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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앤드 커맨더 2 ㅣ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1권 중반부터는 오브리-머투린 콤비의 분위기가 좀 나타난다. 사실 아무런 이유없이 서로 친근하게 이야기를 하길래 나만 뻘쭘했었다. 언제 나도 모르게 친해진거야~ 뭐, 이런 소외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한데 읽다보니 좀 빨려들어갔다. 1권의 마지막에서 스티븐과 제임스가 과거 이야기를 하며 회포를 푼 다음에 솔직한 제임스의 속내를 들어볼 수가 있었다. 사실은 잭과 제임스가 손발이 맞아야 더 뛰어난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이기에 정말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속내를 물어보니 제임스는 남색꾼인 마셜 조함장이 잭을 은근히 연모한다는 것을 잭이 알고 칭찬을 하면서 그를 이용한다고 생각한다는 것과 잭이 나포를 목숨처럼 생각하며 돈을 너무 밝히는 것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단다. 그때 스티븐이 잭을 정말 좋아한다고 느꼈다. 잭이 남색에 대해 둔감한 것이나 그의 인생 철학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옹호해주었기 때문인데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스티븐은 자기가 좋아하는 잭과 제임스 둘이 서로 가까워지도록 마음을 써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쉽게도 그것이 별로 신통치는 않았지만 말이다.
2권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1권에서 잭이 선원들을 닥달하며 훈련시켰던 대포발사이다. 전에는 느릿하게 움직였던 선원들이 경쟁심을 유도하고 반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성공적으로 반응하고 완벽히 훈련이 되어 있었다. 그럼으로써 몇몇 적국의 배를 성공적으로 나포했고 그 전리품을 받고 나니까 사기가 생겼다. 다만, 문제는 돈을 가지고 육지에서 흥청망청 써버린 탓에 다시금 기강이 헤이해져 버린 것이다. 계속 이런 과정이 계속되는데 이 와중에 잭과 제임스의 관계도 묘하게 바뀐다. 1권 때 제임스가 가진 불만 외에도 또 하나의 불만이 있었는데 호송업무를 하다가 적국의 배를 만났을 때 호송선 때문에 쫓아가길 포기하고 돌아온 잭의 결정에 대해서 제임스가 겁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그 생각도 잭의 용감한 전투 능력에 의해 없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제임스 딜런은 뭔가 내 마음에 안 들었다.
자연과학 학자로서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스티븐 머투린이나, 진정한 뱃사람으로 약간 실언을 하긴 하지만 진지하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진정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는 잭 오브리는 성향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에 대한 태도 때문에 내 마음에 쏙 드는데 - 심지어, 남색꾼인 마셜조차도 마음에 드는데 - 제임스 딜런은 능숙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부하를 다룰 때도 진지하고 엄격하게 하고 성품도 좋아서 특히나 부하들에게 존경까지 받을 정도로 뛰어난 항해사인데도 불구하고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숨겨진 과거는 사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저 아일랜드 연맹의 한 사람으로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독립투사로 생각하면 될 듯 싶은데 상부에서 잡으라고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아일랜드 독립투사 두명을 순순히 놓아준 것에 대해 심하게 자책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래서 그대로 시행했으면 그것으로 끝날 일이지, 왜 그 내용을 마음에 담아둔단 말인가. 놓아준 두 명이 극도로 혐오스러운 사람이었음에도 생명을 살렸단 기분으로 넘어가면 안 되는 건가. 추악한 협박이라고 했으니 그들을 넘겼다면 제임스 자신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굴복했다고 여기는지, 아니면 과거 열정적으로 몸 바쳤던 국가에 대해 자책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벌주고 있는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엔 한심하다. 물론 그 사람의 성격이겠지만. 스티븐이 걱정했던 것처럼 너무 스스로를 혐오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그의 멋진 모습을 계속 볼 수 없어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카카푸에고 호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에스파냐 배를 만나 나포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사실 좌절감이 계속 쌓이고 있는 제임스나 잭에겐 돌아설 수 없는 중요한 탈출구가 되었는데 그만큼 장난 아닌 게임이었다. 전에 잭에게 나포되었던 배의 화물 주인인 에스파냐 상인의 보복으로 잭을 잡으려고 나온 배였는데 처음에 속여넘겼지만 다시 한 번 만나버려서 정면 돌파를 했다. 아무래도 선원이 50명 대 300명 정도의 전력 차이를 감안하고 하는 것인 만큼 상당히 위험한 전투였는데 그 만큼 잭의 피해도 컸다. 처음에는 대포로 하다가 더 이상 대포를 맞으면 큰일 날 것 같으니까 카카푸에고 호로 뛰어들어서 총과 칼로 싸웠다. 여기서 잭의 기지가 빛났다. 선원을 반 쯤 딴 데 두고와서 사람이 없었는데 한 번 우르르 몰려가서 싸우다가 밀리니까 에스파냐어로 50명 더~ 란 말을 소리쳐서 상대방의 헛점을 찾는 게 참 대단했다. 사실 이 부분은 나중에서야 이해했을 정도로 못 따라갔던 부분이긴 하다. 결구 카카푸에고 호의 함장을 죽이고 나서 그 큰 배를 나포해왔다. 소피 호가 너무 작은 배였기에 평소 잭을 고깝게 여기던 선임 함장들도 카카푸에고 호를 보곤 모두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아낌없는 축하를 해주었다. 아쉽게도 그런 승리로 인해 승진을 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나쁜 일은 덮쳐온다던가. 승진을 기대했던 잭과 선원들에게 어이없는 호송업무가 떨어졌는데 문제는 그 일을 수행하다가 소피 호가 나포되었다는 사실이다. 소피 호가 작은 배여서 압도적인 물량공세 앞에서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였지만 잭은 끝까지 싸워냈다. 모든 대포, 모든 음식 등을 다 버리고 배를 최대한 가볍게 해서 도망가려고 해도 워낙 큰 배라 중앙 돛을 올리지 않아도 훨씬 빠른 탓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포는 되었지만 적국의 함장이 상당히 많은 호의를 가지고 포로를 맞았기에 별 무리는 없이 지냈다. 허나 제국의 함대를 나포된 함장들은 모두 군법회의에 소집되는데 싸워보지도 않고 나포된 함장들은 사형에 처해질 정도로 상당히 엄하다고 한다. 잭은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껏 그에게 닥쳐온 사건들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건지 평소보다 상당히 우울해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딜런과 속을 터놔버리고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던 것이 아무래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어딜 가나 사람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말일 게다. 같은 일이라도 어떤 사람과 일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우린 알지 않는가. 잭이 스티븐이라는 보물을 손에 넣었던 것은 너무 다행한 일이지만 딜런이란 또다른 보물을 놓친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