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 - 스타테이라의 검
이은숙 지음 / 높은오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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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소설은 내가 잘 읽지 않은 분야이다. 그런데 최근에 보물을 찾아가는 소설 두 권이나 연달아 읽으니 잘 읽지 않다 보니까 더 쉽게 읽게 되지가 않는 이 분야에서도 무언가 매력을 찾은 듯하다. 하나는 실제 콜럼버스의 미스터리에다가 상상력을 더해 만든 스페인 소설 <사인>과 찾는 사람도 동양인이고 찾고자 하는 보물이 있는 장소도 동양이지만 보물은 서양의 것인 - 그 유명한 알렉산더의 검이기에 - 그래서 완전 퓨전 모험 소설인 한국 소설 <쉐도우>가 두 번째이다. 어느 게 더 맘에 드냐 하면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연 <쉐도우>다. 각각의 소설에 똑같이 남자 여럿에 아리따운 여성 한명 등장하는 것이나 여러 나라를 전전해다니는 것이나 마지막엔 꼭 로맨스가 가미되는 것도 모두 같은데 그래도 각각의 등장인물이 뿜어내는 매력도는 아무래도 <쉐도우>가 나았다. 뭐, 둘다 이해되지 않는 고문서를 들고 어쩌구 저쩌구 했던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젯밤 새벽 5까지 이 책을 읽고 자느라 오늘 컨디션이 엉망이다. 사실 어제 집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여서 도저히 박진감 넘치는 소설을 다 읽을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읽는 것은 포기하고 표지만 이쁘다 하고 봤었는데 어느새 요놈의 방정맞은 손가락이 첫 페이지를 넘겨버린 거다. 한 장이 넘어가고 엇~ 해성이가 누구야~ 도둑질을 하려나 보네~~ 뭐, 이렇게 반응하다가 휘리릭 한 쳅터가 다 읽혀지고 '1931년 여름 상하이'란 제목을 보고 응? 1931년이면 광복도 안 되었을 때잖아~ 하며 다시 앞에 넘겨다 보고 또 삼촌 시체를 확인하러 온 경찰서에 불려온 유미란 여자가 이쁘다니까 상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 나도 여자면서 이쁜 여자한텐 사족을 못 써요... - 뭐, 그러다보니 새벽 5시가 넘어버렸던 것이다. 그 만큼 호기심이 생기게 만들어둔 소설이었다. 다 읽은 지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단 줄거리는 공개하겠다. 악역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한 마디로 소개하면 중국놈과 일본놈이고 주인공 격쯤 되는 사람은 네 명이다. 유미, 해성, 산, 건. 우리의 헤로인인 유미를 소개하자면, 상하이에서 기자로 일하는 유미에겐 마지막 혈육인 삼촌이 계신데 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해서 바다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자살이라고 단정지은 중국 당국은 그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고 오히려 유미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그러다 유미는 삼촌의 유품을 보다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삼촌에게 물에 젖지 않는 담배갑을 발견하고 검시의 몰래 빼돌려 삼촌의 죽음에 단서를 잡는다. 그것은 고고학자 오종록 교수의 명함이었다. 그것을 붙잡고 베이징으로 날아가고....

해성은 고고학자이면서 보물사냥꾼 쉐도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유미를 만난 건 다타버리고 난 뒤의 오종록 교수의 사무실 이었다. 그 둘의 만남으로 유미는 삼촌의 죽음이 거대한 보물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해성이가 오 교수를 구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건이 유미를 만난 건 영화배우이지만 도박빚에 허덕여 협박을 받고 마약 운반책의 역할을 하고 난 후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던 유미에게 말을 붙인 그 이후부터 그의 인생은 꼬여가기 시작한다.

산이 유미를 만난 건 유미가 건을 만나고나서 자신을 미행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고 부리나케 오 교수에게 뛰어간 때였다. 해성이가 전문싸움꾼인 그를 데리고 오는 게 늦어져서 다시 오교수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그래서 악연인지 인연인지 이 네 명은 뭉쳐서 오 교수를 구하고 더 나아가 보물을 찾으러 간다. 아참! 건은 해성과도 만난 적이 있다. 맨 처음에... 그 일로 건은 항상 해성이에게 으르렁거리지만...글쎄...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다시 항저우로, 그리고 들어본 적도 없는 카슈카르로 타클라마칸 사막, 투르판으로 이어지는 모험의 끝에는 역시 보물이 있었다.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은 황금가문이라는 족속이다. 나중에 검을 찾는 데 지대한 도움을 주는데 그 족속은 왕족이라면 다른 외부인과 결혼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자신의 동생이라도 결혼해서 후대를 생산하는 것이 당연하게 알고 있는 그 가문은 야만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뭐랄까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마지막 왕족 황금신발은 남자이면서도 아름다운 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가. 얼굴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눈빛이나 성품 같은 뭐 그런게 말이다. 조로아스터교를 믿기에 사람이 죽으면 새들이 와서 쪼아먹게 놔두는 조장이란 걸 하지만 그 문화가 옳다 그르다 쉽게 판단할 순 없는 게 아닌가. 또한 우리의 헤로인인 유미를 제치고 인기투표를 하면 일등을 할 신성한꽃이란 인물도 등장한다. 황금신발의 아내가 될 뻔한 동생이 바로 그녀다. 그녀가 황금신발의 아내가 되지 못한 이유는 꼭 책에서 찾아보시길. 하여튼 그녀는 새까만 머리와 눈동자에 투명한 빛이 나는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걸어다는 욕망이라고 남자들이 느낀다니 정말 그런 인간 있음 보고 싶다. 그런데 대대로 자기 근친이랑 결혼을 했다면 뭔가 장애가 생길 법도 한데 그렇게 아름답다니 우리 유미를 두고 너무 하는 짓이라 생각된다..쳇..

 

뭐, 요런 구성으로 모험을 간다. 하지만 고고학적 지식이나 노하우로 봤을 땐 해성이가 너무나 앞서가서 나중엔 해성의 독무대가 된다. 그게 좀 맘에 안 든다. 고고학자도 아닌 싸움꾼과 기자와 영화배우가 보물을 찾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만 그래도 하나의 팀이라는 동지애가 있으려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이 처해져도 불사신처럼 처신하고 당황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나도 반할 만하다고 인정은 하지만 해성이의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가있는지 전혀 파악이 안되어서 그것도 아쉽다. 내가 유미였다면 몇 번은 바가지를 긁었을 거다. 그런데 시대를 감안해주면 1930년대니까 보통 여성들은 수동적이었을 테지. 유미만 독특해서 그 시대에 운전도 할 줄 알고 비행기도 몰아볼 수 있다니 완전 도움이 안된 것은 아니네. 그래도 여주인공의 비중이 많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이 소설이 우리 소설 중에는 모험 소설로 합격점은 받고도 남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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