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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인간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조경수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을 보기 전에 서문을 보는 것은 물론이러니와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그것을 쓴 사람, 즉 저자에 대한 소개이다. 우선 이렇게 대단한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하게 여긴 탓도 있고, 어떻게 하면 이런 배경지식을 가질 수 있는지, 또한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저자의 다른 작품 중에 더 좋은 책이 있는지, 혹여 내가 본 책은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도 저자의 약력을 꼼꼼히 본다. 그래서 저자의 약력에 꼴랑 이름 하나만 소개되어 있거나 아예 없거나 하면 당황스럽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샤를로테 케르너란 저자에 대한 약력을 보니 다른 건 모르겠고 딱 하나 내 눈을 끈 게 있었다. <블루 플린트>를 쓴 저자라는 것!! 몇 년 전에 그 책을 읽었었는데 정말 유쾌하고 행복한 내용은 아니지만 생명체를 복제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화제가 될 만한, 꽤 민감한 사항을 다룬 것으로 기억한다. 소설 속에서는 인간 복제가 시행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어 있고 인간 복제에 따른 도덕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된 상태에서 시작되는데, 인간 복제에서 파생될 수 있는 위험들을 어느 정도 잡아내서 참 기억에 남았다. 그 책을 읽은 지 꽤 지난 지금에서도 그 소설의 내용만큼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인물 간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데 이 소설도 그럴거라 기대가 되었다.
의사인 레나가 주인공인데 그녀의 독백이 주를 이룬다. 아무래도 세심하게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물론 그래야 하겠지만 어떤 때는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나는 그녀의 괴벽 같은 몇몇 습관들이 귀여워보였고, 의사라는 직업을 천성으로 여기며 항상 노력하는 모습도 멋져보였다. 안타까운 그녀의 메마른 사생활 부분에서는 좀 아쉽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끝까지 가면 좀더 나아질 거야~ 첫 장면은 레나가 18세인 요제프라는 소년이 뇌사했음을 어머니께 알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요제프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다가 딱 한 군데 뇌만 다쳤다. 그래서 몸은,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운 몸은 살아있지만 뇌만 죽어버렸다. 당연히 그날 뇌사 판정이 되어야 하지만 레나는 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72시간의 유예를 주게 된다. 그 순간부터 레나는 자신의결정 때문에 요제프의 장기수혜자들이 죽지는 않을까, 요제프의 몸이 72시간 사이에 돌연 사고사하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며 잠을 설친다. 그러면서 의식 저편에서 어렴풋이 깨닫는다. 자신이 아름다운 요제프의 몸을 보고선 그런 유예 시간을 주었음을. 허나 그 다음 날이 되었을 땐 도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후이다.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어느 정도 깨달았을 거로 믿는다. 절제가 몸에 배어 있는, 전문성으로 무장한 여자!!
그런데 운명이 어떻게 이끌었는지 한 남자가 나타난다. 32살의 게로라는 화가... 그는 화가로서 이제 막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유망주이나 교통사고로 온몸이 상해버렸다. 특히 오른손은 절단이 되어 화가로서는 재기할 수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데다가 신장도 고장났고 전신에 화상을 입어버렸다. 그에게 멀쩡한 것이라고는 뇌 뿐이었다. 운명의 날, 요제프의 엄마아 게로의 아내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들이 죽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그래서 요제프의 몸에 게로의 머리를 이식한다는 상상이상의 아이디어를 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레나는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론 전뇌이식을 이룰 수 있는 완벽한 기회가 찾아온 것에 흥분도 되었다. 마치 일이 이렇게 일어나도록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요제프와 게로의 상태가 딱딱 맞아떨어져 갔다. 뇌를 이식한다고 해서 나는 머리통을 열고 뇌를 꺼낼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고 머리를 뎅강 잘라서 이어붙이는 식으로 수술을 했다. 온갖 복잡한 수술 용어들이 나오는데 정말 저자는 그쪽으로 상당히 많은 자료를 준비를 했는가보았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읽으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인지 허구인지가 상당히 궁금했었다.
