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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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님의 판화집이 있다는 것은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란 판화산문집을 통해서만 알게 되었다.

그것도 작년 쯤에 겨우 알게 된 거라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그 책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아주 잠깐 실렸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보고 나서 완전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렇게 엽서모음집이 있다는 것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헉~이런 내 무지가 괴롭다.

인상깊고 은은한 그림과 여백과 글씨를 보면 정말 누구나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엽서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정말 감격 그 자체다!!

 

여백의 미가 은근 풍기는 엽서는 왠지 간단한 내용만 있을거라 생각하기가 쉽지만 이 엽서는 절대 그렇지가 않다. 정말로.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뭣하지만 은근히 감겨들어가는 그 그림에 처음 빠지다가...

독특하면서도 개성넘치는 글씨를 읽으면 두번 빠지게 된다. 그 내용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것보다 더 무섭게 비판하는 내용을 보고있노라면 뭉쳐있는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했다.

특히, 운하이야기나 촛불시위이야기를 보면 말이다.

 

어둠과 한몸이 된 야행성 짐승은 제 눈빛보다 더 밝은 빛을 무서워하지요.

밤에 켜든 촛불이 제일 무서울 겁니다.

하나 둘도 아닌 수만 수십만의 밝은 눈빛이, 어둠 속에서 살아움직이고 있으니!(p. 83)

 

폭력은 언어가 아니다!

위기다!

권력의 위기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다.

시위가 변질되었다고? 무슨 그런 망발의 말씀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꽃피는 봄에 시작해서 성하의 더위에 이르도록 민심을 보여주었는데,

거짓말로 일관하는 매국, 매판의 권력에게, 더, 무얼, 어떻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인지?

역사의 후진을 꿈꾸는 어리석은 야행성 짐승들!(p. 88)

 

처음에는 가슴이 벌렁거렸더랬다. 이런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현실과는 무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허나, 다시 생각해보니 예술은 현실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곧 예술의 소재니...

내가 좋아하는 시인 이육사의 시만 봐도 절대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지 않았던가.

일제시대에 조국 해방을 강렬히 외쳤던 시를 보고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오히려 직설적으로 말하는 신문 사설, 칼럼보다도 그 비판의 여운이 오래가는 걸 보니 이게 바로 예술의 할 일이구나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암울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순서대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감미로운 엽서들이 당신을 반길 것이다.

그런데 목차 제목으로 붙인 이름도 어찌나 시 같은지...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이철수 님에 대한 찬사가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

 

[눈빛 든 마루에 앉아]

[고마운 봄비 오시네]

[초록들이 신명나게 자라네요]

[가을 빛에 눈 멀면 마음 열릴까]

 

농사꾼이 농사를 지은 일도 있고, 집에 있는 화장실에서 똥을 펐던 이야기, 슬리퍼 차림으로 설악산에 훌쩍 다녀왔던 이야기들을 보면서

가식적이지 않고 진심으로 살려고 하는 시인의 모습도 볼 수가 있었고,

세탁기에 넣고 돌려 못쓸 뻔한 핸드폰을 말하면서 낭비가 미덕이 된 세태에 대한 감상도 볼 수가 있었다.

한 구절을 따와보면,

 

고작 3년여 만에 '구형'취급을 받게 된 핸드폰을 앞에 두고,

오십년 넘게 쓰고 있는 몸뚱이를 생각합니다.

생각이며 시력이며 낡아가는 처지를 생각하면 파렴치하게 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p. 122)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낭비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참 시인의 생각이 놀랍기도 하다.

내가 낭비가 심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동적인 선택으로 지금은 쓰지 않고 있는 옷가지며, 가방이며 하는 물건을 볼 땐,

조금은 뒤가 켕기기도 한 것은 아마도 잘 하고 있지 못한 내 모습 때문이겠지.

