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 노벨과 교육의 나라
박두영 지음 / 북콘서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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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느낀 내 감정은

 

우와~ 이렇게 중요한 비밀을 다 퍼줘도 되는 거야~~~

 

이다. 스웨덴의 비밀들이 속속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인데, 정말 그 나라와 왜 선진국이 되었는지, 왜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들이 많은지를 알 수가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육 분야는 정말 어떤 나라에서도 따라할 수가 없는, 따라하기에 어려운 방법들만 골라서 사용하고 있다. 내가 읽으면서 가장 침을 많이 흘렸던 부분은 바로 이런 교육 분야이다. 그 중 외국인에게도 혜택을 주는 교육비 무상제도가 가장 탐이 났다. 미국 같은 나라는 유학을 오는 학생들에게서 고혈을 빨아내고 있는데 말이다. 일단 16세까지의 의무교육이 끝나면 대학을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데 일단 가면 대학 등록금뿐만 아니라 노트를 사는 비용까지도 무료이다. 오히려 보조금까지 챙겨주기 때문에 한달에 100만 원 정도면 스웨덴에서 유학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하니 이공계 쪽으로 전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웨덴은 이공계에서만 노벨상 수상자를 15명이나 배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공계열 전공자들은 스웨덴 국적을 받기도 쉽다고~

 

정말 상상이 안간다. 저자도 말했듯이, 한국에서는 한 학기 등록금을 400만 원씩 내다가 여기서는 돈을 받아가며 공부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이 글을 읽고 불현듯 내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공부를 그냥 시켜주니까 공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예상이 맞는 듯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40%에 불과한다니 정말 내 말이 맞나? 그럼에도 교육의 질은 아주 좋아서 스웨덴의 대학은 세계에서 150위 안에는 드는 대학이 많고 세계 최초로 임플런트를 성공한 예테보리 대학이나 성인 줄기세포가 독보적인 카롤린스카 대학처럼 대단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대학도 많다니, 또 그건 아닌가보다. 그런데 평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누구나 무료로 교육을 받게끔 되어있어서 직장에 다니다가도 공부할 수 있고, 그것도 공짜인데다가 기업에서는 보조금까지 준다니 정말 환상적인 곳이다.

 

물론 혜택은 이 뿐만이 아니다. 치과를 제외한 모든 의료 분야는 거의 무료이다. 응급 환자인 경우에는 큰 일이 날 법도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의료 서비스를 편안하게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받을 수 있다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이 혜택은 교육 분야처럼 동일하게 내국인이라면, 외국인이여도 완전 무료 혜택을 받을 수가 있으니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서비스가 훌륭하단 말이 예사말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의료비가 얼마나 많이 나가나~ 도대체 돈이 없는 사람은 아프지도 말아야지, 흥~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싶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난하고 아프면 정말 살기 힘들다. 정기 검진을 받으면 미리 예방하고 좋을 텐데 도통 그럴 돈이나 있어야 말이지. 그런데 스웨덴은 노후가 기대되는 나라이다. 완전 서비스가 투철하니~

 

그런데 이런 무지막지한 혜택을 받으려면 세금이 많이 필요하단 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래서 기업인이든 고위 정치인이든 의사이든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모든 사람이 일정 이상의 삶을 누리고 많이 벌면 많이 번 만큼 세금으로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떵떵 거리고 살 수는 없다고.. 그래서 고위 정치인조차 자기 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많단다. 공무를 할 동안에는 차나 비행기나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개인적인 일에는 전혀 쓸 수도 없을 뿐더러 차가 있어도 주차장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엄두도 안 낸다고 한다. 그래서 평범한 국민처럼 소탈한 정치인의 모습은 완전히 신선한 일이다. 그래서 이 나라 국민들은 정치인과 정부를 완벽하게 신뢰한다는데 우와~ 나라를 바꾸고 싶다. 지금 당장!