상이함은 비교를 낳고, 비교는 불안을 낳고, 불안은 놀라움을 낳고, 놀라움은 경탄을 낳지만, 경탄은 교환과 결합에의 갈망을 낳는다.
어찌됐건 수술이 잘 이루어지고 레나의 감독 하에 그는 재활치료를 받고 1년 동안 게로의 아내, 이본느와 같이 살게 되었다. 아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런데 뇌와 몸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수술을 시작했을 때 게로가 레나에게 물었던 질문, 괴물개 - 러시아에서 한 큰 개에게 작은 개 머리를 이식한 결과 - 중 자기는, 그러니까 머리는, 큰 개인가요? 아니면 작은 개인가요? 레나는 직접 말해줄 수는 없었지만 생각하길 육체가 더 큰 영향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참고로, 여기에서는 요제프가 좋아했던 초콜릿을 요제프/게로가 보면 입에 침이 고이진 않지만 위가 반응해서 마구 먹게 되었었다. 심지어는 무드가 조성이 되어서 이본느랑 수술 후 처음으로 부부관계를 맺으려고 하는데도 요제프의 몸이 반응을 해주지 않아서 성공할 수가 없었다. 그걸 보면 정말 육체의 힘이 더 강한 것 같은데 말야... 실제로는 어떨까?
여기에서는 요제프의 호르몬이 게로의 호르몬보다 훨씬 많이 있어서 그랬을까?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모르겠지만 여기선 정말 육체의 힘이 더 큰 것으로 보여졌다. 이본느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오히려 이본느를 싫어하는 게로는 어쩌다 요제프의 애인이었던 리타를 만나 불 같은 사랑을 나눈다. 아마도 요제프의 몸이 시켰던 것이겠지만... 사실 리타는 요제프가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조각조각 나뉘어서 기증되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 것을 알고 요제프를 기억할, 요제프를 이 세상에 남길 뭔가를 얻길 원했던 것!! 그러나 그것을 보게 된 이본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자신과의 연결고리가 점차 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내쳐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소름끼친다. 이제는 게로가 이본느와 이어주었던 그림마저 그릴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소설의 끝은 어떻게 될까....?
중요한 건 이것이다. 한 인간을 그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뇌인가? 몸인가? 처음 수술을 마치고 나서 요제프/게로가 자신의 몸에 적응하는 기간이 있었다. 실제로도 그럴까 싶지만, 그때 의사가 코를 잡으세요~ 했었는데 요제프/게로는 당연히 너무 쉽다고 하면서 오른쪽 눈을 찔렀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이 별개라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실제로도 그런지 알고 싶어졌다. 전뇌 의식이라는 게 실제로 이루어질지 모르겠으나 소설로 보아도 정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하기가 어려울 듯 싶다. 요제프/게로가 18살의 몸에 32살의 머리가 만난 처음엔 사진으로 찍으면 너무나 차이나는 피부의 색조 덕에 너무나 경계선이 뚜렷해 어색했는데 점차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개성이 잘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실제 나이 32살에서보다 조금 젊은 27살 정도로 추정하면 될 이 신인간은 점차적으로 게로으로부터, 요제프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의식을 키워가게 되었다는 것만 알려주겠다.
여기선 역시 주인공이 레나였다. 정말 멋진 여의사~ 그런 그녀가 이런 독보적인 수술에 성공을 하곤 자신의 인생을 다시 재조정했는데 요제프/게로 즉, 요르게의 등장이 그녀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신인간이라고 부르던 이름을 요르게라는 이름으로 지어준 것도 레나였는데 그 이름을 주었을 바로 그 때가 요제프와 게로에서 완전히 벗어났던 때였다. 그렇게 해서 완전히 새로운 자의식을 가진 인간이 한 명 탄생했는데 정말 무리없이 인간에 대해 많은 사고를 한다. 끊임없이~ 하지만 이런 수술에서 뭔가 잘못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수술 중 사망하는 것이야 그렇다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인격이 아예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심 그런 험악한 상상을 했더랬다. 하지만 내 상상대로 가지 않아서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