더 이상 욕심만 앞세우고 충동적으로 소비를 하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요즘 내 충동구매의 대상은 책인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싶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시인의 자연적인 삶을 조금은 따와서 살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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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안영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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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CF 멘트가 있다. 여보, 아버님 방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 하는.

난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 중학교 교재에 이 책을 넣어드려야겠어요~라고.

여행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다녀보지 않은 내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휭하니 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최초의 여행책이 바로 요 책이기 때문이다.

여행책하면 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사랑하고,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은 나도 - 사진 보는 재미에 샀지만 -조금 구비해두었던 게 여행책인데,

사실 난 여행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움직이는 건 더 싫고, 짐싸고 차타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터라

별로 흥이 돋구어지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요 책이 왜 이리 솔깃한지!!!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 권씩 추천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 맘 아실련지....?

내가 '문학'이라고 하면 아는 건 개뿔도 없으면서 그냥 무작정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필이 딱 꽂혔을 수도 있겠다만,

이 책을 펼치는 동시에 모두들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난 문학을, 특히 한국 문학은 더더군다나 모른다.

그럼에도 이 책을 보면 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벽초 홍명희, 김삿갓(본명 김병연), 용아 박용철, 흙의 작가 이무영, 심훈, 이병기, 이육사, 송강 정철, 채만식, 조지훈, 신석정, 한용운, 신동엽, 박경리, 김영랑, 서정주, 허균과 허난설헌, 김유정, 정지용, 윤선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만 모아놓았다.

그런데 난 홍명희 씨의 호가 벽초라는 것도, 김삿갓의 본명이 김병연이었는 줄도, 박용철 시인의 호가 용아였는 줄도, 이무영의 <제1과 제1장>도 전혀 몰랐던 사람이다. 여기 나온 작가 중에 그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것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 책이 문학에 빠삭하게 아는 사람이 아니여도 침을 흘리게 되는 이유는 이 책이 그 고장에 대해 다각도로 소개해주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고향에서 그의 시비나 문학관이나 생가를 소개해주면서 근처에 유명한 유적지나 문학가가 아닌 위인의 생가가 있으면 같이 소개해주고 마지막에는 그 고장에서 벌이는 축제까지 소개해주니 한 번 방문할 때 많은 걸 보고 올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가는 길을 버스나 기차, 승용차로 세심하게 알려주었고,

나 같이 요리하는 건 싫어하지만 먹는 건 유난히 밝히는 사람을 위해서 먹을거리까지 알려주는 센스!!

마지막으로 잠자고 올 수 있는 숙박시설까지 알려주는 팁이 있으니 아무데나 한 곳 찍어서 1박 2일 머리 식히러 다녀와도 좋을 듯 하다.

 

내가 많은 곳 중에 세 군데를 뽑았다. 언제 갈련지는 기약은 없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1등은 [이육사의 지조와 절개가 살아있는 안동]이다.

<광야>, <절정>, <교목>... 등 강렬한 시를 남긴 이육사 시인은 난 좋아한다.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지사의 길, 시인의 길>이란 평전에서 본 것처럼 독립운동가로서 열심히 활동한 것과 시인으로서의 면모가,

난 다 좋다. 술을 마셔도 주정하다 없이 단아하게 마셨다는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완전 선비의 전형이었을 그를 그리며,

안동을 가보고 싶다.

이왕 가는 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도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 그럼 9월 말에서 10월 초 쯤에 시간을 내야겠군.

안동에서 생가와 묘소와 하회마을과 도산서원과 퇴계 종택과 안동민속박물관, 이육사문학관을 다 다녀오려면 이틀은 걸리겠군.

정말 알찬 여행이 될 듯 싶다.

먹을거리로는 안동간고등어(054-855-9900)가 제격이라고 하니 먹고 오면 좋겠다.

또한 헛제사밥도 있는데 그건 또 모야? 여튼 담백하고 깔끔하는데? 까치구멍집(054-821-1056)에도 가볼까?