 

한 여자 정치인은 공적인 일을 쓴 신용카드에서 초콜릿을 하나 샀다가 다시 채워넣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스스로 물러나고 감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국민을 상대로 한 공약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이리저리 바꾸는 행위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까 나라에 신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나도 영어만 잘 하면 그 나라로 쑹하고 날아가서 유학하다가 아예 눌러 앉을텐데..ㅋㅋ 현재 인도나 중국 등에서 많은 아시아인들이 IT관련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은 3,000명이나 되는데 한국인은 50명 정도 밖에 없다니 좀 아쉽다. 이런 놀라운 혜택을 많이 받았으면 싶다. 비록 난 못 가보지만..

 

이런 나라에서도 문제가 아예 없지는 않다. 아무래도 평등이란 기본적인 원리에서 정책을 만들어가고 시행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우려가 생기지 않을까. 현재 유급 휴가를 너무 많이 낸다거나 병가를 많이 내고 있다고 하니까 조금씩 문제점이 생겨나고 있단다. 그리고 또 하나 이민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니까 그것도 향후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부디 지금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끝까지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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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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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학자, 관료로, 선비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여러 '아버지'들이 모였다. 퇴계 이황, 옥봉 백광훈, 서애 유성룡, 택당 이식, 서계 박세당, 순암 안정복, 표암 강세황, 연암 박지원, 초정 박제가, 추사 김정희가 그들이다. 호가 붙어있으니 누구인지 가늠이 되는 분도 있고, 생판 처음 보는 분들도 있지만 그들의 편지 속의 일관된 주제는 아마도 아들에 대한 염려일 것이다. 어찌 보면 학자로, 문인으로 만나봤을 때 우리가 연상했던 그러한 엄격하고 냉정할 것 같던 그들이 편지 속에서는 엄살도 부리고, 과거 시험에 붙지 않으면 앞으로 얼굴도 보지 않겠다는 엄포도 놓고, 손자의 이야기를 편지에 옮기지 않았다고 타박까지 하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편지를 보지 않고 이렇게 한 개인에 대해 자세히 알 순 없을 것인데 이런 편지가 이 시대까지 남아 있어 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퇴계 이황]
퇴계 이황하면 영남학파의 한 맥을 이은 사람이다 보니 대단한 권세가 있고, 아들 또한 대단히 높은 학구열이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는데 편지를 보아 하니 좀 아닌 모양이다. 어찌 부모의 마음이 다 같지 아니할까마는, 퇴계의 학구열에는 따라잡지 못했는지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느라 공부를 소홀히 하는 아들을 다그치는 내용이 많이 보인다. 특히나 서른이 다 되어서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그의 아들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이 때 사람들은 언제쯤 과거 시험을 봤는지 궁금도 하고, 되게 공부를 못했는지 그의 아들이 참 미련스레 보였다.ㅋㅋㅋ 특히나 도산서원을 이끌고 많은 유학자를 배출해낸 이황인 만큼 아들에게 기대가 더 컸던 것만은 분명할 게다. 그래서 이상한 무리에 휩쓸리지 않게 하라고도 하고,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라고도 훈계한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엿보인다.
 
[옥봉 백광훈]
옥봉 백광훈이란 사람은 잘 모르는 사람인데, 소개하자면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최경창, 이달과 함께 삼당시인으로 불리며 당나라 천재시인 이하에 견주어지는 인물이었단다. 그의 둘째 아들 진남도 시인으로 유명했다는데, 옥봉의 편지에는 그만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었다. 자신도 대단한 시인이다보니 논어는 어떻게 공부하면 다 외울 수 있고, 글은 지어봐야 는다는 말이나, 숙제를 다하지 못했으면 아예 절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한 말 등 공부에 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아버지였다. 그래서 진남이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남을 칭찬하는 모습에 아버지의 뿌듯한 마음이 엿보이는 것 같아서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남을 업신여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죽고만 싶다고 엄살을 부린 부분에서는 정말 웃음이 났다. 그만큼 행동거지에도 많은 신경을 썼던 모습에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아버지를 볼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애잔했던 것은 환곡을 갚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옥봉의 모습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가족의 생활비를 해결해주지 못해 도토리를 따서 가루를 내어 먹으라고 조언해주는 모습은 정말 가난한 선비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서애 유성룡]
<징비록>으로 유명한 유성룡은 <서애집>도 남겼는데, 그 책에 이 편지가 실려있다고 한다. 유성룡은 아주 꼼꼼하게 공부를 챙긴 아버지였다. 난리가 난 통에 마음이 심란하지만 공부로써 마음을 다스리라고 하고,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꾸준히 할 수 있게 건강을 챙기라고 조언하고, 공부를 깊게 했다면 의문점이 들어야 하는 거라고 <맹자>를 읽고나서 의문점이 없냐고 힐책하고, 요즘에 깊이있는 공부를 하지 않고 빨리 시험을 통과하는 편법을 배우는 자가 많은데 그런 풍습을 쫓지 말라고 하는 등 간결하지만 핵심이 강한 조언을 많이 해준 아버지였다. 짧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애잔함이 묻어나오는 편지를 썼었는데 그만큼 애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아버지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했다.
 
