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앤드 커맨더 1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어떤 모험소설을 읽었냐고 물어본다면 우물쭈물 말을 못할 것이 틀림이 없다. 실제로 내가 읽은 책이라고는 요번에 읽은 능동적인 모험 소설이 아니라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의  [나의 산에서]나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같은 수동적인 모험 소설 몇 권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딱히 소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그런 남자들의 전유물과 같은 모험 소설은 솔직히 끌리지 않았음을 고백해야 겠다. 뭐, 무협지도 읽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 소설에 내가 끌렸던 이유는 아무래도 작가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방대한 지식에 있지 않을까 싶다. 배를 타면 아무리 짧더라도 멀미를 하고야마는 나에겐, 배에서의 모험 자체가 모험이 아닌가 싶지만 그것도 내 무지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번의 모험으로 이것을 깨달았다. 비문학의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 문학 중에 나랑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는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문학은 아무래도 작가와 독자가 감정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마스터 앤드 커맨더 1]의 처음 부분을 읽는 동안에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처음에 잭 오브리라는 뱃사람과 스티븐 머투린이라는 학자의 엉뚱한 만남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잭-스티븐의 명콤비라는 문구를 읽고 시작해서 그런지 첫 번째 잘못된 만남이 어째 아슬아슬하고 불안해보였고 또한 그 마음이 소설 속 인물들이 잘 되었음하는 내 바람에 영향을 미쳐 책을 읽는 내내 안달복달하게 했다. 어쨌거나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친하게 될 만한 시간적 여유는 어느 때나 필요한 법인데 나는 완전 다 된 밥을 바랐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그 당시의 내 마음은 안절부절 못했다. 잭 오브리와 스티븐 머투린은 음악회에서 매너없는 잭의 행동 때문에 서로를 알게 되었다. 잭이 음악에 너무 심취하는 바람에 잘못된 박자로 음악을 지휘하는 걸 보고 예민한 스티븐이 그것을 제지하게 한 것!! 잭도 이성이 남아있던 상태라 자신이 잘못한 것은 익히 알지만 어디 사람의 마음이 그런가! 자신은 음악에 심취했던 죄밖에는 없다고 항변할 수밖에~~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자 잭은 받은 편지에, 소피 호라는 배를 지휘할 임시 함장이란 직함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잭이 평소에 바라마지 않았던 그런 꿈꾸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음악회에서 어떤 인상으로 헤어졌던 간에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두 번째 스티븐과 만났을 때도 아주 유쾌하게 대할 수 있었다. 내가 불안해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만약 이때 알맞게 편지가 오지 않았다면 잭과 스티븐은 서로 영원히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인연을 만든다는 건 정말 인간인 우리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내심 만약~~ 이란 말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거나 그렇게 유쾌하게 스티븐에게 점심을 대접한 뒤, 동물, 식물 등 닥치는 대로 연구하기도 하고 해부를 하는 등 일반외과의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스티븐에게 잭은 군의관으로 같이 소피 호에 승선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정식 군의관은 아니지만 당장 군의관을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게다가 대부분의 함선에서도 군의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잭에게는 스티븐이 마지막 기회였던 것이다.

 

스티븐이 군의관으로서 소피 호에 올라타고, 소피 호의 원래 대원들이 다른 곳으로 가버려 대원들을 충원하고 대포를 구입하는 등 여러 준비를 하는 과정이 거의 1권의 반을 차지한다. 세심하게 그리고 개연성있게 정리하는 거야 그 상황을 잘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에 작가로서 꼭 필요한 자질이겠지만 이 시대에 실제로 배를 타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박학다식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래서 인간은 화장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고 하는 걸까. 처음에 이 책에 끌렸을 때는 작가의 박학다식함에 끌려놓고서 실제로 읽고 나니깐 그 박학다식함 때문에 질려버리다니~~ 실제 작가가 내 꼬락서니를 보았다면 쯧쯧~ 혀를 차지는 않았을런지.

 

소설 반 정도의 준비과정이 지나면 소피 호는 항해를 시작하는데 여기에 아주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제임스 딜런이란 이 인물은 1등 항해사로 잭의 부관으로 임명을 받고 소피 호에 승선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와 스티븐에게 묘한 과거가 있었음을 암시를 해주고 마지막에 풀어주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하게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간이 작은 건지 스티븐과 잭이 좋은 관계를 맺는데 제임스가 방해를 할까 봐 어찌나 노심초사했던지..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웬수관계는 아니였다. 그나저나 잭은 소피 호에 빠져있는 기강을 다시 세우고, 적군의 배를 나포하여 전리품을 챙기는 데 가장 중요한 대포 발사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나중 2권에서 그 성과를 볼 수 있는데 1권을 읽을 때는 뭐하는 일인가 했다. 밑에 있는 선원들이 얼마나 불만을 많이 가지는지도 모르고 일을 진행한다고... 이 때가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 해전이 있기 2년 전이었고 한창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기 전 승승장구 때였으니 잭의 행동은 영국 함장으로서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 부분은 내 짧은 배경지식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세계사를 좋아하는 데도 이상하게 전쟁은 싫으니, 참...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 해전도 검색해보고서야 알았으니... 

 

그런데 말이다. 내가 즐겨보는 만화책 [원피스]에 보면 물론 위대한 해적을 꿈꾸는 루피 일당의 이야기가 전혀 해적같지 않게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 만화 속에는 이상이라든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서라든가, 친구와의 의리, 나라를 위한 애국심 등 여러 이상적인 이야기를 무리없이 그려내고 있어 그들의 행동이 단순히 폭력을 휘둘러서 돈이나 빼앗는 것이라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소설 속에서 스티븐이 한 번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지만 도대체 적국의 배를 나포해서 그 전리품을 가져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행동일까 싶다. 물론 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환희나 의리나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야 있겠지만 대포나 펑펑 쏘아대며 자기 욕심을 차리기 위해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지...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빠른 판단력에 존경을 받을 만한 인품이 뒷받침되는 넬슨 제독 같은 함장이 대단한 인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 한 둘 있다고 해서 다른 모든 어리석은 함장까지도 봐줄 순 없는 노릇 아닐까! 마치 하트 함장처럼 말이다. 고지식하고 사사건건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그런 상관이 있으면 정말... 안된 일이다.

 

2권에서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