 

2등은 [이효석의 메밀꽃 피는 평창]이다.

내가 또 좋아하는 소설이 아주 짧은 <메밀꽃 필 무렵>이 아니겠나. 캬~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히지~

아직도 2일과 7일에 5일장이 열린다고 하니, 가는 김에 장구경도 하고,

메밀꽃이 활짝 피는 9월 초에 효석문화제도 열린다고 하니까 꼭 가을엔 가야겠어~

소설 속 장면을 다 만들어놓았다고 하니 가산공원과 충주집도 들리고, 봉평개울의 징검다리로 건너보고,

성씨 처녀와 허생원이 사랑을 나눴다는 물레방앗간도 들어가볼까나?

논쟁이 일고 있다는 생가터와 이효석문학관까지 들리면 하루 해가 다 저물어도 다 못 볼지도 몰라~ 힘내서 가자구~

거기에 가면 봉평막국수나 메밀국수, 투명한 감자떡은 필수야~

아! 아는 분이 하신다는 평창군 대화면 대화리에 있는 금씨네 순대맛집(033-334-7358)도 빼놓지 않을테야~ ㅎㅎㅎ

음식솜씨가 일품인 어머님 솜씨를 가지고 한다는데 우하하 기대가 된다...가는 김에 갔다 와야징잉~

인테리어도 내 맘에 쏙 들고, 그림도 많다는데 특히 식당 안에 그려져 있다는 미인도를 꼭 보고 올테다~

 

3등은 [윤선도와 함께 떠나는 남도의 끝, 해남]이다.

<어부사시사>를 지었다는 윤선도, 사실은 잘 모른다. ㅋㅋ 그런데 요긴 바다가 보고 싶어서 골라봤다.

그가 머물렀다는 보길도까지 가보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일 것 같고 하여튼 여긴 신선이 살았을 것 같은 자연 경치로 유명하다.

금쇄동과 동천석실, 세연정, 낙서재, 녹우당, 땅끝마을, 고산유물전시관까지 갔다오려면 1박 2일은 걸린다고 하니 넉넉잡아 가야 한다.

여기도 고산문학축전이 있는데 10월마다 있다고 하니 약간 쌀쌀할 때 다녀와야 할 듯 싶다.

특히, 여기가 좋은 건 전국의 식도락가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한정식집이 있기 때문이다..

한성정(061-533-1060)이라고 떡갈비와 생선회, 게장과 생굴 등 21가지 반찬이 나온단다. 가격이 만 오천원으로 많이 비싸지만,

적어도 한 번쯤 다녀올 만하지 않을까. 그런데 남는 반찬 싸가져오면 안되나? ㅋㅋ

 

볼거리도 많고, 자연도 멋지고, 먹을 것까지 일품인 여행이라면 삼박자가 척척 맞을 듯 싶다~

여행치인 나조차도 움직이게 만드는 답사책이라니... 멋지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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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곡물이 내 몸을 살린다
하야시 히로코 지음, 김정환 옮김 / 살림Life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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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금빛을 온몸에 두른, 그리 두꺼워보이지 않는(p. 191) 책 한 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제목은 [거친 곡물이 내 몸을 살린다]. 곡물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고 나름 상상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물론 곡물에 대한 알찬 상식들을 내게 안겨주기도 했지만, 일견 한방의학서 아니야? 혹은 요리수필책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그도 그럴 것이 하야시 히로코라고 하는 저자는 베이커리 전문점을 했던 사람인데다가, 나름 한방쪽으로 공부를 했는지 그런 배경지식도 풍부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어쨌거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덮으며 '사진없는 요리책은 또 처음이네~'했지만 말이다. ㅋ

그러니까 사진도 들어가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얘기다. 아니, 뭐, 이 책의 분위기에 맞게 연필선으로 그림을 그려줬어도 좋았겠다.

 

총 4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겐 맨 마지막 장을 빼곤 모두 유익했다.