[택당 이식]
인조 때 척화를 주장하다가 청국으로 잡혀 나중에 탈주를 했던 인물인 택당은, 막내인 단하가 좌의정까지 오를 정도로 자식 교육을 상당히 잘 했던 인물같다. 그래서 그런지 편지는 막내 단하가 아니라 장남 면하에게 많이 보냈고, 잔소리도 심했다. ㅋㅋ 아마도 공부를 안하려 들었던 것도 같고, 장남이다 보니 잡안의 대소사가 많아 그랬던 것도 같지만 여하튼 면하에게 보낸 편지가 가장 많다. 이식은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갇혀서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했던가 보았다. 정말 그런 실제의 역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편지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니 정말 여러모로 대단하다. 이식이 척화를 주장했던 탓에 청국에서 조사를 하는데 그때 아들에게 원망의 말을 하지 말라고 다른 이들의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말은 금하라고 당부하던 게 인상깊다. 죽음에 이르지는 않겠으나 죽는다 해도 다행일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은 아들의 마음은 어찌할까. 완전히 풍전등화이지 않을까. 그런 상황에서도 과거는 꼭 봐야한다고 당부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넓고도 깊다.
 
[서계 박세당]
박세당은 비운의 인물이다. 자신도 유배 중 옥과에서 죽었지만 차남도 유배지에서 죽고, 살아생전에 형님과 아들들, 손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봐야했으니... 그의 아들은 태유와 태보, 태한인데, 장남과 차남은 명문으로 이름이 높았지만 차남 태보는 성정이 불의를 참지못해 나중에 귀양을 가게 된다. 그래서 서계는 차남에게 항상 말을 많이 하지 마라, 어쩔 수 없다고 핑계대지 마라, 임금이 세 번 부르시면 그 때 벼슬길에 들어서라 등 그의 강직한 성품을 많이 염려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 유명한 인현왕후를 폐위시키는 것을 반대하다가 귀양을 갔다니 정말 대단히 강직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두 아들을 잃고 나서 태한이 아들을 낳을 것을 보고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 말한 게 참 눈물겹다.
 
[순암 안정복]
순암도 아들에게 공부를 쉬이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주자가 쓴 글에서 몸가짐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참 인상깊었다. 가까이 있으면 직접 가르치면 될텐데 그러지 못하고 장문의 편지를 써서라도 꼭 명심해주었으면 하는 글귀를 보냈다니 어찌 아비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는가. 또 하나 아들에게 딸의 교육을 맡긴 것도 참 특이했다. 한글을 가르치라고 하는 걸 보니 이때는 한글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보급이 되었나보다. 하긴 순암은 이승훈에게 최초로 영세를 받았을 정도로 의식이 깨어있던 사람이니까 가능했겠는지도 모르겠다.
 
