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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 - 지질학, 생태학, 생물학으로 본
유리 카스텔프란치.니코 피트렐리 지음, 박영민 옮김, 레오나르도 메치니 외 그림 / 세용출판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보통 책의 판형이 아니라 조금 큰 판형을 가지고 있어서 실물을 보지 않고 구매할 경우에는 미리 사이즈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분량은 121쪽 밖에 되어 있지 않아서 보기에 어렵거나 하지는 않기에 아이들이 하나씩 필요할 때마다 그 부분만 찾아서 보기에 쉽게 되어 있다고 보장할 수 있다. 양장본으로 되어 있어 구겨지거나 파손될 염려는 없는데다가 이런 책 답게 그림이 많이 들어가 있어 자세한 부분까지도 알 수 있게 해두어서 지구에 대해서 알고 싶은 아이들이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실 나는 인터넷상에서 책소개를 봤기 때문에 일반 책의 크기와 같을 거라 생각했고 또 이렇게 얇을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좀 아쉬웠던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다보니 학창시절에 내가 배웠던 얄팍한 지식에 조금 더 깊이감을 줄 수 있었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사실 지구가 언제 태어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까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사람도 지구가 탄생할 때 옆에서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하나님이 찰흙 놀이를 하셨는지, 아니면 정말로 지구가 원시적인 환경에서부터 지금까지 점진적으로 환경이 변화해 생명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겼는지, 그것도 아니면 외계에서부터 유입된 어떤 통로로 인해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났는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다만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가능성만을 가설로써 제시할 수 있을 뿐!! 그런데 나는 학창 시절에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50억 년전에 지구가 탄생했다거나 원시 대기에서 번개 등으로 스파크가 일어나서 단백질의 중요한 성분인 아미노산 성분이 생긴다거나 여러 가설들이 완전히 변하지 않을 진리인 양 배웠던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
어려서는 아무 것도 몰랐지만 머리가 조금 굵어진 이후에는 교과서를 진리인 양 보았던 습관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학창 시절에도 학교에서 배웠던 자연 발생적으로 생명이 생겨난다는 말에 대해서는 절대 수긍할 수 없었기에 - 생명이 그렇게 조잡한 방법으로 생겨날 수 있다고 보는가. 난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더 오묘하고 신비한 생물 분야를 더욱 깊이 공부해본다면 절대 이런 자연발생설을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더욱 다른 책들을 찾아보았던 것 같지만 어쨌거나 창조설이나 다른 가설도 무시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도 이 부분에서는 좀 아니다. 9페이지에서는 바로 원시 성운에서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이 형성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전 페이지인 8페이지에서는 대뜸 태양과 지구를 비롯해 태양계에 속한 모든 행성과 위성의 역사는 약 50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명시를 해놓았으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누구든 처음부분에 읽었던 명시부분을 본다면 이것이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는 것을 간과해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더욱 그러하다. 판형이 보통 책보다 큰 거나 그림이 자세한 것도 모두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둔 책인 것 같은데 이렇게 무성의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우리는 누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면 그 사람의 말을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분야가 너무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요즘에는 조금만 다른 분야를 전공했다면 비슷해보여도 다른 전공분야에는 완전 문외한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과학자라도 물리를 연구하는 사람과 생물이나 지구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서로의 분야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새롭고 대단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다면 생물과 화학, 물리 등을 모두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지구과학자들은 진화설만을 설명하는 책을 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하나의 가설이라면 당연히 다른 가설도 책에 실어야 하지 않을까.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자들이 이렇게나 독단적이고 오만하고 자기가 아는 것 이외에 대해서는 알려고 들지도 않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구과학자들이 생명에 대해 공부를 했다면, 그리고 생명이라는 메커니즘에 대해 신비롭게 느낀다면 단순히 여러 가스가 섞인 곳에서 불꽃이 번쩍여 생명체의 시초인 단백질이 생겼다더라 하는 무책임한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짓는 잣대를 살펴보며 생명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이 생명의 메커니즘을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는 것만 보더라도 말이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나는 과학 분야 중에서는 생물 분야를 가장 좋아한다. 알면 알수록 미궁으로 빠져들며, 생명에 대해 무한히 경의를 표하게 되는 이 분야를 좋아하기에 나는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를 용서할 수가 없다. 아무런 생명이 없는 곳에서 50억 년이란 세월만 보내면 아주 원시적이나마 생명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야 내가 알 바 아니고, 그 말의 어이없음에 실소를 흘릴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가지고 아이들이랑 같이 볼 때는 그 부분을 충분히 설명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혹 이 책은 객관적으로 많은 가설을 세웠는지 궁금해서 봤지만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균형잡힌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서 꼭 그냥 진리처럼 아무런 비판도 없이 믿어버리는 것은 옳은 게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