마지막 장에선 요리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요리를 만드는 건 내 취미가 아니여서 말이다.

[01. 왜 곡물인가?] [02. 계절에 맞는 식탁을 차리자] [03. 몸에 좋은 곡물 어떻게 먹을까?] [04. 곡물과 맛있는 밥상으로 친해지자]

요렇게 나뉘어 있는데 사람들은 2장과 3장에서 정보를 많이 얻어갈 수 있다.

 

내가 얻은 정보를 요약해보자면, 1장에 각종 맛에 따라서 효용을 나열해두었다.

사실 맛에 따라 이렇게 나눈 것을 처음 보아서 난 이 부분이 제일 신기하고 새로웠다. 너무 유용할 것 같아 이 부분은 다 인용해본다.

그리고 괄호 속 색깔은 음식의 색이다. 파란색으로 된 음식을 먹어야 간에 효용이 있다니... 신기하다.

 

신맛은 간에 효용이 있고 간은 눈과 근육과 신경을 관리한다.

근육과 점막을 수축시켜 설사 등의 발산 작용을 억제한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 비장에 해를 준다.(파란색)

쓴맛은 심장에 효용이 있고 심장은 혈액과 정신 상태를 관리한다.

몸속의 습기를 없애 상기, 염증, 출혈성 질환에 작용한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 간에 해를 준다.(붉은색)

단맛은 비장에 효용이 있고 비장은 살을 관리한다.

자양 강장과 보양 작용을 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며 몸을 따뜻하게 한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 신장에 해를 준다.(노란색)

매운맛은 폐에 효용이 있고 폐는 기관지계와 피부를 관리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땀과 기를 발산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 간에 해를 준다.(흰색)

짠맛은 신장에 효용이 있고 신장은 뼈와 이와 머리카락을 관리한다.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만들고 통증과 림프샘의 부기에 작용한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 심장에 해를 준다.(검은색)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다. 2장에 보면 각 계절별로 나오는데 봄 식탁으로 간을 보호하고, 여름 식탁으로 몸의 열기와 수분을 조절하고, 환절기 식탁으로 비장을 보호하고, 가을 식탁으로 폐를 보호하고, 겨울 식탁으로 신장을 보호하자는 등 아주 자세히 소개가 되어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힘이 힘들어 얼굴이 계속 까매지는 사람이 있다. 간이 나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증상이 바로 간이 나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푸른 잎 채소와 신맛 난는 음식, 푸른 생선 등으로 보양을 해야 하지만 과하면 해로우니 적당히 먹어야 한다니까 꼭 적어서 먹게 해야겠다. 

 

그리고 간에 대해 나온 글 바로 밑에 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글이 있었다. 바로 봄엔 알레르기가 많은데 그게 바람 때문이니 대비를 하자며 기관지를 튼튼히 하는 방법이 나왔다. 바로 양배추, 무, 파, 두릅을 먹는 것!! 사실 내가 기관지가 많이 안 좋다. 그래서 목이 많이 쉬는 편인데 내가 어렸을 때부터 먹기 싫어했던 유일한 음식이 바로 파였으니... 켁~ 정말 먹는 건 골고루 먹어야 겠단 생각이 든다.

 

3장에는 기장, 조, 피, 수수, 밀, 보리, 호밀, 율무, 옥수수, 콩, 팥, 메밀, 아마란스까지 몸에 좋은 것을 나열해주셨다. 전에 <비타민>이란 프로그램에서 율무가 면역성 강화에 좋다고 해서 율무를 구해서 먹어보려고 했는데 상당히 비싸서 못 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율무가 피부 관련 질환에 그렇게 좋단다. 그런데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우니까 약처럼 조금씩 넣어서 먹는 게 좋단다. 부침개할 때도 넣고, 밥할 때도 넣고, 칼국수나 빵을 만들 때도 조금씩 먹게 하면 몸에 좋다니 꼭 해봐야겠다. 요즘 피부가 너무 말이 아니니까. ㅋㅋ