[표암 강세황]
그 유명한 김홍도의 스승이기도 한 표암 강세황은 문인이자 화가였고 시서화에 모두 능해 영조, 정조 때 상당히 이름이 높았단다. 그런데 그의 편지는 별로 없는데 상당히 독특한 점은 꼭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일상용품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서 발명했다는 것이다. 놋쇠로 술주전자를 만들었다든지, 태극로라는 화로 겸 물 끓는 도구에 대한 구상을 편지에 소상히 적어 보낸 것을 보니 정말 대화가 답게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이 많이 있었어야 했는데...
 
[연암 박지원]
기골이 장대하다는, 그리고 <허생전><호질><양반전>의 호방한 주인공을 그려낸 연암은 간데없고 정말 자상하다 못해 귀여운 아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연암의 편지이다. 직접 담근 고추장의 맛이 어떠다고 가타부타 말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새로 태어난 손자의 모습을 소상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어리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타박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정말 귀여웠다. 또한 더 특이했던 것은 과거 시험에 그리 목 매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의 합격 여부는 상관없으니 과거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경망스럽지 않게만 하라는 대목은 참..여느 아버지와 다르다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백지를 내거나 그림을 그리다 온 적이 있어서 그런지 그 당시에는 세상이 혼란해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참 특이했다. 아마 <양반전>과 <허생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렇게까지 비판적으로 그 당시 사회를 바라본 사람의 입장에서 아들에게 그런 진창에 같이 들어가 부대끼며 살라고는 할 수 없었을 거라 나름 추측해본다.
 
[초정 박제가]
초정의 편지는 신유사옥에 연루되어 귀양간 곳에서 쓴 것이다. 그래서 집의 소식을 듣고 싶지 않다든지, 유배지에서 풀려나면 유랑이나 할 거라든지 하는 말에서 그의 애절한 마음이 묻어나왔다. 아비가 귀양을 가있으면 그의 가솔 또한 그리 안전한 상황이 아닌데다가 가난해서 아비를 부양할 형편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저렇게 돌려말하는 그의 마음이 오죽할까. 그러면서도 소소한 기쁨들, 공부하는 방법을 계속 써서 보내고 있으니 정말 아비는 아비다.
 
[추사 김정희]
추사는 서예가인 줄만 알았더니 예술가였다. 그가 제주도로 유배를 갔을 당시 양자로 들인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4통되는데 그 내용을 보면 마음을 다스려 공부에 전념하고, 난을 그리는 방법은 이러하며, 유배지에서 아내의 삼년상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는 내용이 다다. 그리 많은 편지를 남기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얼굴도 보지 못한 양자에 대한 마음이 잘 묻어나 있었다.
 
아버지로서 부귀영화나 권세를 물려주지는 못해도 아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행동거지, 공부에 대한 열정과 옳은 방법 등 해주고 싶은 말이 어디 한 두개일까. 자신이 벼슬길에 나와있어도, 유배지에 갇혀 있어도, 언제 죽을지 가늠할 수 없어도 언제나 아비는 아비다. 자식에 대한 마음으로 가득한 아버지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지 않을까.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지도 않으니 같은 집에 살며 얼굴을 맞대어도 얼마나 그 마음을 잘 전달하고 있을지 참으로 안타깝다. 우선 나부터도 아버지의 생각, 마음을 잘 모르고 있지 않은가. 오늘 아버지께 편지 한 장 써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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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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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영문학도인 나는, 오래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란 책을 사들였었다. 내가 무슨 심오한 학문을 공부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그저 과제로 [시학]을 요약정리하기 위해서 고르고 골랐던 책이었다. 지금 들쳐보니 대충 공부를 했는지 연필로 찍찍 줄이 그어있고, 낙서가 되어 있었다. 뭔가 신기했다. 아~ 내가 이 책을 읽긴 읽었구나~! 이 [스토리텔링의 비밀]이란 책을 받아들기 전엔 [시학]이란 책을 들쳐본 기억이 없었는데 그나마 과제를 하기 위해서란 목적이나마 그 책을 본 적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대학 때 본 책이 있긴 하구나~~~ 대학 때 뭔 일 때문에 그리 바빴었는지 전혀 책을 읽었던 기억이 없다. 그래서 무늬만 영문학도, 국문학도인가? 전공이 무색하게도 정말 읽은 책이 없으니 지금에서야 들여다본 [시학]이 생판 처음 본 것으로 오해해도 당연하다. 정말 낙서만 안 되어 있었어도 완전 새책일 거다.

