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 되지만도, 대충 한다고 해서 못 되지만도 않는다는 부조리와 불합리의 본체임을 생각해볼 때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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