 

다 읽고 나니까 드는 생각은 일본 사람들은, 아니 저자(1958년생)의 동년배 정도되는 일본분들은 잡곡을 싫어하신단 생각이 들었다. 1장에서 잡곡에 대한 선입관을 많이 바꿀려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말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것을 보니. 그도 그럴 것이 저자도 어려서는 홋카이도 산골 벽지에 태어나 맛있는 쌀밥을 먹어보지 못하고 잡곡이나 옥수수로 연명하셨다니까 고소하고 맛있는 쌀에 대한 환상을 가질 만도 하다고 보지만 난 오히려 잡곡이 없으면 밥이 먹기 싫을 때가 많다. 특히 조밥.. 정말 조그만 알갱이를 씹어먹는 걸 좋아하는데 엄만 안 해주신다. 귀찮다고... 요즘 세대들은 평범한 쌀밥보다는 다양한 맛이 있는 잡곡을 좋아하기도 하고, 웰빙 바람이 불어서인지 잡곡을 먹는 것이 미덕이 된 시대이기에 상류층이 잡곡을 더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1장에 나온 잡곡예찬은 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는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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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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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열세 살 난 딸이 부모를 고소한 사건을 다룬 작품을 가지고.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딸의 몸을 마구잡이로 갖다 쓴 부모에게 올바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과연.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실험쥐처럼 제공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하나.

그렇게까지 이기적인 걸까. 자신의 몸을 제공하는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

 

이 소설은 엄마인 사라, 아빠인 브라이언, 백혈병에 걸린 언니인 케이트, 오빠인 제시, 변호사인 켐벨, 후견인인 줄리아...그리고 안나까지

한 사람씩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들의 과거과 생각을 추적하며 이 일이 어떻게 된 사연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추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기적인 돼지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더 불편하다.

아마 한 사람정도는 이기적인 돼지였으면 모든 슬픔을 그에게로 몰아버릴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그들의 뜻은 너무 고귀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결과에 한없이 마음을 아파할 수밖에 없다.

마치 자식을 잃은 부모의 처지가 어떤 것인지 알아주길 바라는 것처럼...

 

열세 살 안나는 언니 케이트가 두 살 때 희귀백혈병 판정을 받고 나서 일치하는 골수를 구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태어난 아이이다.

안나는 태어나자마자 제대혈을 제공하고, 다섯 살 때 공여자림프구를 제공하고, 여섯 살 때 과립구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삶을 박탈당했다.

케이트가 어디 아플까봐 캠프에도 못가고, 크리스마스 때 파티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케이트 때문에 병원에 가고, 친구들이랑 파자마 파티를 하다가도 케이트가 아프면 달려나가야 하는 삶이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저 사라와 브라이언에게 자신은 안 보인다고 생각했을 뿐.

 

오빠 제시도 마찬가지다. 소방대원인 아버지를 따라 불에 관심이 많은 그는 여기 저기 방화를 저지른다.

처음에는 학교에 했었지만 나중에서 공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을 골라 방화를 저질렀다.

그것은 나름의 방법이었다. 케이트에게 관심이 집중한 나머지 자신을 보아주지 않는 사라와 브라이언에 대해서 관심을 이끌어내는 방법.

어렸을 적엔 아픈 케이트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제시로서는, 케이트에게 엄마 아빠를 빼앗기는 게 그저 싫을 뿐이었다.

그런데 점차 커가면서, 케이트가 아파하는 걸 보면서, 안나가 케이트에게 도움이 되는 걸 보면서,

자신은 케이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저 무기력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억눌린 분노도 표현할 때 오로지 방화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또 문제를 일으킨다.

그것을 모르는 사라와 브라이언은 그저 언제부터인가 제시를 포기해버렸다.