 

어쨌거나 이제서야 들여다 보게 된 [시학]과 [스토리텔링의 비밀]이라는 책을 번갈아 보느라 조금 골치가 아팠다. 아마도 공부 못하는 학생이 꼭 쉬는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공부 안해도 되는 이제서야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아둥바둥대는 모습이 좀 우스웠다. 그런데 내가 가진 [시학]은 옛날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용어가 아주 현학적이고 한문체여서 쉽게 알아들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 책에서 [시학]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를 해주었으니 망정이지 아마 [시학]만 있었다면 어려웠을게다. 그런데 내가 읽기엔 이 책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리 어려운 용어를 가지고 설명한 것도 아니고, 그리 어려운 내용을 이야기한 것도 아님에도 이상하게 쉽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내 독해력이 평균보다 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참 의외이다. 원래 내가 용어를 정리하는 이론서를 좀 싫어하긴 해도 - 고교시절, 일반사회 때문에 아으~ - 한 문장을 몇 번씩이나 읽게 만들었고, 보통 버스 안에서도 잘 보는데도 이 책만큼은 펜과 색연필을 손에 쥐어가며 공부하듯이 읽어야 했다. 뭐, 내가 평소보다 더 꼼꼼히 읽으려고 했던 것이지도 모르겠지만.

 

읽기에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어려운 책은 아니다. 그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을 설명하다 보면 용어 정리가 선행되어야 하기에 벌어진 일일 텐데 어느 정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얻을 도움이 꽤 있을 듯 싶다. 굳이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소설도 괜찮지 않겠는가. 나는 요즘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어려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감수성이 발달되지 않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말이다. 사실 소설쪽에는 꿈도 꾸지 않았었는데 유명한 한 작가가 최고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말에 반해서 나도 그와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 습작조차 시작하지 않은 터라 글을 쓰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시나리오나 소설을 쓰겠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일단 그 꿈을 꾸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가슴 벅찬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제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긴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는 못했다. 일단 글을 써봐야 알 수 있는 문제들이 더 많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정말 중요한 내용이 많았다. 저자가 말미에 요약해 둔 글을 인용해보겠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내가 '영화 시학'이라고 생각하는 이 개념을 활용하라. 그저 "알았어, 액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거지."라고 말하지 마라. 종이에 적어보라.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리에게 가르친 방식대로 세 문장으로 구성된 작은 이야기를 생각해보라.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만들기 위해 비극적 행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라. 당신이 쓴 모든 극적 행동을 개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인과관계로 연결하여 이야기를 구축하고,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게 하라. 운명의 반전과 발견의 순간을 구축하는 당신만의 방법을 찾아, 그런 순간을 배경이야기에 숨어 있는 비극적 행동에 닿게 하라. 당신이 만든 중인공을 색칠하면서 갈등의 중심에 너무나 가슴 아픈 도덕적 갈등을 심어놓고, 그것을 통하여 주인공의 영혼과 관객들의 영혼이 교감할 수 있게 하라. 시나리오 속에 당신의 독특한 도덕적 세계를 펼치고, 그 속에서 선과 악을 중재할 수 있는 완벽한 인물을 창조하여 서로 버팅기는 두 힘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라. 당신의 주인공이 이 세상의 절대 선을 대변하게 하고, 그 주변에 위대하거나 하찮은 수많은 인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라.

 

이 모든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나리오론이다. 그가 말한 비극은 불행한 결말을 이야기하는 극이 아니라 '진지한 드라마'를 말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시학론을 이용할 수 있다. 드라마는 인물의 행동에서 시작되고 끝나며, 그 행동 속에 사상이 있다면 탄탄한 플롯이 가능하다. 그리고 플롯이야말로 드라마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인물의 성격이나 대사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플롯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건강을 유지하고, 영혼으로 글을 써라.

 

잘 나가는 작가들일지라도 유흥으로 자신의 젊음과 체력을 낭비한다면 당연히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지 않겠는가. 할리우드의 수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을 보고선 내린 저자의 결론이니, 잘 나가는 작가일수록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우선 나는 이 기준을 옆에 딱 붙여놓고 전체적인 플롯이나 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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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 - 지질학, 생태학, 생물학으로 본
유리 카스텔프란치.니코 피트렐리 지음, 박영민 옮김, 레오나르도 메치니 외 그림 / 세용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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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보통 책의 판형이 아니라 조금 큰 판형을 가지고 있어서 실물을 보지 않고 구매할 경우에는 미리 사이즈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분량은 121쪽 밖에 되어 있지 않아서 보기에 어렵거나 하지는 않기에 아이들이 하나씩 필요할 때마다 그 부분만 찾아서 보기에 쉽게 되어 있다고 보장할 수 있다. 양장본으로 되어 있어 구겨지거나 파손될 염려는 없는데다가 이런 책 답게 그림이 많이 들어가 있어 자세한 부분까지도 알 수 있게 해두어서 지구에 대해서 알고 싶은 아이들이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실 나는 인터넷상에서 책소개를 봤기 때문에 일반 책의 크기와 같을 거라 생각했고 또 이렇게 얇을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좀 아쉬웠던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다보니 학창시절에 내가 배웠던 얄팍한 지식에 조금 더 깊이감을 줄 수 있었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사실 지구가 언제 태어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까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사람도 지구가 탄생할 때 옆에서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하나님이 찰흙 놀이를 하셨는지, 아니면 정말로 지구가 원시적인 환경에서부터 지금까지 점진적으로 환경이 변화해 생명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겼는지, 그것도 아니면 외계에서부터 유입된 어떤 통로로 인해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났는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다만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가능성만을 가설로써 제시할 수 있을 뿐!! 그런데 나는 학창 시절에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50억 년전에 지구가 탄생했다거나 원시 대기에서 번개 등으로 스파크가 일어나서 단백질의 중요한 성분인 아미노산 성분이 생긴다거나 여러 가설들이 완전히 변하지 않을 진리인 양 배웠던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

 

어려서는 아무 것도 몰랐지만 머리가 조금 굵어진 이후에는 교과서를 진리인 양 보았던 습관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학창 시절에도 학교에서 배웠던 자연 발생적으로 생명이 생겨난다는 말에 대해서는 절대 수긍할 수 없었기에 - 생명이 그렇게 조잡한 방법으로 생겨날 수 있다고 보는가. 난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더 오묘하고 신비한 생물 분야를 더욱 깊이 공부해본다면 절대 이런 자연발생설을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더욱 다른 책들을 찾아보았던 것  같지만 어쨌거나 창조설이나 다른 가설도 무시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도 이 부분에서는 좀 아니다. 9페이지에서는 바로 원시 성운에서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이 형성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전 페이지인 8페이지에서는 대뜸 태양과 지구를 비롯해 태양계에 속한 모든 행성과 위성의 역사는 약 50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명시를 해놓았으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누구든 처음부분에 읽었던 명시부분을 본다면 이것이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는 것을 간과해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더욱 그러하다. 판형이 보통 책보다 큰 거나 그림이 자세한 것도 모두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둔 책인 것 같은데 이렇게 무성의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우리는 누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면 그 사람의 말을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분야가 너무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요즘에는 조금만 다른 분야를 전공했다면 비슷해보여도 다른 전공분야에는 완전 문외한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과학자라도 물리를 연구하는 사람과 생물이나 지구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서로의 분야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새롭고 대단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다면 생물과 화학, 물리 등을 모두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지구과학자들은 진화설만을 설명하는 책을 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하나의 가설이라면 당연히 다른 가설도 책에 실어야 하지 않을까.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자들이 이렇게나 독단적이고 오만하고 자기가 아는 것 이외에 대해서는 알려고 들지도 않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구과학자들이 생명에 대해 공부를 했다면, 그리고 생명이라는 메커니즘에 대해 신비롭게 느낀다면 단순히 여러 가스가 섞인 곳에서 불꽃이 번쩍여 생명체의 시초인 단백질이 생겼다더라 하는 무책임한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짓는 잣대를 살펴보며 생명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이 생명의 메커니즘을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는 것만 보더라도 말이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나는 과학 분야 중에서는 생물 분야를 가장 좋아한다. 알면 알수록 미궁으로 빠져들며, 생명에 대해 무한히 경의를 표하게 되는 이 분야를 좋아하기에 나는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를 용서할 수가 없다. 아무런 생명이 없는 곳에서 50억 년이란 세월만 보내면 아주 원시적이나마 생명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야 내가 알 바 아니고, 그 말의 어이없음에 실소를 흘릴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가지고 아이들이랑 같이 볼 때는 그 부분을 충분히 설명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혹 이 책은 객관적으로 많은 가설을 세웠는지 궁금해서 봤지만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균형잡힌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서 꼭 그냥 진리처럼 아무런 비판도 없이 믿어버리는 것은 옳은 게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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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uz 2009-10-2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포 소기관을 공부할 수록 자연발생설을 확신하게 되는데, 조금 더 공부해 보시지요.