아니다, 그저 케이트 외엔 더이상 신경쓸 여력이 없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안나는 캠벨을 찾아가 변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찾아달라고.

사실은 켐벨은 이기적인 돼지였다. 이 변호가 안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으니까.

하지만 그조차도 안나를 보면서, 옛사랑인 줄리아를 보면서 순수해진다.

이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순수한 마음으로 맹세를 하게 될 정도로...

 

정말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다른 아이의 몸을 아프게 하는 것은 나쁜 일일까. 옳은 일일까.

그 끝없는 논쟁은 어디에서 종착점을 맞이할까.

변호사였던 사라가 자신을 변호하면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알렉산더 씨, 이 심리가 시작될 때

당신은 우리 중 누구도 불 속에 뛰어들어 불타고 있는 건물에서 

누군가를 구해낼 의무가 없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부모이고 그 불타는 건물 속에 있는 사람이 당신의 아이라면, 모든 게 달라져요.

그런 경우라면 당신이 아이를 구해내기 위해 뛰어든다 해도 모두가 이해할 것이고,

실제로는 당연히 그러리가 기대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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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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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왠지 모르게 우울한 느낌의 도시 한 자락을 표지로 내게 다가온 [상실의 상속]은 참 복잡다단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아마 우울할 거라고, 인도인이라는 이방인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비인간적인 처사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으로 힘들거라고... 그런 유산을 대물림할 수 밖에 없는 비서양인들의 인생에 우울함만을 안겨줄 거라고... 상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맞닥뜨린 것은 좀 달랐다. 미국 사회에서 헤쳐나가는 주인공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고, 그들의 자식들은 또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 것인지 나열할 줄만 알았었는데... 우선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는 점부터가 특이했다. 사이, 판사, 요리사, 비주, 지안, 하리슈-해리, 롤라, 노니, 보티 신부... 심지어 판사가 데리고 있는 개 무트까지도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 모든 사람들이 인도에서, 영국에서, 뉴욕에서 이민자뿐만 아니라 서구 문명이 들어옴에 따라 야기되는 가치관, 문화의 혼란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울해서, 심란할 정도로 우울해서 우울해보일 것 같은 소설을 고른 것이 바로 [상실의 상속]이었다. 표지만 봐도 우울하지만 나름 세련된 멋이 풍겨나지 않는가.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지 우울한 것은 물론 아니였겠지만, 나 우울해~ 라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를 풍겨내기 위해 신중하게 고른 책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봤던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보다는 오히려 유쾌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책은 읽고나서 정말 우울했다...) 내 예상을 넘어서는 참신함과 유쾌함 때문에 조금은 내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우울함이 조금은 수그러든 듯하다. 가장 참신했던 것은 여러 주인공이 교차해서 나타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판사의 영국 유학기도 포함되는데, 여러 이야기 중에선 제일 흥미로웠고, 한편으론 제일 안타깝기도 했다. 판사의 영국 유학기와 요리사의 아들 비주의 뉴욕 고군분기, 인도에 남아있는 인도인들의 이야기가 여러 시선으로 교차해서 나온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후원 하에 영국으로 유학을 간 제무바이 판사는 영국에서 인종차별을 아주 혹독하게 당한다. 거리를 걷고 있으면 아이들이 잡아 때리고, 만지고, 놀리고 하기 때문에 거리를 나가는 걸, 맨살을 보이는 걸 무서워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고국에 돌아와 미개해보이는 자신의 아내를 참아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고국을 부끄러워 하는 것처럼... 사실은 그에겐 자기 나라의 모습이 영국에서 놀림거리가 되게 했고, 고독의 원인이었기에 그 인도의 원형이 불안하게 보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처음에는 사랑을 느꼈던 니미가 그에겐 혐오스럽고 원시적인 모습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웠다. 절대 배우려 하지 않고 미련하게만 보이는 아내가 원망스럽고 증오스러울 수 도 있겠지만 - 꼭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에? - 그녀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과거의 인습대로 배운 여자이다 보니 쉽사리 바뀔 수가 없었던 뿐이었다. 잘못된 서구 문화의 경험이 한 여자의 인생을, 또한 한 남자의 인생도 파괴해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쓰리다.