북매니아 2010-05-01 18:50   좋아요 0 | URL
사실 생물을 전공하지 않아서 여러 곳에서 주워들은 지식밖에 없어서 많이 알지는 못하는데, 세포 소기관은 특별한가요? 자연발생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부족한 제 지식을 넓혀주시길 부탁드리면 안될까요? 전 여러 생물학자들이 지적설계자가 있을 것이라고 가설을 낸 책을 많이 봤기에 솔직히 자연발생설은 허무맹랑해 보여요..가만히 있어도 생명이 나타났다면 너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살아가는 의미가요...물론 저랑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은 제 말이 허무맹랑하시겠지만요..

광안서사 2010-01-3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종교인은 비종교인이 모두 지옥에 갈 것이라고 겁을 주면서도, 비종교인이 종교적 세계를 비판하는 것은 잘 못인가? 생명은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철학과 과학의 기본을 이해한 다음 이런 서평을 하시길 바란다.

북매니아 2010-05-01 18:47   좋아요 0 | URL
종교를 믿지 않는다면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란 말도 같이 안 믿으시면 되는데, 왜 그 이야기가 여기에 나오는지 모르겠군요..개인적으로 겁을 준다는 표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리고 생명은 가치중립적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 또한 이견의 여지가 많이 있겠어요. 가치를 지향하지 않는 삶이란 허무한 것이 아닌가요?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까만 표지에 인상적인 포즈를 하고 찡그린 얼굴로 나를 맞이하는 이 책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책이다. 딱 봐도 절대 범상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저자의 포스를 표지에서부터 마구 마구 풍겨대고 있다. 조윤범이란 사람이 범상치 않은 것처럼 그의 책도 그러하다고 해야 할까. 그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음악계의 괴물'이란 별명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로,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를 맡고 있다. 파격적인 기획과 도전으로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사람답게 전공자뿐만 아니라 클래식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들에게서도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한다. 사실은 나는 그를 전혀 모른다. 음악을 어려워하는 데 무슨 수로 그의 연주를 들어보았겠는가. 그런데 호기심은 있어가지고 그의 책을 보자마자 그의 음악을 들었다. 역시 클래식은 아직 잘 모르지만 그의 친절한 해설을 옆에 끼고 들어보니 예전보다는 낫더라~

 

요즘엔 한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대가들은 이렇게 범인들을 위해 책을 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면 유행일 정도로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나같은 모든 분야에 문외한에게는 참 반가운 일이다. 내 일을 하는 것만 해도 항상 벅차서 헐떡이는데 어찌 내가 이런 대단해보이는 교양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할 수 있겠냔 말이다. 그래서 그의 클래식 입문서는 참 도움이 되었다. 글을 읽는 데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나로서는 책으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격스럽다.

 

이 책은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해가는데 음악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그런 음악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누구냐가 중요하기에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엮어져간다. 사실 처음에 나온 많은 음악가들은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오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던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설명할 때도 CF나 영화음악, 또는 만화책에 삽입되었다고 설명해주어서 참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제1악장 바로크에서 고전파의 인물들인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이야기는 사실 초등학생 때 봤던 위인전의 내용이 전부인 터라 많이 빈약했는데 그 빈 공간을 메워졌다고나 해야 할까. 바흐가 헨델과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단 이야기, 하이든은 유래없이 작곡가들 중에선 장수해서 좋은 곡을 많이 냈다는 이야기,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나온 것처럼 모차르트의 죽음이 살리에리의 탓이 아니었단 이야기, 베토벤은 하이든의 제자였지만 못된 제자였단 이야기 등 숨겨진 그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천재의 일생을 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제2악장은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러시아 5인조, 그리그, 스메타나, 드보르자크로 구성된 낭만파 이야기가 시작된다. 베토벤이 고전파에서 낭만파로 넘어가는, 역사의 한 획을 그었고 그 바통을 슈베르트로부터 시작된다. 역시 천재들은 짧은 시간에 그 능력을 발휘하다보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게 슈베르트였다. 안타깝게도 서른 한 살에 요절한 그는 살아생전에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읽은 슈베르트의 위인전이 아직까지도 생각이 나는데 뭔지 잘은 모르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인기도 없었던 비운의 음악가로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특히 교향곡같이 큰 규모의 음악을 많이 만들지 않고 실내악 중심으로 만들었던 것이 그 당시에는 많은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으악~ 서른 한 살이면 지금 내 나이랑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거 아냐. 그러나 그의 가치가 요즘 재평가되고 있고, 우리가 [숭어]로 알고 있었던 [송어]나 [마왕], [비올라], [죽음과 소녀] 등 정말 아름다운 곡을 많이 만들었다고 하는 그는 진정한 음악가다. 

 

그런데 궁금하다. 헨델은 바흐의 이야기 중간에 조금 나오고, 브람스 편에서 리스트나 바그너가 조금 나온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그들도 뛰어난 음악가임에는 틀림없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연유는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하다.

 

제3악장은 근대음악으로 드뷔시, 라벨, 야나체크, 코다이, 코른골트가 있는데 사실 이 부분에선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름만 들어본 음악가는 드뷔시랑 라벨 정도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이름도 정말 생소하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베토벤의 소나타 [월광]말고도 드뷔시의 [월광]이란 곡도 있다는 사실이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이란 이탈리아의 베르가모 지방의 춤곡에는 드뷔시의 [월광]이 있는데 스카이라운지에서 듣다가 너무 아름다워 연인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곡이라니 꼭 들어봐야 겠다. 이 곡은 나중에 관혁악으로, 아카펠라로도, 재즈로도 편곡되었다.

 

아주 생소하기 이를데 없는 현대 악을 제일 마지막인 제4악장으로 구성했는데 여기엔 유명한 한국인 음악가도 있다. 바로 윤이상 씨가 그 분인데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을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여기에는 버르토크, 쇼스타코비치,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윤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난 정말 들어본 사람이 없다. 그런데 미술 분야에서 사실적인 묘사에서 추상적인 묘사로 가는 것처럼, 음악 분야에서도 그런 식으로 불협화음을 유도하는 음악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화성의 파괴를 일으킨 쇤베르크가 그 대표적인 주자인데 점차적으로 조성을 파괴한 음악을 이어오다가 그의 때에서야 불협화음만으로 작곡을 할 수 있는 12음기법을 창안해냈고 널리 퍼트렸다. 정말 그러고도 음악이 될 수 있는 건지는 들어보지 못해서 알 수 없지만 그런 실험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현대 음악이 생겨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은 든다. 작곡가 윤이상 씨는 현대 한국사의 얼룩진 사건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한 사람인 만큼 우리 한국을 가장 잘 표현해낸 사람이 아닌가 한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음악가로 이름을 드높인 사람이 있었단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 속에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게 된 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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