 

사이는 제무바이 판사의 의절한 딸의 딸이다. 조로아스터교와 힌두교의 만남이라 집안 사람들 어느 누구도 그들의 결합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행복하게 결혼을 한 미스트리 부부는 버스에 치여서 같이 하늘나라로 갔고, 그들의 딸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 집에 오게 되었다. 옛날엔 영광스러웠으나 지금은 한없이 몰락해버린 대저택, 초오유에서의 그들의 첫만남은 기괴했다. 박제가 되어버린 것 같은 노인과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무트만 있었다면 열여섯 살 소녀에겐 좀 힘든 생활이 되었을지 모른다. 다행히 인정이 많은 요리사가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그녀는 이때까지 가톨릭 기숙사에 있었기에 순수 인도인이지만 손으로 밥을 먹는다거나 머릿기름을 바른다거나 하지 않았다. 심지어 네팔어를 쓰지도 못하고 영어로만 생활해왔는데 사이의 이런 풍습이 판사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사이가 니미같았더라면 판사 안에 내재되어 있었던 억눌린 폭력성이 또 한번 튀어나올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사이에겐 가슴 설레이는 일이 생겼다. 가정교사로 오는 지안 사이에서 탁트는 사랑 때문이었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다가도 먹을 땐 서로에게 이질감을 느꼈다. 손으로 게걸스럽게, 쩝쩝 소리내어 먹는 지안과,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며 음식을 가려서 먹는 사이에겐 서로의 모습이 당혹스러우니까. 아마 이것이 사이가 최초로 겪은 문화 충돌일 것이다. 인도인이지만 네팔어를 못해 다른 인도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이에겐 말이다.

 

요리사의 아들인 비주는 뉴욕으로 오는 동안 사기를 당한다. 모든 것이 준비될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영주권을 얻지 못해 불법 체류자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착취만 당하는 그는 아버지께 이런 모든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다. 아버지가 인도에서 보는 사람마다 유명 레스토랑 지배인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면 더 말을 못할 것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돌고 돌아도 그 자리에 서게 되는 그런 쳇바퀴같은 인생을 어떻게 감당해낼 것인가. 한번 고향에 갔다가 오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대로 아버지와 영영 헤어진 채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결단을 내린다. 그 결단이 그를 구원해주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러다 인도에 혁명의 기운이 감돌았다. 고르카 독립 운동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것이 제 기능을 멈췄다. 경찰도 더이상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 혁명의 한 가운데, 사이와 지안이 있다. 순수 인도인이라 부를 수 없는 사이를 보면서 서구화된 것을 맹목적으로 따라간다며, 그제껏 공부를 하고도 직장을 구할 수 없는 무력함, 빈곤층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는 분노 등이 모두 사이에게 쏟아진 것이다. 사이가 싫어져서가 아니라 착취만 당하는 인도라는 게, 그게 자신의 삶이라는 게 너무 화가 나서 지안은 사이를 버린다. 과거 제무바이가 양변기에 쭈그려 앉아 볼일을 봤던 니미를 팼던 것처럼.

 

그렇게 인도에 살면서도 순수 인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외국에 나가서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지 모르는 이런 상황... 제무바이가 좀더 여유를 가지고 아내를 대하고, 지안과 사이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보다도 더 먼저 서구인들은 인종이 다르다고 미개한 문화로 취급하는 것을 그만둘 순 없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 것은 왠지 저급한 것 같고, 서양 것이 더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중국인들을 보면 우리보다 못 산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곤 무시하지 않기를. 다른 사람들이 가난하더라도 그네들의 문화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제발 이해하길. 미신과 전통을 구별할 줄 알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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